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 삶의 여백을 사랑하는 일에 대해
김신지 지음 / 잠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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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에피소드부터 아 좋다,를 연신 되뇌이게 되었어요. 다정하고 마음 깊은 친구의 이야기가 엄마가 대학에 가고 내 옆자리에 앉고 친구가 되었다면 일어났을 일을 상상하며 쓴 편지라는 걸 알고 펑펑. 뻔한 삶과 이야기는 없고 다시 생각하고 고쳐 생각하면 더 큰 이해와 깊이가 생겨나는 마법이라니. 삶과 시간과 사랑에 대해, 내가 사는 동네, 가족, 이웃에 대해 이렇게나 다정하고 세심한 글이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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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착 걷는사람 시인선 122
남수우 지음 / 걷는사람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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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란 저쪽을 향해서 멀어진 사람이 반드시 이쪽으로 돌아오는 거래˝ 무의미한 세계를 견디게 하는 건 천진한 믿음, 기다림의 시간이지 않을까요?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동요 속 가사처럼 지평선 너머의 시간을, 세계를 상상하는 일이 시를 읽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다리는 동안 상실과 상처는 아물고,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조금 더 자라고, 내일이 오늘이 되었다가 오늘이 어제가 되는 일. 여러분이 기다리는 건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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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사람 열린책들 한국 문학 소설선
고수경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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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소재, 주제를 다루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집의 소설들에서 느껴지는 불안감에 매료되었다. 별 것 아니지만 마음이 쓰이는 사람, 장소, 관계를 마주할 때,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는 것들이 비밀과 거짓말이지 않냐고 알려주는 소설. 스스로를 속이고 다독이는 일이 당연한 일인 것 같지만 소설을 통해 마주하는 삶은 위태롭고 서늘하다. 그늘과 웅덩이에서 어둠을 읽어낼 때 그 어둠이 제 속의 어둠임을 알아차리는 것처럼.
조용조용한 인물들, 자그마한 목소리, 사소한 사건들로 이런 긴장감을. 일상의 커튼 뒤를 들춰보이는 작가의 솜씨가 놀라워 다시 한 번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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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오른발은 어디로 가니 - 돌봄 소설집 꿈꾸는돌 41
강석희 외 지음 / 돌베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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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은 제게 익숙한 일이면서도, 낯설게 갱신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단편소설 <녹색광선>의 강석희 작가의 말을 읽으며 이 소설집이 딱 그렇다는 생각을 했다. 조카와 이모, 할머니와 손자, 엄마와 딸, 친구, 반려동물,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이 이렇게 다채롭게, 재미있게 쓰일 수 있다니. 청소년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소설가들이 저마다의 색깔과 매력으로 돌봄의 어려움과 희망을 그려냈다.

좋은 돌봄은 타인을 위한 헌신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지탱하는 연대를 통해 이뤄진다고 한다.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 움직이는 사람이 새로운 사건과 기억을, 유대감을 만들어낸다. 매끈하게 교환되는 돌봄이 아니라 조금은 불편하고 불리한 관계. 달라서 고유하고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내는 일이 돌봄이 아닐까? 이 소설들이 ‘돌봄’을 통한 ‘관계’와 ‘성장’을 생각하게 만드는 일이 우연이 아닐 것이다.

돌봄의 의미와 가치가 새롭게 평가되는 지금, 함께 읽고 싶은 책, 함께 말하고 싶은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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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충 박멸기 열린책들 한국 문학 소설선
이진하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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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분량의 소설이 보여주는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 현실에 대한 풍자이기도 하고 독설이기도 한 소설들이 주는 재미가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보는 것 같다.

비정규직 악마의 방문 상담 이야기, 하늘로 떠오르는 아이들, 최종면접 시험장의 고스펙 지원자들, 산타에게 착취당하는 루돌프, 말그대로 소멸 위기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출산 장려 대책, 반려견보다 못한 처지가 된 가장, 외로운 우리를 마주하게 되는 결혼의 실상. 스물일곱 편의 다양한 소설들은 동시대 한국 사회를 첨예하게 드러낸다.

나아지려고 나아가려고 발버둥치는 소설 속 인물들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고꾸라지는데 그 허들의 모양—가부장제, 비정규직, 입시지옥, 양극화-를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슬랩스틱이 더 통쾌하고 우스꽝스럽다.

작가는 뛰어난 유머가 스스로를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을 저격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넘어지고 있는 것은 그 허들 앞에선 우리들이 아닌가. 유쾌하고 통쾌한 이 유머가 슬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우리 모두가 허공에 주먹을 내지르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당신의 그런 어느 날에 이 책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진하 작가의 위로가 더 많은 독자들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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