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반점 보다는..

몽고반점 - 2005년 제2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한강 외 지음 / 문학사상 / 2005년 1월

몇 년 전부터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읽지 않았었다. '문학상'이 문학을 위함이 아닌, 독자들에게 얼마나 팔리느냐를 기준으로 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올해 느닷없이 다시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에 손을 댄 건, 한강 및 윤영수, 박민규, 이만교 등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정작 읽고나서, 여느 때보다 기대가 컸던 만큼, 대상 수상작에 대해서는 실망도 컸다. 왜, 한강이 대상을 수상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기준으로는 윤영수나 이만교, 박민규 등의 작품이 훨씬 좋았다. 

한강의 '몽고반점'은 보편성보다는 개인의 특수성을 내세운 작품인 동시에 미학주의의 관점으로 읽히는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한강이 줄곧 집착하고 있던 '식물성'의 이미지에 조금 더 화려한 색채를 덧붙인 소설에 불과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처제와 형부와의 정서'라는 파격성을 떠나, 고기를 먹을 수 없는 '처제', 그 여자의 집착은 모호했고 그 여자의 '몽고반점'에 성적 욕망을 느끼며 집착하는 '형부' 그 남자도 이상했다. '퇴고의 순수성'이라고 이해하기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이 '현실에 대한 보편적 통찰'이 되어야 한다는 나의 입장에서는 '대상 수상작'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작품이었다. 

그에 비해, 윤영수의 '내 여자친구의 귀여운 연애'는 여성이기에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 했던 이야기로 한 번쯤은 어디서 보았을 법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상큼한 제목만큼 엉뚱한 '내 여자친구'의 판타지에 있을 것이다. 서민들의 군상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또한 상투성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고 싶은 작품이다. 

박민규의 '갑을고시원 체류기' 역시 마찬가지다. 1991년이라는 시간을 정해놓긴 했지만, 2005년의 모습으로 보아도 낯설지 않다. 고시원이 더 이상 고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의 공간이 아닌 최소한의 생계비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생활공간이 되어버린 즈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울해질 수 있는 이야기인데도 작가의 기발함은 소설을 심각하지 않게 만드는 힘이 되었다. 

이만교의 '표정 관리 주식회사'는 오늘 우리,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명확하게 풍자했다는 점에서 높이 사고 싶다. 솔직한 표정을 잃어버린 채, 오히려 가식된 표정을 정직한 표정이라 믿고 사는 우리의 얼굴을 잘 들여다보고 있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대상 수상작'은 의아스러웠지만, 올해는 전반적으로 좋은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는 편이었다. 별을 4개 준 이유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