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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집 ㅣ 평화 발자국 3
이승현 글 그림 / 보리 / 2010년 1월
평점 :
문화그림책 씨름의 작가이기도 한 이승현 작가가 그린 파란집은 용산참사를 그린 글없는 그림책이다 . 면지에 희망을 안고 파란집에 끝까지 남았던 영혼들에게 바치는 이 그림책은 다소 무거운 주제다.
왜 파란 집일까?
집은 우리에게 지친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안식처이다.
파란색은 미술에서는 평화와 안정을 뜻하기도 하며, 심리적으로는 우울한 세계를 나타낸다.
세로로 긴 판형이며 면지를 열면 왼쪽면과 오른쪽면이 하나의 펼친면이 되어
정사각형 구도의 그림들이 이어진다. 앞표지엔 포크레인이 파란 집을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집을 아래서 부터 파는 장면이고, 뒷표지는 포크레인도 없고 파란 집위에 엄마, 아빠, 아이가 웃으며 함께 하는 그림이 없는 텅빈 파란집이다.
면지를 열면 연갈색 벽돌 담벼락에 왼쪽 하단에 민들레가 이제 막 다섯장의 잎이 나와있다.
그리고, 맨 끝 뒷면지엔 비로소 담벼락을 뚫고, 민들레가 다섯송이의 노란꽃이 피고 잎이 무성해진 그림이 나온다. 이는 용산참사로 인해 희생된 영혼들이 비로소 우리들 마음속에 잊혀지질 않을 꽃으로 남길 기원하는 작가의 마음이리라 느껴진다.
배경색과 개발업자, 포크레인, 사람들은 주로 검은 색을 사용하여 그렸다. 암울한 우리의 시대를 반영하는 듯하다.
1,2,3면의 그림에서는 밖은 흰 눈발이 날리고, 파란 테두리의 집 안에서 혼자서 누워 사색을 하거나 책을 보고, 평온한 상태에서 즐기는 모습과 아이와 아빠, 아이와 엄마가 비행기를 태워주며 각자의 집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묘사되어져 있다. 곧 재개발 사업자가 나타나 불안에 떨게 되고, 이제 집은 평온함 그자체가 아니라 개발업자들이 나가라고 윽박지르고 협박하여 아내가 울거나, 아이가 울게 되어 초조한 날을 보내다, 서서히 사람들이 집을 버리고 떠나가게 된다.
그리고 주변의 모든 집들은 포크레인이 다 때려부수고, 이제 남은 것은 다랑 파란집 하나! 그 안엔 난로와 다섯명의 사람이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