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알라딘 이달의 시리즈에 사계절 그림책이 올라왔어.
사면 찰스키핑 엽서도 준다길래 담았는데 권당 한 봉지씩 줬나봐. 그래서 세 봉지를 받았지. 이번에 산 키핑 그림책에 있는 그 환상적인 서커스 그림도 있고 예뿌네, 매우.








근데!! 쿠폰 써먹느라 같이 산 그림책 중 한 권인 성냥팔이 소녀...

책이 마이 더러버서 아침에 쓴 화장솜 재활용하여 앞쪽 닦고 뒤로 돌리니...헉...롯데마트에서 5700원.
나의 영수증에는 6650원이라고 찍혔는데 책 가격표는 5700원. 혹시...롯데마트서 5700원에 팔다 남은 거...입니까ㅡㅜ
거시기머시기한 기분입니다. 이거 뭥미? 스티커 떼주는 센스를 바라면 내가 너무 많이 바라는 거...겠지요, 알라딘님.
 
그래도 책은...ㅡㅜb

오들오들 떠는 성냥팔이 소녀.


두 집 사이에 들어가 웅크리고 앉아 성냥을 켜봤자 몸을 사르르 녹여주는 따뜻함도 잠시 뿐인 게지.

가격표는 거시기머시기하지만 이번에 산 파코브스카 참 좋구나. 역시 좋구나,라고는 못하겠는 것이, 내가 감당하지 못한 파코브스카가 있었으니까.
이건 그렇지 않고 참 좋구나. 








ㅁ 아, 펭귄 엽서도 왔다. 키핑 엽서 세 봉지 받았는데 펭귄 엽서까지...덜덜덜

책모양의 케이스에 든 백장의 펭귄 표지 엽서들이 도착했다.

부들부들한 무광 코팅에 종이가 톡톡한 것이 좋네. "영어? 그게 뭔가요? 먹는 거?"다 보니 펭귄과 인연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고 쓰고 퍼뜩 생각나는 게 있어 옆을 보니 예전에 선생님께 받은 '왕부인의 죽음'이 펭귄이다. 헐~ 있구나 너와 나는 인연이.

영어 모르고 영어책이랑 척진 사이라도 이거 구경하는 건 참 재밌다. 특히 상자를 열었을 때 제일 처음 보였던 게츠비!!! 글고 레이먼드챈들러의 빅슬립을 봤을 땐 우와~!!!

펭귄의 저 빨간 표지는 크리스마스에 카드 대신에 써먹어야겠다. 클수마스씰 붙이고 클수마스 스티커로 장식하면 충분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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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간이 되면 사느라 신간을 못 따라가고 있다. [치키타구구]의 그 느슨하고 따뜻하지만 가끔 헛헛하기도 한 느낌이 여기에도 보인다. 아오아라시 같은 역할을 하는 야옹선생을 비롯하여 사연 있는 '인간 아닌 것들'의 모습은 [백귀야행]을 생각나게 하기도 한다. 할튼 강추작. 
 



네타당했달까... 그래서 좀 김이 빠졌지만 책 드니 그건 전혀 상관이 없구나. 가끔씩 아니 자주 오글거리는 건 참아줘야 된다. 소년만화에서 오글오글 빠지면 그 열정을 뭘로 채울 거시냐. 드디어 흰수염 해적단이 나섰는데 단원 하나하나가 다 보통이 아닌 거 같다. 다만 이런 식(?)으로 등장하다보니 그들은 아무래도 좀 소홀하게 그리고 짧게 다루어질 거 같아 그게 아쉽. 더불어 난 에이스 억수로 좋아한다규우~ ㅡㅜ

 
[배가본드]나 [리얼]을 보다보면 [슬램덩크]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작가가 좀 어깨 힘을 빼고 더 즐거운 작품을 그려줬음 싶기도 하다. 어깨 힘 운운은 걍 내 생각인데, 어쩜 작가는 그렇지 않은데 내가 그를 너무 大家로 올려봐서 이런 생각이 든 걸지도. 무튼 리얼도 배가본드도 나쁘지 않다. 아니 훌륭하다. 그래도...그래도다. 한 꼭지(?) 끝나고 間紙처럼 든 페이지 뒤쪽에 낙서 같은 컷이 하나씩 들어있잖아. 그걸 보믄 '이 사람 개그 센스는 여전한데 그립군' 싶다는 거지. 마타하치와 마타하치 엄마의 긴 여행이 끝났다. 아마 무사시의 여행도 곧 끝이 나겠지.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도 이길까 말까한 그런 상대를 마치 보물을 찾듯 평생을 걸고 찾아다니는 우리가 아니냐며 무사시의 앞에 선 잇토사이. 이런 아저씨 위험하지만 참 좋단 말이야...훗

한번에 몰아볼 땐 좋았는데 이제 한권 한권 신간을 기다려야 하다니 어흑... 왕기 장군님을 대신할 캐 멋진 캐릭터가 등장해줘야만 한다. 이목으론 약해 약해.
여불위의 술수(?)로 진의 궁에 발을 들일 수밖에 없었던 이목. 장사꾼다운 여불위의 행패가 괜찮았어.
뭐 이렇게 진조동맹이 맺어졌다, 일단은.

 

[소라닌]이 나쁘지 않았지만 억수로 좋지도 않아 이후로 아사노 이니오의 작품은 읽지 않았다. 보통의 만화전문 출판사에서 나왔다면 몇 권 손을 댔을 수도 있겠지만 죄다 책값 거시기한 애니북스에서 나오길래. 이건 지나가는 괜찮단 소문을 그냥 지나쳐보냈으면 됐을 텐데 굳이 붙들어서... 책값을 생각하면 올레! 할 구매는 아니었던 듯하다. 내가 외모지상주의자이기도 해서 그런가 뿡뿡이 외모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 아직도 적응'중'.
어느 날 아침에 뿡뿡이가 일어났는데 집이 엉망,이라고 간단히 말하기엔 수습하기 매우 어려운 진짜 나간집(울 엄니 표현으로)같은 꼴이었다. 아부지는 말씀하셨다. "뿡뿡아, 클났다. 집에 강도가 들었다. 진짜다. 강도 든 거 맞아. 뿡뿡이 아빠 믿지?" 그렇게 말하는 아빠 옆엔 엄마가 널부러져 계셨고. 그래서 뿡뿡이는 엄마가 병원에 계시는 동안 삼촌과 살게 됐다.
이 작품 참 묘하다. 뭐라고 말하기 뭐하게 묘하다. 풍부한 표정의 인물과 뾰족한 부리의 무표정한 뿡뿡 일가와의 조합이라는 그림부터 술래잡기하는 교장 교감에 빨탐동(빨간책 탐색 동맹) 활동하는 아이들과 사이비 종교가 얽히는 내용까지 죄 묘함. 가격 대비 강추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2권을 볼 참이다. 

[죽도 사무라이]를 본 뒤라서인지 마사노스케랑 세노랑 무척 닮은 듯하다.
고요의 납치단에 교섭인으로 끼어든 긴타. 마사노스케가 들어온 뒤로 고요 멤버들이 조금씩 변했다. 그들 사이의 관계도 그렇고. 그게 긴타의 등장으로 또 좀 달라지고 있다. 야이치는 뭔가 그렇게 변해가는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이다. 게다가 야이치를 쫓는 남자도 나타나고, 야이치의 과거를 아는 헤이자에몬도 자꾸 들쑤시고 여러모로 야이치의 마음 고생이 심해지는 중. 

어흑ㅡㅜb 이게 하도 좋아서 마츠모토 타이요를 다시 읽는 중이다. [핑퐁]을 꺼내 읽고 어흑, [제로]를 읽고 어흑. 지금은 [파이브]를 읽는 중.
쿠니후사를 다시 찾을까 망설이던 세노는 그 돈을 옆집 도령 아부지의 도박빚 갚는데 줘버린다. 돈도 없고 쿠니후사도 이미 다른 사람에게 팔렸다니 이제 그 검과 세노는 영영 안녕인가. 세노를 노리던 자객 그 남자 진짜 비호감 면상. 그런 얼굴을 그려내다니 역시나 마츠모토 타이요다.

음... 1권 이후로 뭐가 맘에 안 들었는지 안 사고 있다가 3권 완결이라길래 샀다. 아, 근데 굉장히 좋잖아!! 강추작.
노안경을 낀 우아한 노신사들이 서빙하는 레스토랑의 이런저런 사람 사는 이야기다.
상자에 넣기 전에 1권부터 다시 한번 봐주마,라고 생각중. 오노 나츠메를 안 좋아하는데도 책을 사는 나는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젠떼와 고요를 생각하니 안 좋아한다고 말할 순 없을 거 같다. 갑자기 경찰물 그것도 사고 싶어졌어.

오노 나츠메도 그렇지만 요시다 아키미도 주변의 평가에 비해 나는 그닥인 작가다. 재판에 많은 사람들이 기뻐했던 [바나나 피쉬]도 나는 그닥. 이 작가 작품 중에 좋아했던 건 [러버스 키스]던가 그게 유일했는데 이제 이것도 그 목록에 올려야겠다.
할머니랑 살다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이제 세 자매만 사는 코다家의 딸들. 어느 날 아버지의 부음을 듣는다. 아버지는 빚과 여자문제로 엄마랑 이혼하여 나름대로 가정을 이루고 살았다. 그동안 딸들과는 전혀 연락을 안 했다. 십 몇 년이나. 엄마도 이혼 후 얼마 있다 자식들 두고 집을 나가 코다 집안 딸들은 그 후 부모 얼굴을 전혀 못 보고 살았다나. 그런데 아버지 장례식에 참석해서 아버지의 세 번째 부인을 만나고, 배다른 여동생(아, 얘는 두 번째 부인의 딸)을 만난다. 그리고 그 여동생을 자기네 집으로 데려와 같이 살게 된다. 그러면서 일어나는 코다 집안 네 자매의 시골 마을 이야기.
러버스키스에 나온 누구더라 누가 나온다는데 기억 안 남.-.-;

마츠모토 타이요가 좋아서 꺼내봤다. 앞은 예전에 본 기억이 나더만 뒤로 가니 것도 아닌... 기억하고는...쯧.
너무 뛰어난 재능을 타고 난, 우린 흔히 그런 사람들을 '천재'라고 하던가. 그런 사람의 고독한 세계가 작가 특유의 솜씨로 그려진다. 권투는 헝그리 스포츠라고 하잖아. 때문인지 권투는 어쩐지 서글퍼. 그러니 인간을 초월한 능력자의 고독과 허무를 그리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라고 생각해. 

6월 신작인 [백귀야행 베스트 에피소드]라는 물건이다. 두 권 혹은 세 권 예정인 모양으로 이건 上이다. 오지로와 오구로 중심의 에피소드 묶음이라는데... 걍 [백귀야행]을 사는 게 나을 거인디... 그건 참 안 사게 되더란 말이지.
이건 작품 수록 순서도 그렇고 뽑아놓은 작품 면면도 그렇고, 억수로 팬이라서 시리즈 갖고 있지만 이것도 갖고 싶다,하는 쪽에게나 권할 물건. 그냥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걍 본작을 사는 것이 나을 듯한 물건.
백귀야행을 좋아하는 이유의 상당 부분이 오지로와 오구로라서 함 사봤는데 내가 좋아하는 오지로 오구로의 모습과는 별 상관 없는 작품이 수록. 게다가 작품 순서도 글코 본작을 모르고 걍 이것만 보믄 뭔가 싶은 부분이 있을 거 같다. 모르겠다 이건 그냥 내 생각일 뿐일지도. 할튼 내가 좋아하는 작품은 거의 없었;;;;;
글고 267쪽엔 잘못 인쇄된 말주머니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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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평양 - 아웃케이스 없음
양영희 감독 / 와이드미디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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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세 때문이었는지 急 '우리학교'가 보고 싶었지만. 아직 못 본 영화도 썩고 있는데 몇 번이나 본 걸 또 꺼내자니 글코. 뭣보다 어디 넣어뒀는지 생각도 안 나서 사두고 아직 못 본 '디어 평양'을 보기로 했다.

조선학교 교사를 하다 연극에 관심을 갖게 되고 영화를 공부하고 뭐 그런 양영희 씨의 다큐다. 아들 셋을 만경봉호에 태워 평양으로 보낼 때 영희 씨의 부모는 지금과 같은 결과를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겨울이 되면 일회용 손난로를 한 박스 준비해서 보내는 걸 비롯해 수시로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들을 위해 이런 저런 물건과 돈을 보낼 때마다 영희 씨 부모는 어떤 마음이 들까.

몇 년에 한 번씩 평양에서 가족이 모일 때 반가움 뒤로 반드시 따라붙을 그 복잡하고 어려운 감정들을 차마 상상하지 못하겠다. 옥류관에서 늦은 환갑 잔치를 할 때도 영희 씨의 아버지는 여전히 김일성 수령과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외치고 당부했다. 그러나 영희 씨의 국적에 대해 전혀 타협이 없던 그도 한국으로의 국적 변경을 허락한다. 평양으로 보낸 오빠들에 대한 영희 씨의 물음에 당시 자신들의 지나친 낙관과 너무 이른 판단에 대한 후회도 보였다. 조총련 활동가로 살아온 영희 씨의 부모, 특히 그 아버지에게 어찌 후회와 회한이 없을까만 그걸 결코 드러낼 순 없겠지. 평양에서 살고 있는 아들 손자 며느리를 생각한다면.

병상에 누워있는 아버지에게 영희 씨는 평양에 가게 힘을 내라는 얘길한다. 영희 씨의 손을 잡고 그래 평양에 가야지라고 답하는 영희 씨의 아버지. 그에게 '평양'이 어떤 의미를 지닌 존재인지를 생각하니 한편으론 그가 부럽기도 하다.

뜬금없이 '너의 가슴엔 '그런 평양'이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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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맨 The SandMan : 영원의 밤 시공그래픽노블
닐 게이먼 지음, 이수현 옮김, P. Craig Russell 외 그림 / 시공사(만화)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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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샌드맨」을 읽은 적이 없다. 그래픽 노블에도 DC코믹스의 히어로들에게도 익숙하지 않다. 그런 주제에 이 책에 관심을 가진 건 그저 '닐 게이먼'이라는 이름 때문이었다.그런데 책을 받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의외로 '데이브 맥킨'이었다. 1章 '죽음'이 시작되기 전까지 나오는 차례며 서문의 이미지가 굉장히 데이브맥킨스러워서 갸웃갸웃 했는데 책을 읽어가니 이유를 알겠다. 이 시리즈의 표지디자인을 데이브 맥킨이 했다고 한다. 물론 외전 격인 이 책 「샌드맨: 영원의 밤」에도 참여를 했다. '절망' 편에 디자인 참여를 했다는데 아쉽게도 나는 그림과 디자인의 차이를 몰라서, art by 배런 스토리와 designed by 데이브 맥킨이 어떤 시스템으로 움직여 이 작품을 완성했는지 모르겠다. 눈치 채셨나? 딴 애기가 좀 길었다. 그건 아마 닐 게이먼보다 더 좋아하는 이름에 대한 반가움과 이 책이 내게 갖다 안긴 버거움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딴 얘기가 지나치게 길어지고 있다. 이제 그만 부족하나마 이 글의 목적으로 돌아가보자.

 

샌드맨 외전이라는 이 책은 샌드맨을 읽지 않은 독자가 봐도 문제없다는 소리에 넙죽 받아든 책인데, 글쎄다, 읽는데 문제는 없을지언정 받아들이는 데는 약간의 제약이 있는 게 아닐까. 영원 일족의 형제 일곱에게 한 챕터씩 맡기고 있는 이 책은 그들 형제를 모르고 봐도 큰 문제는 없을지 모른다. 그들, 죽음이니 절망이니 꿈이니 하는 영원 형제는 신도 아니고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죽음 절망 꿈 그 자체라고 하니. 그렇다고 해도 샌드맨 시리즈를 통해 그들은 다른 존재와 관계를 가졌을 테고 나름의 성격을 형성했을 테고 뭐 그랬을 텐데 그걸 모르니 읽어가기가 영……. 뭐 제일 문제는 나의 이해부족일 테지만 말이다.

 

무튼 이런 상황의 책을 본편에 의지하지 않고 읽는 방법이란 앞에서도 투덜거렸듯 죽음을 영원 형제의 하나가 아닌 그저 죽음으로만 받아들이는 거다. 아무래도 재미가 떨어진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어쩜 이게 그들 형제를 혹은 이 책을 제대로 읽는 길일지도 모르고.

 

우리는 죽음으로 시작하여 욕망 꿈 절망 분열 파괴 그리고 운명에 이르기까지 섣불리 손대고 싶지 않은 묵직한 주제를 닐 게이먼의 신통방통한 이야기와 유명 화가들의 뻑적지근한 그림으로 만나게 된다. 그림이 달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이야기와 그림이 진행되는 방식(?)도 챕터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 7편은 완전히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듯 보였고 그게 나쁘지 않다. 일곱 권의 책을 읽는 거 같은 느낌을 준다.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절망'편이다. 그림은 난해했고 형식은 만화와도 보통(?)의 그래픽 노블과도 달랐으며 담고 있는 이야기는 웃지 않을 수 없는 잔혹한 유머였다. 이 챕터를 읽으면 두려움과 슬픔을 등에 지고 깔깔거릴 수 있다.

 

나름 악조건(?)에서 읽었지만 묘하게 매력이 있어 샌드맨 시리즈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리즈를 만난 적이 있거나 열렬한 독자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책의 매력을 찾아내시겠지. 괜스레 '인간은 뭔가,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았다고 소문날까, 그 소문 꼭 나야하는 걸까' 같은 답 없는 생각이 머리를 휘저을 때 일독을 권하고 싶다. 혹시 아는가, 답 같지 않은 답이 떠오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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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5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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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은 내가 얼마 전에 알게 된 식당을 하나 소개하도록 하겠어.

 

거긴 밤 12시부터 새벽 7시까진가 장사를 하는 밥집. 그래서 '심야식당'이라 불리지. 달랑 '밥집'이란 두 글자가 휘날리는 무뚝뚝한 노렌처럼 식당도 주인도 좀 그런 분위기다. 주인 눈에 그어진 상처도 그렇고 이런 가게를 연 것도 그렇고 나름 사연이 있을 거 같은데 그건 머지않아 알게 되지 않을까 기대 중. 일단 겉모습에서 풍기는 분위기로는 배철수! 살짝 배철수 아저씨 분위기가 난다. 후후후.

 

뭐 낮 12시부터 저녁 7시도 아니고 밤부터 새벽까지 여는 가게가 술집도 아니고 밥집이라니 뭔 장사가 될까 싶지만, 주인 말로는 이게 또 손님이 꽤 온다는 거다. 번화한 밤거리 한 귀퉁이에 있다는 이유도 이유지만, 뭣보다 메뉴의 특이점 때문이 아닐까? 여기 메뉴판은 수줍기 그지없으니, 밥집이란 존재이유가 무색하게도 메뉴에 올라있는 요리는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이 유일하며 그 외에 맥주 청주 소주 정도가 갖추어져 있다. 아, 술은 세 병 혹은 세 잔까지 만이라고. 근데 그 다음이 중요하다. 메뉴에 있는 건 달랑 하나지만 손님이 원하는 걸 주문하면 만들 수 있는 한 만들어준다는 게 뽀인뜨~! 되시겠다.

 

위치 덕분인지 영업시간 덕분인지 손님의 계층이 다양하다. 그래도 평범한 직장인보다는 야쿠자, 스트립 댄서, 성인비디오 배우, 게이, 트렌스젠더, 안 팔리는 엔카가수, 기자 등 뭔가 밤이나 새벽과 어울리는 사람들이 많다. 비엔나 소시지, 달콤한 계란말이, 양념장 끼얹은 두부, 돈가스에서부터 수박, 어육 소시지, 구운 김처럼 요리라고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하루 묵힌 카레처럼 긴 시간을 요하는 것이나 비프스트로가노프처럼 주인이 손님에게 설명을 듣고 만들어내야 하는 음식까지 손님의 면면만큼 주문도 다채롭다.


이런 걸 주문받아 내놓아야 하는 주인 아저씨는 참 바쁠 거 같지만, 웬걸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말없는 손님의 안색을 살피고, 그들의 사정과 형편을 기억하고 이해한다. 그냥 밥 혹은 안주 주문해서 먹고 마시는 걸로 끝나는 식당도 아니고, 요리 내놓고 돈 챙기는 걸로 할 일 다 하는 주인 아저씨도 아니다. 드라마 같은 데 나오는-내가 가 본 적이 없다-Bar의 베테랑 바텐더 같은 느낌을 주는 아저씨는 그래서 주인장이나 주인 아저씨보다 '마스터'라는 호칭-일본은 보통 식당 주인한테도 일상적으로 마스터라 호칭하는지 어쩐지 모르겠지만-이 참 잘 어울리는 거 같다.


근데 이 다양한 주문에서 혹시 공통점 발견하셨는가? 요리가 어째 좀 그렇지 않은가? 억수로 평범한 것들이 대부분이고 꼭 저기 가서 주문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 많다. 이 주인 아저씨의 요리가 굉장한가 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단골이 새로운 손님을 데려오면 으레 하는 소리는 이렇다. "메뉴는 저렇지만 먹고 싶은 걸 주문하면 만들 수 있는 건 '대충' 만들어 주니까 뭐든 주문해." 간혹 "가게는 지저분하지만"이란 말이 붙기도 한다. 그렇게 '대충' 만든 요리는 "그저 그렇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도 흔히 있다. 그런데도 한 번 왔다간 사람은 꼭 다시 찾는 게 이 심야식당이란 말이다. 왜 그런 걸까? 왜 그런 거지?


심야식당의 손님 중에는 여름이라고 자기 냉장고에 수박을 넣어두고 먹는 사람이나, 동지나 설이라고 명절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들이 쓸쓸하고 지친, 고향을 등지거나 가족과 떨어진 팍팍한 도시생활자라는 얘기겠지. 가끔 그리워질 거다. 예전에 고향에서 먹던, 어릴 때 엄마가 해주시던, 첫사랑 그와 먹었던 그런 것들이. 그걸 심야식당에서 먹을 수 있다. 여름이 되면 가게에 '수박'이라 쓴 종이가 붙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은 주문한다. "수박!" "수박" "수박" 여름엔 역시 수박과 모기향이라는 소리가 들리면 주인은 하나 피울까요? 하며 모기향을 꺼내는 곳. 그러다 갑작스레 정전이라도 되면 아무도 화 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무서운 이야기로 넘어가는 곳. 많이 만들어 남아버린 냉장고 속 카레를 맛볼 수 있는 곳.


심야식당은 가족 친구 고향 그리고 추억의 온기를 한끼 혹은 한잔에서 잠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온기는 비단 주인 아저씨만의 열연으로 만들어지는 건 아닐 게다. 그리운 걸 그리워할 줄 아는 손님들이 함께 만든 온기일 게다. 지금은 야쿠자지만 첫사랑 그녀의 비엔나 소시지를 기억하고 있는 그라서, 사람들 앞에서 한 장도 남김없이 벗어야 하는 마릴린이지만 명란젓 입술남과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그녀라서 이런 얘기가 가능한 거 아닐까 싶다. 여기 손님들은 새로운 손님이 와서 뭘 주문하고 먹으면 "나도"라는 소릴 잘한다. 남이 먹는 걸 보면 먹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기도 하겠지만 자기 추억을 아끼는 사람들이라 타인의 것에도 마음을 열 수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굴의 '프리트아 라 뷔르로와(근데 이건 뭐?)'가 어쩌고 캐비어가 어쩌고 하던 음식 평론가마저 버터밥 한 그릇과 유랑악사 고로씨의 한 곡에 두손을 번쩍 들어버리는 이곳은 심야식당. 음식 평론가를 데려온 단골이 마스터에게 말한다. "그 녀석에게 정말로 맛있는 게 뭔지 가르쳐주고 싶었어요." 추위를 많이 타는 호스테스 히토미씨도 말한다. "마스터의 요리는 특별히 맛있는 건 아닌데, 왠지 정겨운 맛이 나거든요."


'심야식당'을 만난 다음 날, 엄마가 만들어둔 들깨 시래깃국, 김장 때 넣어뒀던 김치 무, 역시나 엄마가 부쳐두신 애느타리 부침개로 차린 늦은 아침이 유난히 사랑스럽고 따시게 보이더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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