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1 | 2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약속된 장소에서 언더그라운드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략

 

미국의 작가 러셀 뱅크스는 소설 대륙 이동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아보다 큰 힘을 가진 것, 이를테면 역사, , 무의식에 자신을 내맡겼을 때, 사람은 아주 간단하게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맥락을 잃어버린다. 한 편의 드라마여야 할 인생의 흐름이 끊겨버리는 것이다.

 

그렇다, 만일 당신이 자아를 잃는다면 그 순간 당신은 당신 자신의 일관된 이야기를 상실해버린다. 그러나 사람은 이야기 없이는 오랫동안 살아갈 수가 없다. 이야기라는 것은 당신이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한정된 논리적 제도(또는 제도적 논리)를 초월하고, 타자와의 공시 체험에 중요한 비밀 열쇠이며 안전핀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물론 그냥 이야기. ‘이야기는 논리도 윤리도 철학도 아니다. 그것은 당신이 꾸는 꿈이다. 당신은 어쩌면 느끼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신은 숨을 쉬는 것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그 이야기의 꿈을 꾸고 있다. 이야기안에서 당신은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존재이다. 당신은 주체인 동시에 객체다. 당신은 종합인 동시에 부분이다. 당신은 실체인 동시에 그림자다. 당신은 이야기를 만드는 메이커인 동시에 그 이야기를 체험하는 플레이어. 우리는 많건 적건 이러한 중층적인 설화성을 지님으로써, 이 세계에서 개체로서 느끼는 고독을 치유해가는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혹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유의 자아를 가지지 못하면 고유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없다. 엔진 없이 차를 만들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리적 실체가 없는 곳에 그림자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당신은 지금 다른 누군가에게 자아를 양도해버렸다. 그럼 당신은 어떻게 하면 좋은가?

 

그럴 경우 당신은 타자로부터, 자아를 양도한 그 누군가로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받아들이게 된다. 실체를 양도해버린 대가로 그림자를 받게 된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치일지 모른다. 당신의 자아가 타자에 동화되어버리면, 당신의 이야기도 타자의 자아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문맥에 동화되지 않을 수 없다.

 

대체 어떤 이야기일까?

 

그것은 딱히 복잡하고 세련되고 그럴듯한 이야기일 필요는 없다. 문학적 향기도 필요 없다. 아니, 오히려 조잡하고 단순한 게 낫다. 나아가 가능하다면 정크junk인 게 좋을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복잡한,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는종합적이고 중층적인그리고 배반을 포함한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것에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기 때문이다. 그런 표현의 다층에 자신의 몸을 둘 장소를 발견할 수 없기에, 사람들은 자진해서 자아를 던져버리는 것이다.

 

때문에 주어진 이야기는 하나의 기호처럼 단순한 것이면 충분하다. 전쟁에서 병사들에게 수여하는 훈장이 순금이 아니어도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훈장은 그것이 훈장이다라는 공통 인식이 받쳐주는 한 충분히 존재 이유가 있으므로 값싼 동으로 만들어도 아무 상관 없다.

 

아사하라 쇼코는 그런 정크로서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다름아닌 그것을 갈구하는 사람들에게) 화끈하게, 또한 설득력 있게 내어줄 수 있었다. 그 자신의 세계인식이 거의 정크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조잡하고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였다. 외부자가 보면 실로 실소를 금치 못할 이야기다. 그러나 공정하게 말하자면 거기에는 딱 한 가지 일관된 것이 있다. 그것은 무언가를 위해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는 공격적인 이야기였다라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아사하라는, 한정된 의미에서는, 현재라는 공기를 파악한 희대의 이야기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아이디어나 이미지라는 정크적 인식을의식적이었든 그렇지 않든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주위에 널려 있는 부품을 적극적으로 긁어모아(영화에서 ET가 주위에 널려 있는 잡동사니로 고향 행성과 교신할 장치를 조립하듯이), 거기서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흐름에는 아사하라 자신의 내적 고뇌가 짙게 반영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품고 있는 결손성은 아사하라 자신이 끌어 안고 있는 결손성이었다. 때문에 아사하라 자신의 결손성에 자진해서 동화한 사람들에게 그 결손성은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데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그 결손은 이윽고, 아마도 내재적 모멘트의 작용에 의하여 치명적인 팩터로 오염되어간다. 대의로서의 무언가는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망상과 가상으로 변해간다.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그것이 옴진리교=‘저쪽이 제시하는 이야기다. 바보같다고 당신은 중얼거릴지도 모른다. 확실히 바보 같다, 실제로 우리는 아사하라가 제시하는 황당무계한 정크 이야기를 비웃었다.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낸 아사하라를 비웃고, 그런 이야기에 이끌린 신자들을 비웃었다. 꺼림칙한 비웃음이긴 했지만 적어도 웃어넘길 수는 있었다. 그건 됐다고 치자.

 

그러나 그에 대해 이쪽의 우리는 대체 어떤 이야기를 제시할 수 있을까? 아사하라의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떨쳐버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진 이야기를, 서브 컬쳐 영역에서건 메인 컬쳐의 영역에서건 우리는 가지고 있을까?

 

이것은 꽤 커다란 명제다. 나는 소설가이고, 아시는 바처럼 소설가란 이야기를 직업적으로 말하는 사람이다. 때문에 그 명제는 나에게 크기 이상의 의미이다. 말 그대로 머리 위에 매달려 있는 날카로운 칼날 같은 것이다. 그에 관해 나는 앞으로도 계속 신중하고 절실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의 우주와의 교신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나 자신의 내적 정크와 결손성을 하나하나 절절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본다. (이렇게 쓰고 보니, 놀랍게도 이것이야말로 바로 내가 오랫동안 소설가로서 하려 했던 일이 아닌가!)

 

 

그리고 당신(일단 이인칭을 사용하지만 물론 나도 거기에 포함된다)은 어떤가?

 

당신은 누군가(무언가)에게 자아의 일정한 부분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서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어떤 제도=시스템에 인격의 일부를 맡기고 있지는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그 제도는 언젠가 당신을 향해 어떤 광기를 요구하지 않을까? 당신의 자율적 파워 프로세스는 올바른 내적 합의점에 도달해 있는가? 당신이 지금 갖고 있는 이야기는 정말로 당신의 이야기일까? 당신이 꾸고 있는 꿈은 정말로 당신 자신의 꿈일까? 그것은 언제 어떤 악몽으로 변해버릴지 모르는 누군가의 꿈이 아닐까?

 

우리가 옴진리교와 지하철 사린사건에 대해 이상한 꺼림칙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그러한 무의식적인 의문이 실제로 해소되지는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나는 이런 생각을 도저히 떨쳐버릴 수가 없다.

 

중략

 

그들 대부분은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이 그때의 체험담을 주위 사람들에게 들려주었다. ‘사건에 대해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설령 외부를 향해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들은 많건 적건 각자의 방식으로 사건의 기억을 자신의 내부에서 확인하고 또한 객체해왔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말하는 사건의 경위는 대부분 지극히 리얼하고, 그중 많은 것은 비주얼(경정적)이었다.

 

,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억이다.

 

때로 우리가 자기 자신의 기억을 얼마나 기묘하고 이상한 방법으로 다루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독자 여러분도 적지 않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느 정신과 의사가 말했듯이 인간의 기억이란 어디까지나 사건의 개인적인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정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기억이라는 장치를 통해 우리는 때로 하나의 체험을 알기 쉽게 개편한다. 불편한 부분은 생략하고 앞뒤를 거꾸로 뒤집는다. 선명하지 않은 부분은 보완한다. 자신의 기억과 타자의 기억을 혼동하고 필요에 따라 바꿔넣는다. 그런 작업을 우리는 지극히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행하고 만다.

 

극단적으로 말해 우리는 자신의 체험에 대한 기억을 많건 적건 이야기화한다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많고 적음의 차이는 있지만 이것은 인간 의식의 지극히 자연스런 기능이다(요컨대 우리 작가는 그것을 의식적으로, 직업적으로 행하는 셈이다). 그런 가능성은 어떤 형태의 이야기된 이야기속에는 내포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본적인 인식을 가져주시기 바란다. ‘이야기된 이야기의 사실성은 어쩌면 진정한 의미의 사실성과는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말과는 다르다. 그것은 다른 형태를 띈, 하나의 틀림없는 진실이다.

 

후략

 

무라카미 하루키, 언더 그라운드2: 약속된 장소에서, 문학동네. 지표없는 악몽부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학동네 62호 - 2010.봄
문학동네 편집부 엮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문연자 소설 강독회

 

 

일시 : 201052() 늦은 일곱 시

 

장소 : 진군방

 

인원 : 김현주, 장원, 김형진. 이병진

 



 

강독회 작품

 

이기호,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 문학동네 2010년 봄 호(통권 62)

 

이동욱, 야간비행, 문학과 사회 2010년 봄 호(통권 89)

 

손홍규, 톰은 톰과 잤다, 작가세계 2010년 봄 호(통권 84)

 

강독회는 해당 기간 동안 읽었던 단편소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참여자들이 추천하고 선정한 작품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함으로써 각 작품의 주제와 그 형상화 방법 등을 평가해보자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소설을 읽는 안목을 기르고 이와 더불어 당대의 문학작품들이 어떤 현실을 담고 있는지, 참여자 각자 작품의 주제나 구성에서 어떤 점들이 필요한지 고민해보고 이를 실제 창작에 응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2회 강독회는 문학연구자료실에 비치된 아홉 종의 종합문예지 봄 호에 발표된 소설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추천과 선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사서 단독으로 작품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의 취향보다는 유의미한 소설적 형상화의 방법을 고민하며 작품들을 읽다가 보니 선정이 늦어지고 공지가 늦어진 점 양해드립니다.

 

추천의 변

 

병진 : 이기호,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의 경우, ‘삼촌의 프라이드 자동차라는 소재의 사용이 마음에 와 닿았어요. 결국 삼촌의 연애이야기를 하는 건데 거기에 대해서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면서도 내용을 환기시키고 있거든요. 이른바 소설에서의 객관적 상관물로써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동욱, 야간비행의 경우는 문장의 호흡이 인상적이었어요. 풍경들의 연쇄가 보여주는 독특한 감상이 소설의 전편에 흐르고 있으면서도 감상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느낌이요. 시적인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손홍규, 톰은 톰과 잤다에서는 이야기가 지닌 힘을 생각했어요. 상황 설정이 보여주는 매력 있잖아요. 그 자체가 긴장감을 만들어주거든요. 일반적인 후일담계의 이야기인데 그 이상의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톰과 선아의 정사 씬도 인상적이었구요.

 

, 그럼 시작해볼까요.

 

이동욱, 야간비행

 

현주 : 이 소설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 걸까요? 이 세 편의 소설 모두, 말을 하는 인물과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인물이 다른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야간비행조차도.

 

장원 : 나는 더블엔터(: 소설에서의 줄 바꾸기) 사용이 일단 마음에 걸려. 왠지 생각하면서 읽어야 할 것 같거든. (현주 : 더블엔터가 오글오글한 게.) , 나는 그거 싫어. (현주 : 더블엔터 문제는 차치하고) 툭 툭 떨어져 있잖아. 그러니까 내가 읽으면서 잘 안 들어왔어요. 상상하지 않고 보다보면 아무것도 읽히지 않아.

 

현주 : 그거 말고도 중간에 뜬금없이 이어지는 문장들이 문단 끝에서 나오고 그러잖아.

 

병진 : 그것보다는 먼저 집중해서 이야기해봐야 할 게, 아까 그랬잖아. 말을 하는 인물과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인물이 다르다고. 다시 표현해볼게. 이야기 속에 화자가 있으면 그 화자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소설이었다면, 화자가 이야기하는 것 너머의 것들을, 화자가 이야기하는 것 이외의 것들을 읽어야 하는 작품이라는 거지? 세 작품 모두.

 

현주 : . 셋 다 그렇죠. 솔직히 화자에 초점을 맞춰서 읽으면(병진 : 별다른 내용이 없는 이야기지) 그냥 그런 것 같거든요. 우리가 많이 생각하면서 읽어야 하는 작품인 것 같은데. 이기호의 소설만 해도 결국 삼촌의 연애 이야기가 중심일 텐데 연애 이야기는 하나도 안 나오고, 야간비행의 경우는 일단 넘어가고(병진 : 야간비행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아내와 화자의 이야기가 나와야 함에도 불구하고 드러나는 것은 풍경들의 묘사잖아) , 그것보다도, 담뱃불 빌려주는 남자 이야기가 더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해요. 이 남자가 처음에는 저는 담배 안 피워요, 하다가 나중에 해변에서 저도 가끔 담배 피워요, 하면서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처음에 이 남자가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여기서 나중에 익명으로 나중에 헤어질 사람이기 때문에 다 털어놓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속 알맹이는 뭔가 숨기고 있는 게 더 있을 거란 말이죠. (장원 : 너 그런 것까지 생각해?) 같이 여행지에 온 여자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처음에 모자로 보이잖아요. 나중에 이 남자가 이야기하는 걸 보면 모자는 아니란 말이죠. 그런데 여기서 아, 모자가 아니군, 하고 독자가 넘어가면 안 될 것 같거든요. 그것과는 다른 더 깊은 사이일 것 같다는 거죠.

 

병진 : 요즘 소설들이, 내가 그런 소설들만 선정한 건 아닌데, 대게 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 같아. 환기되는 부분들을 그냥 열어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 만약에 그렇게 안 읽으면 이 작품은 아무런 재미가 없는 작품이 돼버려. (장원 : 제가 그렇게 읽었군요) 그러니까 능동적인 독자들과 호흡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하나 더 생각했던 게 여기서 중심이 되는 이야기가 화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남자의 이야기라고 해도, 난 그것도 아니라고 봤거든. 솔직히 이 작품에선 풍경들이 중심인물인 것 같았어. 처음에 야간 비행하는 비행기가 착륙하는 그 장면, 마지막에 아내와 복도를 걸어가는데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 장면, 소리나 장면, 느낌들이 우리를 더 강하게 매료시키고, 어떤 거냐면, 그 물방울 소리에 대한 묘사가 나올 때, 내가 환기할 수 있는 건 그 남자의 이야기도, 화자의 이야기도 아니고 그냥 내가 느꼈던 그런 기분들이거든. 그렇게 봐서 좀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이야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이 시적이라는 생각을 했었거든.

 

장원 : 저도 처음 이걸 읽었을 때 느낌이 비슷했어요. 대개 공허하고 슬프고. 물방울 떨어지는 거 보면서. 이야기는 하나도 기억에 안 남고 느낌만 남았어요. 이건 시예요. (병진 : 그래, 느낌이 강하지) 그럴꺼면 시를 쓰지. (형진 : 저 친군 불만이 많아) 아니에요. 잘 안 읽혀져서.

 

병진 : 내가 좀 현학적인 독서 취향인가? 난 이런 걸 보면 매력을 느끼거든. 약간, ‘그래, 넌 알 수 있잖아, 넌 알고 있잖아’, 이런 느낌으로 다가오면 매력을 느끼는데, 이 작품은 그래서 나에게 매력적이었어. 얼마든지 내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있고. 내가 감상할 수 있는 부분들을 주잖아. 오히려 이야기를 장악해서 쓰는 소설들이 아니라면 이것도 하나의 방법인 것 같아.

 

소설의 세계가 변해간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전의 소설들은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주체적 인물이 이야기를 풀어서 들려주는 형식이었다구. 그런데 이런 소설들에선 그 사람들도 다 몰라. 이 세계는 너무 커. 불확실해.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건 겨우 비행기가 활주로를 내려갈 때의 풍경들이나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에 대해서밖에 없어. 하지만 그때는 독자들도 똑같은 위치에서 그걸 듣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대화의 모양을 드러내어 준다는 생각이 들거든. 근대 소설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끌고 나가는 소설이었다면 요즘 우리가 겨우 쓸 수 있는 소설이란 이런 식으로 밖에 없지 않냐, 이런 식으로 밖에 독자와 소통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 이 작품을 읽으면서.

 

현주 : 그런 말 있잖아요. 누구도 꽃을 그릴 수 없다. 그런 거랑 이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풍경이라든지 소리라든지, 이런 게 분명 자기 감정을 환기시킬 수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저는 요새 책을 읽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읽다보면 그 속에서 저를 읽고, 저를 발견하고, 이러다 보니까 나중에 읽고 나면 책 내용이라든지, 작가가 분명 책 속에서 인물들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을 텐데, 그런 걸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은 저를 발견해서, 요새는 그런 걸 되게 경계하면서 읽거든요. 오직 작품 속의 인물들만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병진 : 나도 그런 게, 읽기와 쓰기가 분리되지 않는 그 상태에 우리가 걸쳐져 있으면서 읽는 게 단순히 읽는 게 아니라, , 그것 참, 애매모호한데, 하지만 읽을 땐 내가 즐겁게 읽는 책들이 있지 않을까? 이동욱 같은 경우엔 처음 등단작부터 이런 소설이었는데, 난 엄청 새로웠거든 이런 느낌들이, 그러니까, 이미지로 콜라주한 작품이란 느낌? 이것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는 하나의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어.

 

, , 문장이나 그런 이야기는, 시적이다 뭐, 이야기가 됐으니까 다른 이야기를 더 해볼까? 이 소설에서의 공간은 어땠니? (현주 : 공간이요?) 여행이잖아. 야간 비행기를 타고 갑자기 이국에 가 있는 거잖아.

 

장원 : 그게 약간, 아까 말했던 것들이랑 잘 어울릴 수 있는 지점인 것 같아요. 현실(일상)의 공간에서 이런 이야기가 잘 안 나올 거 아니에요.

 

현주 : 그런데 현실(일상)의 공간을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화자는 더 넓게 보지 않고 오히려 좁은 시야에 같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장원 : 맞아, 여행지에 갔는데도 여행 이야기는 별로 안 나오지) 여행지에 갔는데도 이 사람은 여행은 안하고 계속 방에 있고. 자기 아내만 보고. (장원 : 뒤에 퇴폐 클럽 이야기도 여행지 이야기처럼 안 들려) 만난 낯선 사람이라고 해봐야 남자고. 그거는 그렇지, 우리도 낯선 장소에 가봤자 결국 우리에게 익숙한 장소를 찾죠.

 

병진 : 난 오히려 여행지라서, 아까 장원이가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인데, 여행지라서 시너지가 되고 있는 것 같아. 풍경들이나 감상들의 찰나적인 인상들을 드러내는 데는, 우리 여행가면 스냅사진을 찍잖아, 그런 스냅사진 느낌이랑 이 작품이랑 잘 어울렸거든. (장원 : , 한 장 한 장. 더블엔터 사이가 그 한 장) 그런 스냅 사진 한 장 한 장은 그냥 지나가는 풍경들이지만 사실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진들이잖아. 그러니까 여행지라는 소재와 그런 이미지들이 잘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어.

 

그 장면 있지? 늙은 쇼걸이 음부에 탁구공을 넣어서 쏘는 장면, 그리고 공이 굴러가는 모습을 나중에 묘사하는 부분이 나오지. 그런 부분들이 어울리면서 이 안에서, 길게 이야길 하려면 굉장히 감상적인 부분들인데, 감상에 빠질 수밖에 없는 부분들인데, 찰칵칼칵 그런 이미지들로만 지나가면서 굉장히 잘 환기가 됐고, 우리는 하나의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니라 그런 스냅사진들을 바라보면서 우리 스스로 이야기를 구축해나가야 하는 느낌?

 

현주 : 스냅사진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오히려 더블엔터가 아니라 가끔 문단 끝에 붙는 되게 뜬금없어 보이는 문장들이죠. (병진 : , 맞아 맞아) 그런데 그런 것들을 보면서 그게 오히려, 이 사람은 자기 안에만 갇혀 있고, 자신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고. 소설가는 더 쓰고 싶어도 이 화자는 거기까지밖에 안 보니까 거기까지밖에 못 쓰는 건데, 그래서 스냅사진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형진 : 이거 참, 유령이 말을 하면 안 되는데, (장원 : 오늘 참가자 명단 네 명이죠? / 병진 : , 물론이지 / 현주: 말하기 시작하면 네 명이 되는 거지 / 병진 : 아냐, 이미 기록했다니까) 그럼 3.5명이라고 치자. 유령이 말을 하면 안 되는데.

 

제목이 야간비행이잖아. 밤에 비행기를 타고 가다보면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보이는 것은 오로지 가로등 불빛 같은 거란 말야. 부담스럽다 갑자기. 아무튼. 아까 이야기한 스냅사진이라는 게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밤에 비행기를 타고 가다보면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언뜻 외부에 보이는 인상적인 불빛들. 이 소설에서 화자들이 보고 드러난 것들이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는데.

 

(병진 :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인상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지.) 그러니까, 난 그 어떤 부분적인 인상을 주는 게, 이 소설에서 노렸던 지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병진 : 아까 현주가 말했던 거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 정말 소설가들은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그 말을 끝까지 다 할 수 있는 사람들이잖아. 그런데 이 작품에선 그 말을 다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게 먹혀들어간 거라는 거지? (현주 : )

 

나도 그런 생각이 들어. 이번 강독회 작품들은 단편이잖아. 단편들은 찰나, 순간의 느낌들을 보여주는데, 장편에서는 작가가 분명하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야만 이야기가 완결될 수 있잖아. 이런 작품들을 보면서, 이런 장치들은 분명 단편에서밖에 기능하지 못하겠구나. 장편에서 이럴 순 없겠구나, 말 그대로 작가가 이야기를 쓸 때 메시지가 있어야 분명하게, 묵직하게 쓸 수 있는 거니까.

 

시랑 소설이랑 물론 다르지만. 요즘 나오는 미래파 이후의 시들이 이런 느낌으로 잘 쓰는 것 같아. 툭툭툭툭. 예전 시들에서 보여주던 거대한 메시지를 주기에는 힘이 부치지. 잘 포착하고는 있지만. 그런 생각도 들어. 요즘 시대의 영향도 있는 것 같아.

 

현주 : 이런 것을 쓰려면 소설가가 자신을 꾹꾹 눌러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까 이야기 했던 그 장면. 탁구공 굴러가는 장면을 주인공이 아니라 소설가가 그 자리에서 직접 묘사하면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묘사도 구체적일 수 있고, 더 많은 상징을 담을 수도 있을 테구요, 더 많은 사유를 했을 텐데, 그게 아니라 작가는 하나의 인물을 상정하고 있어요. 작가는 화자를 상정하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굉장히 억제해야 했을 거예요.

 

병진 : 대개 우리가 쓰면서 겪는 가장 큰 딜레마가 작가와 화자가 겹쳐지면서, 이런 거 있지, 나는 알고 있으니까 설명을 하는데 남들은 읽어도 몰라준다거나, 요만큼만 이야기해도 되는 건데 지나치게 설명을 많이 해서 긴장감을 떨어뜨린다든가, 겹칠 때 나타나는 문제들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좋은 참고가 되는 것 같아요.

 

현주 : , 괜찮죠. 이 소설에서 작가가 자기를 눌러서 딱 커트를 함으로써 독자는 그 장면을 읽고 자기가 자기 언어로 해독해낼 수 있는 건데, 작가가 일일이 독자들에게 맞춰서 이야기해줄 수 없는 거니까, 그렇담 차라리 포기를 해버리고, 괜찮아, 이제부턴 네가 생각해, 이렇게 주는 것 같은데, 그게 더 나은 거 같거든요.

 

병진 : 이 사람 전작도 읽어봤어? 지난겨울 문예지에서 본 것 같은데, 아케이드라는 작품이었는데, 숨 가쁘게 이미지들이 흘러가는데 그게 리듬이 있었거든. 무작정 따라가야 하는 게 매력적이었어. 그 작품도 내용이 그렇게 중요한 작품이 아니었거든. 풍경들이 힘을 가지는 작품. (현주 : 그런데 얼마나 더 이렇게 쓸 수 있을까요?) 허허. 이 사람 아직 신인인데 이런 스타일로 계속 주목받고 있거든. 앞으로 발표되는 작품도 계속 유심히 찾아보려고. 충분히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아. 재밌는 것 같아. (현주 : 앞으로 이 사람이 어떻게 쓸 지가 더 궁금한데요. 아직은 그런 느낌이고 독자들에게 그래 그래, 생각하라는 느낌인데, 다음에 똑같이 이렇게 쓰고 있으면 그때는 책임회피라고 느낄 것 같아요.)

 

장원던져 놓고, 해석의 자의성에 맡겨버리고, 도망가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병진 : 그렇다고 보기엔, 작가의 의도가 느껴지지 않아? 적재적소에서 끊어지면서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잖아. 행갈이나 장면의 전환이 우리가 평소 합평작에서 보는 것처럼 습관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부분에 딱. 덧붙여지는 뜬금없는 말들이나 그런 게.

 

장원 : 그건 오히려 의도적인 거잖아요. (현주 : 그러니까, 의도가 있잖아. 책임을.) 그런데 의도적인 거랑, 독자들에게 해석을 맡기는 거랑 모순이 있는 게 아닐까?

 

병진 : 그래, 우리가 이것도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 우리가 글을 쓸 때, 그 글의 주인이 자기가 아니잖아요. (현주 : 그렇죠.) 글 하나가 스스로 생명력을 지녀야하는 거니까. 이 작품은 그렇게 봐야할 것 같아요. 나 같은 경우엔 나와 글이 분리가 안 되는 편이라. 좀 무책임한 타입인데, 오히려 작가가 글이랑 딱 분리가 되었을 때 더 책임감이 있는 것 같애.

무책임한 게 아니라 이 글이 지닌 운명이지.

 

현주 : 비단 이 작품뿐만이 아니라 세 작품 모두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이번 강독회 작품을 읽으면서 지난 동기 합평 때의 한 장면이 떠올랐는데, 합평이 끝나면 작자의 변을 하잖아요. 그런데 동기 하나가 앞에 나가서 (병진 : 해설해? 자기 작품을? / 장원 : 진짜? 아이 부끄러워.) 저는 이렇게 쓰려고 했는데 합평 하는 분들이 이렇게 해석을 해주셨다. 그런데 이건 이게 아니고, 이게 아니고, 이런 식으로 막 설명을 하더라구요. 근데, 저는 거기서 무슨 생각을 했냐면, 작품이 하나 나왔는데, 누가 그렇게 읽었으면 그건 네가 어떻게 쓰려고 했던 그런 소설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거는 앞에 나가서, 나는 그렇게 쓰려고 했는데 네가 이렇게 읽어서 나는 상처를 받았다.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되는 작품이죠. 왜냐하면 그렇게 안 썼으니까.

 

병진 : 그리고 여기서 또, 간지럽지만 아름다운 장면들 있잖아요. , 우산 접어주는 장면이라든지. 여자친구가 우산을 정성들여 접는 모습을 착한 강아지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하는. 굉장히 (현주 : 그게 굉장히 보편적인 장면인데, 남자 애들이 대개 우산을 잘 못 접잖아요.) 아니야, 나는 잘 접어. 꼼꼼한 남자야.

 

현주 : 아니, 대개는 그렇다구요. 여자들이 우산을 접을 때 남자들은 그러면 할 일이 없으니까 가만히 그 모습을 보고 있어요. 그런데 그걸 잘 포착했죠.

 

병진 : 그리고 이 작품은 나름 액자구성이잖아요. 전체의 큰 그림 안에 아내와 여행 온 화자의 이야기가 있고, 또 그 사내의 연애 이야기가 있고. 이 세 개의 액자가 굉장히 효과적으로 겹쳐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여자랑 헤어지게 된 남자의 이야기에 드러나는 상실감과 아내와 나의 관계 이야기가 서로 시너지를 내고 있어요. 그게 또 그림이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미술에서 그런 것 있잖아. 삼원색이라고 해야 하나? 서로 함께 있을 때 잘 보이는 그런 거. 이 이야기들이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

 

현주 : 중간에 도마뱀 이야기 나오잖아요. (병진 : 그거 역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부분이지 / 장원 : 도마뱀은 괜찮은 장치 같아요. 그런데 정확한 의미는 잘 모르겠어요.) 아내가 도마뱀을 보고, 아내가 있는 방에 도마뱀이 있었던 건가? (장원 : 도마뱀이 무단 침입한 거 아니었어? / 형진 : ***해독불가)

 

병진 : 잠시, 한 번 찾아볼게. 한 번 더 읽고 시작했어야 하는 건데

 

장원 : 그리고 궁금한 건데 중간에 샤워하는 사람의 형상 이야기도 나오잖아요. 이건 왜 있는 걸까요? (현주 : 그러고 보면 도중에 이건 어떤 의미일까 하는 게 굉장히 많다.) 이런 것도 있어. 살이 순두부 같다는 이야기는 왜 있는 거지!

 

형진 : 사실 상당히 엉뚱한 면이 많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인데 특히나, 저기, 아내를 보면 소설의 성격이랑 안 맞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난 그런 부분도 재밌던데. (병진 :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줄래?) 예를 들면, 아내가 굉장히 해맑잖아요. 이 소설 내용 자체는 뭐랄까, 상당히, 알 수 없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과 그러면서 보이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길 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상당히 진지하게, 엄숙하게, 아니, 엄숙은 아니구나. 어쨌든 분위기를 잡아야하는 소설인데, 아내라는 해맑은 캐릭터, 아내와 나의 관계, 그리고 화자의 모습이 재밌지. 아내가 여행을 가자고 해서 휴가를 내고, 아내가 밖에 나가고 싶다고 해서 따라 나가고. (장원 : 강아지?)

 

현주 : 아내가 해맑은가요? 아내를 도마뱀이랑 같은 공간에 놓고 봐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아니, 이것도 개인적인 거군. 도마뱀에 대한 개인적인 이미지가 있거든요. (장원 : 설명해줘야 줘) 그러니까, 욕구. (장원 : 욕구? / 병진 : 욕망이야? 욕구야? 전혀 다른 표현이잖아) 욕구. 욕구가 맞는 것 같은데. 성욕이지 성욕. 성욕이랄까? 뭔가를 갖고 싶다거나. 정말 개인적인 거네요.

 

그래서 도마뱀이랑 아내가 같은 공간에 있다고 보면, 굉장히 해맑아 보이는 아내지만 사실 보면, 뭔가 고갈돼 있고. 주인공이 아내에게 잘해 줄 것 같지가 않잖아. (장원 : 문제가 많은 인물이야.) 그러니까. 근데 그런 남자랑 한 집에 살다보면 이 남자가 아무리 잘해줘도 아내는 상실감을 느낀다구. 그게 도마뱀으로 나타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장원 : 처음에 도마뱀 이야기가 콘돔 이야기랑 같이 나왔지. (현주 : 그런가?) 다 쓴 콘돔이랑 도마뱀 꼬리랑 겹쳐지는 부분이 있었어.

 

형진 : 난 도마뱀이랑 아내가 같은 공간에 있을 때, 아내가 있는 방에 도마뱀마저 들어왔단 생각이 들었어.

 

장원 : 이 소설 자체가 논리적이지 않아요.

 

현주 : 그게 똑같이 화자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이야기라고 해도, 이기호 소설의 경우 그래도 조밀한 느낌인데, 이건 구멍이 뚫려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장원 : 예전에 진군 합평작 중에 이런 게 있었어. , 그거 기억하세요? 로모(09학번 심소현 ). 그건 소설 자체가 퀴즈였잖아요. 작가가 의도했던 게 이 소설이랑 비슷한 거 같아요.

 

병진 : , 다시. 이런 소설을 읽을 때, 이야기의 인과 보다는 감정선을 중심으로 읽어 가는 게 어울리는 독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현주 : 감정선이요? 인물들의 감정선이요?) 이 소설은 인물들의 감정선보다도, 이 소설에서 캐치해야하는 부분은 인물들의 감정선과 풍경들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거죠. 인물들의 감정선이 풍경으로 묻어나오잖아요. 예를 들면, 이거죠. 주인공인 화자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과 헤어지게 됐고, 많이 힘들었어요. 맨날 여자친구가 있는 곳으로, 술 취하면 찾아간다고 (장원 : 어우, 찌질하게)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그러다가 직장 선배의 주선으로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사랑하려고 노력했고. 그러니까 그런 감정이잖아. 그 감정을 생각해봐. 그리고 이 여행의 풍경들을 생각해 봐. 그리고 주인공인 화자가 남자랑 이야기하면서 느끼는 풍경. 감정. 다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노력했다는 느낌.

 

형진 : 그런데 그 감정이라는 게 작가가 화자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감정 아냐? (병진 : 그렇지. 그런 식으로 굉장히 잘 기능하는 거지.)

 

현주 : 인물들의 감정선을 쫓아간다기보다 그걸 읽으면서 자기 자신의 감정들을 떠올릴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병진 : 그래서 나한텐 정말 와 닿았어. / 장원: 정말요? 형 혹시 그런 경험 있으세요? / 병진 : 난 맨날 그러지. 맨날 술만 취하면. / 장원 : 어떡해. / 병진 : 집 앞에서 기다리고. / 장원 : 형은 90년대 사람 같애.)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읽히는 거구나.)

 

병진 : 더 이야기하고 싶긴 한데, 이야기가 더 길어지면 산만해질 것 같고. 다음 작품하기 전엔 미리 이야기해서 키워드를 정해놓고 진행해 봐요. 이번 작품은 제가 너무 안일하게 진행한 것 같네요. 자 그럼 잠깐 담배 한 대 피우고 계속 할까요?(* 2432)

 

이기호,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

 

병진 : 드디어 두 번째 소설, 이기호의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엔 주제를 가지고 순서대로 이야기하는 게 좋겠네요. 일단 감상부터 한 번씩 이야기해 볼까요? 형진이가 방금 읽었으니까 뜨끈뜨끈한 감상부터 들어볼까요.

 

형진 : 재밌었어. (병진 : 뭐가 재미있었는지 얘기해줘야죠 / 현주 : 길게 길게 / 사이)

 

병진 : 녹취할 때 제스추어랑 표정 같은 것도 담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 김형진 기지개를 켜더니 턱을 괴면서(현주 : ) 그리고 턱수염을 만지기 시작.

 

(사이), 생각 더 하시구요. 이야기 하면서 더 이야기가 나올 테니까 넘어갈께요. 현주야.

 

현주 : 중심소재가 프라이드 자동차잖아요. 저는 김영하 소설 읽을 때 중심소재가 아니더라도 자주 자동차가 나오는 걸 보고, 제가 언제 주위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여차하면 김영하는 자기 차랑 자겠다고. (장원 : 이게 그 이야기네.) 내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저는 이 소설에서 보여지는 남자들의 자동차에 대한 애정 이런 것들이 몰입이 안된다고 해야 하나? (병진 : 남자들은 정말 그런게 있다고. / 장원 : 정말 그 정도일까요? / 병진 : 네가 마이카가 없어서 그래.) 남자들은 정말 그런게 있어요. 제 사촌오빠가 차가 있는데, 차를 뽑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였어요. 갑자기 발 털고 타라!’ 그래서. (병진 : 그럴 때 정말 짜증나지. 우리 아빠는 신발 벗고 타라고 할 때도 있어.) 신발에 비닐 씌워주기도 하잖아요. 여자들은 안 그러잖아요. 우리 언니 차를 탈 땐 안 그러거든요. 쟤는 차랑 자겠다, 라고 할 때의 거리가 이 작품에서 느껴졌어요.

 

병진 : 남자의 마이카에 대한 애정 그건 이따가 정리해보자. 남자는 여자랑 다르지 확실히. 그런 부분은. 이론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장원이 넌?

 

장원 : 처음 시작 부분부터 따뜻한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 주잖아요. 그렇게 일관적으로 드러난 모습이 좋았어요. 따땃한 느낌. (병진 : 그렇게 잘 만들고 있지..)

 

그리고 소재를 가지고 잘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연애소설 같지 않은 연애소설을 만들고 있어서 계속 웃으면서 봤어요.

 

병진 : 그럼 마이카 이야기부터 정리하고 연애소설 이야기로 넘어가볼까? 그게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일단 난 마이카라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 남자의 특수한 위치에서 비롯했다는 생각을 해. 남자는 늘 운전을 해야 하잖아. 남자에게 자동차란 자신의 가족을, 여자친구를 태우기 위한 거잖아. (장원 : 이 소설에서도 그렇죠.) , 그런 식으로. 남자에게 차는 단순히 탈 것이 아니라 책임, 존재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 이 소설에서도 그렇지만.

 

그런 현상과 소설 속의 이야기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 삼촌은 아무 것도 없는 남자잖아. 그래서 할머니가 차를 사주는 거잖아. 거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고. (장원 : 그 차가 프라이드군요.)

 

현주 : 그러니까 남자가 읽었을 때랑 여자가 읽었을 때 거리감이 다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소재가 중심에 있는 소설이기 때문에.

 

병진 : 아까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말하고 있는 것은 프라이드 자동차지만, 말 되어지지 않는 부분에서 우리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거든. 이 소설도 그래. 내가 전에 이야기 할 때, 이 소설은 삼촌의 연애 이야기다, 그런데 삼촌의 연애 이야기는 하나도 안 나온다, 그랬었잖아. 사실 그게 아니라 이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는 모두 프라이드 이야기지. 중심이 되는 연애는 삼촌의 연애이기도 하지만 화자의 연애이기도 해. 화자도 차가 없고, 여자애한테 차를 태워주고 싶고, 결국 함께 프라이드를 탔던 사람과 잘 되잖아. 그러니까 프라이드 자동차를 둘러싼 연애 이야기들이 겹쳐 있는 건데, 그 안에는 나의 연애, 삼촌의 연애 외에도 고모, 고모부, 할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도 들어 있잖아.

 

단지 프라이드 자동차 하나만을 이야기할 뿐인데 그 안에 몇 개의 사랑 이야기가 겹쳐져서 시너지를 주고 있어. 아까도 이야기 했었지만, 그걸 어떻게 다 말할 수가 있냐? 다 말할 수가 없어. 어떻게 일일이 다 이야기를 해? 그런데 여기선 이 소재를 가지고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풀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리 수업 시간에 그거 배웠잖아. 풍경이 발견되고 어떻게 전체성이 깨어지고 사람들이 개인에 갇히게 되었는지, (장원 : 정말요? / 현주 : 니 수업 말고) 김형수 선생님 수업 시간에. 정말 그렇게 전체성이 깨어지고 개인화 된 세계에서라면, 우리가 소통할 수 있는 여지는 전체로써 다가오는 게 아니라 일부분의 힌트, 코드를 통해서 서로가 상상하는 게 아닐까? 우리가 풍경을 발견하고 개인이 내면화 되었다는 게, 수업 시간에 배운 용어로 말하면, 그런 것들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기능하는 소재를 찾아낼 수 있다면, 그걸 통해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면, ‘나는 너를 만나서 참 좋아라고 하는 것보다 너를 보면 맛있는 사과를 따다 주고 싶어라는 말에서, 우리가 사과에 대해서 가지는 의미는 제각각이겠지만, 그런 것이 유효하게 작용해서 충분히 의미를 전달한다면, 상상할 수 있다면, 작품이 독자에게 더 강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이 작품에선 프라이드 자동차가 그런 역할을 해주고 있잖아. 좋게 쓰이고 있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만큼.

 

(참고 : 김형수 선생님, 동서양 서사예술 수업-가리타니 고진, 일본근대문학의 기원풍경의 발견내용)

 

현주 : 저는 이 소설에서, 눈에 보이는 시각적 여백뿐만이 아니라 스토리 상에서도 여백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개별적으로 전달해 줄 수 없으니까, 독자가 여백에 자기를 넣어서 그 소설을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고 생각하거든요. 풍경이 발견됐다는 게 어떻게 보면 읽어버린 것을 찾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병진 : 분명 그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수업 얘기라서 장원이는?)

 

장원 : , 그런데, 생각할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러면 독자들이 읽으면서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던 것, 원래 없었던 것까지 발견할 수가 있는 거잖아요. (현주 : 그렇지, 독자들은 개인적인 체험을 끌어와서 작품을 읽는 거니까.) 그러면 이런 방식이 이전의 소설 보다는 더 위의 영역인 것 같아요. 적어도 소설이 가지는 영역이 넓어질 테니까.

 

병진 : 그러면 소설이 가지는 영향력은 늘어나지만 작가가 가지는 영향력은 줄어들겠지? 근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게, 문장 하나, 쉼표 하나, 줄바꿈 하나에 작가는 의도를 표현할 수 있어. 그런 의도와 독자의 상상이 만나서 대화가 잘 이루어졌을 때 작품의 의미가 드러날 수 있는 것 같아. 작가가 정말 고심해서 그걸 써, 말로 하지 않고 저번에 이야기 했던 보여주기의 방법을 통해서 의도를 드러낸다고 치자. 그런데 독자는 정말 생뚱맞은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서 생뚱맞게 이야기를 읽어버려. 그렇다면 올바르게 대화가 일어났다고 볼 수 없잖아. 독자에게는 작품의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작가에겐 이 독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 되어 버리는 거지.

 

현주 : 그런 여백을 남기는 소설이 쓰기 쉬울 것 같지만 점점 더 어려워지겠죠.

 

병진 : 자기 할 말이 있으면 그걸 바로 쓰면 되는데, 말해지지 않는 부분을 만들어내는 게 재밌는 것 같아. 근데 그건 계산이 필요한 부분이거든. 김경욱 소설가가 이전에 자기 소설론에서 썼던 건데, 예를 들어보자. 왕이 죽었다. 왕비가 죽었다.’라는 이야기가 있어. 이 자체로는 이야기가 되지 않아. (장원 : 중간에 인과가 있어야죠.) ‘왕이 죽었다. 그래서 왕비가 죽었다.’ - ‘그래서를 하나를 붙임으로써 여기에 긴장감이 발생하지. , 더 보자. ‘왕비가 죽었다. 그리고 왕이 죽었다.’ - 이건 더 긴장감이 높지 않아? 왜 그런 것 같아? (장원 : 일반적이진 않으니까.) 그래, 일반적이지 않으니까. 의구심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을 끌어들인다고. 똑같은 이야기야. 두 사람의 죽음에 관한 이야긴데, 그냥 놔두는 것, 연결해서 인과를 만드는 것, 인과관계를 뒤집는 것, 작가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이 세 가지를 선택할 수 있잖아. 그런데 이 선택에 따라 다 다르게 다가오잖아.

 

장원이 네 말처럼 독자가 작가 너머의 것을 읽어낼 수도 있겠지만, 미리 그 속에 독자의 상상을 기대하고 깔아두는 장치를 만드는 것은 작가라는 거지. 우리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똑같은 이야기라도 다른 층위로 표현할 수 있어.

 

장원 : 기대하고 깔아놓는다는 건 우리가 아까 이야기했던 거랑 반대의 이야기잖아요.

 

병진 : 아냐, 일방적으로 이야길 써서 전달하는 게 아니라 대화의 맥락을 가지게 된다고. 근대소설이, 이광수의 무정 같은 걸 봐. 잘난 지식인이 나와서 세계는 이런 거라고 말하잖아. 로빈슨 크루소, 영국 근대 초기 작품 들. 신문물을 소개하고 교양을 목적으로 하는 설명하잖아. 그런데 지금의 소설들에서는 우리가 다 똑같은 세계를 살고 있는 거잖아. 그런 세계에서 설명이라는 것들은 따분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 그럴 때는 단지 삼촌의 프라이드가 있었다하는 것보다, ‘삼촌의 프라이드 자동차는 후진이 안 되는 자동차였다.’ 그 다음 그 다음에 생겨나는 것들. ‘하필이면 왜 후진이 안 되는 자동차였던 걸까?’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으면서도 의도를 노출하는 거지. 이게 다 작가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해. 그런데 만약에 너나 현주나 형진이나 내가 그걸 못 읽어낸다면, 단순히 삼촌의 고물 자동차 이야기를 읽는데 그치는 거지. 그런데 충분히 형상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 내용을 느끼잖아.

그 장면, 자동차 수리점에 갔을 때, 정비사가 후진 기어 고치는 것을 만류하잖아. ‘그건 그냥 두셔야겠는데요. 이전 주인이 직접 그 부품을 빼달라고 했었거든요.’ - 그 순간 확 오잖아. 이 부분은 작가가 만든 거고. 그걸 느끼는 순간 작가가 우리와 대화한 거지.

글을 쓸 때, 봉사가 지팡이 두드리는 식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의도를 가지고 써야 하는 것 같아.

 

현주 :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후진이 안 되는 자동차라는 것은 상당히 인상적이잖아요. 그리고 이 소재를 통해서 삼촌의 연애사를 추리해 나가는 것은 인상적인데, 그 외의 연애 이야기들은 너무 일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병진 : 그냥 따뜻한 이야기들이지 / 장원 : 그거면 충분해 ) 아니, 그걸로 충분하지 않아. (병진 : ㅎㅎ 난 충분한데, 따뜻하잖아) 고모와 고모부의 에피소드 있잖아요. 삼촌에 대한 실마리를 주는 기능을 하지만 그 자체로는 느낄 수 없고, 화자의 연애 이야기도 나오긴 하는데, 프라이드가 후진이 안 된다는 설정을 빼면, 차가 한 대 생겼고, 여자애를 태우고, 여자는 좀 쿨한 여자고. 이 정도 이야기 밖에 없잖아요. 삼촌의 연애 이야기를 추리해가는 건 재미있지만 그 외의 이야기들은 그저 있는 이야기들일 뿐이고.

 

병진 : 그러니까 이 소설의 소재가 탁월하다는 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한계가 그 지점이 되는 것 같아. 이야기들의 구심점이 되어주는 탁월한 소재가 있기 때문에 힘들이지 않고도 이야기가 완결성을 지니게 되어버렸잖아.

 

현주 : 좀 더 인상적인 이야기가 되려면 이야기가 모이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인 이야기 하나하나가 각자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야 되는데. 하나의 소재에는 집중하고 있지만 그 외의 이야기들이 그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한 도구로써만 기능하지 않는가.

 

병진 : 내가 최근에 느끼는 건데, 작가가 모든 것을 다 말할 순 없잖아. 그렇담 결국 자기가 선택한 소재 등을 통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하는 건데, 장편에서는 분명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데 단편에서는 다르지, 네가 말한 매력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읽어내 주는 독자들이, 좋은 독자가 아니라 고마운 독자들이구나.

 

현주 : 야간비행의 경우, 안 보여주는 것들이 있으면 독자가 훨씬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행각해 낼 수 있는 발판이 존재하는 반면, (병진 : ! 그렇구나.) 여기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이상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생겨나지 않거든요. 그게 이 소설의 한계가 아닐까요? 독자들에게 여기서 보여지는 것 이상을 상상하게끔 만드는 발판이 있어야 하는데, 이 소설에선 그런 부분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병진 : 동감. 그렇네.)

 

형진 : 그런데, 여기서 일단, 이 소설에 나오는 삼촌의 경우에는, 화자나 주변 인물들과는 다른 인물이 되어버렸잖아, 그러면 그 삼촌의 이야기가 더 특별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병진 : 삼촌이 특별해질 필요가 있을까? 그러니까,) 다르지. (병진 : 난 엄두가 안 나는 게, 이 소설은 프라이드 하나에 다 매료되어 버리기 때문에) 그 프라이드 자체가 삼촌인데.

 

현주 : 그렇담 삼촌의 연애 이야기와 다른 연애 이야기들은 비교의 대상이란 소리인가?

형진 : 그러니까, 삼촌에 집중되어 있다?

 

병진 : 그게 재미있는 건 단순히 삼촌의 연애 이야기라고 할 수 없는 게, 삼촌의 연애에 대해 궁금해하는 화자가 나오잖아. 이 작품은 화자가 프라이드를 통해 이야기를 추적하는 양식으로 되어있어. 고모의 이야기, 할머니의 이야기, 자신의 이야기 (현주 : 주차하는 장면 잘 만들어냈죠,) 그런 장면들이 분리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아. 화자를 통해서.

 

장원 : 저는 분리되어 있다기 보다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 프라이드를 통해서 화자의 연애와 삼촌의 연애가 닮아 있잖아요. 차를 통해 이어지는, 그러고보니까 전부 차 이야기네요.

 

병진 : 우리 여기서 또 김동리 선생님의 한 마디, ‘좋은 소재는 스스로 주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번엔 이걸 이야기해보자. 이 소설의 감동이 아, 흐뭇하다-이런 느낌이었다면, 현주 넌 부족한 것 같다고 했잖아. 장원이 너부터 해보자. 이 소설은 어떻게 너에게 감동을 줬니?

 

장원 : 그냥 따뜻한 거죠. 잘 전달해주고. 단순히 말하면 잘 안 와 닿잖아요. 슬프다, 하는 건 슬프지 않고 슬픈 상황이 슬픈 감정을 전달하는 것처럼, 그런 식으로 구체화 된 게 좋았어요.

 

현주 : 이 소설에서 감동을 주는 건 딱 그 장면이죠. ‘, 옛날에도 그런 아저씨 있었는데, 후진 못해서 고생하던“ (병진 : 그래, 그 장면. / 장원 : 겹치지. 자신의 모습이랑 삼촌의 모습이) 겹치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 거기서 여자애가 이야기하는 순간 삼촌의 모습이 확 겹쳐지잖아. 그리고 정비소에서 후진 부품을 빼달라고 했다는 걸 확인하잖아. , 내 전화네.

 

(중간 통화 : 금방 마치고 고기 먹으러 가자는 내용)

 

현주 :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죠? 후진 부품을 제거했다는 이야기랑, 후진이 안 되기 때문에 삼촌은 그 여자의 집까지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거잖아요. 그러면서 삼촌은 그 여자랑 오랫동안 그 사랑을 하고 싶었다는 얘기죠. 그 푸품을 빼버림으로써 자동차의 수명이 연장되는 거니깐. 그 여자애가 말하는 순간 앞에서 추리해 온 것들이 사진이 겹치듯이 차차차착 딱! 그 대사 한 줄에서 다 정리가 되는 느낌.

 

병진 :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계속해서 발전하는 긴장이 있어. 제일 처음에는 삼촌에겐 차가 있었다. 내가 그 차를 탔다. 그 다음에 드러나는 게 후진이 안 된다는 것. 삼촌의 차계부 발견, 삼촌의 연애에 관한 내용 확인, 그리고 그 집을 찾아가는 것, 그 집이 외길 언덕 위에 있다는 것까지 연결이 돼. 그리고 마지막에 정비소에 찾아갔을 때, 삼촌이 후진 기어를 빼달라고 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 긴장감이 유지되다가 마지막엔 반전이지.

이렇게 전통적인 서사 전략을 따르고 있어. 발단, 전개, 위기, 절정이런 식으로. 그게 또 굉장히 편하게 느껴지거든.

 

현주 : 편하긴 하죠. 소재도 그렇고. 똑같은 이야기를 계속 하는 거지만. 차에서 주행기록을 발견한다든지, 그런 부분들이 너무 결과를 몰아가기 위한 장치 같아요. 특수한 정비소라든지. (병진 : 뻔하지 / 장원 : 운행기록부터 너무 티났어. 삼전 자동차도.)

 

병진 : 다른 이야기지만, 내가 김소진 소설들을 좋아하거든. 본 거 있어? 김소진 작품들은 공을 들여서 만들어진 게 티가 나. 딱딱. 이렇기 때문에 이렇게 되고 그런 거. 이전엔 그게 작위적이라는 생각을 했거든. 지금에 와서 다시 읽으면 와, 이렇게 작가의 역량이 드러나는 작품이 있나, 하고 다시 보게 된단 말야.

 

현주 : 그런데 강독회에서 이런 이야길 제가 하면서도 참 안타깝고 쓰면서는 한계를 느끼고.

 

병진 : 쓸 때 치밀하게 구상해서 쓰면, 공감할 수 있잖아. 얘는 여기서 정말 힘들었겠다, 하고. 여기서 화자에게 차계부를 발견시킨 이유는 그렇지 해야만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야. (장원 : 얼마나 고민했을까요? / 현주 : 이거 너무 작위적이야 하면서도 안 작위적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장치를 찾아냈을 때 얼마나 신나게 써 내려 갔을까?

 

여담이지만 이 소설을 읽고 이기호 씨랑 직접 통화를 했어. 새벽 두 시에 전화를 받더라고. 지난겨울부터 발표되는 작품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 너무 재밌더라구요. 느리게 말하시더라구. ‘어유, 그랬어요, 어디가 그렇게 재미있었어요?’ 오늘 강독회 때 했던 이야길 했어. ‘그렇게 읽으셨다니 저는 고맙죠, 그런데 술 한 잔 했나 봐요?’ 그래서 술 마신 김에 기분 좋아서 전화했다고. 좋게좋게 이야기를 마무리했는데. 정말 좋은 사람 같아. 좋은 사람이니까 새벽에 술 마시고 전화해도 받아주지. 새벽 두 시. (형진 : 또 전화했냐?) 아니, 근데 내가 성태 형에게도 자랑삼아 그 이야길 했었는데, 형이 그러시더라고. ‘이병진, 너 왜 나한테는 전화 안 하냐?’ 하하하. 선생님 소설은 제가 뭐라고 할 만한 소설이 아니라 더, 말을 하는데 얼굴이 화끈거려서 (일동 웃음)

 

확실히 소재가 강할 때 작가의 의도가 소재에 함몰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가 쭉 이야기 한 것처럼 그 안에다 의도를 넣기 위해서 조율하는게 중요할 것 같고

 

현주 : 근데, 이 작품은, 우리 전에 신춘문예 봤을 때, 청소기 소설 있잖아요. (병진 : 이지영 씨) 그거랑 비교했을 때는 (병진 : 소재주의 이야기 했던 거는 이유 씨. 안면인식장애.) , 청소기가 아니었구나. 여튼 그 소설에 비하면 고민이 녹아 있는 작품이에요. 프라이드에 함몰되지 않는.

 

병진 : 여기선 프라이드 보다 프라이드에 관계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이니까. 마지막 장면이 그래서 감동적이었어. 프라이드를 폐차해야 하잖아. 프라이드를 마지막으로 몬 날 할머니를 태우는 장면인데, .

 

나는 허리를 더 아래로 깊숙이 숙인 채 프라이드를 밀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면서 또 생각했다. 삼촌은 이렇게 직접 민 것 또한 노트에 적어 놓은 것일까. 그렇다면 그 거리는 과연 어떻게 잴 수 있는 것일까. (장원 : 거기서 제목이 이어지면서 아흐.)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

 

현주 : 그리고 또 그 장면이요. 사촌누나가 길에 서 있는 흰색 프라이드를 보고 숙모님이라고 불러본 적이 있다고. (병진 : 그래 그거 재밌었어 / 장원 : 그런 걸 어떻게 쓰나 모르겠어요)

 

병진 : 난 이기호 그 전에 안 좋아했거든. 사과는 잘해요 장편도 별로였고. 그런데 지난 겨울에 발표된 행정동이란 단편을 읽는데, 재밌었어. 이기호의 전작들이 단순히 재밌는 이야기에 그친 반면, 최근작들은 거리가 확보되어 있다는 게 느껴져서. 그게 요즘 내가 고민하는 부분인데 그게 직접 드러나는 것 같아서 재밌더라고.

 

현주 : 전 그동안 이기호 작품 안 읽어봐서 모르겠는데, 이기호가 이 전에는 따뜻한 이야기를 안 썼다고 (병진 : 갈팡질팡, 재밌는 이야기였지) 그런데, 제가 그 소설을 읽을 땐 어떨지 모르겠어요. 저는 따뜻한 것보단 망가져가는 게 좋거든요.

 

형진 : 그런데 이 소설은 따뜻하다기보다는 씁쓸한 부분이 더 많은 것 같은데. 이를테면 프라이드를 이 삼촌이 예쁘게만 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 프라이들 자체가 여자와 자신의 비극을, 비극이라기보다. 프라이드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때도, 프라이드와 삼촌이 동일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게 뭘 상징하고 있을까를 생각하면 좀 씁쓸하지, (병진 : 삼촌은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현주 : 이런 생각도 들죠. 삼촌의 연애가 문제가 없었다면 굳이 프라이드를 후진이 안되게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장원 : 놀라운 지적이네요)

 

형진 : 화자는 이 프라이드를 가지고 연애를 하잖아. 그것은 응당 삼촌이 바랐던 모습일 텐데. (장원 : 삼촌은 정말 어디로?) 그러니까. 삼촌의 잔영을 생각하면, 읽고 나면 씁쓸하더라구.

 

현주 : 화자의 이야기는 따뜻하지만 삼촌의 이야기는 따뜻하지 않지. (장원 : 저는 왜 그걸 생각하지 않고 읽었을까요?) 삼촌이 자기를 몰아붙이는 것 같잖아.

 

(중략 : 새차를 뽑는 것에 대한 논의)

 

병진 : 난 영화 아바타 생각이 났어. 남자에겐 좋은 차가 있어야 한다. 푸훗. 그것도 차 이야기고 이것도 차 이야긴데 이게 훨씬 재밌다. (일동 웃음)

 

저희 이기호 씨 소설 더 있을까요? 오늘 너무 늦어지면 안 될 것 같아서. 아쉬운 이야기는 다음에 하구요. 다음 소설로 넘어가겠습니다.(* 3451)



손홍규, 톰은 톰과 잤다

 

병진 : , 손홍규 작가의 톰은 톰과 잤다시작 하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짤막하게 감상부터 얘기 하면서, 화제를 캐치해서 얘기를 진행 해보도록 할게요. 이번에는, 장원이 먼저 해볼까?

 

장원 : ? , 저는 좀 벙쪘습니다. 마지막 부분 이건 뭘까요? (현주 : 마지막 부분이 뭐였지?) 톰과 톰이 자는 거. (병진 : 톰과 톰은 잤다는 거지.) 그러니까, 그게 뭘까요? (현주 : 그게?) 아니 그러니까 나는 이게 무슨 얘긴지, 나중에 어쩌자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

 

병진 : 그럼 이 부분은 한 번, 화제 삼아 이야기 해보도록 하죠.

 

장원 : 아니 진짜 이거 궁금해요. 톰과 톰이 잔 걸까요, 아니면 그 여자애랑 잔 걸까요? (병진 : 허허하하하 / 현주 : 관념적인 거 아냐?) , 관념적이긴 해. 근데 뭔가 일이 있었을 거 아냐?

 

형진 : 이 친구가 남미 소설 읽으면 죽겠는데, 그냥.

 

현주 : 거기 보면, 왜 톰이 얘기하잖아. 내가…… 누구냐, 선영이? 맞나, 선영이? (장원 : 그런가? / 병진 : 아냐, 아냐, 아냐, 선영이 아니야. 이름이 뭐냐?) 아무튼 누구랑 잘 때, 어느 순간 눈을 뜨고 보니 밑에 내가 누워있었다-그러니까 톰은 다른 여자들이랑 자면서도 결국 톰이랑 잤던 거지. (병진 : 그래, 그래, 그런 거지.)

 

형진 : ? 아니, 나는 좀 반대, 반대라는 생각이 드는데. (병진 : 아냐, 아냐, 아냐, 맞아.) 아니, 그러니까, 오히려, 그러니까, 다른 여자랑 잘 때는 다른 여자랑 잤던 거지만, 그러니까, 그 여자와 잘 때는 (현주 : 아아) 그 때 비로소 자신과 잘 수 있었던 것이지.

 

병진 : 자신과 잘 수 있다는 말은 (형진 : , 좀 이상하긴 하지만) 긍정적으로 들리는데, 여기선 그게 아니라, ‘톰이 선아를 욕망한 순간, 선아와 관계를 맺는 순간, 스스로의 어떤 껍데기 같은 걸, 그러니까, 드디어 잘 수 있다가 아니라, 그렇게 함으로써……, 깨달은 거지. 어떤 식의. (장원 : 근데 그 깨달음이 뭘까요? / 현주 : 뭘 깨닫지?) 그거는 좀 있다가, 집중해서 얘기를 해보자.

 

장원: 그러니까 궁금했던 게 그 부분이에요.

 

병진: 그럼 자연스럽게 얘기로 넘어가자. 어떤 거냐면, 자기의 단단한 욕망을 깨달았잖아. 이 톰이란 인간은. 굉장히 매력도 있고, 보면 잘 생긴 것 같애. 마치 형진이처럼 잘 생긴 사람이겠지?

 

근데 톰은 모든 여자들이랑 다 자잖아? 근데 그 여자들을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선아의 경우는, 오랫동안 같은 하숙집에 있었을 거 아냐. 톰은 선아를 지속적으로 욕망해왔을 거라고. 억지로 잤을 거라 생각해. 억지로. 강요를 하든 어쩌든 해서, 억지로 자게 됐는데, 그 아름다운 단단한 선아의 몸을, (현주 : 그런데, 억지로 잔 건 아니지 않아요? 거기 보면, …… 집에서는, 안 잤지?)

 

(중략 : 톰이 선아와 언제 잤는가에 대한 내용)

 

병진 : 어쨌든. , 자게 된 날 밤.

 

현주 : 근데 끝까지 한 건 아닌 거 아니에요?

 

병진 : 끝까지 하건 어쨌든, ……, 용어를 팍팍 쓰면 편할 텐데. 그러니까, 삽입을 하고 성행위가 이루어졌지만, 그 이후에 슬퍼지고 울게 되는 거잖아? 톰이라는 인물이 욕망하던 건 선아라는 객관적인 아름다운 대상이었단 말이야. (장원 : 정말요?) . 선아는 아름다우니까. 누가 봐도 아름다운 존재라고. 여기서. (장원 : 근데 쟤는, 섹스가 목적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래, 선아는 누구한테나 다 동경의 어떤 대상이었는데, 톰이 선아랑 결국 잠을 자게 됐을 때, 그 안에서 발견하게 되는 건 결국 뭐였지? 자신의 욕망이잖아. 자신의 욕망. 그게 굉장히 슬픈 거야. 그래서 톰은 그 순간 선아랑 어떤 인간 대 인간으로, 주체로 만나 잠을 자는 게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그냥 취하고 있을 뿐인 존재가 돼버렸다는 거지. 선아는 객체화 돼버리고. 그 순간 그게 슬펐다는 거고, 그래서, ‘톰은 톰과 잤다’, 라는 뉘앙스가 성립한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여기서 잤다는 건, 내가 받아들인 거는 그러니까 소통이나 뭐 이런 뉘앙스가 아니라, 그냥 상처 입히는, 스스로에게 상처 입히는 것 같아. 톰에게, 스스로에게 상처 입히는 것 같다고. 그렇게 함으로써.

 

장원 : 그럼 그 전까지 여자들하고 계속 자고 있던 거는……?

 

병진 : 그래도 그걸 쾌활하게 잘 떠들고 얘기 잘 하고 그러잖아 / 현주 : 그럴 때는 톰이 굉장히 부유하고 있었다/ 장원 : 그러니까 저는 굉장히, 비어 있는 인간이라는 느낌이/ 현주 : 그러니까 그 때 톰이 발견하지 못한 건 자기 자신이었다는 생각이 / 장원 : 그러니까 마지막에 자기가 잤다, 는 게 결국은 그런 의민가? / 병진: . 자기 자신.

 

현주 : 톰한테는 선아조차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병진 : / 장원: 그렇겠지) 그러니까, 선아를 매개로 그냥 자기 자신을 발견했고, 내가, 내 몸 속으로 들어왔을 때 무척 아팠다…… (장원 : 근데 그럼 왜 하필이면 선아지?) ? 다른 여자들하고 좀 다른…….

 

다른 여자들은, , 그러면 억지로 안았다는 게 성립될 수도 있겠다. 다른 여자들은, (병진 : 다 넘어오는 거지) 톰을 추종하고, 톰을 되게 쫓아오고, 톰이(장원 : 추종해서 일주일마다 한 번씩 여자가 바뀌는 건 아니잖아?) 톰이 돈 많고, 잘 생기고, (병진 : 멋지고!) 그러니까 머리 빈 여자들이 쫄쫄 따라오겠지. 그러니까 그런 여자들하고 톰은 이제까지 자왔던 거고, 근데 선아는 그렇지 않았던 거고, 그러면서 톰은 선아가, 거부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면 선아가 자기를 거부하는 걸 통해서 자기 자신을, 그때서야 목격한 게 아닐…….

 

장원 : 몰라 그러면 졸라 마초적인 소설이잖아? (현주 : ? / 병진: 아냐, 이건…… / 현주: 마초적이라기보다) 그러니까 자기를 거부하는 여자애랑 자면서 자기 욕망을 발견한다? 그럼 그렇게 되는 거 아냐? (병진 : 난 이게 굉장히, , 어떻게 / 현주: 그러면 남자 자체로 보는……건가 그러면? / 병진: ) 아니 근데, 마지막에 끝나는 건 좀, 그런 느낌은 아닌 것 같은데?

 

현주 :아니. 그건 맞는 거 같애. 톰이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는 거.

 

장원 : , 그렇게 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섹스하다가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지?

 

병진 : 자신의 발견이라는 게, 그러니까 긍정적인 의미의 발견이 아니라, 굉장히 부정적인 의미에서의 발견이야.

 

현주 : 그러니까 내가 내 몸 속으로 들어왔을 때 아팠다 (병진: 아팠다.) 나는 나를 상처를 줬고, 나에게 상처를 입었다.

 

병진 : 그래.

 

형진 : 근데 그걸 네거티브하다고 표현할 필요가 있나 그게?

 

현주 : 긍정, 부정을 나누지 않고, 그냥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는 그런 계기?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 그냥 그렇게 봐야지. 긍정 부정이라는 가치판단이 들어가지는…….

 

장원 : 그러면 그 조용했던 날 다음에 톰은 달라진 게 있었나? (현주 : ?) 그러니까, 조용했던 날 밤 다음에 톰이 달라졌어?

 

현주 : 그러니까 바뀌든 바뀌지 않았든 이런 게 긍정이든 부정이든 이거를 통해서 톰이 새사람으로 거듭나고, 이런 건 다 가치판단인데, 그 가치판단이 여기 들어가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얘기지. 그냥, 단순히 톰은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발견했다는 거 자체로 의미가 있(장원 : 발견했다는 거 자체가?) 자기 자신을 직시하는 게 어렵잖아.

 

병진 : , 여기서 재미있는 거 하나 더. 내가 원래 이 소설 이야기를 할 때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어떤 이야기들이 드러나고, 그 안에는 가치판단이 포함되어야 하는 이야기잖아? 어떻게든. 그런데 이야기에 대한 거리감을 획득하고 있지. 그 이야기에 대한 가치판단에 대한 거리. 이야기기 때문에, 그러니까 후일담! ‘있었던이야기를 이야기하는 거 있잖아. 그러니까 거리감을 준단 말이야. 그래서 그 부채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거지. 후일담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이야기였다면, 그 판단에서 화자가 취해야 될 입장들이 있었을 거야, 분명히. 그리고 또 톰이 취해야 할 입장들이 있었을 거고. 그런 것들이, 다 이미 지나가버린 이야기고, 그걸 떠올리는 이야기 형태기 때문에, 편하게 그렇게 제시될 수 있다는 게, 후일담식의 그 어떤 포즈가 주는 힘이라고 생각했거든 나는.

 

장원 : 그럼 독자는 그걸 보고 어떻게 생각해야 되죠?

 

병진 :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장원 : 그러니까 저는, 그래서 자꾸 생각이 멈춰요, 거기 그 순간. 그래서, 마침내 발견? 그것도 잘 모르겠고. 근데 그래서 어쩌자는 거지? (현주: 근데 우리가 굳이 거기서 의미를 확장해야 될 필요가) 그러니까 의미까지도 아니고, 별로 감상도 없는 거야 나는.

 

현주 : 그러니까, 아까 이기호의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은 프라이드에 대한 얘기잖아? 이거는 톰에 대한 이야기거든? 그런데 프라이드는 소재니까, 그 프라이드 한 대 갖고는 아무 이야기가 안 되는데, 여러 가지가 얽히면서 이야기가 되는데, 여기서는 톰이라는 인물을 관찰하는 거 그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어. (병진: )

 

장원 : 흥미로운 인물이긴 한데. 아 그러면 아까 했던 얘기 또 해야 되잖아 그러면? (병진: 하하)

 

현주 : 그러니까 이 인물을 관찰하는 거에 집중을 하면서 읽어야 되는 소설, 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러니까 일반적인 인물은 아니잖아. 그 뭐냐, 그는 천하의 난봉꾼이었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그러면서도 톰은 되게 (병진 : 진지한 남자) 감성적인 인물이고, 진지한 남자고, 그 뭐냐 그거 뭐야 모던보이? (장원 : 그게 뭐야 갑자기) 아니 그 (장원: 영화 말하는 거야?) . 그 원작…… 원작, 원작이 뭐지? …… 뭐야, 죽거나 어쩌지 않고 살 수 있겠니뭐 이런 그 소설이 있는데. 거기, 신스케가 딱, 요렇거든요. 그러니까, (병진: , 나가사와도 있잖아. 상실의 시대나가사와 선배.) 그러니까 되게 굉장히, (병진: 신스케?) . 굉장히…… 걔도, 아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내는 일본에 두고, 검사야 고등부 검사야 일본 고등부 검산데, 그 일제 치하의 한국에 와서, 한국에 있는 그 또 다른 남편이 있는 여자를 만나고, 바람을 피우고, 술도 마시고, 막 이러지만, 한 편으로는 시도 쓰고, 굉장히 감성적이고, 그러면서 뭐 자기가 낸 시 중에 군국주의 시라든가 뭐 이런 걸로 만든 노래가 있어. 그런 걸 아이들이 부르는 걸 보면서 굉장히 슬퍼하고 막 이런 인물이란 말이야? (장원 : 푸흐흐…… .) 그걸 관찰하면 재미있잖아? (장원 : 그래, 재미있긴 하지. ……그게 다야?)

 

병진 : 거기서, 또 재미있는 게, 톰이란 인물만 재미있는 게 아니라 그 라일락 집이라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관계가 재밌고 좋았거든? 노인의 이미지도 굉장히 흥미롭지? (현주 : 노인도 재밌죠.) , 그리고, 선아라는 인물도 재밌어, 그리고 또 선아의 방에 모이는 얼굴이 하얀 소년 같은 여자아이들도 재밌어. 그러니까 난 정말 이 소설이 재밌는 게, 보통 이런 소설이 나오면 그런 상황 설정이 되잖아? 그 중심화자가, 이것들이랑 갈등하거나 치고받거나 뭔가 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고. 그런 게 원래 그런 거라면, 여기서는…… 얘는 뭐 역할이 없어, 이 안에서. 얘는 톰이랑 찔끔 보고, 선아 찔끔 보고, 선아네 방에 오는 여공들 중에 막내랑 뭐 또 좀 찔끔 그렇고, 아무 관계도 없거든. 근데 그 이야기 자체로써, 그냥, 딱 던졌을 때, 이 이야기 그 자체가 그냥 재밌는 이야기가 되는 거야.

 

현주 : 제가 지금 장원이 이야기에 이렇게 울컥울컥 하면서 반응을 하는 이유는……, 소설 창작 시간에, 세 번이나 들었다고, ‘너 뭘 쓰려고 이걸 쓴 거야?’ (병진 : ! 난 그럴 때면 화를 내고 싶다니까. 잘 읽든가 그러면! 하고) 그러니까, ‘뭘 쓰려고 이걸 쓴 거야’, 그래서 현대인의 불안이 어쩌고……. ‘그걸 또 왜 썼는데?’

 

병진 : (웃음)

장원 : 그걸 왜 물어봐!

현주 : 네가 지금 물어보고 있잖아.

장원 : 아니 난 이게……. 아니 재밌긴 한데, 그래서 어쩌라고?

 

병진 : 그래서 어쩌라는 게 아니라, 손홍규 작가의 그 전 소설들이 지나치게 무겁다 이런 느낌이 들었었는데. 이 소설이 좀 반가웠던 게, 이야기를 이야기로 다룰 줄 안다는 느낌이 들었어. 그냥 갈등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게 아니라 그냥 이야기’.

 

그러니까 단편에서는 거리’, 첫 번째 강독회 때 강조했던 간극’, 이런 걸 만들어줘야 되는데, 이렇게 시간으로써 간극을 만들 수도 있겠구나. 그리고 이야기를 하는 형식으로써, 그렇게 간극을 만들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게 포착돼서 좀 재밌었고.

 

두 번째 재밌었던 게, 그 마지막 톰과 톰이 잤다는 장면이 굉장히 미학적이야. 상실의 시대에서도 그런 장면이 나오지. 나오코랑도 잘 안 되고, 미도리랑도 안 만나고 있을 때, 나가사와 선배를 따라가서 헌팅을 다니잖아. 아침에 눈 뜰 때마다, 머리를 붙잡으면서 난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선 그냥 고백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톰과 톰이 자는 행위를 통해서, 내가 내 속으로 들어왔는데 내가 아팠고 이런 게, 굉장히…… 아름다웠어. 소설을 읽을 때. 그렇게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누가 읽어도 이거 톰과 톰이 잤다고 생각 안 하잖아?

 

현주 : 글쎄, 그게 아름답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제가 봤을 때. 아름답다기보다 그냥 담담하게, 톰이, 나는 나를 상처 입히고, 나는 나에게 상처였고, 그럴 때 톰이 자기가 깨달은 거를 굉장히 담담하게, 다 빠진 것 같은 그 담백함? 톰이 이제까지 갖고 있던 난봉꾼적인 기질이라든지, 감상적인 거라든지, 그런 게 마지막에 와서는 다 빠지고, 나는 나를 상처 입히고 있었고, 나는 나에게 상처 입고 있었다, 고 고백하듯이 얘기하는 거의 그 담백함? 그게 아름답다기보다는 그냥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병진 : 담백함. 그러니까 작가가 포착해내는 것들이, 아름답다고. 그리고 또 하나 더 주목해야 될 게, 결국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게 분명히 그 화자잖아? 그는 난봉꾼이었다, 라고 말하고 있는 화자. 화자가 지금 그렇게 얘기하면서 마지막에, ‘판도라의 상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렇게 얘기를 하는 부분이랑 톰의 욕망과 화자의 욕망이 겹쳐지는 부분이 있어. 그게 또 아름다웠어. 미학적인 구조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건데. 톰이 수많은 여자들을 탐하면서 살아왔던 것, 그리고 내가 톰과 마찬가지로 선아라는 캐릭터에 대한 어떤…… 뭐지? 환상. 망상. 이런 꿈을 가지고 있던 것들이랑 좀 겹쳐지거든. 그리고 톰이 주었던 그 판도라의 상자에 있는 그 옷핀을 보면서 자기가 그 안에 의미를 투사했던, 혈흔이나 이런 걸 보면서 느꼈던 것들, 그런 것들이 다 자기 얘기고, 자기 안에만 갇혀있는 사람들이잖아.

선아만 해도 그래. 선아도 자기의 그 테두리 안에서만 사는 사람이고, 이런 식으로.

그런 것들이 톰과 톰은 잤다, 라는 표현 하나로 다, 환기? 환유? 하나로 합쳐지는 느낌을 받았거든. 또 그게 굉장히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어. 톰과 톰은 잤듯이. 내가 내 꿈속의 선아를 그렸듯이. 이런 것들이, 겹쳐지는 부분들. 그게 또 재밌었던 것 같은데?

 

형진 : , 겹쳐진다…….

현주 : 그게 다 합일을 이루었다는 느낌은 저는 못 받았어요.

 

병진 : 이건 독자가, 좀 특수한 독자라서 그래. (웃음) 난 그 기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 (현주: 어떤 식으로요?) 그러니까, 이건 굉장히 사적인 이야기지만, 다들 알겠지만 누군가를 좋아할 때, 우리는 그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 누군가를 좋아하는 자신의 감정 같은 것들에 굉장히 함몰되어 있는 것…… 대개 누군가를 정말 좋아한다고 마음먹었을 때, 좋아하는 사람은 그 자리에 없고, 그 사람을 좋아하는 내 마음이 그 자리에 가득하지.

 

현주 : 전에 오빠랑 했던 얘기네요.

병진 : 그래.

장원 : 무슨 얘기였나요?

현주 : 사랑을 할 때의 느낌.

장원 : 호오.

 

병진 : 톰과 톰이 자는 장면 같은 경우에는 그래서 굉장히 와 닿았거든. 결국 톰은 선아를 강렬하게 오랫동안 원했었고, 선아는 매력적이고 톰도 매력적인 사람이고, ‘는 그걸 옆에서 바라보고 있었지만. 사실상 톰이 선아와 관계를 맺었을 때, 톰이 관계를 맺은 건 선아가 아니라 톰이었던……, 그걸 담담하게 얘기하는 그 장면이, 청춘의 풍경들을 스케치하고 있는 것 같은 거 있잖아. 그 풍경, 그 속에서 우리는 다들 그렇게 스스로의 감정에 도취되어 있고, 대부분. 그런 것이 아닌가. 그렇게 물어주는 작품이라서, 이 작품이. 좋았어.

 

형진 : 그렇게 생각하기엔 이 소설의 화자는 너무 떨어져 있는데?

 

병진 : 그게 애매한 거 같아. 더 다가가면은 구질구질해지고, 뭔가 좀 찌질해지고. 그런데, 거리를 또 두면은 또 너무 담백해지고, 이런 거니까. 근데 그런 위치에서, 아마 독자들이 덧붙일 게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독자들이 덧붙이는 여지가 생기는 부분들.

 

현주 : 오빠는 굉장히 화자에 초점을 맞춰서 읽으신 것 같(병진: . 이야기가, 남 일 같지가 않더라고) 저는 굉장히 톰에 집중을 해서 읽었기 때문에 화자가 잘 안 보였고, 그러니까, 화자가 중간중간에 되게 찔끔찔끔 나온다 그러셨잖아요? 그건 화자가 관찰자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관찰자임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 속에 속해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접점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저는 읽으면서 화자를 더욱 축소시키면서 (웃음) 톰에게 너무 집중을 해서 읽어서 오빠랑 견해 차이가 생기는 것 같은데…….

 

형진 : 이게 다 상실의 시대때문인가?

현주 : 이게 다 상실의 시대때문인가.

 

형진 : 춘수(春樹)때문인가? 그런데 상실의 시대생각해 보면 재밌는 게, 그 선배 이름 뭐지? (병진: 나가사와 선배.) 그래 그 나가사와 선배가 그 톰이랑 가장 다른 점은 그거지, 그러니까 무슨 나가사와 선배 같은 경우에는 그 뭐냐, 그 여자가 죽었을 때 (병진: 하스미가 죽었을 때.) , 어 그래 이름을 잘 기억 못 하아무튼. 죽었을 때, 그 때 비로소 뭔가 잃어버렸음을 깨달았다, 라는 얘기를 하잖아, 그래가지고 주인공이 관계를 끊어버리는. 그래가지고…… 그 지점에서 다른 것 같은데? 여기 이, 톰이라는 인물과?

내가 전화기를 방에 두고 와가지고……. 이제, 금방 끝나겠지?

 

병진 : , 이제 거의 끝났어요. 오늘 합평회 같은 경우에는 제가 좀 급하게 준비를 했구요. 제가 사회를 보는데 맥을 딱딱 짚어야 되는데 오늘 잘 못 짚고 있거든요, 계속. 다음 강독회 때는 좀 더 찬찬하게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들로 좀 의미 깊게, 틀을 세워놓고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3151)

 

강독회를 마치며

 

병진 : 너희 왜 강독회 하는데 합평작을 추천 안 하는 거야? ?

현주 : 근데 딱히 어떤 거를 추천해야 될지…….

병진 : 재밌는 거! 자기가 진짜 재밌다고 본 거!

현주 : 저는 노땅 취향이기 때문에…….

 

병진 : 근데 합평회가 동시대 발표된 작품을 통해서 소설과 세계를 보자는 거니까. 근간 문예지에 올라온 작품들 보는 게 좋을 거 같아. 요새 내가 문예지 말고도 웹진들 보거든. 웹진들에도 좋은 작품들 있으니까 웹진 돌아다니다가 좋은 작품들 발견하면…….

 

현주 : 아 그럼 전 그거 하고 싶은데, 한유주, 척력인가 인력인가?

 

병진 : 아 그거. 다음 합평 때 그럼 그거 하자. 나 그거 선정하려다가, 한유주 가 좀 있어가지고. 너무 개인 취향일까봐 안 했는데.

오늘 합평회가 좀 성급하게 마무리가 될 것 같은데. 하지만 장원이는 할 말이 더 있지 않을까?

 

장원 : 아니에요. 저는 그냥 좀 더 열심히 읽어봐야 될 것 같습니다.

 

병진 : 작품들 나오면 주위 사람들이랑, 우리는, 이기호 같은 애들 이야기를 평소에도 계속 했었잖아. 이렇게 얘기되는 작품들 가지고 좀 하면, 우리가 주목하는 지점들이나 쓰는 용어들이 같이 나갈 수 있으니까 얘기를 좀 더 깊이 할 수 있을 거 같아.

그럼 한유주를 다음에 하는 걸로 하고, 내가 칠판에 적어놓을게. 나는 또 괜찮은 게 몇 개 있었는데, 다음 달에 또 하니까그 때 합쳐서 하면 또 재미있을 거 같애.

오늘 합평회는 그럼 이렇게 정리를 할 텐데, 따로 합평회 평까지는 아니라도 아까 내가 정리한 것 정도로 평가하면 될 것 같은데? 또 뭐 덧붙일 말이 있다면?

 

현주 : 덧붙일 말이요?

병진 :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 않나?

현주 : 저는 이 정도가 좋은 것 같은데요. 그냥, 멤버를 좀, 픽스 시켜서.

병진 : , 픽스.

 

현주 : 좀 시간을 딱딱 지켰으면 좋겠어요. 너무, 이게 밀리고 밀리고 하다보니까 갑갑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딱 모일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어느 시간에 우리 딱 모이자, 이렇게 해서 딱 모이는 게…….

 

병진 : 그러면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로 하자. 마지막 주 수요일 날, 픽스하는 걸로 하고. 작품 선정이 좀 늦어질 때가 있거든? 공지는 그 전 주 수요일 날 하는 걸로. 그러니까 넷째 주 수요일 날까지 공지를 하고, 다섯째 주 수요일 날 무조건 모여서 하는 걸로.

 

현주 : 네 그러니까 멤버는…… 어떻게 하죠? 그러니까 딱…….

병진 : 승관이가 아파서 못 왔는데 승관이 픽스하고.

현주 : 네 그러니까 딱 올 사람만……. 픽스를 해서, 딱딱딱딱. 모였으면 좋겠어요.

형진 : 난 유령이니까.

병진 : 알겠습니다. 그러면은, 이번엔 좀 허겁지겁 마무리지만 다음에는 더 잘 될 거라고 생각을 하면서, 강독회 이걸로 마치겠고요. 마치고…… 이제, 뭐하나?

 

 

526일 수요일 3차 강독회 진행합니다. 이번 강독회는 시 강독회와 함께 진행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문의 건의 사항은 veriteus@hanmail.net이나 문연자 게시판을 이용해 전달해주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 신춘문예 당선소설집
전영일 외 지음 / 한국소설가협회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문연자 소설 강독회

 

 

일시 : 2010324() 늦은 일곱 시

장소 : 진군방

인원 : 10‘류현주, 10’장원, 08‘류기성, 08’전보교, 05‘송승관, 03’이병진

 

강독작품

 

이유, 낯선 아내, 2010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이지원, 얼음의 요정, 201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박지영, 청소기로 지구를 구하는 법,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강독회 소개

 

 

강독회는 해당 기간 동안 읽었던 단편소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참여자들이 추천하고 선정한 작품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함으로써 각 작품의 주제와 그 형상화 방법 등을 평가해보자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소설을 읽는 안목을 기르고 이와 더불어 당대의 문학작품들이 어떤 현실을 담고 있는지, 참여자 각자 작품의 주제나 구성에서 어떤 점들이 필요한지 고민해보고 이를 실제 창작에 응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1회 강독회는 올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원래 지난 주말 공지되었던 것이 연기되어 오늘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급작스럽지만 읽으면서 느낀 감상과 창작에 대한 생각들을 편하게 이야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강독회 선정작의 경우 신춘문예 당선작이라는 점 때문인지 안정적인 구성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면서도 각 작품이 뚜렷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게 좋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사전략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봤으면 합니다.

 

 

강독회 대상작 선정의 변

 

병진 : [낯선 아내]의 경우 추리적 긴장감이 유효. 안면인식장애라는 소재의 특이성 주목. 동시에 소재주의의 위험도 감지.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

 

[청소기로 세상을 구하는 법]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사유가 돋보임. 하지만 포스트 박민규 소설이라는 혐의가 있다고 생각.

 

[얼음의 요정]의 경우 유효한 생략이 돋보임. 디테일하고 섬세한 묘사. 그러나 작가가 화자를 통해 작의를 과잉노출 하고 있다는 인상. 어디까지 유효한 걸까 고민.

박지영, 청소기로 지구를 구하는 법,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기성 : 자주 가는 문학 관련 인터넷 까페에서 올해 신춘문예를 이야기 한 적이 있었는데 언급된 작품이 [청소기로 세상을 구하는 법]밖에 없었어요. 주변 반응 대다수가 이런 박민규의 아류를 읽느니 그 시간에 술이나 먹겠다,라는 거였거든요. 아류인 것 같으나 이 소설이 아류라고 해서 꼭 나쁜 것인가? 물어보고 싶어요.

 

병진 : 박민규 소설 이후에 소설 작법의 지평이 열렸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해진 소설 작법이 있잖아요. 배경이 있고 인물이 있고 사건이 있고. 박민규 이후 요즘 소설은 에세이화() 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아요. 사유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이야기들이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거죠.

 

이 작품의 주요 서사는 청소기를 수리하는 남자가 있고-망상이 있는 친구이기도 해요. 그런데 이 남자는 몽골에 있는 소녀를 후원하고 있어요. 삶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있으나, 삶은 다시 살 만한 것이란 걸 알게 된다는 내용인데, 상상과 자기 눈에 포착된 사건들로 자유분방하게 소설의 구심점(주제)을 향해 나아가고 있잖아요.

 

승관 : 지금의 모든 문학이 에세이화() 되고 있는 것은 피할 수는 없는 부분이 있죠. 하지만 이 작품의 에세이화를 보여주는 것은 지극히 문체적인 부분에 국한되어 있어요. 그래서 아류들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숨표의 간격이 지극히 박민규적()이죠. 이런 호흡은 생각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것 같다가도 오히려 피곤해지는 면이 있어요. 아류가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작품이 후세에 남을까, 남지 않을까 그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이 남을 수 있을까요?

 

기성 : 이 작품은 박민규 소설이랑 다르죠. 박민규 소설의 경우 문장을 통해 자기고백을 할 때-에세이적()으로, 아무 의미 없이 말하는 것 같지만 우리를 찌르는 순간이 있죠.

 

승관 : 반면에 이 소설은 왜 자기 일기를 말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핵심을 건드려 주는 게 아니라.

 

병진 : 형식이나 문체에서 드러나는 게 아니라, 예를 들어,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방식이 박민규 소설 같다고 생각했어요. 의미를 포착해내는 방법이 비슷하거든요. 어히야 어기여차 여차저차 그래도 세상은 따뜻하고, 그런 거.

 

또한 줄바꾸기, 문장의 호흡 같은 것들이 독자에게 주제를 강요한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버스 타는 장면과 욕쟁이 할머니가 해주는 국밥 먹는 장면이 상황으로써 이야기하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외의 부분에서는 너무 말을 많이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직접적이라는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직접적으로 만들어내는 세계도 역시 박민규 소설과 비슷하죠. [삼미슈퍼스타즈...]에서 나온 세계와 맥락과 비슷하거든요.

 

승관 : 주인공 인물 구상 방식이 박민규 소설과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 작가의 문제의식이나 자기세계가 확고하다는 것은 알겠어요. 그런데 그것으로부터 도출된 결론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되거든요. 박민규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소시민에 대한 긍정, 그런 것이 있긴 한데, 뉘앙스가 상당히 달라요. 이를 테면 박민규 초기작인 [삼미 슈퍼스타즈...]로 대표되는,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그런 것들이 있긴 한데. [핑퐁]의 경우 너무 멀리 가긴 했지만. (병진 ; 너무 멀리 갔죠. 동감.)

 

이 작품을 읽으면서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있는데요. 이 작품의 주인공은 스스로 엄청 착하다고 생각해요. 박민규는 자조를 통해 비루하고 별 것 아닌 삶에 대해서, 인물들이 삶에 대한 자조적 인식을 가지게 만드는 사회 모습으로부터의 문제를 짚고 있어요. 이 소설 경우, 주인공은 사고체계가 비약된 사람인데, 비약되고 과장된 선악개념을-자신은 정당한데 세상은 쓰레기다,라는 식의 (기성 : 그러니까 일종의 우위개념으로 받아들인다는 거죠) 자신의 기준으로만 나누고 있잖아요. 그리고 그 사람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나 지금 현재의 상황도 상당히 고착되어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결국은 상황을 긍정하게 되고, 소시민이라는 매커니즘이 드러나긴 하는데, 다 같이 열심히, 좋은 세상 만들자, 라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볼 때 느껴지는 위화감이랄까.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병진 : 상황, 사건이 주가 되는 게 아니라 착한화자의 의식이 주가 되고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박민규 소설의 경우 상황이 나타나 있어요. 공간을 만들고 사건을 만들고 거기서 우리가 느낄 수 있게 해주거든요.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상황이 배제되어 있고 화자가 하고 싶은 말(작가의 말), ‘만 있다고 느껴져요. 그 부분이 위험하다는 말인 것 아닌가요?

 

장원 : 문제 상황만 던져져 있고, 해결 의지도 있긴 해요. 하지만 좋은 것만 보자고 고개를 돌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만족해버리면 문제가 있죠. 결말도 동화처럼 끝나잖아요. 답이 없어요. 도망친다는 느낌이 들어요.

 

병진 : 그렇다면 -저는 강독회가 이런 식이었으면 좋겠는데, 이 작품이 나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몽골소녀(앨리스)’ 이야기를 꺼냄으로써 이야기가 깊어지거나 넓어지거나 확장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작품에서는 몽골소녀가 화자가 받는 메일의 인상으로만 나타나는데서 그치잖아요. 그 에피소드가 확장된다면 소설 안에서의 공간이 생겨날 수 있지 않을까요? (현주 : ‘몽골소녀가 어떻게 공간을 확장시킨다는 거죠?) 그러니까 제 말은요. 예를 들어 볼께요 - ‘몽골소녀가 이 남자를 어떻게 그리는지 드러낼 수 있죠. 그리고 그로 인해 소녀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줄 수도 있죠. 그러면서 소설의 공간이 생겨나는 거구요. 여기서는 화자가 너는 공주로 태어났고, 공주처럼 생각하고 공주처럼 살아라고 말하는 것으로 그치지만 정말 몽골소녀가 어떤 안 좋은 상황에 있다가 그런 말 때문에 변하는 식의 이야기가 디테일하게 들어간다면 변화하고 살아있는 인물이 하나 더 생기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런 공간 속에서 주인공도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요? 소설에서 주제를 전달하는 방법은 미루어 짐작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잖아요. 그런데 이 작품은 화자만 존재하고 타인들은 전부 화자의 말을 하기 위해 끌어온 스케치일 뿐이고. 이런 인상 때문에 살아있는 인물이 하나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요즘 제가 하는 고민이기도 하구요.

 

승관 : 저도 비슷한 걸 느꼈는데요. 일단은 이 사람은 변태이기도 하지만 착한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이 사람이 악으로 규정지은 사람들이 정말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존재들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시작부터 사람을 두 종류로 나누고 있잖아요. ‘청소기를 사용해도 좋은 사람청소기로 쓸어버려야 하는 사람’. 그런데 등장인물 대부분 다 평범한 사람들이거든요. 그런데 이런 면에서 너무 지나치게, 비약적으로, 사람들을 악으로 규정짓는 인식이 온당한가? 하는 생각이 들고,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이 세상에 대한 환멸을 엎고 다시 인생은 살아갈 만한 것이라고 돌아서는, 이런 진행의 비약이 너무 임팩트가 없어요. 남자는 하나의 점이 될 정도였는데 버스에서의 에피소드를 겪은 후 세상은 살만한 것이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장원 : 공익 광고 같아요.)

 

조선일보에 실려서가 아니라 소설이 정말 공익광고 같다니까. 버스타고 나니까 어머니가 국밥 한 그릇 내주시고, 그 다음엔 몽골소녀가 아저씨는 나의 영웅이라고 편지 보내주고, 이게 뭐야 이게. 아까말대로 이 소설 안에서 몽골소녀라는 것이 수사 이상의 역할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바웃슈미트]라는 영화를 보면, 주인공인 비루한 아저씨가 후원 하는 아프리카 꼬마가 있어요. 사실 꼬마는 그 아저씨의 삶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고 있는데 마지막 장면에선 험난한 여정에서 돌아온 아저씨가 소년이 보내온 편지 속의 그림을 보고-글씨를 쓸 수 없으니까-엉엉 우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한 번도 울지 않았던 사람인데, 최악의 상황에서도 꾹꾹 참고 웃던 사람인데, 엉엉 울어. . 이것은 꼬마가 아저씨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건넨 거고 그래서 둘 사이에 교통이 이루어졌다고 규정지을 수 있는데, 이 소설에서 몽골소녀는 충분한 역할을 해주지 못한 거죠. 소통이라기보다는, ‘아저씨는 나의 영웅이라고 말을 해도 그건 이미 그전에 (병진 : 자화자찬이지.) 남자의 인식이 다 완료된 상태에서 본 거지. 이 말로 인해 주인공이 변화하거나 충격 받는 게 아니기 때문에 교감과 소통이 이뤄진 게 아니라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병진 : 소설에서 보여주기가 우리가 말하는 ‘Showing', 그러니까 서술과 대비되는 묘사가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데, 승관이가 좀 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보여줘야 하는 것 같아요. 방을 묘사하는 것처럼 -여기에 뭐가 있고 저기에 뭐가 보이고, 가 아니라, ’보여주는 것!‘, ’보여주는 것!‘. 보여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네요.

 

그리고 이 작품이 좋았던 점도 분명히 있었거든요. 작품에서 좋았던 점은 디테일이요. 청소기 수리공이 나오잖아요. 수리하는 장면의 그 디테일들이 충분히 재미를 줘요. 소설에서의 디테일의 역할.

 

식당에서 떠드는 꼬마가 나오잖아요, ‘악당은 바로 너란다. 그리고 너를 방관하는 너희 부모같은 사람들처럼, 구어체로 말하는 부분들이 적절하게 쓰였어요. 글 전체와 잘 버무려져서 읽는 맛이 나요. 이 작품은 한 번 읽으면 따뜻해지는 느낌도 나고-그렇게 노골적으로 쓴 거니까, 두 번째 읽으면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현주 : 별로 안 따뜻해지던데.)

 

승관 : 오늘 강독회하는 세 편의 작품이 각자 요즘 소설의 경향들을 대표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청소기]는 재밌게 읽히는 그런, 구어체의 소설. [얼음의 요정]은 자기내면과 사유 그것들을 이미지화 시키는 것. [낯선 아내]는 특별한 소재를 끌고 와서 이야기 차원에 충실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 이런 것들이 요즘 소설의 경향들인 것 같아요.

 

병진 : 청소기 이야기는 쭉 나왔는데, 더 나올 이야기가 있을까요?

 

승관 : 성적판타지에 대한 것도 잠깐 짚고 넘어가요. 이 화자가 자신을 여왕이라고 하잖아요. 성적 판타지? 혹은 변태?

 

병진 : 저 같은 경우는 무리 없게 읽었는데, 더 생각나는 분이 이야길 해주세요.

 

현주 : 이 화자는 처음엔 세상이 참 더럽다고 생각을 하다가 자기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을 강박적으로 잊어버리려고 하는 기분, 그러곤 혼자서 세상은 참 따뜻해 라고. 너무 개인적으로 썼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일기 같다고 생각 했어요.

 

병진 : 그래도 그 부분에서는 보여주고 있지 않아요? 청소기 A/S를 하면서 피해를 입힌 고객들에게 사연을 설명하고 후원계좌를 만들어서 제안하는 부분. 그리고 이십여 고객이 후원을 지속한다는 서술. 고 정도에서 딱! 그쳤으면은. 참 좋았을 것 같다. (현주 : 저는 그 부분도 별로) 노출되는 건 그 정도가 좋지 않을까?

 

말고 성적 판타지 있잖아. 승관이 너부터 한 번 이야기 해봐.

 

승관 : 글쎄 일단 전, 왜 하필 여왕이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상상력에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맥락은 있어야 되거든요. 자신을 별나라의 여왕으로 인식하잖아요. 왜 하필 여왕? 단순한 변태인건지.

 

(병진 : 그 중간에 화자가 마스터베이션 하려고 발기하는 부분 있잖아요. 거기서도 스타킹이 등장하죠. / 기성 : 참 근데 여담인데,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은 자위를 마스터베이션이라고 하죠? / 병진 : 그렇지. 게다가 꼭 페니스라고 부른다고. )

 

병진 : 근데 이 작품에선 성적 환타지라기보다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이야기가 있잖아. 그냥 쓰인 게 아닐까 싶어. 드러난 장치 같은 것도 없잖아. (승관 : 자동기술법인가 )

여담이지만 이 작품 심사평에도 이 작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논쟁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승관 : 사실 좀 여왕이라는 부분은 뜨악하긴 한데 뜬금없어요. 남자가 자신을 여성으로 인식하는 이런 변태적인 인식은 쉽게 생기는 게 아니거든요. 이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별개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건데. 처음에 이 세상은 변태들로 이루어진 세상이라고, 이런저런 페티즘과 수집광의 세상이다, 이렇게 하나 던지려고 여왕 이미지까지 끌어와야 되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병진 : 오히려 이 여왕이라는 소재가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겠다는, 그런 말이지?) 이런 페티쉬를 가지게 된 이유가 적혀있는 것도 아니고 그게 들어있다고 해도 그렇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는 거고. 왜 하필 여왕일까? 남자가 여왕까지 되어야 하나? 그런 생각. (장원 : 남자가 쓴 거예요? / 병진 : 여자가 쓴 거야.) 주인공이 남자니까. 오히려 여자가 써서 남자에 대한 이상한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 건가?

 

(병진 : , 그리고 난 여성 화자는 한 번도 써본 적이 없거든. 너 혹시 남자 화자 써본 적 있니? / 현주 : 전 거의 남성 화자. / 기성 : 선배님은 중성? / 병진 : 아냐, 나 소설만 쓰면 마초라.)

 

병진 : 말고 더 있을까? 그리고 이거 체크해보죠. 클린맨이라는 설정에 사유가 들어간 거랑 중간중간에 지식인이 들어가잖아요. 그리고 그 안에서 답글 다는 사람들. 이런 것도 요즘 창작환경을 반영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지식인을 이용한 장치도 좋았어요. 소설 마지막에 답글 달아주는 것도.

 

승관 :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서 다양한 정보를 흡수하고 바로바로 반응하는 세대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사소한 부분에서 공감을 줘요- 그러니까 소설 중간에서 깨어나세요. 용사여.’ 하는 부분이나, 마지막에 히치하이킹 패러디하는 부분에서. (병진 : 왜 그것도 있잖아. 잭필드 신사바지 삼만 구천팔백 원.) 그런 것들이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들을 가감 없이 반영하고 있잖아요. (병진 : 그런 게 편하고, 공감을 얻게 하죠. 분명히)

 

기성 : ‘잭필드 삼만 구천팔백 원이 나온다구요? 그거 완전히 박민규 따라한거네? 박민규 소설에 그 부분 나오잖아요.



현주 : 저는 첫 부분에 A/S 기사 나오는 부분 보고 김영하 생각났어요. (병진 : 그래, 김영하 디테일하게 쓰지.) 김영하 소설에 그런 게 있어요. 텔레비전 A/S 기사가 화자가 A/S를 갔는데 그 집 여자가 물걸레로 텔레비전을 닦는 장면을 보고 놀라는 장면.

 

병진 :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다음 작품으로 넘어 갈까요? 기성아, 왜 엄마가 집에 일찍 들어오래?

 

기성 : 아니요. 8시에 재밌는 거 봐야 된단 말이에요. (승관 : 뭐 하는데?) MBC 온 게임넷이요. (승관 : . 대박.)

 

병진 : 그럼 서둘러서 다음 작품 얼음의 요정시작하죠.

 

이지원, 얼음의 요정, 201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기성 : 이 작품 재밌었어요? (승관 : , 나는 재밌었는데.) 전 이 작품 보다가 강독회 나가지 말까하고 생각했어요.(장원 : 저 이 작품 싫어요 / 현주 : 저 이 작품 세 번이나 읽었는데도 / 승관 : 나만 재밌게 봤나? / 병진 : 나도 재밌게 봤어. 현주야, 이 작품 재미없었니? 장원이는?)

현주 : 별로였어요?

 

장원 : 이런 것 진짜 싫어요.

 

병진 : 그럼 승관이부터 이 작품이 어떻게 재밌었는지 이야기 해볼까?

 

승관 : 읽기 녹록치는 않은 게 사실이죠. 문체도 그렇지만, 사람들은 소설에서 이런 걸 못 견디는 것 같아. 소설이긴 한데 시적인 이미지들이 많아요. 문단하나하나들이 이미지가 돼서 물고 늘어지면서, 구체적인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어요. 감각적인 묘사를 통해서. 이런 것들이 집요해지면 읽기가 힘들긴 하지.

 

병진 : 저 같은 경우는 그것도 재미있었지만 여기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재미있었어요. 여기서 삼촌이란 인물이 정말 매력적이잖아요. 아버지의 담당의였는데,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하고, 지금은 알코올릭인데, 화자랑 오래 만났던 것 같기도 하고, 결혼해서 딸도 있는 상황인데, 지금은, 그 남자 설정이 재밌었고 엄마도 재밌었어요. 아버지가 죽자마자 재혼해서는 멀리 떠나는데 딸에게는 같이 갈래? 묻기만 하고는 훌쩍. 그렇게 떠날 수 있는 엄마의 캐릭터 재미있죠. 그런 인물이 있었기 때문에 소설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이 매력적인 인물들이 빚어내는 간격 속에서의 긴장. 그런 것들이 느껴져서 저는 이 작품이 좋았거든요. 애들이 읽기 힘들었다고 부분이 그 부분인 것 같아요. 이 남자는 이 여자와 어떤 관계일까? 이 여자는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 걸까? 설명하지 않잖아요. 모두 보여주고 있거든요. . . . . 던져 놓지 설명하진 않아요. 아버지가 왜 죽었는지. 우리 집이 어떻게 가난했는지. 이 남자와 이 여자는 어떤 관계인지. 그걸 상상하면서 읽는 맛이 있어요.

 

기성 : 보여주기가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이루어 졌을 수도 있지만, 너무 자기 서술적으로 이루어져서 그렇게 된 것 아닌가 생각돼요. (병진 : 그렇다고 보기엔 너무 절제되어 있죠. 노출되는 거랑 노출되지 않는 거랑) 작년 신춘문예 당선작 여우의 빛이라는 작품을 읽으면 굉장히 감각적이고 집요하게 파고드는데도 불구하고 잘 읽혔거든요. 이 소설은 잘 안 읽혀요.

 

승관 : 이 소설이 안 읽히는 이유가 감각적인 그런 것도 있지만, 구체적인 하나의 서사가 희미해서 그렇지 않나 싶어요. 도입부도 힘들게 만들고 있는데요. 평소에 꾸는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한 문단에서 차갑다. 숨이 가쁘다는 이 소설의 이미지 전부를 담아내고 있잖아요. 앞으로 나올 이미지들을 함축, 축약해서 말하고 있단 말이에요. 이런 것들이 힘들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 읽고 나서 다시 앞 문장으로 돌아가서 읽게 됐어요. 이러한 스타일은 유효한 동시에 힘들게 만드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읽으면서 쉽게 읽지는 않았어요.

 

병진 : 명확히 드러나기 보다는 슬쩍 슬쩍 이야기가 드러나는 부분이 재밌지 않았어요? 처음에 당연히 D가 화자의 연인일거라고 생각했었는데, D는 삼촌이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삼촌이 아니라 아버지 담당의였고. 나랑은 이후에 꽤 오래 만난 남자이기도 하고. 그 다음에 드러나는 정보는 지금 남자는 병원장 딸과 결혼했는데, 예쁜 딸도 있고 말야. 집을 나와서 술을 마시고 있다. 차츰 차츰 정보가 드러나면서 주는 재미를 느꼈어요.

 

이 작품이 힘든 이유 중 하나가 중심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거죠. 중심이 있다면 혼란스런 이미지 그 자체가 될 것 같아요. D의 술에 취한 모습과 엄마가 있는 곳으로 출국하려는 화자의 모습도 그런 이미지고.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이야기로 파악하려고 하면 파악이 안 되잖아요. 이야기를 끝까지 읽고 나서도 우리는 이 여자, 남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하지만 이렇게 이미지가 중심인 게 매력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설정은 어땠나요? ‘밤의 여행’, ‘얼음 요정이라는 소재를 끌어 와서 쓰고 있는데-우리도 이런 식으로 소재를 끌어와서 쓰잖아요? -이런 것들이 잘 된 것 같나요?

기성 : 이국을 소재로 소설을 쓴 것을 보면 늘 하던 느낌이라는 인상을 받아요.

 

병진 : 그런 거 말고 메타포적()으로. 상징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거잖아요. 그런 느낌. (기성 : 갖다 쓴다구요? 밤의 여행이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는 거예요? / 승관 : 존재하지 않죠.) 존재하지 않겠지만, 그런 이미지를 차용한 거잖아.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지? 작품 속에서 감정선이나 장치들을 하나하나 묘사,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상징을 갖다 쓰면, 편하잖아. (승관 : 이 이미지 하나 자체가 거대한 메타포로 작용한다는 건가요?) 그렇지. 그거 무지 편하잖아. 소설 쓸 때.

 

기성 : 앞에서의 꿈 이야기가 유효한 코드라고 한다면 밤의 여행이라는 소재가 잘 버무려 졌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나는 사실 잘 모르겠던데.

 

병진 : 우리가 힘들게 이야기를 만들지 않고 그런 걸 하나 가지고 오면 쓸 때 엄청 편하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

 

승관 : 여기서 밤의 여행이라는 것은 소설 전체의 메타포라기보다는 화자가 궁극적으로, 자기치유나 자기 목표를 위해서 가야하는 궁극적인 목표 같은 것을 그리고 있는 거죠. 티켓을 가지고 가려는 곳. 사실 어머니를 보러가는 게 아니라 그걸 보러간다고 말하고 있잖아요. 그게 결국은 좌절되고 있지만요. 이상향으로서의 메타포를 말하는 것 같아요 .

 

병진 : 내가 볼 때는(경험으로는) 쓸 때 그런 게 장치로 있으면 편한 것 같아(쓰는 입장에서).

 

승관 : 편하기보다는 이런 부분마저 없다면 이런 소설 읽기도 힘들고 완성돼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갈 방향이 없으면 결국 독자가 끝까지 읽을 필요도 없고, 그런 면에서 나침반 같은 이미지인 것 같다.

 

병진 : 소설은, 특히 단편소설에서는 이런 알레고리가 있어야 좋은 것 같아. (승관 : 이 소설의 경우, 세 편의 소설 중에서 가장 고전적인 것 같아요. 예전 신춘문예 스타일.)

 

중간에 묘사가 걸리는 부분이 없었니? 아버지가 추락하는 장면. 묘사가 너무 힘들게 되어있더라. 난 이해를 못했어. 자신이 떨어지는 장면을 정황으로밖에 이해할 수밖에 없었어.

 

승관 : 아버지가 삭제되는 부분이요. 소설이기 때문에 감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지만 영화라면 유치했겠죠.

 

병진 : 감각인데 결국 말-언어로 표현해야 하잖아. 박민규의 카스테라를 보면 세계를 냉장고에 넣는 장면을 언어적으로는 다 이해할 수 있잖아. 개념적으로는 받아들이기 나름이지만. 여기선 말 자체가 이해가 안 됐어.

 

단편소설은 꽉 짜임이 짜여 있잖아. 장편이랑 다르게. 이 작품은 그런 그림을 잘 그려냈어. 마지막에 공항에서 허둥대는 부분도 좋았어.

 

승관 : 개인적으로 소설의 본령은 장편이라고 생각하고 단편은 약간 시와 같은 쪽으로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 것 같아요. 소설적인 서사나 그런 것들로 이루어질 수 있는 진짜 소설의 매력은 장편이고 단편은 시와 비슷한 쪽으로…….

 

병진 : 단편을 읽다보면 정제하고 세공한 느낌이 들어. 또 말이 끊겼네. (승관 : 모두 어렵게 읽은 소설이라서 그런 거죠. / 기성 : 난 세공된 게 싫어.)

 

난 또 그게 재미있던데, 남자이야기가 너무 재밌었어. 아내 될 사람한테 화자를 소개할 때, ‘의 동생이라고 말하잖아. 외과의사인데 고아원 출신이라는 게 매력적이야. 상상하게 되니까. 단편소설에서는 그려지지 않는 부분들로 인해서 상상을 유도하고, 그 상상이 감동을 줘. 우리가 대게 쓸 때 할 말들이 있으니까 쓰려고 하잖아. 그렇게 쓴 걸 사람들이 읽을 땐, 그래 얘는 이 이야기 하는구나, 라고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건, (기성: 행간을 말하는 거예요?) 그래, 행간. 행간을 만들어 내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 (기성 : 행간이 감동을 주는구나) 그게 단편에서 말하는 세공의 느낌이지.

 

현주 : 소설에서 행간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작품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버리면 아까 그 작품-청소기,처럼 일기처럼 보이는 것 같아요.

 

승관 : 장편은 다 설명하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단편은 그런 게 불가능하잖아요. 행간에서 추구하는 재미라는 것들이 시적인 부분을 닮아있다고 생각해요.

 

병진 : 확실히 그렇죠. 말고 더 이야기할 게 있을까요? (승관 : 부모님 이야기는 더 안 해도 되겠죠.) , 부모님 이야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 그럼 스피디하게 다음 작품으로 넘어갈까요? 저녁도 먹어야 하고. (승관 : 저 배고파요.)

 

이유, 낯선 아내, 2010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병진 : 이건 완전 소재주의라고 생각했는데. (승관 : , 이거 깔려고 넣은 거죠? / 기성 : 전 세 작품 중 이 작품이 제일 좋았어요)

 

현주 : 전 셋 중에 이게 가장 잘 읽혔어요. (장원 : 저도요.)

 

병진 : 장원아, 이번엔 너부터 시작해보자. (장원 : 이거 돌아가면서 해야 하는 거예요? / 승관 : 아니, 재밌게 읽었다니까 그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거지.) 프리하게 해주세요. 프리하게.

 

장원 : 소재가 재미있다고 느꼈어요. 비약 같기는 해도 사람 얼굴 잊어버린다는 설정이요. 재밌어요. 여기서 머물지 않고 자기 얼굴까지 잊어버리면 또 괜찮았을 것 같은데. 또 마지막에 주인공의 심리가 괜찮다, 라고 하는 게 반전인 것 같아요. (병진 : 너 반전을 좋아하는구나?)

 

승관 : 소설의 마지막에 괜찮다, 라고 하고 있긴 하지만 그건 화자의 순간적 인식에 대한 표현인 것 같아요. 그건 반전까지는 아닌 것 같고. 그렇게 말을 하고는 있지만, 그러니까 순간적으로 인식을 그렇게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내를 여전히 못 알아봤는데. (장원 : 아 끝까지 못 알아본 거예요?)

 

기성 : 신해철이 이런 장애가 있다고 들었어요. 이걸 읽으면서 낯설게 보기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했는데. [존 말코비치 되기]라는 영화가 생각이 들었다.(여기서 영화 이야기. -남이 될 수 있었다. 나는 행복을 느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라는 맥락에서 좋았던 것 같아요.

 

현주 : 소설 자체는 굉장히 좋은데, 그 설정이 장치로써만 기능해서 아쉬웠어요.

 

병진 : 여기서는 인식의 깊이로 가는 게 아니라, 스토리의 장치로만 소재가 쓰이는 것 같아요. 인식의 깊이로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누구인가? 관계는 무엇인가? 라고 확장된 것이 아니라 추리기법의 소재로만 사용된 것이 아쉬웠어요.

 

기성 : , 이 소설의 소재는 스스로 주제를 해결하는 그런 좋은 소재인 것 같아요. (병진 : 김동리 선생님의 이야기지. “좋은 소재는 스스로 주제를 해결하고 있다.”) 또 이 소설의 문체는 장르가 추리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굉장히 하드보일드하다고 생각했어요. 문장에 감정이 실리지 않고 딱딱 끊어내는 것이 스타일과 문체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이 세 작품 중에서는 가장 스타일이 확립된 것 같아요. 내가 볼 땐, 조금 오만한 말이긴 하지만 이 셋 중에는 아마 이 사람이 작가가 되진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승관 : 딴 건 모르겠고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사람이 소설을 계속 쓴다면 팬과 안티가 많을 것 같고, 그리고 아마 소설을 쓰다가 그걸 영화화 시키지 않을까?

 

병진 : 스토리는 확실히 재미있죠.

 

기성 : 입담이 있긴 한데, 박민규의 입담과는 성격이 다른 문제 같아요.

 

병진 : 저는 여기서도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는데요. 아내가 한 남자를 죽였다는 얘기인데, 여기서 이야기가 더 들어갈 수도 있어요. 아내는 왜 그 남자를 죽였을까? 라고 들어갈 수 있고, 사실 아내랑 화자의 친구는 내연의 관계일수도 있었던 거고, 화자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는 거고, 그런 어떤 관계망이 있으면 이야기가 깊어질 수 있는 이야기가 돼요. (현주 : 너무 반응이 평범하잖아요. 이 안에선.) 그런데 거기까지 못가고 끝나죠. 김소진 작품 중 처용단장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이 작품에선 소설가인 남편과 그의 아내가 있고 친구가 있어요. 처용 에피소드처럼 아내가 친구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남편이 알게 된다는 내용인데, 추리 소설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죠. 설화에서 처용은 해탈을 했는데, 화자인 남편은 자기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데요. 여기서는 설화가 소재로서 중요한 코드로 들어가고 있지만 스토리 말고도 한 인물 안에 있는 관계를 통해서 충분히 유의미한 지점-심리적 긴장감을 만들고 있거든요. 하지만 이 작품은 인물의 내면에 있는 긴장감을 다루기보다는, 소재가 스토리에서만 한정된 것 같아서 아쉬웠어요.

 

현주 : 아내가 그 사람을 죽였다는 느낌 그게 다야? 라는 생각이 들어요.

 

병진 : 어어, 그런 느낌, 거기서 좀 더 나갔어야 하는데.

 

승관 : 아무튼 전 이런 건조한 문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것이 가질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튼 뭔가 타협선 같은 게 필요했다는 생각은 해요. 그런 걸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지점이요. 드러나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렇다면 형은, 반전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세요?

병진 : 반전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보다는, 사유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반전을 보면 사건에서 감춰진 면을 통해 낯설게 하기를 만들어내고 그러면서 독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의미를 드러내고 생각의 공간을 만들어 내잖아요. 그 과정은 행간에서 읽어내는 의미의 맥락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행간에서 나오는 생략이랑 같은 의미라는 건데, 행간을 만들어줄 수 있는 행위가 단편 소설 안에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독자들이 상상해야만 하는(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보여주는 자리가 있어야 해요. 그게 반전일 수 있겠지요.

 

현주 : 그렇게 하려면 이 작품의 경우 영상으로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일 거예요. 안면 인식 장애의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을 보여주면 되니까요. (승관 : 아까도 말했듯이 이 작가는 시나리오 작업 하다가 입봉하지 않을까 .) 매체적 특성이 많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기성 : 이 소설은 그래도 반전에 그렇게 많이 얽매이지 않는 것 같아요. 그게 좋았어요. 저 같은 경우는 아내가 범인이었다는 부분, 처음에는 굉장히 추상적이었거든요. 열린 결말인가? 나중에 읽었을 땐 그게 이 작품의 의도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거기서 느껴지는 허무한 느낌이 좋았어요. 요즘에 하드보일드 소설을 읽고 있는데, (병진 : 너 챈들러 읽어봤냐?) 그것도 그렇고 제임스 케인 작품을 잘 읽었는데 그런 것 때문인지 제 취향에는 맞았던 것 같아요.

 

승관 : 저는 반전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생각했는데, 형이 말했던, 반전까지 가는 사유가 중요하다고 했잖아요. (병진 : 반전까지 가는 사유가 아니라 반전이 만들어 주는 여백들.) 반전이 만들어주는 여백들, (병진 : 독자들에게 상상 하게끔 만들어주는 것들.) 그런 것은 여기도 있지 않나?

 

반전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읽으면서 체호프의 단편이 생각났다. 체호프가 반전을 잘 활용하는 작가라서. 이 작품은 스토리 중심의 소설이기 때문에 반전도 중요한 것 중에 하나긴 하지만 이 작품에선 반전이 깊이 있게 활용되지 않았다고 봐요. 그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체호프는 인물의 성격이나 사건에서 일어나는 아이러니가 반전이 된다면, 이 소설은 반전이 되는 미끼 같은 것을, 약간 이 사람의 소재를 애초부터 반전의 코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만드는데 있어서 한계가 있다고 생각돼요. (기성 : , 소재부터 이미 그런 지점이 예고되었다는 거네요. / 병진 : 반전이 일어날 때 인물이나 상황, 관계 속에서 반전이 일어나야 해. 이 소설은 소재와 인식 안에서의 반전이 스무스하게. 그냥.) 그렇기 때문에 당연한 이야긴데. 반전이라고 느낄 수 없죠. 소설 안에서의 국면을 보면 당연히 이렇게 되겠지, 하고 독자들은 기대에 빠지게 된다는 거죠.

 

(중략 : 소설에서의 줄바꾸기에 관한 논의)

 

병진 : 그리고 이 강독회가 소설의 연구함으로써 자신의 창작 공부가 될 수 있겠지만, 신춘문예 작품들을 보면서 느꼈던 게, 자신의 주관적 감상이 아니라 객관적인 심사평이 나오잖아요. 이런 작품들의 평을 확인하면서 소설을 보는 안목도 기를 수 있는 것 같아요.

 

보교 : 이 소설 이야기하면서 소재주의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 해봤으면 해요. 소재주의의 위험도와 관련해서요.



병진 : 소재주의가 그런 이야기를 해 봐야 할 지점이 분명히 더 있는 것 같아요. 아까도 그런 이야기를 했었지. 이 소재는 분명 더 깊이 갈 수 있는 지점이 있는데 더 심화 되지가 않아. 아무튼 소재주의에 대해서 더 말해보자.

 

기성 : 심화가 안됐긴 한데, (병진 : 좋은 소재는 스스로 주제를 해결하고 있다?) 소재 자체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보니 그렇게 느껴지는 것뿐이지 이야기 그 자체의 완성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승관 : 소재주의가 가진 한계성이나, (? : 소재주의가 나쁜가?) 소재주의를 안고 있는 소설들이 궁극적으로 어느 방향으로 가야지 좋은 소설이 되는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드네요.

 

병진 : 깊이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볼 땐 90년대 김영하의 작품이 굉장히 소재주의적이었어요. 항상 새로운 캐릭터, 신선한 느낌을 주고, 그런데 그런 김영하 소설들을 생각해보면 지금 와서 다시 읽을만하지는 않거든요. 소재주의가 나쁘다곤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소재에만 묶여 있는 소설들이 안타깝다는 생각은 들어요. 중요한 건 인식의 깊이이니까. 이 소설에 조금만 더 인식의 깊이를 더해보죠.

 

저라면 이 소재를 가지고, 반성적 자기의식을 가지고 이야기를 했을 것 같아요. 자기의식이 자기임을 계속해서 확인하는-일기를 쓰고 자의식을 반추하면서 말이예요-행위를 통해서 성립한다면 이 소재는 그런 반성적 자기의식의 과정이 불가능해진 사람의 이야기가 되는 거잖아요. 나는 누구인가? 실존의 문제에까지 깊이를 가질 수 있는 소재인데, 여기서는 소재에서 시작해서 소재에서 끝. 소재주의의 함정이 거기 있는 것 같아요. ‘좋은 소재는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고 있으니까.’ 소재만으로도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생각해보면 소재주의도 장점이 있어요. 소재주의가 아닌 다른 것으로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면 실존에 대해서 차분히 생각하며 말해야 하는데, 이렇듯 좋은 소재는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고 있으니까.

 

승관 : 소재주의는 그런 부분이 위험한 것 같아요. 쓰는 자신이나 대상이 된 독자 자체가 뒤로 갈수록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 소재를 가지고 쓰는 게 나쁜 건 아닌데, 그 안에서 뭐든 만들 수도 있고. 그 안에 깊이를 만들지 않아도, 제 생각엔 이런 이야기만 계속 붙잡고 재미있게만 써도 그 것도 뛰어난 성과라고 생각하거든요.

 

현주 : 소재를 잘 잡으면 소재가 이야기를 자기가 알아서 만들어내니까. 나는 소재를 너무 잘 잡았어, 이렇게 생각하면 다른 건 생각 안하고 스토리에만 집중하는 난점이 생기지 않을까?

 

승관 : 그렇게만 써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는데. 중요한 건 어쨌든 소설이 될 만한 재미있는 소재는 한정되어 있다는 거죠. 쓰다 보면 거기에 관심을 가지는 독자들도 생길 것이고 그런 독자들은 계속해서 이 작가의 새로운 소재를 기대하게 되는 건데. 가다가 밑천이 떨어지면 뭐야, 이거 재미없잖아. 이렇게 되잖아요. 그리고 쓰는 사람도 압박을 느끼게 되는 거고.

 

기성 : 소재주의에 대해선 포스트모더니즘 이야기가 빠질래야 빠질 수 없죠.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가치관은 지상 위에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 이런 거나, 보르헤스의 말처럼 우리는 이미 쓰여 졌던 것들을 다시 가져와 재조립한 것에 불과하다, 이런 생각이잖아요. 포스트모더니즘에 입각한 문학은 무엇을 가지고 쓸래? 로 고민하는 게 아니고 이런 거죠. 무엇을 쓰든 간에, 이것을 이렇게, 어떻게 쓸래?가 중요하다는 거잖아요.

 

소재주의에 관해선 헤밍웨이와 커트 보네거트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둘 다 세계대전을 가지고 주로 글을 쓴 작가인데, 확실히 색이 다르죠. 헤밍웨이는 전쟁의 참상에 대해 엄중하고 무겁고 리얼리티하게 다가가는데, 커트 보네거트는 완전 다르죠. 이게 정말 전쟁을 가지고 쓴 소설인가? 싶을 정도로 가볍고 재미있고 또 블랙 코미디도 가지고 있죠. 이 두 자가의 관계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가 소재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소재가 작가를 선택한다는 그런 느낌.

 

병진 : 그러니까, 소재는 포착되는 게 아니라 내 내면에 그런 고민이 있을 때 그때야 비로소 소재가 나와 같이 관계를 맺는 것 같아. 결국엔 중요한 건 바탕이 되는 인식의 깊이.

 

승관 : 소설은 분명 소재를 필요로 하고 그에 관한 문제는 어느 작가나 비슷한 지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 관건은 소설화된 결과가 깊이를 가지냐 못가지느냐고, 또 그것은 독자가 갖고 있는 읽는 깊이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돼요.

 

예를 들어, 천운영 같은 경우. 소재적이죠, 분명히. 하지만 천운영의 소설을 마냥 소재주의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알기로 천운영은 소재를 마주하면 직접 몸으로 탐구한다고 들었다. 뭐 직장으로 잡아본다든가, 그런 식으로. 그게 인식의 바탕이 되는 거죠. 김영하는 안 그런 것 같긴 한데, 이 소재 저 소재 다 끌어다가 쓰는.

 

병진 : 아까 지나친 내용인데, 어떤 걸 끌어오면 쉽다고 했잖아. 훌륭한 소재는 스스로 주제를 해결한다는 말처럼. 그런 게 분명히 있는 것 같아. 그런데 그렇게 쉽게 만들면 만든 티가 나.

 

1Q84의 뒷부분에 길야크 인디언에 관한 부분이 나오는데, 어떤 애들이냐면 길이 옆에 있는데도 상처를 입으면서 자신의 길을 만들면서 가. 하루키는 그걸 어떤 대단한 상징으로 쓴 것이 아니야. 그냥 길야크 인에 대한 책을 읽었다. 그 내용이 마음에 와닿는다, 그 정도로만 나오거든. 하지만 그건 분명 그 나름의 훌륭한 기능을 하거든. 소설과 독자 사이에 어떤 공간을 만들면서.

 

그렇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만들지 않아도. -만들면 티가 나니까, 그게 마음에 걸리거든. 보고 있으면. -그런데 길야크 인디언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은 읽으면서 그 안에서 맥락을 찾고 연결고리를 만들고 상상을 덧대거든. 그렇게 했을 때만이 더 유효하게 마음을 전달하는 것 같아서. 감동적이고. 소재주의 이야기를 하면서 놓치면 안돼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승관 : 소재도 소재지만 디테일 문제에 관해 한국소설에서 많이 경직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외국작가들하고 많이 다르죠. (병진 : 우리나라 작품은 너무 많이 개인의 내면, 이런 것을 보고 있는데) 그거 일본 소설의 영향이긴 한데. 물론 우리나라 작가들이 개인의 내면을 파고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경향이라 생각하지만 그 한계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은 분명 소설가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병진 : 오늘 강독회는 이 정도 이야기하면 된 것 같지 않나?

 

기성 : 아주 훌륭한데요.

 

병진 : 그리고 내가 이번에 준비하면서 느낀 건데, 강독회 다음에도 했으면 하는데, 미리 공지를 해도 사람들이 참여를 안 하더라고.

 

승관 : 원래 다 안 해.

병진 : 그러니까 픽스된 인원이 있는 상태에서 자유로운 참여를 추구해야 해. 여기 지금 픽스된 인원이 모여 있다고 생각하거든.

 

승관 : 뭐 지금 결의하자는 거예요?

 

병진 : 내가 다음에 할 것을 두 개 정도 정해놨는데. 진통에 미리 홍보를 했으면 좋겠어. 하나는 편혜영이 저번 겨울에 발표한 저녁의 구애, 그거 괜찮더라고. 그리고 또 문학동네 봄호에 실려 있는 이기호의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 (기성 : 단편이에요?) 단편으로 할 거야. 단편에는 세공의 느낌이 있으니까.

 

기성 : , 그거 하고 싶어요. 류노스케의 지옥변. 지금 과제로 읽고 있는데. 괜찮아요.

병진 : 단편이야? 그래, 그것도 괜찮은 것 같다. 그럼 미리 복사해 놓을게.

기성 : , 생각해보니까 지옥변보다는 라쇼몽이 더 괜찮은 것 같기도 한데.

병진 : 아무튼 뭐 구체적인 건 추후 생각해보도록 하자. 아무튼 같이 해보자. 같이 하면 괜찮을 것 같지 않니? 한 달에 한 번 할꺼야.

보교 : 시는 안 해요? (병진 : ……시는 네가 꾸리면 돼.) 어떻게 해요? (병진 : 이런 식으로 하면 돼지. 진통에 홍보도 할 테니까.)

 

승관 : 아무튼 계획을 말씀해 보세요.

 

병진 : 그래, 이야기를 해보자. 그리고 끝날 때에는 그걸 해야 돼. 우수한 작품 하나. 그게 재밌더라고. 난 이 작품이 좋았다. 이렇게. 셋 중에 어느 게 제일 좋았다.



승관 : 얼음. 전 그나마 얼음, 그나마도 아니고 그냥 얼음.

기성 : 전 그나마 나쁜아내

장원 : 전 낯선 아내

현주 : 저도 낯선 아내

병진 : 난 얼음.

승관 : 얼음 둘에 낯선 아내 둘. 숨겨진 표가 있어. (병진 : 보교야, 넌 어떠니?)

보교 : 난 청소기

 

병진 : , 그리고 하나 더 해야 돼. 강독회 총화를 하고 마치자. (장원 : 총화가 뭐예요? / 승관 :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자기 소감을 이야기하면 되는 거야.) 오늘 어땠는지 이야기 해주시면 돼요. , 기성이 너부터 해.

 

기성 : 아주 좋았습니다.(환하게 웃으며-기성이의 눈웃음) 정지아 선생님 시간에 신춘문예 작품을 가지고 수업을 했는데, 이런 거 수업 시간 아니면 할 기회가 없잖아. 그런데 수업시간에 하면 교수님 의견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서 좋았던 것 같아요. (승관 : 그리고 사실 수업시간에는 서로 경계심을 두고 있잖아. 작게 모이는 거랑 다르지.)

 

현주 : 피식. (기성 : 새내기예요? 이름이 뭐예요? , 류 씨네. / 승관 : 파벌 쩔어.) 재밌었어요. 편하고. 수업이 아니라서 그랬구나.

 

장원 : 교실 밖에서 배우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많이 배운 것 같아서 좋아요.

 

승관 : 중요한 건 재미라고 생각해요. 학과에 문학 배우러 들어와서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느끼는 재미 이외에는 수업 시간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잖아요. 수업시간에 우리가 받는 것은 합평의 고통, 창작의 괴로움-이런 것들인데, 문학 가지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친구들이 알고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수업하는 강의실 밖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순수한 문학작품을 다루는 것 외에도 같이 즐기면서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이런 기회가 많이 있었으면 해요. (병진 : 안 그래도 나 기획하는 거 몇 개 있는데.) 기획하는 거 많이 있다구요? 부탁인데, 제발 너무 많이 벌리진 마세요. (일동 웃음. / 기성 : 책도 너무 어려운 거 하지 마세요. 옛날 콜로키움 꼴 난다니까. 그거 08년도에 두 번 하고 망했잖아. 텍스트가 어려워서.)

 

병진 : 저는 이게 제 공부라고 생각해요. 글을 볼 때도, 내가 고민하고 생각한대로 글을 보고 그렇게 이야길 하고, 나라면 이렇게 썼을 텐데, 나라면 이게 더 재밌었을 텐데, 하고 생각을 하거든요. 내 소설의 방법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실제로 내 소설에 배운 것들을 가져다 쓰려고도 하구요. 공부가 되는 것 같아요. 오늘 이야기가 나왔던 것들 중에 소재에 관한 이야기들이나 행간에 대한 이야기들은 저한테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저는 강독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다 자기 공부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또 편한 이유가 뭐일지 생각해봤는데, 편한 이유가, 다 창작자잖아요. (승관 : 난 절필했는데.) 그래서 각자 자신의 창작론과 작법, 고민, 스타일들이 있잖아요. 이런 것들이 공유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리. 문창과라서 가능한 게 아닐까요? 오늘도 그랬던 것 같아요. 다음에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다다음에도. 그러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오늘 서기하느라 수고해준 보교에게도 한마디 들어봐야지.(박수)

 

보교 : 재미가 있었어요. 시를 이렇게 이야기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병진 : 시 강독회 결의하는 거죠) 좋은 소재가 스스로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과 시에서만 행간이 유효한 줄 알았는데 소설도 이런 것이 있구나, 라는 생각. 직접 글 쓰는 사람들이 모여서 글 쓰는 이야기를 하니까. 좋아요.

 

승관 : 전 절필한 시 쓰는 사람이에요.

 

병진 : 저번에 작인 붙어있던데? 그건 뭐야?

 

승관 : 그건 절필시예요. 저는 이제부터 내는 시 모두 절필시예요.

 

병진 : , 그거 괜찮은데! 자 이제 끝났으니까 밥 먹으러 가자. 그리고 이건 정리해서, 근데 녹취가 잘 됐으려나? 오늘 수고하셨습니다.(1시간 30)

 

*

 

문연자 강독회의 경우 월 1회 진행됩니다. 앞에서 논의 된 것처럼 미리 선정된 작품을 읽고 나서 그 작품에 대한 연구와 분석을 통해 소설을 공부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다음 강독회 작품을 선정해두긴 했지만 더 괜찮은 작품이 있다면 주저 말고 추천해 주시기 바랍니다. 추천작들 중에서 추천 사유와 강독회 진행 내용 등을 고려해서 강독회 대상 작품을 선정하기로 하겠습니다.

 

문연자 화이트보드와 화이팅 문창 문연자 게시판을 이용하여 강독회 작품 추천 및 제안 받고 있습니다. 문의사항은 언제나 사서에게로.

 

시 강독회 및 여타 장르에 대해서도 강독회가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진행 시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1 | 2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