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오래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
아부지가 변호사라면 중산층쯤으로 보면 되는가? 그런 가정에서 잘 나가는 투수로 활약하는, 뭐하나 모지란 것 없는 제프가 어느 날 납치당한다. 제프식으로 말하자면(굳이 제프식으로 말할 필요가 없구나, 이 놈은 변태가 맞으니) 변태한테 납치당한다. 그리고 몇 년 후(2년인가 3년인가 그렇다, 읽은 지 좀 됐다구우~~ 도서관 책이라 한 번밖에 못 읽었공) 집으로 돌아온다. 제프는 살아남기 위해 변태를 사랑하는 '척'해야 했다. 이야기는 제프 가족이 방학 끄트머리에 집으로 돌아오는 데서 시작하여 '곧' 제프가 납치되고 '바로' 제프가 돌아오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돌아오는 장면, 그니까 그 변태가 사랑한다고 말하고 제프는 불안하고 조급한 맘을 감추며 같이 사랑한다고 장단 맞춰주고 너무 서두르는 티가 안 나게 느릿느릿 집을 향해 걸어가는 일련의 그림은 제프의 지난 시간을 조금 엿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제프, 그의 지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새로운 지옥이 기다리고 있었다고나 할까.
첨엔 기리노나쓰오의 '잔학기'가 생각났다. 읽고 나서도 큰 줄기나 말하려는 바의 어떤 부분은 꽤 닮아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이야기를 따라가는 건 혼란스럽다. 아마도 제프의 시점에서 모든 걸 보여주기 때문이리라. 제프가 겪은 그간의 상황은 그의 시선을 왜곡시킬 수밖에 없었고 우리는 그의 일그러진 시선에서 그를 이해하고 그가 보는 주변을 제대로 보려는 노력도 해야한다.
또한 이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은 꽤나 피곤한 일이기도 하다. 제프의 조용하고 처절한 분노, 애처로운 자책을 아무 기운 쓰지 않고 바라볼 순 없기 때문이다.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두가 알고 있다. 모두 중의 누군가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너머를 상상하기도 했을 거다. 그런 와중에 제프는 웅변한다. 그는 나를 만지지 않았다. 그는 그냥 범죄자다. 변태가 아니다. 이런 그의 노력이 너무 안쓰러워서 닥치고 그냥 있으라고 소리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오.
"그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나는 돌연히 말했다.
"그 사람이 나를 강간했어요, 그 사람이 나를 강간했어요. 어떻게 그 사람이 나한테 그럴 수가 있었지요? 어떻게 그런 식으로 나를 대우할 수가 있었어요?"
"그가 너무 미워요. 그를 증오해요." 나는 소리를 질렀다.
*
느낌을 살리기 위해 제프 또래의 소년에게 도움을 받아 번역을 한 모양인데 난 번역이 좀 거슬렸다. 보통보다 더 번역투라고 할까... 아니 번역한 소설이라기보단 걍 '번역문'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이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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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후기에도 비슷한 고민이 있던데... 이걸 과연 내가 애들한테 읽힐 수 있을까 싶다. 그렇지만 꼭 써먹어보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