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밑 아리에티]를 봤다.
어찌보면 좀 극단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할 수도 있는-물론 내 생각에다 내 생각에- 미야자키하야오지만 난 이 사람 이야기가 좋고 뭣보다 광고를 통해 본 아리에티의 모습이 어어어억수로 예뻐서 이 영화가 참 보고 싶었다. 


음... 역시 아리에티는 예뻤다. 머리를 풀어도 집게로 쿡 집어도 다 예쁘다~♥

아리에티와 종족을 넘어선 우정을 쌓는 소년 쇼우는 부잣집의 병약한 봇짱답게 심술궂고 신경질적이더만...캬캬캬캬. 아리에티한테 너희 종족은 멸망하는 중이라든 둥 인간은 67억인데 니넨 몇 명뿐이지 않느냐는 둥의 이야기를 할 때 부잣집 병약한 봇짱답다는 생각이 꿀렁꿀렁.

쇼우의 말을 토대로 이 영화를 소개하자면 이건 멸종되는 생물에 대한 미야자키하야오式의 은유다. 아리에티 가족 혹은 그들 종족의 위기가 너무 작고 약해서 영화가 시작하다 만 것 같은 꼴이 됐고 그게 참 아쉽지만 그래도 영화는 좋았다.

영화는 소인들 삶의 무대를 참 예쁘게-오늘 예쁘단 소리 무지 한다만-꾸미고 있다. 벽에는 소인 찍힌 우표가 무슨 명화처럼 장식되어 있고 아리에티의 방 한쪽 벽엔 사람들의 옷에서 떨어진 단추가 훌륭한 액자 혹은 명품 장식 접시처럼 붙어있다. 각도기는 세로로 서서 유리문 비스무리한 역할도 하고. 무대만 예쁜 게 아니라 그들 삶도 참 예쁘더만. 스스로를 '빌려 사는 자'라 칭하며 작은 각설탕 하나를 빌리기 위해 절벽에서 줄타기를 하는 모습이 문득 애처로우면서도 어찌나 예쁘던지. 아, 그래 예쁘단 소리 무지 한다.


근데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품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쇼우의 증조 할아버지가 우연히 소인을 보고 나서 그들을 위해 영국에 주문해서 마련했다는 '인형의 집'이다. 



















쇼우의 방에 있는 인형의 집을 봤을 때 이 책이 생각났다. 『타샤튜더, 인형의 집』 타샤튜더가 만든 인형 부부 새디어스와 엠마의 집을 소개한 책이다.


사실 새디어스는 엠마와의 결혼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1955년 멜리사랑 결혼했고 결혼식은 〈라이프〉지에 실릴 정도로 화제가 되었지만 그들의 결혼은 영원하지 못했고 새디어스는 타샤와 판박이처럼 닮은 엠마와 새로운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엠마는 결혼 후 집을 자신의 취향대로 꾸몄고 놀이처럼 시작한 타샤의 인형의 집은 타샤의 작품과 함께 전시회를 갖게 된다. 이 전시회를 계기로 엠마와 새디어스의 집은 타샤의 집과 흡사한 모습을 갖추게 된다.


엠마의 집에서도 특히 부엌이 영화를 생각나게 한다. 영국에서 주문한 그 인형의 집에는 아리에티의 엄마가 꿈꾸던 부엌이 있었다. 만약 아리에티의 엄마가 엠마의 부엌을 봤다면 너무 소박하다고 했을까? 그러고 보니 엠마와 아리에티의 엄마, 새디어스와 아리에티의 아빠는 좋은 친구가 될 듯~^^ 무튼 영화에 등장하는 인형의 집 부엌에 있는 조리기구는 가스를 연결하면 진짜 쓸 수도 있다고 했는데 엠마의 부엌도 마찬가지다. 저 장작 스토브에 작은 나뭇가지로 불을 때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쇼우의 할아버지가 소인을 위해 준비한 집에는 화려한 거실이 있는데 거기 있는 가구는 유명한 장인이 만들었다지? 엠마의 서재에는 장인의 가구는 없지만 새디어스의 사랑과 타샤의 정성이 있다. 저기 끄트머리에 보이는 양철 구이통은 타샤의 것과 똑같은 모양으로 이 역시 실제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옆에 보이는 놋쇠 쓰레받기는 새디어스의 선물로 '나의 엠마'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아리에티의 아빠도 바구니를 만들곤 했는데 엠마의 집에도 저런 예쁜 바구니들이 있다. 유명 장인의 화려한 가구는 아니지만 낡았어도 정감있는 의자도 있고 서재에는 타샤의 서재와 마찬가지로 셰익스피어부터 단테, 디포 등 유명 작가의 책과 그림책 등이 빼곡하다. 특히 가죽 장정의 앨범과 금박을 입힌 붉은 가죽 표지의 문장 모음집이 화려하네. 아래 보이는 그림이 가득한 책은 엠마의 스크랩북이다. 아으~~ 부럽다. 

이러고 보니 타샤와 미야자키하야오도 만나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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