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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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이 여름이 시작할 무렵 죽마고우가 중국으로 갔다. 갑자기 중국어 공부를 하겠다며 아내와 세살짜리 딸아이를 남겨둔 채 상해 복단대학으로 훌쩍 떠나버렸다. 떠나기 전에 친구들이 얼르기도 하고 말리고 했지만.. 결국은 갔다. 그놈 떠난 속사정을 익히 알고있는 터라 마음이 안돼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여행가 한비야는 여기 한국땅이 자신의 주무대가 아니라, 세계로 향한 베이스캠프일뿐이라고.. 그리고 단지 마음을 푸근하게 하고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작은 집일뿐이라며, 중국어 공부를 하기위해서 북경으로 떠나는 이유로 삼았다. 한씨가 여행을 하고 외국어를 배우는 이유는 그 자체가 아주 즐거워서라고 한다. 외국어는 책상앞에서 해야하는 지겹고 고통스러운 공부가 아니라 지적인 놀이이고,재미있는 게임이라며. 물론 하고 많은 언어가운데 바로 그 언어를 선택한 것은 그 문화권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이런 요인이 공부를 더 즐겁게 만들기도 한다나. 그리고 외국어 공부는 대단히 실용적이라고 생각한단다. 언어습득처럼 남는 장사가 세상에 또 어디 있냐고. 2-3년만 열심히 공부하면 죽을 때까지 쓸 수 있으니 말이다.

한씨는 어학연수기간 내내 젊은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도 마흔이 넘어 늦깎이로 공부하는 것을 두고 그것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객관적인 나이와 상관없이 '바로지금'이 가장 적당한 때라고 한다. 한씨는 그간 다녀온 세계여행 덕으로 조바심내지 않고 느긋하게 인생을 즐길줄 아는 멋을 배웠단다.

한씨가 쓴 글로부터 얻은 교훈을 그대로 옮기자면 이러하다. '여태껏 무엇을 잘하려면 그것과 싸워 이겨야 한다고 배웠다. 항상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그래야 뭔가 이룰 수 있다고 말이다. 여행도 진이 빠질 때까지, 일도 이를 악물고, 공부도 눈에서 피가 날 정도로 했다. 그래야만 성에 차고 내심 뿌듯했다. 뭐든 싸워 이기려고 했던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잔뜩 긴장한 채 싸웠던 실체는 일 자체가 아니라 '남'이었다. 남보다 늦었다는 생각,남보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 그러나 기초공사가 잘 되지 않았다는 불안감으로 긴장된 표정과 태도는 다름아닌 부실한 자신을 감추기 위한 갑옷이었다. 이제는 알겠다. 왜 세상에는 이를 악물고 사는 사람보다 느긋하게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이루고 누리면서 사는지를. 이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과 무작정 싸우는 대신, 잘 사귀면서 재미있게 놀 줄 알기때문이다. 나도 그렇게 살고싶다.'

한씨는 일년간 북경에 체류하면서 한국과 중국의 문화적 차이, 중국어 학습방법론,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상념들, 그리고 여행에대한 생각들을 이야기 해준다. 물론 채 일년이 안되는 어학연수기간이라 중국의 참 모습,깊은 구석을 발견하고 그릴 순 없었겠지만, 세계여행을 통해 다른 문화권에 대한 남다른 시각과 경험을 얻어낸 한씨의 말인지라 나름대로 힘이 실린 글이다. 책을 산것이 한비야라는 저명한 여행전문가의 지명도 때문이 아니라 '중국에 갔다고 해서' 읽은건데, 한비야라는 개인이 존경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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