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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과 권력
시드니 민츠 지음, 김문호 옮김 / 지호 / 1998년 1월
평점 :
품절
설탕과 권력은 저자인 민츠가 설탕의 역사에 접근하는 데 있어 매우 인류학적인 관점을 도입하기 때문에 다소 어렵고 때로는 산만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그가 규명하고자 하는 것은 영국의 역사에 있어서 설탕과 연관되어있는 '의미'이며 그러한 물질의 '의미' 어떻게 권력에 의해 구성되는가이다. 유럽 세계에 있어 설탕이 처음으로 들어온 것은 중세 후기의 아랍을 통해서였으며 수세기 동안 상류계급의 전유물이었다.
설탕을 소비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부와 지위를 과시하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러한 과시적 소비는 때로는 설탕을 '섭취하는' 것에서 나아가 설탕을 몸에 '바르는'(때로 의약품으로서) 데에까지 갔다. 18, 19세기에 설탕의 수요는 점점 늘어갔고 그에 따라 설탕 소비도 늘어갔는데, 이는 곧 그에 맞추어 설탕의 공급이 늘어났다는 것을 뜻한다. 설탕은 영국의 식탁에 저렴한 단순탄수화물을 제공해 주었으며 그에 따라 부유한 사람들의 전유물로서의 상징성은 감퇴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그 '부유한' 사람들은 설탕 생산과 판매를 통해 엄청난 이윤을 축적했고 그것이 '가진 자'가 이끌어 온 근대 자본주의적 과정의 일부라는 것이다.
민츠는 이러한 과정을 당대의 문학과 연설을 통해 들여다보고 있다. 책 중간 부분의 문단들이 약간 응집성이 없고, 민츠의 문장 자체가 썩 빼어난 것은 아니지만, 인류학 혹은 식민주의, 영국 노동계급의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