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대란, 타기 시작한 폭탄 심지?

 

 

  연말정산 논란에서 증세-복지 논란으로

 

  ‘13월의 보너스‘13월의 세금 폭탄으로 바뀌었다는 직장인들의 분노가 요동치자 박근혜 정부가 허둥지둥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증세-복지 논란으로 번져가고 있다. 연말정산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기존의 소득공제 방식을 상당 부분 세액공제 방식으로 변경한 결과, 근로소득자들의 세부담이 크게 증가한 게 시작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사실상의 증세 조치라는 본질은 숨기고 사실이 아니라는 거짓과 뻔뻔함으로 일관하면서 힘없이 당해야하는 납세자들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 담뱃값 인상 때와 같다.

 

  연이은 증세 조치의 배경은 일차적으로는 세수 부족에 있다. 세입예산 대비 세수 부족분이 ‘12년에는 28천억, ’13년에는 85천억, ‘14년에는 111천억이 발생했다. 이처럼 세수 부족분이 매년 확대되자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축소 같은 증세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증세의 방식이다. 기업이나 고소득 자영업자가 아니라 근로소득자와 서민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 만만하다고 여기는 상대를 고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법인세 인상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새누리당이나 보수언론은 무분별한 복지예산 축소가 우선이라는 식으로 받아치면서 증세-복지 논란이 정계를 달구고 있다. 문재인 의원이 새로이 야당의 대표가 되면서 증세와 복지를 놓고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다짐을 내보이면서 향후에도 계속 주요이슈로 자리잡을 것 같다.

 

  증세-복지 논란의 배경

 

  증세-복지 논란의 재점화는 때늦은 감이 있다. 그간 한국경제가 2008년 이후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극심한 경제위기에서 한발 비켜서왔던 덕분이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재정위기가 터지면서 특히 취약했던 그리스나 스페인 등에서는 정치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다들 아다시피 얼마 전 그리스에서는 긴축에 반대하고 법인세 인상과 부유세 신설을 주장하는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집권했다. 유럽의 재정위기나 새로운 좌파의 대두는 신자유주의의 파산에서 발생한 현상들이다.

 

  신자유주의는 미국과 유럽 같은 자본주의 선진국에서 1970년대에 부딪쳤던 경제문제들을 돌파하기 위했던 자본의 구조개혁 운동이다. 그 정책은 자본의 자유화와 세계화로 요약된다. 돈벌기가 예전만 못해서 그간 용인해왔던 타협들을 장애로 여기기 시작했고, 노동조합이나 공공정책, 정부규제를 타도하려는 자본의 투쟁은 자유시장경제라는 멋진 신세계의 세례를 받아왔다. 그런데 30여년만에 자유시장경제는 만성 경기침체와 금융불안정에 시달리는 혼돈의 세계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동안 커질대로 커진 자본의 힘은 추락의 손실을 정부와 사회로 전가시켜버렸다. 신자유주의의 파산이 재정위기와 사회위기로 드러나고 있는 이유이다.

 

  2류 자본주의 국가인 한국의 작금의 상황도 세계의 흐름과 다르지 않다. IMF 구제금융을 빌미로 전면화된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에 힘입어 반짝하던 시절도 잠시, 실업과 고용불안, 저소득의 범람으로 사회안전망에 대한 수요는 높아지는데 탐욕스런 재벌은 제 배만 불리고, 정부의 재정건전성은 악화되고 있다.

 

 

 

  다음은 우리다!

 

  그리스 등의 사례처럼 재정위기의 발발, 이에 대한 서민증세와 복지, 공공부문의 해체라는 집권세력의 대응은 커다란 정치적 변화를 낳을 수 있다. 이 정도의 위기와 변화가 한국에서도 벌어질 것이라고 당장은 예상키 힘들지만, 심각한 수준인 가계부채나 지방자치단체 재정악화가 뇌관이 되어 연쇄 폭발이 벌어지면 예상을 뒤엎을 수 있다. 지금 벌어지는 증세-복지 논란에 대해 뚜렷한 입장과 방향, 실천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대중을 반자본주의 의식으로 견인할 수 있는 분석과 요구를 내놓고 투쟁해가야 한다. 이에 대한 많은 논의와 토론이 벌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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