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18.14-16.5 고궁박물관 with 자전거나라 가이드 KHJ?


바티칸 투어에 참여한 후 결심한게 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꼭 가이드를 받자."


알고 보는 것과 그냥 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우리나라 박물관에는 설명도 쉽게 읽을 수 있고, 우리말 음성 안내기도 있지만,

그냥 여가로 방문한 것이라면, 모든 전시품을 보기 전에 지쳐 흥미를 잃게 된다.

즐겁지도 않고, 기억에 남는 것도 거의 없게 된다.

적절한 가이드를 받으면, 선별한 전시품들을 연결하여, 큰 스토리를 들려주고,

야사(보통 더 재밋는) 같은 이야기도 들려주기 때문에 훨씬 더 즐겁다.

이번 고궁박물관 가이드 투어가 2시간이라는 이야기에, 중간에 지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이야기에 집중하다보니, 1시간도 안 된 것 같은 기분인데, 2시간반이 지나있었다.



성리학. 조선의 통치 이념이다.

이 이념에는 왕이 잘 못하면, 혁명을 일으켜도 된다는 이론이 있어서,

역성혁명이었던 조선 건국의 이념적 기반이 되었다고 한다.

성리학이 유교의 한 학파라는 것 이외에는 아는게 없었는데, 조금이나마 설명을 듣고 보니,

왜 성리학이 조선의 이념이었다는 사실이 중요한지 알 것 같았다.

학문을 중요시한 학자들의 나라였기 때문에, 왕도 계속 공부해야 했고,

보통 민가의 성년보다 빠른 7-14세에 세자 책봉을해서, 그 때부터 하루종일 공부를 시켰다고 한다.

(사도세자는 생후 7개월? 인가에 세자 책봉을 해서.. 미쳐버린 것도 이해가 간다고...)


궁궐의 방도 재현해 두었는데, 꽤 작다.

우리나라는 홈파티 문화가 없어서 방이 작다고..ㅋㅋ

예전에 프랑스? 사람이 와서 방을 보고, 자신의 나라보다 가난한 나라인데,

방마다 책이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고 한다.

서양은 군사력을 기반으로 한 왕이었기 때문에, 학문적인 깊이가 중요하지 않았고, 

왕이 글을 읽지 못할 수도 있었다고 한다. ...설마 정말 문맹이기까지 했을까 싶기는 하지만.

여하튼,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유서가 깊었던 것이다.


교육열의 끝판왕, 과거.

3년마다 있었다는 과거에 급제하면 받았다는 어사화(더듬이).

끝에 줄이 달려 있어서 손으로 잡고 있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그 휘어짐이 중력의 작용이 아니었다니.. (실물을 보니 꽤 뻣뻣해보이긴 하더라..)

여하튼, 전국에서 평생 공부한 사람들이 시험봐서,

거기서 장원한 사람들을 보통 집현전에서 일하게 했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이랑 일해야 하니, 왕도 엄청 공부해야 했다고 한다.

관직이 세습이 아니어서, 금수저들도 열심히 공부해야 했다고..

물론, 음서제도가 있긴 했지만, 음서로 들어가면, 승진에 제한이 있고,

내부에서도 멍청하면 따돌림 당했다고 한다..



확실히 왕권이 강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그 덕에 조선왕조실록이 잘 유지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기록이 성리학 기반의 나라라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이라서,

당연히 원조?인 중국에도 있어야 하는 것인데,

중국은 황권이 너무 강해서, 황제가 기록에 영향을 미치는 바람에,

그 기록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한다.


왕들이 실록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인데,

그럼 왕은 교훈을 어디서 얻어야 하는가! 해서 만든게 

역대 왕들의 업적을 모아서 적어 둔 '국조보감'이라고 한다.

여기에도 이름을 (포스트잇 같이 종이를 붙여서)가려두었다는데,

이게, 누구의 업적인지 모르게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이름?을 신성시 여겨서 그런 것인지?


왕의 최고 예복이 면류관에 구장복이었다고 한다.

면류관은 위쪽 판판한 '면'에 구슬(류)이 매달린 (사극에서) 많이 본 모자인데,

윗면이 기울어져 있어서, 겸손하게 머리를 약간 앞으로 숙이게 되고,

귀 옆 부근에 오도록 매달려 있는 2개의 옥구슬은 행동에 따라 소리가 나게 되서,

마음이 흐트러져서 행동에 드러나는 걸 경계하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눈 앞으로 내려오는 구슬들은, 보이는 것에만 현혹되지 말라는 의미?

그런데 기억이 약간 흐릿해져서 자세히 알아보려고 검색을 해봤더니,

옥구슬 대신, 감언이설을 경계 또는 나쁜 말 듣지 말라고 솜뭉치를 달았다는 이야기나,

나쁜 것 보지 말라고 구슬들을 늘어뜨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아마 몇 가지 해석이 있는 것 같다.

정확하지만 재미없는 박물관의 공식 설명 대신 사설 가이드를 택할 때, 잃게 되는 부분이 여기에 있다.

정확하게 알려면, 한번 더 확인 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어처피 제대로 이야기해 주었어도, 내 기억속에서 변질될 수 있고,

현재는 가장 널리 인정받는 해석도, 나중에는 바뀔 수 있다.

그런면에서, 박물관의 공식 해설만 읽는 것이 교과서라면,

가이드 투어는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랄까.

객관적인 진실로서의 가치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이야기와 가치판단이 들어가서, 훨씬 재미있고, 그래서 오래 남는다.

일단 흥미를 가지게 되어야, 더 알아보게 된다.


'''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 유홍준 (석농화원) -

'''


가장 큰 수확이라면,

'조선왕조'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되고, 호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일제시대의 역사교육의 잔재인지는 몰라도, 조선이라는 나라에는 안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유교, 신분제, 폐쇄, 비합리, 비실용, 차별 이런 단어들만 연결하곤 했다.

이번 투어로 그런 인상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현대인의 기준으로 보면 당연한 판단이라 생각한다.)

그 시대 나름의 노력과 선의, 아름다움을 보았다.



P.S- 관람한 내용의 10%정도 밖에 적지를 못해서 아쉽다ㅠㅠ




* 참고

- http://www.k-heritage.tv/brd/board/275/L/menu/256?brdType=R&bbIdx=3766

- https://news.joins.com/article/13557062

- http://bitly.kr/awZR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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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의 세계
듀나 지음 / 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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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판타지 세계관의 추리소설이 가능한지 궁금했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이 책은 우연히, '붉은 집 살인사건'을 빌리려다가 근처에서 본 책등이 예뻐서 자세히 보니,

작가이름이 낯익어서 한번 뽑아 보았다가, 뒷페이지의 추천사를 요즘 찾아 읽던 배명훈 작가님이 쓰셨길래, 빌렸다.


아니 사실 빌릴까말까하며 서서 한두장 읽었는데,

초능력자 소설에 첫 장부터 추리소설 같은 장면으로 시체가 등장해서,

취향이다 하면서 빌렸다.


"~ 뭐든 불가능한 게 없는 만능 전신감응자 부대를 상상하는 건 의미 없음.

  분명 우리가 모르는 더 단순한 방법이 있었겠지."

-- 17: 21층 천장에서 발견된 아이 --


여하튼,

마법사나, 초능력자가 존재하는 세계를 배경으로 재미난 추리소설이 가능한 것인가.

라는 의문이 있었다.


판타지(과학 판타지든 마법 판타지든)는 여기까지 가능해? 라는 놀라움도 매력이지만,

정통 추리소설에서 벽을 통과하는 초능력자나 시간여행을 하는 마법사는 아무래도 반칙이니까.


"'불가능한 일을 제외한 뒤 남은 것은 아무리 있음 직하지 않아도 반드시 진실이다.'"

"셜록 홈스? 잠깐, 말하지마. [녹주석 보관]. 

  하지만 그건 현실 세계에선 별 의미가 없는 소리야.

  우리가 불가능한 일들을 모두 제외했는지 어떻게 알아."

"맞아. 그리고 셜록 홈스 시대엔 그나마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았어. 

  하지만 우린 모르잖아."

-- 87: 밀실 문제의 해답 --


사실 꼭 추리소설이 아니더라도,

미스터리요소는 자주 있고, 이야기에 집중하게 해주는 힘이다.


미스터리라는 기술은 거의 멱살을 잡아끄는 수준으로 

독자들을 내 이야기에 집중시키고, 또 계속 머무르게 할 수 있다.

적절하게만 들려준다면 미스터리는 그 이야기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독자들을 얼마든지 가둬놓을 수 있다.

-로버트 치알디니, 초전설득, 151-

이 이야기에서도 사실, 진짜 메인 미스터리는 저 시체에 관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익숙한 지명의 익숙하지 않은 이런 세계에 산다는 것은 어떠한 일인지,

이런 세계에서 주인공들이 무엇을 소중히하고, 무엇을 추구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행동까지 할 수 있는지가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런데,

시점을 자주 바꾸고 (사실 좋아하는 기법이다.)

시간도 왔다갔다 하고, (이것도 좋아한다.)

내가 등장인물 이름을 대충 읽는 버릇이 있기도 하고,

책을 한번에 못 읽고 몇 번 끊어서 읽어서 그런지,


마지막 반전을 제대로 음미하지를 못해서 아쉽다.

분명히 깜짝 놀라도록,

앞에서 부터 차근차근 복선을 깔아두었었을텐데,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 같아서, 한번 더 읽어야 하나 고민중이다.


같은 세계관이라는 '아직은 신이 아니야'를 먼저 읽었었으면, 이해도가 달랐을까 싶기도 하고,

그냥 그 자체로 이 세계의 이야기를 더 읽고 싶기도 해서, 독서 희망 목록에 적어두었다.

(뒷날개에 같이 있던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도 함께..)

그 여자는 배터리였다. - P11

우선 단일한 지식과 가치관을 주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 했다.
지식이란 다른 지식을 흡수하는 통로이다.
지식의 양이 늘어날수록 통로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다언어 구사자로 키워졌기 때문에 다양한 통로를 통해 스스로 쌓을 수 있는 지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 P45

그는 못생김이 남자들이 지켜 낸 마지막 권리라고 생각하는 부류가 싫었다.
-- 조일용이 한상우를 보며 -- - P139

그는 민트 갱이 두렵지 않았다.
그들은 목표가 분명했고 논리적이었다.
동료의 시체를 불태운 건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그 뒤에 이성적인 동기가 깔려있는 게 분명했다.
그는 그들을 잡아 이 사무실로 끌고 오면 다소 열불이 터지더라도 이치에 맞는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가 진심으로 두려워하는 건 다른 아이들이었다.
어리석고 단순하고 억울하고 생각 없고 자기가 무얼 하는지도 모르는 난폭한 짐승 무리.
머슬 팩들, 정신강간범들, 자폭범들, 그 밖에 이름 붙이기도 귀찮은 오합지졸들. - P141

‘배터리로 작동되는 기계‘라는 진부하고 뻔한 표현이, 진부할 수도 뻔할 수도 없다는 사실이 황당했다. - P157

자신의 사고방식을 따르지 않는 후손들에 대한 증오와 공포의 역사는 깊다.
존재가 죽은 뒤에도 문화적으로나마 삶이 지속된다는 환영을 깨뜨리기 때문이겠지.
그들이 두려워하건 말건 후손들은 배은망덕하기 마련이고 인류의 역사는 죽은 자들의 허망한 꿈이 학살당하는 과정의 기록이다.
나는 이런 두려움을 놀려 대는 버릇이 있다.
그래도 고백해 보자.
이런 비아냥에서 내가 언제까지 예외일가?
아니 예외인적이 있긴 했나?
-- 작가의 말 2018.10.06 -- -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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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집 살인사건 변호사 고진 시리즈 1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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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일단, 미스테리아와,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5 에서 단편을,

순서의 문제라는 단편집을 한권. 즐겁게 읽었던 도진기 작가님이라 믿고 골랐고.

재미도 있었다.


그런데 읽는 내내 불편한 건, 너무 예민했던 걸까?


인종이나 지역, 성별이나 체형, 나이나 직업 이런 특징들에 대한 고정 관념들.

이건 많은 사람들이 이미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유머의 소재로 삼거나, 문학에서 인물을 묘사할 때 사용하기 좋고,

아마도 사용하지 않기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비하의 의도가 없다고 하여도, 그런 서술을 사용함으로써,

그러한 고정관념이 더 일반화되고 강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별로 좋게 보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그런 표현을 의식 없이 사용하는 사람은,

자신의 편견을 편견이라 의식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안타깝다.


이 책에서 계속 언급되는 것도,

추리의 기반으로 삼는 것도,

'악의 유전자', '사악한 피', '악의 대물림' 이런 것이다.


그래서 남성룡이 범죄예비군 서형일을 유언으로 조종한 것이 아닐까 하고
두 사실을 연결하기에 이르렀을 겁니다.

즉 형님은 남괘전의 이야기(모친이 범죄자라는)로 남성룡의 가계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 이분희에게서 이어받은 사악한 피

이 모든 것이 그런 행동의 개연성을 높여주고 있었어요. 

... 악의 유전자가 발호하여 가짜라고 오해했던 남진희의 살해에 나섰어요.

형님은 그의 피에 흐르고 있는 악의 에너지를 자극해 

살인을 유도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취한겁니다.


이 작품이 작가님의 첫 작품이었다는 것 같다.

..그러니까.. 첫 작품 이니까..

쓰고싶은 트릭들이 있긴 한데, 범죄의 개연성을 만들기가 어려워서

이런 식의 편견을 사용했다고 생각하려고 했다.


그런데, 조금 더 슬펐던 것은.. 이 소설을 집필할 때, 작가님이 현직 판사였다는 점이다.

사법 및 수사에서 얼마나 일반적인 편견이길래.

이렇게 당당하게 소설에서 범죄의 이유이자 추리의 이유로 선택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정말 무서운 일이다.


(범인의 모친이 범죄자였다는 사실을 알려준)

남괘전 영감님이 아니었다면 아직까지 미명에서 헤매고 있었을거야.

사건 해결의 진정한 공로는 그 할아버지야.

결국, 주인공이(이 분도 변호사다) 용의자의 범위를 설정하는 근거는

조상의 범죄 이력이고, 그게 없어서 진짜 범인은 의심하지도 않았었다는 말이다.




사건의 해결부에 이런 식의 '범죄자의 자손은 범죄 예비군'이라는 편견이 많아 무섭다면,

도입부에서는 인물을 설명하는 부분에는 나이와 성별,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이

한 페이지를 넘기기가 무서울 정도로 많았다.


일단, 여성 인물에게는 '사람'이라는 명사를 쓰지 않는다.


12) -남광자에 대한 묘사(여인네)

60세 정도 되어 보이는 여인네가 송구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나이가 무색하게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세랸된 물빛 시스루 블라우스를 걸친 그녀는...


96) -서해리에 대한 묘사(여자)

개성만은 확실한 여자라고 고진은 생각했다. ...

서해리는 굉장히 강한 자의식과 극단적인 개인주의로 무장한 여자였다.


103) -김청희에 대한 묘사(여자)

"김청희란 여자는 어떤 여자야?"

"당시엔 36세였고, 남편이 있는 여자예요.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으로 인정받고 잘나가는 여자랍니다...."


오직, 남자만 그냥 '사람'이다.

58) -서형일에 대한 묘사(사람)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서형일은 

역삼각형의 얼굴에 팔자눈썹, 입가에 깊이 팬 법령이 사람 좋은 인상을 풍겼는데,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당당한 체격이 인상적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답게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고 손님을 맞이해 

상대편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또, 앞의 묘사와 같이, 

남성 인물에 대한 묘사는 외면을 통해 그 사람의 성격과 내면을 추측하지만,

여성 인물에 대한 묘사는 외면에 대한 묘사와 미모에 대한 평가로 마친다.

30) -남진희에 대한 묘사(여인,미인)

양 볼의 피부는 하얗다 못해 투명했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눈썹아래에서 반짝였다.

그 아래로는 도톰한 코와 작은 입술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더할 수도, 뺄 수도, 고칠 수도 없는 선이었다.

신묘한 붓놀림으로 그린 듯한 얼굴에 웃는 듯 마는 듯 수줍은 미소를 머금은 모습이

신비로움과 포근함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고진은 이 아름다운 여인에 감동하여...

... 세상의 수많은 사진과 명화는 

이런 특별한 미인과 대면하는 순간을 영원으로 포착하기 위한 것이 아니던가.

-- 수많은 사진과 명화의 목적인 저런 것이었는지 몰랐다.


90)

김해련이 집을 나가기 전인 40대에 찍은 사진인 듯했다.

이미 저물어버린 나이였지만, 한때는 인근 남성들의 마음을 울렸을만한 청순한 미모가 엿보였다.


94)

얼굴은 미인축에 든다고 할 만하나 서태황이나 서두리의 잔상이 느껴지는

억센 선과 툭 불거진 광대뼈가 강한 음영을 주어 

완만한 곡선을 선호하는 고진에게는 부담스러웠다.

-- 단지 수사대상이어도 여성은 얼굴이 취향에 맞아야 하는건가.


111)

"아니, 증거는 전혀 없어. 그냥 추측이야.

그래도 남자가 그 정도 돌 일은 그거 하나지.

이분희 얼굴이 엄청 예뻤잖아.

그런 여잔 반드시 얼굴값을 한다고."

-- 이 말을 한 사람은전직 경찰이다.


그리고 남자는 장애가 있고, 돈을 못벌면, 짐만 되기에, 사랑 할 가치가 없단다.

(앞서 나온 남진희도 신체가 불편하고, 돈을 못 번다.)


100)

김병윤은 물론 인물도 좋고, 훤칠한 남자이기는 하다.

하지만 첫인상은 좀 맹해보였고, 변변한 경제활동도 않으며,

신체도 불편하여 같이 살아봤자 짐만 될 남자로 보였다.

서해리가 절세미녀는 아니지만

늘씬한 몸매와 쿨한 성격은 많은 남자들의 시선을 받기에 충분한데

왜 저 남자를 택했을까.


아래는 뭐 이제는 진부한 표현들이다.


39)
남자의 정신영역에는 영원히 철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

60)
서형일이 냉장고에서 캔 음료수를 몇 개 꺼내왔다.
집안에 여자가 없으니 차 대접 따위의 센스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안주인 노릇을 했을 서해리마저 남자친구와 동거한다며 나가버렸으니
더더욱 집안이 썰렁해 보이는 것이다.
-- 남자가 준 캔음료수로는 만족 할 수가 없는건가.

68)
"집안에 여성이 없으니 전원 버튼이 없는 기계 같네요.
성능은 좋은데 돌아가지가 않는...."
...
"남자 세 분이서 이 큰집에 사시는 데 힘드시겠어요.
식사문제 같은게 클 텐데 특히...."

76)
"참 남자로서는 드문 다정다감한 성격이시네요."

293)
바로 곁에서 본 누이동생 남광자의 이야기니까 틀림없어.
여자들은 그런 느낌은 정확하지 않은가.
-- 여자라서 그런 느낌'은' 신뢰한다면, 다른 건....

380)
여성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두툼한 가방
-- 굳이 적자면, 커다란 남성용 가방 정도로 적어도 되지 않았을까.


이번 책에서는 중간에 읽기를 포기할까 고민할 정도로 불편했지만,

(혹시 뒤에서 뒤집으려고 일부러 이런 서술을 고집하셨나 싶어서 끝까지 봤다.)


예전에 읽은 이야기들(집필 시점은 더 최신임)은 이렇게까지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이런 불편함은 이 소설에서 끝난 거라고 믿고 싶다.

찾아 읽어야겠다고 결심했었던 작가님이시니까..



김병윤은 물론 인물도 좋고, 훤칠한 남자이기는 하다.
하지만 첫인상은 좀 맹해보였고, 변변한 경제활동도 않으며,
신체도 불편하여 같이 살아봤자 짐만 될 남자로 보였다.
서해리가 절세미녀는 아니지만
늘씬한 몸매와 쿨한 성격은 많은 남자들의 시선을 받기에 충분한데 왜 저 남자를 택했을까.
-- 남자여자 모두까기 --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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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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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동안은, 블로그에 글을 쓰는대신,

그냥 텍스트 파일로 작성해서 저장만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밖에서 읽는 바람에 발췌한 부분도 컴퓨터에 기록하지 못하고, 수첩에 적어왔고,

무엇보다. 이번 주 숙제용으로 적던 글을 도저히 완결시킬 수가 없어서,

오랜만에 급히 독서 기록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책은 도끼다 -박웅현]

몇 년 전, 인문학에 대한 책들이 유행을 타기 시작할 무렵, 굉장히 인기있었던 책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제목은 이미 들어 알고 있었는데,

베스트셀러는 빌리기도 힘들고, 웬지 읽기 부끄러워하는 허영심도 있는 사람인데다가,

제목이 너무 직설적이어서 손이 안가는 책이었다.


그런데, 점심시간마다 가던 (열람만 가능한) 서가에서

원래 보던 만화 시리즈를 다보고, 읽을만한 책을 찾아보다가 손이 닿게 되었다.


191) 지중해 철학: 그리스인 조르바

개는 밥 먹을 때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잠을 잘 때 내일의 꼬리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

- '현재에 집중하자, 순간을 살아라'


사실, 개가 진짜 어제의 후회나 내일의 걱정을 안하는지 어떻게 아냐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기는 했는데,

저건 말꼬리나 잡는 생각일 테고, 아마 그냥 자연스러운 개 관념속의 개를 비유한 표현일 터이다.

그런데, 뒤에서 나온 부분이 나에게는 약간 더 혼란스러웠는데...


312)

그것은 실존을 너무 표피적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고 말이죠.

또한 실존은 단순히 오늘을 즐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집중하고 사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하지 않을까 했어요.

감정은 늘 기복이 있고, 인생은 무상하고, 똑같지가 않고 늘 변합니다.

그렇다면 마음속에 올바른 재판관을 가지고 판단을 해야지, 

그 순간에만 충실하겠다고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거니까요.

만약 서른까지만 살 인생이라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늘어 칠십이 넘게 살아갈 인생인데 

오년후, 십년후, 이십년후의 삶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는 없어요.

그 순간의 솔직함이 전부는 아니죠.

[그리스인 조르바]는 읽은지 너무 오래된데다가, 너무 어릴 때 읽어서 그런지,

조르바는 몇 년 후 같은거 염두에 두지 않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래서 이 두 부분이 좀 모순 적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분 연세가 이 당시에 50대 이셨다는데,

딱 이십년 전인 30대와 이십년 후인 70대를 비유로 드신 점이 마음에 걸렸다.

아마 이것도 그냥 짧은 기간과 긴 시간에 대한 예시를 든 것일 테니, 

말꼬리 잡기 정도의 트집이겠지만..

이미 자신이 지난 시기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다 생각하시고,

아직 자신이 도달하지 못한 시기에 대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하시는 것은 아닌지?


평균 수명과 상관 없이 당장 내일이 하루라도 존재하기만 한다면, 

보통 당연히 미래를 염두에 두는데,

굳이 평균수명이 늘어났음을 언급하는건, 걱정에 포함시켜야 할 기간을 더 늘려서,

지중해와는 더 멀어지게 하는 게 아닌지..


이래저래 다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4) 

카잔차키스의 작품을 가장 맛깔나게 번역했던 사람은 

고인이 된 이윤기 선생이라고 하는데요.

이윤기 선생님의 번역으로..




300) 안나 카레니나

- 문학동네 판 [안나 카레니나]를 번역한 박형규 선생의 해설 

그의 소설 속에는 악인도 선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이런 보통 명사는 등장인물 성격의 한 가지 측면만 생각하는 것이다.

  ~~~

이른바 성공을 하고 그 성공이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음을 확신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차분하고 흔들림 없는 눈빛이었다.

  ~~~

자칫 잘못하면 스스로를 옥죄는 자물쇠가 될 수 있는 그런 눈빛이죠.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그는 설정의 세계에서 살아요.


안나 카레니나.

안 읽어본 책이고, 안 읽으려던 책이었고, 이 책에 소개된 줄거리를 봐도 읽다가 답답해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을 것 같은 책인데.

추천해주는 이유를 보니, 그래도 한번 읽어 봐야겠다. 

305) 불혹

다른 곳에 또 다른 인생은 더 이상 없고, 

내가 지켜야 할 의무만이 날 죄고 있는 현실의 벽이 크게 느껴지면서 다른 생에 대한 동경이 커졌어요. 

답은 여기에 있지 않고 다른 곳에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진정한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마구 흔들렸죠.

~~~ 

그리고 이제 흔들리지 않습니다.

왜냐? 다른 곳에 답이 있는 걸 알지만

이제 여기에도 답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내가 사는 이 삶을 잘 살면 답이 나온다는 걸 이제 알아요.

다른 어떤 생에 대한 동경도 없어요.


이 분의 찾은 답의 질문은 무엇인지?  행복? 성공? 자아실현?

답은 무엇인지?

그래도 가끔 다른 생이 궁금하지는 않으신지 궁금하다.

지금 삶에 만족을 느낄 때, 이게 정말 만족스러운 건지, 깨달음을 얻은건지, 길들여진 건지, 포기한건지 궁금할 때가 있다.



307) 

줄리언 반스가 [플로베르의 앵무새]에서 이야기 했듯

성취가 아닌 '성취를 향한 갈망'이 진짜 행복인 것이죠.

그렇다고 성취의 중요성이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성취를 했을 때, 그 갈망의 기간이 행복했던 것으로 완결되고,

성취를 하지 못 했을 때는, 그 갈망으로 얻은 행복 만큼의 아쉬움이 추가 되는 것 같다.

저 말은 성취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그 갈망의 기간을 좀 더 음미하라는 말이 아닐까.




337) 법정스님?

  -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 무엇인가 늘 소유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소유를 당하는 것이며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 산은 내 개인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마음놓고 바라볼 수 있고 내 뜰처럼 즐길 수 있다.

정말 공감하고, 선택의 시기마다 기억해내고 싶은 문장들인데..

마지막 항목에서 '공유지의 비극'이 생각나면, 너무 비관적인 걸까.



총평을 하자면,

아름다운 문장도 많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해주는, 상당히 즐거운 독서였고,

많은 책으로 연결해주어 다음 독서를 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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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끝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창규 옮김 / 뿔(웅진)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 세권이 아니라 4권이었다..오늘 반납한 책ㅠㅠ

이 책도 아시모프의 책이고 조금 전 '아자젤'리뷰를 쓰다가

4권이었다는 사실이 기억나서, U,ROBOT의 리뷰가 조금 더 성의 없어지고 말았었다.


이 책 뒤의 역자 후기였던가에,

아시모프가 시간여행과 한판 붙은 소설 이라는 비슷한 내용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 반납하기 전에 쓸걸...ㅠㅠ)

딱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의적으로.

하나는 시간여행에서 발생하는 패러독스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고민했고,

시간여행 보다는 역시 우주여행이라는 취향의 표현이랄까...ㅎㅎ

(따지고 보면, 시간에 대한 고민 없는 우주여행 이야기도 재미없다. ..시공간 이니까?)


여하튼, 난 서술과 인물 보다는,

(.. 그냥 글 자체로서의 매력은 조금 낮게느껴졌는데, )

(원래 문체인지, 번역의 문제인지, 보여주고 싶었던 논리를 다 보여주느라 어쩔 수 없었던 건지? )


그 고민의 흔적과 나름의 논리가 재미있었다.


아시모프의 책들을 읽은지 오래되어서 사실 기억이 잘 안나긴 하는데,

다른 소설들도 그랬던 거 같기도 하다.


보통 소설이 매력적인 인물들을 따라가면서 몰입하게 되는데,

그보다는 이 세계가 어떻게 생긴 곳인지 파악하는 것에 집중하게 된달까..

이 세계관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발생하지 않는 문제, 한계 이런 것들?

그런 것들을 사고 실험 하는 것이 SF의 매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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