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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에메랄드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 지음, 석영중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03년 3월
평점 :
마야꼬프스키의 시선이 나왔다기에 구해 보았다. 읽고 나서 나는 러시아 문학에 대해서 거의 문외한이나 다름없었다는 것을 새삼 알았다. 비록 똘스또이도 읽고 도스또예프스끼도 읽고 고리끼, 솔제니친도 읽었지만, 그것은 '세계명작' 전집류의 한 권일 뿐이었지 '러시아 문학'이라는 하나의 흐름으로 내 머릿속에서 맥락화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러시아 혁명기 문학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는 터에, '마야코프스키 혁명의 시'라는 부제를 보고 그렇고 그런 리얼리즘적 헉명시나 선동시겠거니 하는 예상을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의 시는 그야말로 현란한 광기의 에메랄드, 선천적 반골의 언어유희였다. 그의 시는 그보다 수십년 전의 시대를 살았던 아르튀르 랭보를 떠오르게 했다. 시어 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어려서부터 천재적인 시재를 갖고 있었으나 요절한 시인이었다는 점, 혁명에 뛰어들었다가 나중에는 혁명에 회의를 갖게 되었다는 점이 비슷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표지 안쪽에 실린 젊디젊은 시절의 마야꼬프스키의 강렬한 눈빛은 랭보의 눈빛과 너무나도 닮아있는 것 같다.
여하튼 마야꼬프스키 개인을 떠나, 러시아 혁명문학이 이런 경향의 문학까지 끌어안고 있을 정도로 포괄적이었던가 하는 놀라움을 느꼈다. 마야코프스키가 어느 정도 그 경향을 수용했던 미래파, 큐비즘이 혁명의 시대와 어떻게 내적 연관을 맺고 있는지도 어렴풋이 알게 되어 흥미로운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