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image.aladin.co.kr/product/93/72/coveroff/8949120763_1.jpg)
★★★★
1986년 어느 여름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준호는 몇 년째 돌아오지 않는 아부지를 기다리고 있지만 어무이는 총각 사진작가랑 결혼했다. 복잡한 심사를 어찌할 수 없었다. 근데 이것도 잠시, 친구 규환이를 대신해 운동권으로 수배 중인 규환의 형을 돕기 위해 임자도로 떠나게 되었다. 처음 계획과 달리 트럭 짐칸엔 주조장 아들내미 승주가 오르더니 곧 미치광이 개장수의 딸 정아가 뛰어든다. 그리고 어떤 할아부지와 할아부지가 생포한, 정아를 쫓던 사냥개 루스벨트까지.
이 정신 없는 5인(?)조의 좌충우돌 여행기가 담긴 책. 도대체 숨 고르고 코 풀 여유도 주지 않고 몰아치는 덕에(뭐 이런 식으로...
강변 숲속으로 승주를 데려갔다. 그물에 포획된 채로 끌고 갔다. 일 초도 더 강가에 머물 수가 없었다. 기관사가 기차를 세워 놓고 쫓아올까 봐, 트럭 기사가 돌아올까 봐, 검문소의 경찰이 합세해 잡으러 올까 봐. 모두 제정신이 아니었다. 끌고 가는 우리도, 끌려 가는 승주도. 승주는 작살에 꽂힌 물고기처럼 사지를 버둥거렸다. 기침하고 물을 토하고 뒹굴고 뒤집어지고 꽥꽥거렸다. 우리는 네댓 번씩 승주의 발길에 걷어차였다. 차이고도 아픈 줄을 몰랐다. 피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살았구나, 하는 안도감과 끝까지 정신을 붙들고 있는 데 대한 고마움이 더 컸다.)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네. 다 읽었을 땐 뜀박질 끝낸 것처럼 좀 숨이 찬 느낌~♥(←이건 뭐...;;;;) 아이들과 개와 할아버지는 길이 늘 그러하듯 그 위에서 성장하고 경험하고 깨닫고 그랬...던 거 같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준호는 실종된 아부지를 잊지 못하고 있다. 아부지 서재에서 이해나 흥미와는 무관하게 오만 책을 읽으며 그리움을 켜켜이 쌓아갔다. 서재에서 만난 '필립 말로'를 좋아했던 모양이다. 준호에게 이 여행은 참 힘들었을 거다. 중차대한 임무가 있건만 그 속을 모르는 동행들은 그의 속을 박박, 아프게 긁어준다. 특히나 정아네 루스벨트가. 준호는 첫몽정까지^^;;;; 길 위에서 했다지. 것도 루스벨트를 안고 말이다.^^/
새벽 바람이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을 되돌려 주었다. 그곳은 숙직실이 아니었다. 숙직실 앞 평상이었다. 담요를 덮고 있었으며 따뜻한 몸이 내 품에 안겨 있었다. 넌 누구냐. 눈을 절반만 뜨고 웅얼거렸다. 품에 안겨 있는 것도 눈을 절반만 뜨고 웅얼댔다. 으르렁.
아~~ 나를 즐겁게 했던 루스벨트의 준호에 대한 사랑이라니...크크
오후 4시, 알랑거리며 따라오던 루스벨트가 사라졌다. 그리고 이십 분쯤 뒤 귀를 펄럭이며 나타났다. 녀석은 우쭐대는 태도로 앞을 가로막고 앉아 입에 문 것을 발치에 떨어뜨렸다. 허옇게 말라붙은 정체불명의 뼈다귀였다. 어디서 구해 왔는지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
"어쩌라고?"
개구리 목소리로 물었다. 루스벨트는 발성 연습을 하듯 목을 길게 빼고 짖었다. 선물이야.
나는 또 한 번 심한 상처를 받았다. 넌, 내가 이걸 기쁘게 주워 먹을 거라 믿는단 말이지?
그것은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개뼈다귀 같은 선물이었다.
준호 아부지에 대한 소식(?)은 할아버지 이야기에서 살짝 스쳐지난다. 승주도 있고 정아도 있고 개장수도 있고 규환이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나온다. 아, 루스벨트!! 개도 나오고 말이다. 그런데 자꾸 준호 얘기만 하는 건... 그냥 이 놈이 좀 안쓰러워서 그런 갑다.
손가락으로 코를 문지르며 루스벨트에게 물었다.
"너도 꼭 만나야 할 개나, 미치도록 그리운 개가 있냐."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07034143479655.jpg)
정아 다리가 참...+.+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