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잔을 들고 재채기
이영도 외 지음 / 황금가지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책의 이름은 각 단편의 제목들 중에서 고른걸까?

흥미로워 보이는 제목이었다.


다 읽은 지도 몇일 지났고,

빌린 건 더 오래되어서,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김보영 작가님의 단편집 에서

'노인과 소년'이 이 책에 수록되었었다는 걸 보고

찾아서 빌렸던 것 같다.


그결과 당연하게도 '노인과 소년'은 읽어본 이야기였고,

'샹파이의 광부들'도 이영도 작가님의 작품이니

한참 전에 읽어본 이야기였다.


그래서 이 단편집에서 가장 내 취향인 이야기 두개를

이미 읽어본 상태이다 보니,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재미가 없는건 아닌데,

몇몇 이야기들은 뭔가 우울하고, 실험적이다.


어렸을 때, 추리소설들을 읽다가,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고양이를 읽고 느낀거랑 비슷한 느낌인데,

읽고나면 뭔가 주변이 어두워지고 축축해진 느낌?

그런 책은

밝고 맑고 청명한 날에

건강하고 명랑한 마음만땅으로 읽지 않으면,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내 자아는 그렇게 건강하지가 못해서..ㅠㅠ

별로 좋지 못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쩌다 보니

육아와 관련된 소재의 책을 연달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가끔씩 듣고 있는

팟캐스트에서 예-전에 방송한 걸 얼마전에야 듣고 읽어보기로 결심했었다.

그래서 읽으면서 그 방송에서 그래서 그런 말을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다음에는 책을 먼저 읽고 방송을 들어보고 싶다.


여하튼,

그 방송에서의 말처럼, 정말,

'프랑스쯤 되면 저러지 않을 줄 알았는데' 다.

내가 사는 사회가 아니더라도,

어딘가에서 인류가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었다면,

언젠가 내가 속한 사회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가질텐데.

슬프다.


차별, 빈곤, 모욕, 위선.

감정을 이입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각 인물의 강렬하거나 소소한 감정을 서술했다.

작가의 이력중에 기자로 지낸 시절이 있는데,

그 느낌이다.


똑바로 보기 힘들고,

부정하고 싶고, 과거의 문제, 나와 무관하다고 여기고 싶은 문제들을

현재형으로 서술한다.

힘들지 않았을까.


어떡해야 할까. 우리는.


-p14
"~정말 불편해. 면접할 때 그런 것도 염두에 둬.
애가 있는 여자라면 자기 나라에 두고 온게 나아."
미리암은 충고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 엠마가 한 말은 그녀의 마음을 거북하게 했다.
어떤 고용인이 그녀나 친구들 중 누군가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했다면
그들은 소리 높여 그것은 차별이라고 외쳤을 것이다.
아이가 있다고 어떤 여자를 배척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그녀는 폴에게 그런 문제는 아예 거론하지 않기로 한다.
그녀의 남편은 엠마와 비슷하다.
자기 가족과 일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실용주의자.

-p141~142
한적한 산책로의 벤치에서 세상이 더 이상 원치 않는 사람들과 마주친다.
그들은 비좁은 아파트, 음울한 거실, 무위와 권태로 움푹 파인 안락의자를 피해 밖으로 나온다.
팔짱을 낀 채 몸을 웅크리고 덜덜 떠는 편이 낫다.

오후 4시,
아무 일 없는 하루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오후의 한가운데,
시간이 헛되이 흘러가버렸음을 알게 되는 시간,
이제 저녁이 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이 되면 사람들은 자신이 아무 데도 소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부끄러워진다.

-책소개의 카드 뉴스 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완벽해 보이던 보모에 의해
두 아이가 살해되고,
그로 인해 세상에서 거절당했던 한 여자의
고독한 삶이 조금식 베일을 벗기 시작하는데요.

무너져 가는 한 인간의 내면과
타인에게 아이를 맡긴 엄마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덕분에
작품을 읽는 내내 섬뜩함을 느끼게 됩니다.

보모가 아이들을 영원히 잠재울
달콤한 자장가를 부르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의 정반대의 행복 - 너를 만나 시작된 어쿠스틱 라이프
난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탁받아서 대여해주었다가 반납 전에 읽은 책이다.

난다님의 '어쿠스틱 라이프'를 즐겁게 읽었어서,

기대가 있기는 했지만,

만화가 아닌 에세이,

그것도 육아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가 하는 우려로,

스스로 빌리지는 않았을 텐데,

부탁받았던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에세이는 많이 읽어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일상툰의 경우

살면서 문장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순간, 기분을

그림과 글로 표현해주어서 '맞아!' 시원한 순간이 있다.


모르는 기분도 아니고,

아는 기분을 다시 표현해 주는 걸 

나는 왜 좋아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여튼 계속 보게 된다.


.. 어쩌면

그 기분을 느꼈을 때,

다른사람은 그 대응을 어떻게 했는지

그 결과는 어떻게 됐는지를 참고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어쿠스틱 라이프'에서도 그러한 순간이 많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는 만화인 만큼, 가볍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다면,

이 '거의 정반대의 행복'는 보다 진지하고 깊은 공감이 된다.


그리고

(이런걸 객관적으로 판단할 능력은 없지만, 순전히 주관적으로)

시 같이 느껴지는 좋은 문장을 적었다.

내가 과잉 공감을 해서 그렇게 느끼는 지도 모르지만,

어떤 상황에서 비슷한 생각을 백번정도 하고,

백개의 문장으로 생각하는 것을 반복하다가

어느날 머릿 속에서 딱 정리된 문장이 만들어진 순간

그걸 적어둔 것 같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다가 

갑자기 머리에 떠오르는 좋은 문장.

중간중간 그런 문장 같은 느낌이 보인다.


내가 가족들이 모두 잠든 시간에

식탁등만 켜놓고 읽어서 그럴 수도 있다.

그 시각 그 따뜻한 조명, 그 감성에 

잘 어울리는 책이다.

-p256
나도 알고 있다.
시간을 잡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아이가 태어나고 부터는 더 절절히 느낀다.
지나간 시간이 정말로 절대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부지런히 기록을 해두면
시간이 흘리고 간 조그만 기념품 정도는 붙잡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1테라바이트에 달하는 사진이 하나도 정리되어 있지 않아도 걱정 없다.
앨범 만들기는 노후의 기쁨으로 남겨두면 되니까.
(물론 2테라바이트 외장하드와 그글드라이브 두 군데로 백업을 해두고 있다.)

-p263
낮 동안의 바쁜 마감이 지나고 저녁 요리를 할 때면
인생이 제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족스럽다.

-p273
얼마 전 영화배우 라이언 레이놀즈가 티브이 쇼에 출연해, 아내는 1년간 아이를 몸속에서 키웠으니 할 일을 다 했다며 그 이후부터 키우는 건 남편의 몫이라고 이야기하는 걸 보고는 ‘바로 저거야!‘ 감탄했다. 그래, 자연의 법칙이 공평하지 않다면 인간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충하면 될 일 아닌가. 문명도 세운 인간인데 말이다. 한국의 실정에서는 너무 비현실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임신과 출산이라는 노동에 공감하고,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하는 태도는 멋지다고 생각한다.

-p317~318
앞으로 시호는 자라며 삶 속에 일이 있다는 것을 배워나갈 것이다.
시호에게 일이란 멋진 것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부분적으로는 일하기 싫다고 노래를 부르지만
전체적으로는 즐거워서 하는 것.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인상은 주고 싶지 않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일도 많지만 당분간은 비밀로 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집 문제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미 빌릴 책을 다 고른 후,

동행을 기다리면서 서가를 구경가다가

'아, 이분도 새 책을 쓰셨구나'

하고 한번 펼쳐보았다.


그런데, 책 정보에

지은이 히가시노 게이고 로 되있어서 깜짝 놀라

'앵 내가 잘못봣었나' 하고

다시 표지를 확인했다.


오타다!

판권지 오타다!

얼마전에 편집자인 작가가 게스트로 나온 팟케스트에서

판권지에 오타가 나면 큰일이라는 말을 들었어서

왠지 반가운마음에(?)

빌렸다.


이건 무슨 심리인지..

희귀물품을 발견한 심리?

(그 와중에 옆면의 도서관 도장도 거꾸로 찍혀있다.)


여하튼

그 기세를 몰아

빌려온 책들 중에서도 가장 먼저 읽혀지는 영광을 차지했다.


이 작가의 작품을 그리 많이 읽지는 않았고,

최근에는 특히 더 안 읽었던 것 같은데,

흐릿한 기억에서나마

어두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꽤 긍정적으로 보는 밝고 경쾌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기분전환을 하고 싶거나,

뭔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을 때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약간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잘 안 읽었던 것 같다.

이번에도 오타가 없었으면 안 빌리지 않았을까? 하하


그 분위기는 여전하다.

이 작가는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궁금하다.

삶은 물론 쉽지 않지만,

그래, 어떻게든 되겠지,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면,

또는 그러지 않아도,

어떻게든 된다고 

어깨에 힘을 좀 빼고 좀 이상해도 된다고

그래서 재밋는 거라고

토닥여 주는 듯한 책이다.

(그래서 오타는 신의 한수인지도?)


보통 무슨 이야기에서

위기가 나오면,

예를 들어 남편이 직장에서 고문관인 것 같다거나,

부모님이 이혼하실 것 같다거나,

보통 마지막 부분에서

그건 사실 오해였고, 아무 문제 없어~

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실에는 고문관도 있고, 이혼하는 부모도 많다.

그게 내 현실인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하냐는 거다.

이 책의 이야기들에서도 그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는다.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를 만났을 때,

진지하게 궁리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여줄 뿐이다.

사건의 전말이 무엇이고,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원래 인생 자기 눈으로 본 것 까지만 알 수 있는 법이다.

독자인 나는 그냥

앞으로도 이 사람들이 계속 밝게 살아가기를 응원할 뿐이다.




여탐으로,

요즘은 정말 단편집 시즌인지.

뽑는 책마다 단편집이다...

이 책은 정말 장편일 줄 알았는데...ㅠㅠ

메구미도 더는 바라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도 남편이 갑자기 능력 있는 사람이 되어 승진도 하고 월급도 오르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자회사로 쫓겨 가거나 조기 퇴직을 권고 받거나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것 또한 인생이다.
의자 뺏기 게임에서 졌다고 행복까지 빼앗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메구미는 배 속의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네가 어른이 되었을 때도 엄마는 딱 두가지만 바랄게.
농담이 통하는 사람일 것.
그리고 포기하지 말 것.

-p113 허즈번드-

"~ 제일 큰 동기는 성취감 인 것 같아요.
일상생활에서는 자신을 극한 상황에 몰아넣을 일이 없으니까요.
역시 인간이란 열심히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한가 봐요."
"그래, 그럴 거야."
사토미의 얼굴이 떠올랐다.
결혼하고 내내 함께 걸어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남편 혼자 앞질러 가게 되었다.
그녀가 자기만 내버려졌다는 생각에 시달렸는지도 모른다.

-p314 아내와 마라톤. 담당 편집자와 오쓰카 야스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주 이른 여름 휴가를 다녀오며 챙겨가서 읽고 온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도 감흥이 조금 흐릿해지고 말았다.


이 작가는 추리소설에서 이런저런 사회문제를 다룬다.

그런데 왠지 읽으면서 그 메인 주제보다는,

소소한 사건들과 상황들에 더 눈길이 가고 마음이 쓰인다.

그건 뭔가를 '하라하라' 여기에 집중하라 라고 시키면 갑자기 하기 싫어지는

내 안의 청개구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메인주제는 이미 작가가 내린 결론을 향해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거기에 수긍하거나 반발하며 계속 읽는건 상당히 마음을 써야하는 일이어서,

오히려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작가의 주장을

'아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라며 읽게 된다.


그리고 오히려

이야기 전개 중에 나오는 보조 주제(?)들에서 좀 더 생각하기 위해 멈추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내가 평소에 메인주제같은 굵직한 생각은 별로 못하고,

소소한 문제들만 고민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사형제도의 폐지에 대한 찬반에 대해서 보다는,

사건후 남은 가해자와 피해자, 각각 가족들의 삶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건

내가 사형제도의 존폐에 직접 관련될 일이 없을거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 물론 실제로도 그러하길 바라지만...


마찮가지로, 평소에

내가 속한 사회의 굵직한 문제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는 건,,

청개구리 때문이 아니라,

나의 무지와 게으름, 비겁함 때문일 것 같다.




전화를 끊은 뒤, 그녀는 나카하라를 향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고양이의 유해를 가져간 다음, 사흘 후에 납골함에 넣어서 돌려준대요. 달랑 3만 엔으로 말이에요."
"그거 수상하군. 주인은 어떤 사람이지?"
"할머니였어요. 자체 화장로가 있는지 물으면 업자의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하더군요."
나카하라는 얼굴을 찡그렸다.
"정말이지, 일본의 노인들은 너무 착하다니까."
"뒤가 켕기지 않는다면 무엇을 물어봐도 괜찮을 텐데 말이지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 간다 료코는 덧붙였다.
"아까 사장님 문제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응? 무슨 뜻이지?"
그녀는 생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사람의 과거를 알고 싶으면 본인에게 직접 묻는 거예요. 감출 게 아무것도 없다면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을까요?

그는 팔짱을 끼고 베테랑 여직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렇군......"
"만약 뭔가를 감추고 있으면 분위기가 어색해질지도 모르지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