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한동안은, 블로그에 글을 쓰는대신,

그냥 텍스트 파일로 작성해서 저장만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밖에서 읽는 바람에 발췌한 부분도 컴퓨터에 기록하지 못하고, 수첩에 적어왔고,

무엇보다. 이번 주 숙제용으로 적던 글을 도저히 완결시킬 수가 없어서,

오랜만에 급히 독서 기록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책은 도끼다 -박웅현]

몇 년 전, 인문학에 대한 책들이 유행을 타기 시작할 무렵, 굉장히 인기있었던 책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제목은 이미 들어 알고 있었는데,

베스트셀러는 빌리기도 힘들고, 웬지 읽기 부끄러워하는 허영심도 있는 사람인데다가,

제목이 너무 직설적이어서 손이 안가는 책이었다.


그런데, 점심시간마다 가던 (열람만 가능한) 서가에서

원래 보던 만화 시리즈를 다보고, 읽을만한 책을 찾아보다가 손이 닿게 되었다.


191) 지중해 철학: 그리스인 조르바

개는 밥 먹을 때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잠을 잘 때 내일의 꼬리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

- '현재에 집중하자, 순간을 살아라'


사실, 개가 진짜 어제의 후회나 내일의 걱정을 안하는지 어떻게 아냐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기는 했는데,

저건 말꼬리나 잡는 생각일 테고, 아마 그냥 자연스러운 개 관념속의 개를 비유한 표현일 터이다.

그런데, 뒤에서 나온 부분이 나에게는 약간 더 혼란스러웠는데...


312)

그것은 실존을 너무 표피적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고 말이죠.

또한 실존은 단순히 오늘을 즐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집중하고 사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하지 않을까 했어요.

감정은 늘 기복이 있고, 인생은 무상하고, 똑같지가 않고 늘 변합니다.

그렇다면 마음속에 올바른 재판관을 가지고 판단을 해야지, 

그 순간에만 충실하겠다고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거니까요.

만약 서른까지만 살 인생이라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늘어 칠십이 넘게 살아갈 인생인데 

오년후, 십년후, 이십년후의 삶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는 없어요.

그 순간의 솔직함이 전부는 아니죠.

[그리스인 조르바]는 읽은지 너무 오래된데다가, 너무 어릴 때 읽어서 그런지,

조르바는 몇 년 후 같은거 염두에 두지 않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래서 이 두 부분이 좀 모순 적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분 연세가 이 당시에 50대 이셨다는데,

딱 이십년 전인 30대와 이십년 후인 70대를 비유로 드신 점이 마음에 걸렸다.

아마 이것도 그냥 짧은 기간과 긴 시간에 대한 예시를 든 것일 테니, 

말꼬리 잡기 정도의 트집이겠지만..

이미 자신이 지난 시기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다 생각하시고,

아직 자신이 도달하지 못한 시기에 대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하시는 것은 아닌지?


평균 수명과 상관 없이 당장 내일이 하루라도 존재하기만 한다면, 

보통 당연히 미래를 염두에 두는데,

굳이 평균수명이 늘어났음을 언급하는건, 걱정에 포함시켜야 할 기간을 더 늘려서,

지중해와는 더 멀어지게 하는 게 아닌지..


이래저래 다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4) 

카잔차키스의 작품을 가장 맛깔나게 번역했던 사람은 

고인이 된 이윤기 선생이라고 하는데요.

이윤기 선생님의 번역으로..




300) 안나 카레니나

- 문학동네 판 [안나 카레니나]를 번역한 박형규 선생의 해설 

그의 소설 속에는 악인도 선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이런 보통 명사는 등장인물 성격의 한 가지 측면만 생각하는 것이다.

  ~~~

이른바 성공을 하고 그 성공이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음을 확신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차분하고 흔들림 없는 눈빛이었다.

  ~~~

자칫 잘못하면 스스로를 옥죄는 자물쇠가 될 수 있는 그런 눈빛이죠.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그는 설정의 세계에서 살아요.


안나 카레니나.

안 읽어본 책이고, 안 읽으려던 책이었고, 이 책에 소개된 줄거리를 봐도 읽다가 답답해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을 것 같은 책인데.

추천해주는 이유를 보니, 그래도 한번 읽어 봐야겠다. 

305) 불혹

다른 곳에 또 다른 인생은 더 이상 없고, 

내가 지켜야 할 의무만이 날 죄고 있는 현실의 벽이 크게 느껴지면서 다른 생에 대한 동경이 커졌어요. 

답은 여기에 있지 않고 다른 곳에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진정한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마구 흔들렸죠.

~~~ 

그리고 이제 흔들리지 않습니다.

왜냐? 다른 곳에 답이 있는 걸 알지만

이제 여기에도 답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내가 사는 이 삶을 잘 살면 답이 나온다는 걸 이제 알아요.

다른 어떤 생에 대한 동경도 없어요.


이 분의 찾은 답의 질문은 무엇인지?  행복? 성공? 자아실현?

답은 무엇인지?

그래도 가끔 다른 생이 궁금하지는 않으신지 궁금하다.

지금 삶에 만족을 느낄 때, 이게 정말 만족스러운 건지, 깨달음을 얻은건지, 길들여진 건지, 포기한건지 궁금할 때가 있다.



307) 

줄리언 반스가 [플로베르의 앵무새]에서 이야기 했듯

성취가 아닌 '성취를 향한 갈망'이 진짜 행복인 것이죠.

그렇다고 성취의 중요성이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성취를 했을 때, 그 갈망의 기간이 행복했던 것으로 완결되고,

성취를 하지 못 했을 때는, 그 갈망으로 얻은 행복 만큼의 아쉬움이 추가 되는 것 같다.

저 말은 성취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그 갈망의 기간을 좀 더 음미하라는 말이 아닐까.




337) 법정스님?

  -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 무엇인가 늘 소유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소유를 당하는 것이며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 산은 내 개인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마음놓고 바라볼 수 있고 내 뜰처럼 즐길 수 있다.

정말 공감하고, 선택의 시기마다 기억해내고 싶은 문장들인데..

마지막 항목에서 '공유지의 비극'이 생각나면, 너무 비관적인 걸까.



총평을 하자면,

아름다운 문장도 많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해주는, 상당히 즐거운 독서였고,

많은 책으로 연결해주어 다음 독서를 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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