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주 이른 여름 휴가를 다녀오며 챙겨가서 읽고 온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도 감흥이 조금 흐릿해지고 말았다.


이 작가는 추리소설에서 이런저런 사회문제를 다룬다.

그런데 왠지 읽으면서 그 메인 주제보다는,

소소한 사건들과 상황들에 더 눈길이 가고 마음이 쓰인다.

그건 뭔가를 '하라하라' 여기에 집중하라 라고 시키면 갑자기 하기 싫어지는

내 안의 청개구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메인주제는 이미 작가가 내린 결론을 향해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거기에 수긍하거나 반발하며 계속 읽는건 상당히 마음을 써야하는 일이어서,

오히려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작가의 주장을

'아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라며 읽게 된다.


그리고 오히려

이야기 전개 중에 나오는 보조 주제(?)들에서 좀 더 생각하기 위해 멈추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내가 평소에 메인주제같은 굵직한 생각은 별로 못하고,

소소한 문제들만 고민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사형제도의 폐지에 대한 찬반에 대해서 보다는,

사건후 남은 가해자와 피해자, 각각 가족들의 삶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건

내가 사형제도의 존폐에 직접 관련될 일이 없을거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 물론 실제로도 그러하길 바라지만...


마찮가지로, 평소에

내가 속한 사회의 굵직한 문제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는 건,,

청개구리 때문이 아니라,

나의 무지와 게으름, 비겁함 때문일 것 같다.




전화를 끊은 뒤, 그녀는 나카하라를 향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고양이의 유해를 가져간 다음, 사흘 후에 납골함에 넣어서 돌려준대요. 달랑 3만 엔으로 말이에요."
"그거 수상하군. 주인은 어떤 사람이지?"
"할머니였어요. 자체 화장로가 있는지 물으면 업자의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하더군요."
나카하라는 얼굴을 찡그렸다.
"정말이지, 일본의 노인들은 너무 착하다니까."
"뒤가 켕기지 않는다면 무엇을 물어봐도 괜찮을 텐데 말이지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 간다 료코는 덧붙였다.
"아까 사장님 문제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응? 무슨 뜻이지?"
그녀는 생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사람의 과거를 알고 싶으면 본인에게 직접 묻는 거예요. 감출 게 아무것도 없다면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을까요?

그는 팔짱을 끼고 베테랑 여직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렇군......"
"만약 뭔가를 감추고 있으면 분위기가 어색해질지도 모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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