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4일 거리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작은 도시에 사는 여자가 있다.

지루하고 볼품없는 그곳에 포르투칼의 리스본을 덧입히고 혼자 논다.  집 앞 정류장을 무슨 제로니모스 수도원 앞 정류장으로, 흔하디 흔한 공원들을 무슨 꼬메르시오, 페데르 어쩌구 광장 등으로, 그냥 도시를 가로지르는 무덤덤한 길에 가레트..라던가 하여튼 이름을 또 붙여준다. 중앙역도 있고, 무슨 투우장도 있더라만. 쯧-.-"

나에게 이 여자는 '열등감과 허영심'이다.
이 여자에게는 영화배우 뺨 꽤나 치고다닌다는 남동생 코지가 있다. 그녀 열등감의 시작은 이 '코지'라는 왕자님이었다. 코지를 보며 자라온 그녀는 반짝반짝하는 인간과 자신의 '거리'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아버렸고 그래서 열등감을 긍정하고 인정하게 되어버린다. 또한 반짝반짝들과의 그 거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처지이므로 그것들에 대한 허영심도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

이런 열등감과 허영심은 이 여자의 현실과 이상 사이 간극을 어찌할 수 없이 만들어버리고, 이 여자에게 묘한 이중성을 갖게 한다. 반짝이는 안도 주임과 반짝이는 사토시 사이에서 바보짓하고 있는 자신은 잊은 채, 반짝거리는 코지의 반짝거리지 않는 애인 메구미를 인정하지 않는다. 

부유하던 리스본이 사라졌을 때 나는 그녀가 초밥집으로 갈 줄 알았는데, 도쿄행 기차를 탔다. 연애운 없는 여자였던 메구미의 그 열 가지 자기 분석이 이 여자에게도 힘을 실어주는데... 

반짝거리는 것들에 대한 반짝이지 않는 나의 태도도 이 여자와 마찬가지다. 애처로운 열등감과 수줍은 열망.
평범한 나와 그녀가 빛나는 그들 앞에서 다른 어떤 태도를 보일 수 있을까. 그러나 나는 나대로, 아니 우리는 우리대로 살 수밖에 없다.

주인공 그녀처럼   -사토시를 만나는 카페에서 웨이트리스 앞을 지나며 뽐낸다, 코지의 밴드 공연장에서 은근히 어깨를 추켜세우며 목을 세운다, 사토시 아버지의 사륜구동 안에서 이런 사람의 아버지니 그 분도 멋지겠지, 마키의 고백을 받고, 아~ 난 이 정도 여자구나.-  이러고 살 수만은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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