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쪽(?) 글을 좋아하는 나는 좀 우습다. 
그래도 좋은 걸 어쩌겠누. 
이 책은 표지도 좋았지.  

 

'지하촌'을 읽고 강경애를 알게 되었다. 선정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역겨운 이야기였는데 무서운 건 그 지독한 이야기가 과장된 게 아니었을 거라는 거. 이 '인간문제'도 또 무시무시한 글이라... 쯧. 이야기가 인천으로 넘어가면서 방직공장이 나오고는 중국 좌련시기 보고문학인 '包身工' 생각이 났다. 공장이니 고치니 기숙사니 여공이니 하는 것들 때문이었을까...  

용연에는 첫째와 선비가 산다. 첫째는 나무다리를 달고 동냥 다니는 이 서방이 얻어오는 음식으로 근근이 살아간다. 첫째 엄마의 방은 밤마다 사내들이 드나든다. 그런 엄마에게 첫째는 뭐라고 할 수도 없다. 엄마가 이렇게 소리치거든. "배가 고파서 헐수할수 없이 그랬다!" 첫째도 나이를 먹으면서 일을 한다. 용연 마을 사람이면 누구나 그렇듯이 덕호네 땅을 부치는 것. 일년 쌔빠지게 일해서 볏섬을 자기 마당에 쌓아보기도 전에 덕호한테 바쳐야 되는 상황에 욱해서 대들다가 땅도 못 부치고 결국은 도시로 나간다. 도시에는 공장이라는 것이 있어서 일 할 수 있고 일 하면 먹을 수 있다는 얘기에 당장 떠난다. 
선비는 아부지가 덕호네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럭저럭 살만했다. 어느 겨울에 아부지가 덕호 심부름으로 빚을 받으러 가기 전까지는. 선비 아부지 빚 받으러 갔더니 그노무 집구석 도로 가진 걸 주고 오고 싶더란 말이지. 그래서 다른 데서 받은 돈을 좀 주고 왔다. 당근 덕호한테 뚜르려 맞았고 결국 돌아가신다. 곧 어무이도 돌아가시고 선비는 덕호네로 들어가서 일한다. 선비가 무럭무럭 자라자 그 마을 젊은 이가 죄다 덕호네 농사를 하듯 그 마을 참한 처녀인 선비는 덕호한테 강간을 당하고 덕호는 선비한테 지 아들을 낳으라고 ㅈㄹㅈㄹ 자기보다 앞서 비슷한 일을 겪은 친구 간난이가 도시로 나가 일한다는 소리를 듣고 간난이 주소를 들고 도시로 떠난다. 겁은 났지만 떠난다, 당장. 

 이런 선비와 첫째가 도시에서 계급의식에 눈을 뜨고 어찌어찌 그런저런 이야기. 
 

첫째와 그 엄마의 한 장면... 
"또 없수?"
눈이 벌겋게 뒤집힌 첫째는, 어머니가 밥을 더 얻어 오고도 내놓지 않는 것만 같아서 이렇게 대든다. 첫째 어머니는 아들을 한참이나 노려보았다.
"이애 무섭다. 흥! 혼자 다 처먹구두, 뭐가 나뻐서 그러냐."
이 말을 하지 않고는 곧 가슴이 바늘로 찌르는 것 같아서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까 길에서 왜 내가 한술이라도 먹지 않았나! 하는 후회가 일어난다. 첫째는 먹은 것도 없이 먹었다는 말만 들으니 기가 막혔다.
"날 뭘 주었기 그래!"
첫째는 바싹 대든다. 그의 눈에서는 불이 펄펄 날아 나오는 것 같았다. 첫째 어머니는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돌아앉으며, 그만 벽을 향하여 누워버렸다.
어머니의 모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첫째는 어머니가 밥이라면 그저 이 배가 터지도록 먹으련만……하였다.
"그 밥은 어서 난 게유?"
아무래도 그 밥의 출처를 알아가지고 좀 더 먹어야지, 뱃속이 요동을 해서 못 견딜 지경이다. 그의 어머니는 그린 듯이 누워 있을 뿐이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첫째는 어머니의 궁둥이를 내다 차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며 천장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누구네 집에 가서 밥을 좀 얻어먹나? 개똥이네 집에나 가볼까? 하고 벌컥 일어날 때, 생각지 않은 트림이 꺽 하고 올라온다. 그의 어머니는 갑자기 방바닥을 치며,
"이놈아, 너만 트림까지 하도록 처먹을 것이 뭐냐!"
자기도 몇 술 주어서 같이 먹었다면 이렇게 가슴은 아프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첫째는 달려들어 어머니의 궁둥이를 내려 밟았다.
"날 뭘 주었어? 한 바리를 주었어, 한 대접을 주었어, 뭘 얼마나 주었어?"
그의 어머니는 악이 치받쳐서 벌떡 일어나며 첫째에게로 달려들었다.
"이애 이놈의 새끼야, 넌 트림까지 하지 않니, 처먹었기에 트림을 하지. 이놈아, 그래 너만 처먹고 살려느냐, 다른 사람은 다 죽고 …… 그것을 같이 먹겠다고 가지고 오니께 저만 다 처먹어. 어데 보자 이놈아, 에미를 그렇게 하는 데가 어데 있냐, 하늘이 있니라! 응…… 응……."


근현대문학 표지도 요거처럼 좀 재밌게 가면 좋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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