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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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이후 찾아보고 있는 유시민 작가님.

그렇다고 해도 모든 글을 읽어본 것은 아니고,

사실, 오랫동안, 정치를 알지 못하고 살았어서

이 분의 과거 이력을 피상적으로 밖에는 알지 못한다.

그런 한계 속에 있는 나는,

이 책은 다른사람들을 위해서라기 보다,

삶의 방식에 변화를 도모하는 작가님이 스스로하는 다짐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p32-34

열아홉 살의 나는 도전하지도 않고 좌절한 현실주의자였다.

~~

평범해도 평범하지 않아도, 인생은 훌륭하거나 비천할 수 있다. 

인생의 품격은 평범함이나 비범함과 상관 없는 것이다.

내 문제는 꿈이 없다는 것이었다.

내게는 무엇인가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없었다.

인생을 어떤 색조로 꾸미고 싶다는 소망도 없었다.

그저 현실에 잘 적응했을 뿐이다.

-

그때 이후 지금까지 목표도 방향도 없이 '닥치는 대로' 살았다.

마구잡이로 살았다는 뜻이 아니다.

그때그때 눈앞에 닥쳐온 일을 나름 성실하게 열심히 하면서 살았다.

~~

지금도 그것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훌륭한 삶은 아니었다.

내 자신이 설계한 인생, 내가 원한 삶의 방식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

성년이 된 이후 오랫동안 내 삶을 지배한 감정은 기쁨이나 즐거움이 아니었다.

수치심과 분노, 슬픔, 연민, 죄책감, 의무감 같은 것이었다.


이 생각을 열아홉 살의 작가님이 인식하셨다고 해도,

유작가님은 같은 삶을 사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전공에 관해서는 다른 선택을 했을 것 같다.)


(운 좋게도) 살아보지 못한 시대지만,

'그 시대'에 살면서

'수치심과 분노, 슬픔, 연민, 죄책감, 의무감'을 느껴버렸다면,

다른 방식으로 살지 못 하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동기의 타이틀이

'현실에 적응'이 아니라 '인생의 목표'로 붙었을지는 모르지만,

그 당시에는 어느쪽이든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적다보니 너무 건방진거 같은데..ㅠㅠ)

그럭저럭 발전한 사회와 나이, 이룬 업적들로

어느정도 의무감을 벗어난 지금에와서,

보낸 시간들을 돌아보며 반성하신 것 같다.


물론,

많은 경우, 자기 자신의 평가가 가장 가혹한 법이고.

앞으로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의 과거를 비판적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작가님 말씀대로,

"세상도 인생도 행운과 불운, 불합리와 부조리로 넘쳐난다.

~~

내 선택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은 주어진 환경으로 받아들이는 게 최선이다.

-p290~291- " 라면,


그 시대는 

'눈 앞에 닥쳐온' 현실을 어떻게 하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설계한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을 것 같다.


p52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사람에게 타인의 위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도 개선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단지 삶의 환경을 조금 덜 냉혹하게 만들 뿐, 그 자체가 내 삶을 행복하게 하지는 못한다.


라고 하셨지만, 후대로서 위로를 하자면,

닥쳐온 현실을 열심히 살아주셔서 고맙다.


나는, 반대로 내 개인적인 즐거움과 행복을 기준으로 살아왔고,

그것이 바람직한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시야가 조금이나마 넓어지면서,

'사명'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저 하루하루 즐거운 것 만으로는 인생의 의미가 만족 되지않았다.

나는 그게 내가 이룬게 없어서 그렇다고 판단했었는데,

유작가님의 책을 읽어보니,

이룬게 많아도, 그것이 장기적인 설계의 일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처리한 것일 뿐이라면,

같은 기분이 들게 되는 것인가 보다.


'욕심쟁이 알고리즘'이란 것이 있다.

일련의 선택 사이에서 전후 맥락을 무시하고,

한 선택에서만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이는 어떤 종류의 문제에서는 빠르고 적합한 답을 내지만,

일반적인 문제에서 최선의 선택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행복한 하루하루가 모여서 행복한 인생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닥쳐온 하루에만 집착하면,

보다 큰 걸 놓칠 수도 있는거 아닌가 싶다.




p37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일이다.
‘자기 결정권‘이란 스스로 설계한 삶을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의지이며 권리이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J.S.Mill)의 표현을 가져다 쓰자.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p43
재능의 본질은 즐기면서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다.

p49
참으로 중대한 철학적 문제는 단 하나 뿐이다. 그것은 자살이다.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하는 것, 이것이 철학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다.
그 이외의 것, 세계는 삼차원을 가지고 있는가,
정신은 아홉 개 또는 열두 개의 범주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그 이후의 일이다.
그것들은 장난이다.
-알베르 카뮈 지음, 이가람 옮김. ‘시지프의 신화‘ 11쪽-
~~
의미를 모르는 삶은 비천하고 허무할 뿐이다.

p84
극복할 수 있는 시련과 고통, 스트레스는 해롭지 않다. 사람을 단련한다.
그러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고 도저히 이겨낼 수 없다고 느끼게 만드는 시련은 아이들을 죽인다.

p101
어떤 천재도 자기 시대를 완전히 초월하지는 못한다.

p156
남들에게, 사회에 폐를 끼치지 않고 살려면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착한 사람,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지만 기본은 ‘쓸모 있는 사람‘이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떻게 하든 밥을 먹기는 먹어야 한다.
밥을 먹으려면 어디엔가 쓸모가 있는 기능을 가져야 한다.
분업 사회에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
스스로 밥벌이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생계를 타인의 자비심에 의존하면 존엄한 삶을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p212
자기 결정권을 제약당하거나 빼앗긴 사람의 인생은 행복할 수 없다.

p213
스스로 설계한 삶을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방식으로 살면서,
그것이 무엇이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성취했을 때 행복을 느낀다.

p249
일과 놀이와 사랑만으로는 인생을 다 채우지 못한다.
그것만으로는 삶의 의미를 온전하게 느끼지 못하며,
그것만으로는 누릴 가치가 있는 행복을 다 누릴 수 없다.
타인의 고통과 기쁨에 공명하면서 함께 사회적 선을 이루어나갈 때,
우리는 비로소 자연이 우리에게 준 모든 것을 남김없이 사용해 최고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그런 인생이 가장 아름답고 품격 있는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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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 피코, 코로니스를 구해줘, 네 번째 세계, 고요한 시대, 삼사라
이건혁 외 지음 / 허블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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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 작가님 작품을 쫓아가다가 읽게 된 책.

수상작품집은 오랜만이다.

과학문학상이어서 그런지, 

일반 문학상에서는 어려웠던 심사평과 좌담도 꽤 흥미진진했다.

거기서 수록되지 않은 공모작들도 종종 언급되는데,

수록작들이 나쁘지 않았던 만큼, 그 작품들도 너무 궁금하다..ㅠㅠ


그리고 전문가(?)분들은 이야기를 읽을 때

어떤면을 보는지도 엿볼 수 있어서 유익했다.

...그래서 더,

어떤 이야기길래 이런 생각을 했는지 궁굼한 미수록작이 많았다..ㅠㅠ


재밋는 이야기를 만들고, 인정까지 받은

수상자들이 부럽기도하고,

그럼에도, 초청작은 그보다도 더 재미있어서

글쓰기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안다는 생각이 들면 주의해야지, 영희는 생각했다.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배움이 멎는다.
배움이 멎은 사이에 세상은 변한다.
가르칠 것이 없다.
새파랗게 젊은 놈에게서 배워야 한다.
불안, 두려움, 공허함.

- p245 [고요한시대-김보영] 조교와 대화하던 신영희 교수 -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당부는 퇴고에 관해서이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주술 호응이 안 되거나 부사어를 남발하거나 시시한 비유를 구사하는 작품이 여럿 눈에 띄어서 읽기가 힘들었다.
~
제아무리 공들여 쓴 문장이라도 퇴고 과정에서 절반 이상 삭제하는 일은 레이먼드 카버나 오에 겐자부로 같은 대가의 일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장편도 아니고 단편과 중편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에서라면 더더욱, 퇴고 과정에서 시시한 대목을 과감하게 삭제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
과학에 대한 지식만큼이나 문장에 대한 지식도 중요하다는 것을 꼭 알아주었으면 한다.
‘문장의 허술함‘이, 이번 공모전에서 가장 아쉬웠다.

- p312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의 심사평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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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잔을 들고 재채기
이영도 외 지음 / 황금가지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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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이름은 각 단편의 제목들 중에서 고른걸까?

흥미로워 보이는 제목이었다.


다 읽은 지도 몇일 지났고,

빌린 건 더 오래되어서,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김보영 작가님의 단편집 에서

'노인과 소년'이 이 책에 수록되었었다는 걸 보고

찾아서 빌렸던 것 같다.


그결과 당연하게도 '노인과 소년'은 읽어본 이야기였고,

'샹파이의 광부들'도 이영도 작가님의 작품이니

한참 전에 읽어본 이야기였다.


그래서 이 단편집에서 가장 내 취향인 이야기 두개를

이미 읽어본 상태이다 보니,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재미가 없는건 아닌데,

몇몇 이야기들은 뭔가 우울하고, 실험적이다.


어렸을 때, 추리소설들을 읽다가,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고양이를 읽고 느낀거랑 비슷한 느낌인데,

읽고나면 뭔가 주변이 어두워지고 축축해진 느낌?

그런 책은

밝고 맑고 청명한 날에

건강하고 명랑한 마음만땅으로 읽지 않으면,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내 자아는 그렇게 건강하지가 못해서..ㅠㅠ

별로 좋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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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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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육아와 관련된 소재의 책을 연달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가끔씩 듣고 있는

팟캐스트에서 예-전에 방송한 걸 얼마전에야 듣고 읽어보기로 결심했었다.

그래서 읽으면서 그 방송에서 그래서 그런 말을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다음에는 책을 먼저 읽고 방송을 들어보고 싶다.


여하튼,

그 방송에서의 말처럼, 정말,

'프랑스쯤 되면 저러지 않을 줄 알았는데' 다.

내가 사는 사회가 아니더라도,

어딘가에서 인류가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었다면,

언젠가 내가 속한 사회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가질텐데.

슬프다.


차별, 빈곤, 모욕, 위선.

감정을 이입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각 인물의 강렬하거나 소소한 감정을 서술했다.

작가의 이력중에 기자로 지낸 시절이 있는데,

그 느낌이다.


똑바로 보기 힘들고,

부정하고 싶고, 과거의 문제, 나와 무관하다고 여기고 싶은 문제들을

현재형으로 서술한다.

힘들지 않았을까.


어떡해야 할까. 우리는.


-p14
"~정말 불편해. 면접할 때 그런 것도 염두에 둬.
애가 있는 여자라면 자기 나라에 두고 온게 나아."
미리암은 충고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 엠마가 한 말은 그녀의 마음을 거북하게 했다.
어떤 고용인이 그녀나 친구들 중 누군가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했다면
그들은 소리 높여 그것은 차별이라고 외쳤을 것이다.
아이가 있다고 어떤 여자를 배척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그녀는 폴에게 그런 문제는 아예 거론하지 않기로 한다.
그녀의 남편은 엠마와 비슷하다.
자기 가족과 일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실용주의자.

-p141~142
한적한 산책로의 벤치에서 세상이 더 이상 원치 않는 사람들과 마주친다.
그들은 비좁은 아파트, 음울한 거실, 무위와 권태로 움푹 파인 안락의자를 피해 밖으로 나온다.
팔짱을 낀 채 몸을 웅크리고 덜덜 떠는 편이 낫다.

오후 4시,
아무 일 없는 하루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오후의 한가운데,
시간이 헛되이 흘러가버렸음을 알게 되는 시간,
이제 저녁이 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이 되면 사람들은 자신이 아무 데도 소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부끄러워진다.

-책소개의 카드 뉴스 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완벽해 보이던 보모에 의해
두 아이가 살해되고,
그로 인해 세상에서 거절당했던 한 여자의
고독한 삶이 조금식 베일을 벗기 시작하는데요.

무너져 가는 한 인간의 내면과
타인에게 아이를 맡긴 엄마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덕분에
작품을 읽는 내내 섬뜩함을 느끼게 됩니다.

보모가 아이들을 영원히 잠재울
달콤한 자장가를 부르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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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정반대의 행복 - 너를 만나 시작된 어쿠스틱 라이프
난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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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받아서 대여해주었다가 반납 전에 읽은 책이다.

난다님의 '어쿠스틱 라이프'를 즐겁게 읽었어서,

기대가 있기는 했지만,

만화가 아닌 에세이,

그것도 육아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가 하는 우려로,

스스로 빌리지는 않았을 텐데,

부탁받았던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에세이는 많이 읽어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일상툰의 경우

살면서 문장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순간, 기분을

그림과 글로 표현해주어서 '맞아!' 시원한 순간이 있다.


모르는 기분도 아니고,

아는 기분을 다시 표현해 주는 걸 

나는 왜 좋아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여튼 계속 보게 된다.


.. 어쩌면

그 기분을 느꼈을 때,

다른사람은 그 대응을 어떻게 했는지

그 결과는 어떻게 됐는지를 참고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어쿠스틱 라이프'에서도 그러한 순간이 많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는 만화인 만큼, 가볍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다면,

이 '거의 정반대의 행복'는 보다 진지하고 깊은 공감이 된다.


그리고

(이런걸 객관적으로 판단할 능력은 없지만, 순전히 주관적으로)

시 같이 느껴지는 좋은 문장을 적었다.

내가 과잉 공감을 해서 그렇게 느끼는 지도 모르지만,

어떤 상황에서 비슷한 생각을 백번정도 하고,

백개의 문장으로 생각하는 것을 반복하다가

어느날 머릿 속에서 딱 정리된 문장이 만들어진 순간

그걸 적어둔 것 같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다가 

갑자기 머리에 떠오르는 좋은 문장.

중간중간 그런 문장 같은 느낌이 보인다.


내가 가족들이 모두 잠든 시간에

식탁등만 켜놓고 읽어서 그럴 수도 있다.

그 시각 그 따뜻한 조명, 그 감성에 

잘 어울리는 책이다.

-p256
나도 알고 있다.
시간을 잡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아이가 태어나고 부터는 더 절절히 느낀다.
지나간 시간이 정말로 절대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부지런히 기록을 해두면
시간이 흘리고 간 조그만 기념품 정도는 붙잡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1테라바이트에 달하는 사진이 하나도 정리되어 있지 않아도 걱정 없다.
앨범 만들기는 노후의 기쁨으로 남겨두면 되니까.
(물론 2테라바이트 외장하드와 그글드라이브 두 군데로 백업을 해두고 있다.)

-p263
낮 동안의 바쁜 마감이 지나고 저녁 요리를 할 때면
인생이 제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족스럽다.

-p273
얼마 전 영화배우 라이언 레이놀즈가 티브이 쇼에 출연해, 아내는 1년간 아이를 몸속에서 키웠으니 할 일을 다 했다며 그 이후부터 키우는 건 남편의 몫이라고 이야기하는 걸 보고는 ‘바로 저거야!‘ 감탄했다. 그래, 자연의 법칙이 공평하지 않다면 인간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충하면 될 일 아닌가. 문명도 세운 인간인데 말이다. 한국의 실정에서는 너무 비현실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임신과 출산이라는 노동에 공감하고,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하는 태도는 멋지다고 생각한다.

-p317~318
앞으로 시호는 자라며 삶 속에 일이 있다는 것을 배워나갈 것이다.
시호에게 일이란 멋진 것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부분적으로는 일하기 싫다고 노래를 부르지만
전체적으로는 즐거워서 하는 것.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인상은 주고 싶지 않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일도 많지만 당분간은 비밀로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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