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브람스 : 피아노 협주곡 1번 & 여섯곡의 피아노 소품 Op.118 [디지팩]
브람스 (Johannes Brahms) 작곡, 정명훈 (Myung-Whun Chung) 지 / Accentus Music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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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말하자면 피아노가 가미된 관현악 혹은 교향곡이라 불리어도 무방할 곡이다. 특히 1악장에서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주고 받는 치열한 변증법적인 전개는 브람스의 무게감과 진중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2악장과 3악장의 평이함(!)에 비해 1악장의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인해 이 곡을 제대로 연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매번 큰 숙제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김선욱의 피아노와 정명훈의 지휘로 이루어진 드레스덴 스타츠카펠의 연주는 이 곡이 지닌 여러 매력중에서 감성과 자연스러움을 돋보이게 만든다. 감성은 김선욱의 몫이고 자연스러움은 정명훈의 몫일 것이다. 정통적이면서도 독일적인 사운드를 내는 북구의 자랑인 드레스덴 스타츠카펠은 특유의 무게감을 내려놓고 피아니스트와 지휘자의 흐름에 소리를 내어준다. 금관의 화려함과 현악의 날카로움을 뒤로 한 채 장중한 자연스러움을 보여주는 매력은 적지 않은 시간 정명훈 지휘자와의 호흡으로 인한 결과일 것이다.

전통적으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의 명반을 꼽자면 에밀 길레스와 오이겐 요훔의 베를린 필하모닉의 강렬함과 무게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연주와 클리포드 커즌과 조지 셀의 런던 심포니가 함께 했던 다채롭고 밝은 해석이 돋보이는 음반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김선욱, 정명훈, 드레스덴의 조합은 길렐스의 무게감과 커즌의 밝은 표현 중간에 위치한 감성적인 해석으로 봐도 좋을 듯 하다.

팀파니의 끊이지 않는 트레몰로로 시작되는 1악장의 첫 부분은 대부분의 관객을 압도시키기 마련이다. 그러나 정 지휘자의 드레스덴은 진중한 무게감보다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관현악의 다채로운 소리를 이어간다. 이는 3분 43초(91마디)에 처음으로 나타나는 김선욱의 피아노가 감성적이기에 조화로운 구성이라 할 것이다. 이후의 10분 51초에 먼저 치고 나가는 피아노 파트에서도 김선욱은 브람스 특유의 마초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감성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20분 55초의 코다를 지나 악장 끝까지 가는 부분은 템포가 빨라지며 관현악과의 리듬을 절묘한 호흡과 명징함으로 브람스 특유의 내밀한 화려함을 보여준 부분일 것이다.

2악장에서 드러나는, 고독하지만 감성적이고 우울하지만 아름다운 멜로디는 김선욱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파트일 것이다. 김선욱은 베토벤같은 정통 표현에 능한 연주자이지만 브람스에서는 악보를 따라가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는 이미 곡을 숙지한 상태에서 자신이 이해하는 브람스의 감성을 자연스럽게 펼쳐놓는다. 다소 무뚝뚝한 브람스의 베일을 벗어던지고 가슴이 더 받아들일 수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브람스는 교향곡도 그러하지만 협주곡의 경우에도 – 바이올린 협주곡과 이중협주곡에서 드러나듯이 – 독주자와 오케스트라의 진을 빼놓을 정도로 1악장에서 치열한 변증법적인 전개를 하곤 하지만 3악장에서는 모든 것이 잘 정리된 주제가 뚜렷히 제시되는 표현을 제시했다. 3악장은 독주자와 오케스트라의 조화스런 협업이 어떻게 아름답게 표현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악장일 것이다. 김선욱과 정 지휘자의 드레스덴은 이를 충실하게 보여준다. 돋보이는 점은 피아노의 중저음과 현악의 – 첼로와 더블베이스 – 저음 소리를 잘 살려줌으로써 든든한 배경음이 드러나도록 했다.

김선욱은 피아노 협주곡 1번 외에 6개의 피아노 소품을 실음으로써 그가 지닌 브람스 해석의 매력을 추가했다. 익히 알려진 A장조 인터메조의 멜로디는 물론이고 F장조 로망스의 조밀하고도 치밀한 서정성은 김선욱의 손끝을 통해 멋지게 표현되었다.

이 연주가 열렸던 2019년 9월, 예술의전당의 밤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악상투스 레이블은 이날의 연주를 유려한 녹음으로 음반에 잘 담아내었다. 우리에겐 이미 유려한 전개와 정제되고 성숙한 해석의 백건우, 엘리아후 인발과 체코 필하모닉의 멋진 예가 있긴 하지만 이 새로운 음반은 김선욱이라는 젊은 감성이 리즈콩쿨 우승 이래로 그 레파토리의 진화를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사례에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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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공 2020-09-15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꺅~음악 리뷰까지♡
율리시즈님은 음반도 다양하게 들으시는가 봅니다.비교 예시까지! 음악은 글로 표현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풀어낼 수 있군요.
예당은 언제 다시 가볼수 있을까 싶네요.멀리~ 이사를 와서요. 마지막으로 갔던 공연이 엘 시스테마였던 것 같아요. 대신 라디오 클래식 fm듣는걸로 위안을~^^

율리시즈 2020-09-15 15:32   좋아요 1 | URL
음악을 오래 듣다 보니 간단한 감상 정도는 정리하기도 합니다만^^ 아. 클래식도 좋아하시는 군요. 엘 시스테마 두다멜 공연때 저도 갔었습니다. 클래식과 국악, 고전음악은 다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