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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에 처음 만나는 칼. G. 융 - Sophia Books 2 : 우리 마음의 심층구조
사카모토 미메이 지음, 노지연 옮김, 와타나베 마나부 감수 / 현실과미래 / 1999년 11월
평점 :
품절
범우사에서 출간한 [융심리학 입문]이라는 책을 손에 잡고 절반쯤 읽어나간 뒤 이 책을 만났다. 그때가 바로 융을, 그리고 심리학을 이해하고 싶은 욕구와 이미 지난 10년전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것같은 내 뇌의 이해도가 충돌했을 때인것같다. 내가 조금이라도 경험해 보지 못한 분야에 대한 책, 특히 이런 심리학같은.. 그런 책은 정말 페이지를 넘기기가 힘들다. 하여 만화로 구성이 되어있다는 이 책을 융심리학의 입문서로 삼았다.
융의 사상은 의식과 무의식, 자아와 자기를 축으로 동서양의 문화,과거와 현재, 남성과 여성, 노인과 젊은이 등을 한데 엮은 장대한 체계구축에 그 매력이 있다고 본다. 융의 '원형'과 '집합적무의식'개념은 개인적 의식을 넘어선 마음의 영역을 명백히 밝혀준다. 즉 우리의 마음, 우리의 행동이 경험과 학습을 통하여 백지위에 구성된 그림만이 아니라 인류가 오랜기간 학습을 통하여 얻은 경험들을 유전적으로 축적하여 발전시켜온 것이란다.
융은 스승이자 정신적 아버지인 프로이트와의 사상적 교류를 통하여 심리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그를 넘어선다. 프로이트는 최면술이 아닌 질문과 대화를 통해 정신적 병리증상이 호전되어 가는것을 발견하고 독자적 치료법을 구축했다. 이것이 현대 정신분석학의 탄생이다. 그는 무의식, 자아, 성본능,컴플렉스,에로스와 타나토스 등을 가정하고 신경증의 원인을 정신적 외상에서 찾았다. 그리고 환자가 이를 인식하면 증상이 사라진다는 정신분석을 창시하였다. 그러나 융은 신경증의 원인은 프로이트가 말한 성욕 등에서 비롯된것이 아니라 개인의 마음이 발달해 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고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성장해 나가야 하는가를 평생 연구하였다.
융은 의식과 무의식을 지배하는 대표적인 원형들로서 페르소나, 그림자,아니마/아니무스,그레이트 마더,노현자,자기 등을 설명하고 있으며, 인류적으로 집적되어 있는 집합적 무의식의 지배에서 분화하는 것을 개성화,즉 자기실현이라고 보았다.
융의 여러가지 이론들 중에서 마음에 와닿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이성이 바로 내안에 있는 여성성인 아니마와 일치하는 사람이고, 내가 마음속으로 가지고있는 열등기능이 나의 '그림자'라는 원형이라는 사고이다. 그리고 이러한 그림자와 일치하는 것이 내가 싫어하고 피하려는 사람의 전형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모습이 다 내안에 있는 것이다.
융의 말대로 인생이란 평생 성장하는 존재로 싫은 사람 즉 자신의 그림자와 사귀는 것은 자신을 고양시키기 위한 훈련이 되고, 인간은 반드시 변화하고 또 변하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에 자기의 무의식을 항상 주시하고 자아와 무의식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을 변화 성장시키는 것이 인생의 목표여야 한다고 한다.
융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쌓으면서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 혐오, 좋아하는것, 사물에 대한 직접적 경험방식.. 등이 내가 학습한 방식만이 아닌 나의 선조인류가 대물대인관계에서 얻은 직접지가 반복되어 뇌에 축적된 유전적 영향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참 흥미로왔다. 그리고 그러한 잠재적 무의식 속에 저장되어 있는 원형들을 인식하는 순간, 나의 편견,열등감,우월감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