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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충 박멸기 ㅣ 열린책들 한국 문학 소설선
이진하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월
평점 :
짧은 분량의 소설이 보여주는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 현실에 대한 풍자이기도 하고 독설이기도 한 소설들이 주는 재미가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보는 것 같다.
비정규직 악마의 방문 상담 이야기, 하늘로 떠오르는 아이들, 최종면접 시험장의 고스펙 지원자들, 산타에게 착취당하는 루돌프, 말그대로 소멸 위기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출산 장려 대책, 반려견보다 못한 처지가 된 가장, 외로운 우리를 마주하게 되는 결혼의 실상. 스물일곱 편의 다양한 소설들은 동시대 한국 사회를 첨예하게 드러낸다.
나아지려고 나아가려고 발버둥치는 소설 속 인물들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고꾸라지는데 그 허들의 모양—가부장제, 비정규직, 입시지옥, 양극화-를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슬랩스틱이 더 통쾌하고 우스꽝스럽다.
작가는 뛰어난 유머가 스스로를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을 저격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넘어지고 있는 것은 그 허들 앞에선 우리들이 아닌가. 유쾌하고 통쾌한 이 유머가 슬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우리 모두가 허공에 주먹을 내지르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당신의 그런 어느 날에 이 책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진하 작가의 위로가 더 많은 독자들에게 가닿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