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는 아침부터 흐렸다. 전날에 비가 내렸고, 이날도 약간의 비가 내렸다. 5월 들어 반팔에 타이즈 없이 스커트를 입었던 여동생은 전날에 이어 옷장 구석에 있던 자켓을 걸치고, 치마 대신 청바지를 입었다. 난 쉬는 날이었는데 숙취를 호소하며 여동생이 기상할 때 같이 일어나서 식구들이 출근 준비에 분주할때 하릴없이 거실을 서성이고 있었다. 안 가냐? 막내 동생이 물었다. 안 가는데. 이틀 쉰다. 동생들의 부러운 눈길을 받으며 아침 대신 두유를 마셨다. 왜 그렇게 자주 쉬어? 너 짤렸나? 숙취 때문에 하루사이 반쪽이 된 여동생이 위를 쓰다듬으며 묻는다. 연속근무에 야근까지 했는데 짤렸냐 묻는다. 충혈된 눈으로 째려봐주고, 고양이 세수로 눈꼽을 떼어냈다. 그리고 식구들을 배웅했다. 세탁기 돌렸으니 널어라. 김여사 목소리가 닫힌 현관문 틈으로 들려왔다. 응. 대답했다. 들리지 않게 나중에라고도 덧붙였다. 거실에 누워 애벌레처럼 기어다녔다. 벌떡 일어나 스트레칭도 했다. 띵동 소리가 나자 귀찮지만 빨래도 널고, 개수대에 쌓인 그릇도 씻었다. 그리고 갑자기 난 방울 토마토가 먹고 싶었다.   

며칠전 다락방님은 갑자기 딸기가 먹고 싶다고 했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날씨가 흐리다. 춥기까지 하다. 그리고 집엔 방울 토마토가 없었다. 팔짱을 끼고 고민했다. 욕구를 참느냐, 본능에 충실하느냐. 방에 돌아와 이불 속을 파고 들었다. 마트까진 걸어서 20분. 마트에 생각이 미치차 사야할 것들이 마구 떠오른다. 이불로 머리를 덮었다. 건전지를 사야한다. 두유도 떨어졌고, 빵도 없다. 하품을 했다. 방울토마토, 건전지, 두유, 빵, 과자 몇개. 눈이 감겼다. 아~ 물병도 하나 사야하는데.....  

고민을 한건 오전. 집을 나선건 오후. 중간에 잠도 잤는데 아직까지도 방울 토마토는 먹고 싶었다. 세수를 하고, 선크림을 바르려다가 그만둔다. 날씨도 흐리고, 금방 다녀올 것이고, 선크림 바르면 와서 씻어야하고 (켁) 모자티에 달린 모자를 쓴다. 핸드폰과 아이팟 둘다 넣으면 주머니가 쳐질것 같아 아이팟만 담고, 거기에 카드와 천원짜리 몇개를 담았다. 고개를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날이 추웠다. 위에 옷을 더 입을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가기로 했다. 날씨가 꾸물꾸물한게. 집 앞의 저수지도 그 탓인지 사람이 적다. 정말 좋은(?) 날이다. 

 

  

 

 

 

 

 

 

 

 

 

 

 

 

 

 

 

 

 






장본것 -> 방울토마토 한상자, 두유 한박스, 라면, 건전지, 과자, 빵.   아 물병.(젠장) 라면이 아니라 물병이었어!

야구 보면서 맥주 두캔과 방울 토마토 절반이 사라졌다. 나머지 절반은 아버지가. 하루가 지난 지금 춥지는 않는데 여전히 흐린 하늘이다. 그리고 난 방울 토마토가 먹고싶다. 집에는 방울 토마토가 없다. 팔짱을 끼고 고민중이다.

 
2. 

오랫만에 위키드를 꺼내들었다. 지나간 뉴스 검색을 하던 중 내년에 뮤지컬 "위키드"가 한국에 들어온 다는 기사를 본 까닭이다. 개인적으로 "캣츠" 다음으로 보고 싶은게 "위키드" 였기에 기사를 보며 우와~ 소리를 질렀다. 그래서 부랴부랴 책을 꺼냈다. 기억에 2편까지 보고 중단 한 것 같다. 그래서 3편을 읽는데 이게 읽은지 오래라 정리가 안된다. 내가 1편만 읽고 놔뒀었나? 2편을 꺼내들었다. 읽다보니 얼라 나 이부분 읽었는데? 다시 3편. 아 역시 모르겠다. 그냥 2편부터 보자. 음음음. 그냥 1편부터 보는게... 환장하겠네. 이래서 책을 중간에 놔선 안된다. 엘피와 글린다의 만남부터 차분히 읽기로 했다. 어차피 뮤지컬은 내년이니 그 전에 완독하고, 노래까지 마스터 하는거다. 철저한 계획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하하 (?)  

여행 블로그들을 자주 다니기에 알게 된 뮤지컬 "위키드". 블로거들은 여행 중. 특히 런던 여행을 가게 되면 뮤지컬을 보라고 말을 한다. 시간이 되고, 자금의 여유가 되고, 뮤지컬을 좋아한다면. 뮤지컬의 본고장 런던에서 꼭 뮤지컬을 보고 돌아오라고. 그들은 그렇게 말을 한다. 몇년 전 한 블로거님이 "위키드"를 보고 왔다며 글을 올렸다. 보고 싶어서, 한국을 떠나기 전 미리 표를 예매했다고, 그래서 드디어 보게 되었으며 그 감동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고.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글을 읽고, 그녀가 올린 사진을 보고, "위키드"에 대해 검색을 하고, 관련된 라이브 동영상을 찾아보며 난 결심했다. 꼭! "위키드"를 보고 말 것이다. 

소망한다. 꼭~ 뮤지컬이 오기를. 중간에 계획이 틀어져선 절대로 안된다. 

 

3.  

 

 

  

 

"위키드"를 꺼냈는데 옆에 있던 "미사고의 숲"도 딸려 나온다. 와~ 너 오랫만이다. 엄청나게 재미있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마구 마구 추천했던 책인데. 한동안 잊고 있었다. 내용도 재미가 있고, 하드커버인데 크기는 살짝 큰 다이어리정도? 들고 있으면 한손에 착 감기는 게 느낌도 너무 좋다. 새로 바뀐 표지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기존 표지로 이미지를 올리려 했는데. 뜨질 않네.  


미사고의 숲은 한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리즈가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국내에 나와 있는 것은 한권뿐. 아무리 둘러봐도 한권인데. 다른 정보 아는 분은 저에게 좀. ^^   작가인 로버트 홀드스톡은 2009년도에 세상을 떠났다. 난 그의 책을 한권밖에 보지 못 했는데... 왜 이리 아쉬운 생각이 들었는지. 좀 더 많이 알지 못해 아쉽고, 그렇게 알기 전에 세상을 떠나서 더 아쉽다. 그래도 그가 살아있을 때 책을 접한게 다행이다. 다른 책들도 어서 번역해주지 왜 안해주는 걸까? 개인적으로 이런 환상 문학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장르를 떠나서 재미있는 책은 꼭 찾아서 읽는편이다.

제목의 미사고는 신화 myth와 심상 imago 를 결합한 합성어 <미사고 mythago>로 이건 내용의 뼈대이기도 하다. 해설을 보면 집단 무의식이 어쩌고 하던데. 아 어렵다. 정신분석학은 나와 맞지 않다. 그냥 내식대로 풀이하자면 미사고의 숲은 고대 신화와 종교가 어울려진. 주인공이 점점 신화에 다가가고, 자신도 신화가 되는 과정을 그린 것으로
정말로 딱 내 취향의 소설이다.
오랫만에 다시 읽어봐야겠다. 아. 위키드는 어쩌나. 음. 위키드는 내년까지 시간이 있으니(쿨럭)   

 

4. 

마트 가는 길에 새로 스타벅스가 생긴 것을 봤다. 그리고 생각이 났다.

 

 

  

 

 

 


 두유 딸기 프라푸치노. 인증샷! 그랑데 아니에요~


노이에자이트님. 아직 서점은 가지 못했어요. 집에서 스타벅스는 가깝지만 서점은 너무나 멀어요. 훌쩍. 

 

덧붙임.  


위키드 맛보기 영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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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5-13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아닌 타인의 일상을 이렇게 자세히 볼 수 있는 것도 알라딘 서재의 매력인 것 같아요. ^^ 물론 뮤지컬의 무뢰한이자 문화 생활과 담 쌓고 있는 저이지만 쉬는 날 집에서 뒹굴러 버리다가 기껏 나가서 살 것 못사고 들어오는 것은 좀 비슷해서 동지 의식을 느낍니다. ^^

버벌 2011-05-14 16:55   좋아요 0 | URL
저도 뮤지컬은 잘 몰라요. 그냥 눈에 띄었고, 보고 싶다 강하게 생각이 들었을 뿐. ㅎㅎ 좋아하든 그렇지 않던 눈에 들어오는 게 있잖아요. 환상 문학은 그닥이었는데 우연히 보게 된 미사고의 숲도 그랬고, 여행 블로그에서 본 위키드도 그렇고, 환타지 소설 안 좋아했는데... 어느 잡지에서 본 그의 글에 훅~ 가서 당장에 얼음과 불의 노래를 구입해버린. 뭐 그런 것들이요. ^^ (마틴옹 만쉐!!)

저는 지금도 방울 토마토가 먹고 싶어요. 퇴근하면서 마트 좀 들러볼까 했는데 힐이 아파서 못갔음요.

루쉰P 2011-05-14 23:28   좋아요 0 | URL
'미사고의 숲'이 그리 대단하다고 하시니 왠지 댕끼는데요. 흠...사람이 좋아하는 문학은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렇게 칭송이 대단한 이유를 알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네요. ^^

뮤지컬이 눈에 들어온다...그것만 해도 꽤 문화적이신뎅?? 하여튼 마틴옹 만쉐!!

아...방울 토마토에 대한 집념의 글을 보니 배달이라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살다 보면 언젠가 먹을거에요. 힘 내세요!!

다락방 2011-05-13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한번 말한건 지키고야마는 의리의 버벌님이군요! 예쁘기도하지! :)

미사고의숲은 나는 읽었으면서도 한동안 마사고의숲 이라고 말하고 다녔어요. 저는 열린책들의 하드커버로가지고 있는데 처음 선물 받았을떼 엄청 재미없을것 같아서 저기에 멀찌감치 치워놨었거든요. 나중에 꺼내읽고 완전 몰입했었어요.

그나저나, 사진을 보니 정말 산책하기에도, 데이트하기에도 적절한 장소로군요!!

버벌 2011-05-14 16:59   좋아요 0 | URL
저 촘 이쁜듯. 캬하하하

아마도 락방님이 가지고 계신책이 제 책과 같은 걸거에요. 하드커버. 그 커버에 그려진 그림이 "새"인줄 한동안 몰랐어요. 몇년간 사람이라 생각했다는..ㅡㅡ;;;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전. 다른 시리즈도 빨리 나왔으면 좋겠는데. 나올까요?

집 앞 저수지에요. 사람도 많고, 분수쇼에 간이 콘서트같은 것도 하고 그래요. 하지만 정작 전. 아무것도 보질 못했다는.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아~ 시작하나 보다. 생각만 했을 뿐. 얼마전에 확~ 뒤집어서 보기도 좋게 시에서 해놓은 건데. 듣자니 저수지 바닥의 물이 흐르지 못 해 썩고 있다고 합니다. 음음 안돼요. 안돼. 개발도 환경도 모두 윈윈 하면 좋을텐데 말이죠.

노이에자이트 2011-05-15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벅스가 어디에 새로 생겼을까...저는 커피도 안 마시지만 다국적 체인망에는 관심이 많아서...

저수지가 운천저수지 같기도 하고 풍암저수지 같기도 하네요.

버벌 2011-05-15 21:56   좋아요 0 | URL
움. 어디일까요? 알아맞춰보아효~ ㅎㅎㅎㅎ 저는 커피를 너무 좋아해서 탈입니다. 두드러기에 근 몇달을 고생해서 당최 커피는 멀리할 수가 없어요.

노이에자이트 2011-05-15 23:11   좋아요 0 | URL
음...무등산 속의 광주호는 아니고...첨단단지 쪽인가...모르겠네요.풍암 같기도 하고...

순오기 2011-05-17 08:00   좋아요 0 | URL
운천저수지는 아닌 것 같은데요.^^


노이에자이트 2011-05-17 16:20   좋아요 0 | URL
그러면 풍암? 궁금궁금!!!

순오기 2011-05-18 07:27   좋아요 0 | URL
집근처 저수지라는 구절이 있고, 무각사가 집근처라는 댓글이 있으니
그럼 운천저수지가 맞겠는데... 운천저수지 가운데에 섬이 있던가~~~~~

버벌 2011-05-19 19:1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 운천입니다. ^^

순오기 2011-05-17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벌님, 빛고을이라서 더 반갑습니다~~~ ^^
고전문학 강좌 장소인 무각사 찾아가느라 좀 헤맸어요.
강의는 <살아있는 고전문학 교과서 1>의 3장 이상향을 찾아서~를 그대로 전달하는 방식이라
강의자체가 재밌지는 않았지만~~~~ 후기는 사진을 곁들여 올려볼게요.^^

버벌 2011-05-17 10:32   좋아요 0 | URL
집근처여서 꼭 가고 싶었거든요. 근무 조정이 갑자기 되는 바람에. 팀장님에게 꽤나 짜증을 냈다는.. ㅡㅡ;; 덕분에 여동생도 시간 뺐다가 머라머라머라.. 후기 기대할게요. ^^

정말 반갑습니다.

pjy 2011-05-17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날이다~~ 네, 한가하니 참 좋아보입니다^^ 문득 둘이 손잡고 댕기면 더 좋은날이지 싶습니다--;

버벌 2011-05-19 19:11   좋아요 0 | URL
네 한가하니 참 좋은 날이었어요. 날씨가 꾸리꾸리하니.. 사람들이 없는 좋은 날요. 개인적으로 사람 많은 곳은 싫어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