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배우 되지 마>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나 같은 배우 되지 마 - 조연처럼 부딪치고 주연처럼 빛나라
류승수 지음 / 라이프맵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글쓰기는 체계적인 교육과 각고의 노력 그리고 다량의 독서가 없이는 해내기 어려운 작업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면에서 언제 이렇게 글쓰기를 배웠을까 싶을 정도로 말끔하고 수려한 필체가 배우 류승수를 다시보게 한다. 

회사내 영화동호회 회장을 맡고 있는 내게 류승수는 워낙에 잘 알려진 배우이자 개인적으로 팬인데, 겸손하고 소박한 글솜씨를 보고 그의 보이지 않는 면에도 끌리게 되었다는 것은 역시 책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   

책 한권으로 나는 류승수를 가진 기분이다. 

화면에서만 보던 사람과 상당히 친해진 느낌이 드는 것은 이 에세이가 주는 최고의 미덕이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의 인생경험을 출연작들과 매치시킨 구성이 어떠한 에세이보다도 설득력이 있다. 아무래도 배우이다보니 일반인이 쓰는 글보다 훨씬 흥미있는 소재로 엮어서 쉽게 읽힌다.
또한 내 자신을 되돌아 보게 만드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빅뱅의 "세상에 너를 소리쳐"를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 가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직장인들의 일반적인 삶을 조명한 듯했던 빅뱅의 글 처럼, 류승수의 글도 내 이야기같다.  그 책을 좋게 읽은 사람이라면 권하고 싶다.  

배우 류승수를 통해 내인생을 돌아보게 되는 부분들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후회없는 인생이 있을까 마는 "다음이라는 막연한 기약 대신 지금 이순간을 받아들인다면 인생에 있어서 후회할 일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
우유부단한 내성격과 어찌나 그리 꼭같은지 참 많이 공감했던 글이다.  

좋아하는 글귀가 작가와 같다는 부분도 많이 공감했다. 바로 "Soon it shall also come to pass(이 또한 곧 지나가리라)"라는 글이다. 솔로몬이 다윗의 반지에 새겨줬다는 이 글에는 나만의 사연이 있다. 
약 3년전 많은 돈을 들여서 회심의 광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환경변화와 미국발 금융위기 때문에 많은 여러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회사의 사정도 좋지 못했던 적이 있다. 마케팅 담당자로서 정말 괴로웠고 힘들었던 시기이다. 이때 나에게 힘이 되었던 글이 바로 "이 또한 곧 지나가리라"라는 글이다. 배우 류승수와 내가 같은 글을 좋아하는 것(을 알았다는 사실)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 ^^  

글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목으로 다음의 글을 꼽고싶다. 같은 꿈을 꾸고있는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 한다.
'해보고 안되면 포기하겠다는 생각으로 꿈을 꾸고 있다면, 낭비하지 말고 지금 다른 길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일이 아니면 안되겠다는 각오가 생길 때면 무엇이든 감내할 준비를 하고 자신의 꿈이 자신을 지배하게 두어라.'
요즘 내가 준비하는 꿈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는 대목이어서 많이 와닿는다. 

작가는 존경하는 배우로 채플린을 꼽는데, 그가 한 말 중에 "인생은 가까이 들여다보면 비극이지만, 멀리 떨어져 보면 희극이다"라는 말이 있다. 어찌보면 영화가 우리 인생을 반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인생이 영화이기도 하다. 매장면마다 최선의 연기를 위해 땀흘리는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한순간 한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 매번 알고는 있지만 실천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평생을 두고 노력은 해야 할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배우 류승수는 인사하는 사람들에게 "행복하세요?"하고 인사한다고 한다. 나도 류승수에게 그런 인사 한번 받았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나를 포함한 시민들은 우리내 인생을 연기하는 배우들로 인해 행복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좋아한다는 느낌있는 시한편 적어본다.  이 시를 읽고 집에가서 집사람한테 사랑하고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나에게도 '그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행복할 수 있었다.  

인연_나는 '그 사람'을 가졌다 
                         - 함석헌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탓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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