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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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이지 않는 신은 경배하고 눈에 보이는 자연은 학살해버린다. 우리가 학살하는 자연이 사실은 우리가 경배하는 보이지 않는 신인 것을 모르고.’

- 호프 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 김영사 출판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The Story of More : How We got to Climate Change and Where to Go from Here> 중에서 에필로그.

전작인 <랩 걸>을 통해서 지구와 자연의 생태계에 대한 관찰과 애정의 깊은 안목을 보여줬던 호프 자런이 기후변화를 본격적인 주제로 삼아 다시 돌아왔다. 그녀는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를 통해서 인간으로 인한 지구변화와 이로 인해 위기에 처한 인간의 삶을 살피고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실천방안을 모색한다.

호프 자런은 크게 생명, 식량, 에너지, 지구라는 범주와 부록으로 실천방안을 제시하는데 이는 포괄적이고도 근본적인 시선이기도 하다. 그녀가 지닌 강점이기도 하겠지만 이 책에서 드러나는 장점은 관찰과 통찰을 바탕으로 한 자연스러운 이야기의 전개이다.

자런은 과학적이고 역사적인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의 생태계가 어떤 변화와 현실에 마주하고 있는지를 자신의 경험을 보태어 설득력있는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를 비롯한 화석연료의 현황과 원자력에너지와 풍력과 태양열 등의 재생에너지 등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고 어떻게 흘러가는 지를 설명한다. 또한 곡식을 기르고 가축을 키우고 물고기를 잡는 것이 대량 도축시설과 양식으로 변하면서 먹이사슬의 생태계를 어떻게 변질시키는 지를 조용히 고발한다. 현대 기술산업문명을 돌아가기 위해 쓰이는 에너지가 지구의 선진국이라고 불리우는 특정 지역과 거대도시에 얼마나 집중되어 있는지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이 모든 것들의 시스템이 지구에게는 이산화탄소로 대표되는 온실가스의 증가로 인해 빙하가 녹아내리고 바다수위가 높아지며 온갖 천재지변의 원인으로 작용하여 인류가 수십년이내라도 버틸 수 없음을 경고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자런은 부록에서 나의 가치관을 살피고 정보를 모으고 실천하고 더 나아가 자신이 투자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설파한다.

자런의 강점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생명, 식량, 에너지, 지구에 대한 포괄적인 탐구와 이를 통찰하며 우리가 각자 있는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개선법을 모색한다는 점이다. 이는 기능주의적인 면에 집중하느라 지구와 생태계라는 전체 그림을 미처 못 보거나 기술적으로 치우쳐 일반 시민들이 이해하고 접근하게 어렵게 만드는 적지 않은 자료들 사이에서 빛을 발한다. 그녀는 특정 계층의, 특정 지식인들을 위한 것이 아닌 지구의 시민들이라면 모두가 정독만 하면 이해할 수준의 내용으로, 그렇지만 뚜렷한 근거와 과학적 합리성으로 독자를 이끌어 간다. 이 책의 어떤 정보는 누구에겐 너무나 기본적인 내용일 테지만 누구에겐 새로운 내용일 것이다. 그러나 이 내용들의 기본성은 근본성과 연결되고 다양성의 전개는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아쉬움이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지만 자런이 다루는 책의 범주는 포괄적이되 시민과 소비자의 주관으로 본 시선에 가깝다. 즉 지금의 지구생태계를 이렇게 만든 주요원인이자 주범으로 봐도 손색없을 산업기술계를 활용한 거대기업과 국가 혹은 정치계의 연합이라는 구도를 빼놓고 지구생태위기를 논하기는 힘들다. 정치라는 권력과 경제라는 욕망의 무한질주로 인한 과정과 결과가 현 지구의 현실임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프 자런은 자연스럽고 솔직하며 자신의 주된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얘기를 전개하는 모범의 지식활동가이다. ‘시민과 소비자’의 시선에서 보는 방안과 개선과는 별개로 ‘권력자와 생산자’의 시선에서 보는, 말하자면 정치경제학적 시선의 관찰과 개선은 또다른 지식인과 실천가의 몫일 것이다.

정치라는 권력과 경제라는 욕망은 아무리 선의의 모토로 출발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진행될수록 실패하지 않는 한 확장의 성질을 쉽게 멈추지 않는다. 가진 자가 앞장 서서 개선을 위한 실천을 하면 더 없이 효과가 크겠지만 그것을 도덕적 당위로만 호소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적어도 호프 자런이 이 책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최소한 이해하고 이 책을 넘어서는 정보를 자신에게 맞게 더 탐색하고 실천방안을 찾는 현명한 시민, 생태계를 생각하는 가치있는 소비자가 점점 증가한다면 이 수요를 공급하는 권력과 생산자는 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가치 소비의 확대는 생산자를 변화시키거나 생산자를 바꿀 수 있다. 공정무역 시장은 가치있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만나는 바람직한 한 예이다. 물건을 하나 사더라도 재생용품 하나를 고르더라도 그 제품이 어디에서 왔는지 누구가 만들었는지를 알면 알수록 기업과 생산자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처럼 기후생태계의 커다란 위기 앞에서 현명한 시민이 할 수 있는 것들은 자신의 분수에 어울리게(!) 크고 작은 것은 있을 지언정 할 수 없는 것은 없다.

호프 자런은 일찍이 레이첼 카슨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조화로운 세상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우리 모두가 함께 누리기 위해서 무엇을 알아야 할지 그리하여 무엇을 해야 할지를 제대로 알려주는 이 시대의 계몽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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