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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독서모임 꾸리는 법 - 골고루 읽고 다르게 생각하기 위하여 ㅣ 땅콩문고 시리즈
원하나 지음 / 유유 / 2019년 11월
평점 :
‘다른 사람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고 대조하면서 틀린 것은 고치고 부족한 것은 보충하는 일을 의심쩍어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오히려 습관화하는 것이 우리의 판단에 대한 믿음을 튼튼하게 해 주는 유일한 방법이다.’
-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에서. 원하나 지음, 유유 출판 <독서모임 꾸리는 법 : 골고루 읽고 다르게 생각하기 위하여>에서 재인용.
한국의 입시위주, 주입식 교육체제에서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교육체제로 바꿀 수 있는 주된 방법 중의 하나는 읽어야만 하는 혹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토론하고 독후감을 쓰는 환경으로 바꾸는 길이다.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는 것은 자신의 선택권과 학습권을 키우는 길이고 토론하는 것은 상대방의 의견을 들으면서 합리적인 사고를 키우는 길이고 독후감을 남기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정리하는 방법을 키우는 길이다. 방법 자체로는 가장 쉽지만 가장 본질적인 방법 중의 하나여서 이 문화가 정착될수록 개개인의 인성과 창의성을 함양된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한국의 문제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산업전사(!)로 길러진 환경의 관습에서 이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뀌는 것은 아주 작은 습관으로부터 시작한다. 책을 읽는 시간을 늘리고 모임을 갖고 독후감과 에세이를 쓰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루 아침에 모든 걸 바꿀순 없더라도 기존의 관습에 할애된 시간에서 독서,토론,글쓰기의 시간을 규칙적으로 할애하며 그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양질의 책을 고르고 고전을 찾아 읽는 주체적인 의식이 요구되기는 하지만 이것도 스스로의 공부와 습관을 통해서 늘려갈 수 있다. 그러나 독서토론모임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독서모임에 반드시 많은 인원이 필요하거나 매우 체계적인 규칙의 방식이 요구되는 것만은 아니다. 2명 이상만 모인다면 독서모임은 가능하다. 그리고 일단 모임을 가져보는 것이다. 그것도 일주일이든 한달이든 규칙적으로 가져보는 것이다.
유유 출판에서 나오고 원하나 씨가 지은 <독서모임 꾸리는 법>은 독서모임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나 모임을 진행하면서도 어떤 것이 더 필요할 지에 대한 실용적인 팁을 제시해 준다. 근엄하거나 무게잡지 않고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시작하는 것에서부터 점차 모임을 어떤 식으로 다양하게 할지 진화시켜 갈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책을 어떻게 고르고, 발제를 준비하고, 지속가능한 모임을 위한 최소한의 규칙을 알려주고, 모임을 운영하고 순서를 잡는 법 등을 비롯한 실용적인 이야기를 듣다 보면 독서모임을 이미 진행하고 있는 이들이라도 추가로 얻을 팁이 많을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작은 모임이라도 직접 참여하거나 모임을 꾸려보는 것이다. 오히려 위험한 것은 다치바나 다카시처럼 세상의 모든 책을 읽은 듯한 다독가처럼 되겠다거나 강유원 씨처럼 철학적으로 깊이있고 치밀한 서평을 쓰겠다는 거창한 욕심이나 이상을 내려놓고 모임의 한 걸음을 내딛는 길이다. 가다 보면 넓어지고 가다 보면 깊어질 것이다. 이런 모임은 당연히 아이들에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실천하는 것이 먼저이다. 우리는 모두 산업세대관습의 잔영에 깊이 배어 있으므로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바뀐 환경에서 살거라 하고 요구하기 전에 어른들 스르로 바뀔 필요가 있다. 어른들이 독서하고 토론하고 에세이를 쓰는 모습을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이보다 더 큰 교육적인 효과가 있을까.
미국에는 세인트 존스 칼리지(St. Jones College)라는, 4년 내내 고전 100권을 읽고, 토론하고, 에세이를 쓴 후 졸업하는 대학교가 있다. 독서문화의 저변을 바라는 입장에서 보자면 너무 멋진 캠퍼스인 셈인데 한국에서도 이런 모델을 하루빨리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민주주의가 풀뿌리 지역사회의 시민의식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처럼 지역의 크고 작은 독서모임들이 열리다 보면 좀 더 본격적인 커리큘럼을 갖춘 시스템의 모델도 순차적으로 나올 것이다. 비싼 고급자동차가 즐비한 거리를 보는 것보다 여러 독서모임들이 열리는 크고 작은 도서관과 북카페가 즐비한 동네의 모습이 문화국가에 더 어울리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