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을 쓴 사람이 자기가 쓴 곡과 닮았을 때 나오는 진정성은 힘이 있다. 그런 힘을 갖춘 작품은 시간의 풍파를 견디고 살아남는다.' p.95- 나성인 저, 한길사 간, <베토벤 아홉 개의 교향곡> 중에서한국의 클래식 음악의 풍토와 환경을 생각할 때 인문적이든 음악적이든 양질의 도서가 아직은 그리 많다고 할 수 없다. 외국의 경우에는 마틴 겍이나 조지 그로브, 콘스탄틴 플로러스 같은 이들이 작곡가의 삶과 작품세계에 대해 심도깊은 내용을 다룬 도서들이 많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클래식 음악계에서 무엇을 생성해 낸다기 보다는 그것에 따라가기 급급하거나 소비하는 것에 가까웠던 것이 사실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에는 이성일의 <브람스 평전>이나 김문경의 <구스타프 말러>, 최은규의 <교향곡> 같은 저작들은 외국에 자랑해도 손색없을 우리의 훌륭한 도서들이다.여기에 또 하나의 목록을 자신있게 추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성인 님의 신간인 <베토벤 아홉 개의 교향곡>은 우리 문화예술계가 또 한번 도약하기 위한 가이드로서 주요한 의미를 던져준다.쭉 일별해 본 느낌으로 다가온 이 책의 특징은 크게 세가지를 들 수 있는데, 첫째 인문적이고 둘째 음악적이고 셋째로 지성적이다.인문적이라 함은 베토벤의 교향곡 작곡 당시의 사회역사적 배경과 타 예술인문장르의 연관성을 잘 연계시켜 보여준다. 음악적이라 함은 아홉 개의 교향곡 각각을 주제음반을 선정하여 악장별 성격과 흐름을 세부적으로 보여준다. 지성적이라 함은 인문성에 있어서나 음악성에 있어서나 이 내용들을 기존의 소개나 안내 차원을 넘어서 심도있는 접근이 가능하도록 도와준다.인문과 음악이 잘 종합되고 정리된 베토벤 교향곡의 안내서로서 이만한 성취를 이루어 낸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저자는 베토벤 초보자나 입문자를 위한 안내서로서 조금의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했지만 이는 지나친 겸손의 언사이다.나성인의 <베토벤 아홉 개의 교향곡>은 클래식 입문자와 애호가를 동시에 매혹시킬 만한 요소와 내용으로 가득한 이 시대의 훌륭한 클래식음악 예술서이다.책의 처음부터 저자가 알려주는 데로 베토벤 작곡 당시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각 교향곡의 내용들을 따라가도 좋고, 선호하는 교향곡의 번호를 먼저 선택하여 선정한 음반과 악보와 책을 같이 보고 듣다 보면 교향곡이라는 장르의 매력에 대해, 베토벤이 교향곡에서 이룬 성취에 대해 더욱 입체적인 이해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음악애호가들의 일독을 권하면서 더 나아가서는 베토벤 교향곡을 들을 때마다 같이 두고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