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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서광들
옥타브 위잔 지음, 알베르 로비다 그림, 강주헌 옮김 / 북스토리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이 없습니다. 읽지 않아서 라든가 특별한 이유 외에는 말입니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많이 있습니다. 많이 읽는 것과는 별개로, 또 특별한 이유가 없더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여기, 책을 좋아함을 넘어, "사랑하는" 그래서 "애서가"들을 넘어, 그 도가 조금은 지나쳐 "광"까지 붙은 사람들 "애서광"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책은, 가끔은 소장용으로서의 가치가, 그리고 다른 먼 나라의 이야기로, 그리고 또 다른 세기의 이야기와 더불어 그들이 책을 찾는 이유, 바로 인간의 욕망의 적나라함을 보여주기까지 합니다. 사랑과 소유욕이 미묘하게 다르기도 하듯요.

애서가 아니, 애서광들은 총 11가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 안에서 책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넘칩니다. 첫 파트를 읽으면서 액자 형식의 이야기들이 연작처럼 나오려나 싶었으나 그것은 착각이었습니다. 책에는 무수한 비밀이 있고, 그 비밀로의 통로에는 말 그대로, 알지 못했던 세계도 있었고 설마 아무리 책을 사랑한다지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라면서도 폭소를 터트리는가 하면, 별별 상상력의 세계로 절 인도했습니다.
열한 가지의 이야기 속 다양한 시점들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허구의 인물인가 했으나, 실재했던 인물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일기도 이 책 안에는 있었습니다. 일기란 것은 사실 나만 보는 나만의 책이지만, 그것이 공개됐을 땐, 결국 책이니까요. 그렇게, 책은 두꺼운 듯하면서도 작가의 글 속, 삽화가 꽤 차지하고 있어선 그렇게 두께를 느끼지 못합니다.

책은, 인간의 소유욕에서부터 저 밑바닥의 욕망 - 설령 그것이 변태적이라 할지라도-까지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짧아서인지 가끔은 아쉽지만 또 강렬하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중세의 이야기로 가 있는가 하면, 어느새 그들이 말하는 21세기에 나는 살고 있고, 그들은 그때의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인간의 생각을 기록하는 새로운 장치들이 어떻게 기능하고, 녹음된 소리를 어떻게 많이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기술적으로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상의 모든 거주자로부터 책이 버림받고, 상거래와 개인적인 인간관계에 사용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인쇄물이 더는 유통되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또 100년 후에는 타자기가 눈부시게 발전해서 책에 관련된 어떤 요구라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p255~256 中


하지만,
어디 그렇게 됐던가요? 물론, 여러 형태로 그의 말처럼 책은 다른 형태로는 나오지만, 사라지지 않았고 사람들은 여전히 "종이책"으로 읽고 있습니다. 저도, 애서광까지는 아니더라도 책은 그 묘하게 사락사락 넘어가는 종이책을 선호해 조금의 무게를 참으면서 읽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쭉, 그렇지 않을까요..?
애서광들은, 말 그대로 표지를 벗기면 빨간색입니다. 책에 대한 사랑, 그 광기를 가장 잘 나타내는 그 표현이 참 잘 돼 있습니다.
왜, 우리들은 이렇게 좋아할까는, 아마도 비밀의 문, 그리고 다른 세계의 저편을 여는 열쇠이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이 소설은, "프랑스 소설"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프랑스 영화"는 어떨까 하면, 조금은 대중적이진 않듯, 그런 면 역시 있습니다.
그러나, 책 속의 다양한 시점과, 이야기들은 흥미를 끌기엔 적합했고 결국, 인간의 욕망을 "책" 속으로 인도하게끔 합니다. 간접적으로나마 책의 세상 속에서 얻을 수 있고 그 세상을 마치 비밀의 문을 엿보고 싶어하는 인간의 호기심은 아마 앞으로도 계속해 우리에게 애서광들을 존재케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