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이 노래를 부르세요
최승린 지음 / 난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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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린, <질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이 노래를 부르세요>, 난다
2014년 등단한 작가 최수린의 첫 소설집을 소개합니다. 10편의 단편 속에는 인터넷 프리미어리그중계업체 팀장으로 일하는 전직 축구선수, 죽음을 앞둔 은퇴한 메이저리거, 헤어진 연인과 록스타의 공연장을 찾은 남자, 어중간한 재능으로 자신감을 잃은 사진작가, 아내의 유품을 찾기 위해 소원한 아들과 일본 여행길에 오른 남자처럼 ‘패배’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이들을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을 따라 소설을 읽으며 그들의 심정을 떠올리는 일이 어색하지 않은 건 우리들 역시 어떤 식으로든 그런 시간을 지나왔거나 지나고 있음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실패를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면 그런 의미조차 사그라진다. 모두가 실패자가 될 때, 그래서 누구도 실패자가 아닌 때가 온다.’ 먹먹하게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위로가 되는 건 아니지만 지금의 자신을 깨닫게 한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게 아닐까요? ‘질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이 책을 펼쳐보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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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 2018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한강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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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진주 #진주문고 #서점원추천책 #김유정문학상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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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작가 #작별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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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놀라지 마. 엄마가 눈사람이 되었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나도 몰라 잠깐 그렇게 됐어. 아까 조금 눈이 올 때 잠깐 벤치에 앉아 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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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 졸고 일어났더니 눈사람이 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작가의 담담한 묘사 덕분에 동화나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의 일처럼 이야기가 다가왔어요. 눈으로 뭉쳐진 손가락 끝마디가 바스락 무너지는 감각이나 눈물이 고였던 자리가 움푹 패이는 감각, 옆구리부터 천천히 무너져 내리는 감각을 고스란히 떠올리며 서늘하고 투명한 슬픔을 떠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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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소멸의 경계를 소설의 서사적 육체를 통해서 슬프도록 아름답게 재현해놓은 작품’이라는 심사평도 좋지만 작가가 그려놓은 감각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쌀쌀해지는 지금 읽어보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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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 이승우, 정지돈 작가 등 다른 작가들의 후보작들도 기대가 됩니다. 아직 여운이 가라 앉지 않아서 숨을 돌리고 더 읽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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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경 소설, <쇼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명제를 동시대에 다시 풀어 쓴다면 어떨까요? 내 생각과 내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을 담아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의경 작가의 첫 소설집 <쇼룸>에서는 물건으로 설명되는 인간의 삶을 그려냅니다. 집과 옷, 음식, 소비되는 시간으로 내가 설명된다면 반대로 소비를 통해 자신을 증명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설 속 인물들은 근사한—근사해 보이는 물건을 구입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삶에서 가성비와 가심비 사이의 최선의 선택지로써 다이소와 이케아를 선택합니다.

계란절단기나 레몬즙짜개, 크로파르프 소파와 헬머 서랍장, 고시원과 전세 보증금을 통해 확인 가능한 정체성은 종내 슬픔을 동반하게 합니다. 소비가 “삶이 아름답다고 착각하게 하는 착시이자 삶의 고단함을 잊게 하는 마취”인 것도 있겠지만 이케아 가구마저도 사치라는 소설 속 인물의 고백을 마주하는 지점에서 ‘소비하는 인간’이 아니라 소비로 설명되지 않는 여백을 읽습니다. 환하고 따뜻한 쇼룸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 속에서 제 자신의 슬픔을 겹쳐보기도 했어요.

다이소와 이케아의 소품을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마치 매장을 함께 걷는 듯 생생함을 느낄 수 있어요. 맞아 그거그거 하면서요. 동시대를 담아낸 수작으로 <쇼룸>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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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피아노 -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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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손보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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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미,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손보미 작가가 5년만에 펴낸 단편집입니다. 일상의 순간에서 삶의 단면을 포착해 온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는 인물들 사이에 있는 긴장감—일어나지 않은 사건,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한 기미에 주목합니다. 단편 ‘산책’에서 놀이터에서 만난 어린 연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늙은 아버지의 모습은 작가의 등단작 ‘담요’에서 놀이터의 소녀에게 말없이 무릎 담요를 건네던 경찰관의 모습이 떠오르며 그 사이의 변화를 생각하게 합니다. 무엇인가 확신할 수 없고 내 뜻대로만 삶이 흘러가지 않으며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 같지만 작가가 말하지 않은 부분, 일어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 생각하는 동안 그 무게를 깊이를 함께 읽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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