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의 의미와 최근 추이

 

지난 312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에서 1.75%로 인하했다. 그리고 49일에는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은행은 매월 둘째주 목요일에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앞으로도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사상 최초의 1%대 기준금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는 현대 자본주의에서 국가가 경제에 개입하는 주요한 수단들 중의 하나이다. 자본주의국가의 경제개입수단은 흔히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으로 분류된다. 재정정책은 정부가 예산지출과 감세를 통해 수요를 부양하는 것이며,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통화량과 기준금리를 조절해 경기변동에 대응하는 것이다. 금리를 높일 경우 가계에서는 저축 성향이 높아지고 기업에서는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므로, 경기과열과 물가상승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반대로 금리를 낮출 경우 시중에 통화량이 늘어 경기부양과 물가회복을 돕는다. 1970년대에 미국, 서유럽에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스테그플레이션을 겪고 나서는, ‘작은 정부중앙은행의 독립성이라는 슬로건 하에서 통화정책이 더 중요하게 대접받는 편이다.

 

최근 몇년간의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를 살펴보면, 미국발 금융위기 직전인 20088월에 5.25%, 그리고 월스트리스가 휘청거렸던 `0811월에는 4.00%, 12월에는 3.00%, `092월에는 2.00%로 가파르게 낮아졌고, 이후 서서히 올라 `116월에 3.25%까지 올랐다가 다시 낮아져 현재 1.75%에까지 이르렀다. 기준금리만 놓고 보면 `08년 세계경제위기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을 뿐더러 더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초저금리 시대에 관한 단상

 

물론 기준금리만으로 경제상황을 재단할 수 없다. 3월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역대 최저로 인하한 것에 관해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에 대한 대응 또는 장기간의 경기하강에 써볼 건 다 써보는 식의 대응 등으로 평가하고 있다. 요는 경제전망이 비관적이라는 말이다. 이게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IMF는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금리인하가 당장은 저금리 전환대출 등으로 기대효과를 보고 있다. 중산층과 서민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채무자 입장에서는 이자부담을 경감시켜주는 금리인하가 한편에서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는 대외취약성의 증가이다. 현재 최대의 경제이슈는 미국의 연준이 언제 금리를 인상하느냐인데, 미국에서 금리가 오르면 자본유출과 이로 인한 자산가격 하락, 금융혼란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금리가 낮을수록 미국 금리인상의 충격과 후폭풍은 더해질 것이다.

 

둘째, 부채와 투기의 증가이다. 이자가 싸질수록 돈을 빌리려는 유인이 커지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지금도 가계부채 수준이 심각한 수준이고 저성장에서 빚낸 돈이 몰릴 부동산시장이나 주식시장이나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소득이 늘지 않는데 자산가격이 계속 오른 적은 없다. 부채로 커진 거품은 터지기 마련이다.

 

셋째, 금융약탈의 심화이다. 비관적인 경제전망, 경기침체의 장기화 가운데서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유휴자본이 열을 올릴 곳은 뻔하다. 바로 서민의 주머니이다. 전 국민을 채무관계로 옮아매어 모든 소득에 빨대를 꽂아 밑천까지 다 털어먹도록 온갖 술수로 빚을 권할 것이다.

 

2008년 미국에서의 경제공황이 2000년대 초저금리 시대에 뒤이어 찾아온 건 우연이 아니었다. 충분한 소득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금융기관들은 주택을 담보 잡아 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해주었고, 빚을 상환하지 못하면 매몰차게 집을 압류했다. 결국 대규모의 채무불이행과 주인 잃은 주택매물이 쏟아져 부동산시장이 붕괴하고, 악성채권 증가에 금융기관들도 연이어 도산하면서 최악으로 치달았다.

 

정치적 권리가 없는 민중은 빚에 길바닥으로 내몰릴 것이고, 반대로 권력을 획득한 민중은 약탈자들을 몰아낼 것이다. 연대와 투쟁이 우리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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