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회사의 주인이 되었나 - 세계 10억 인구의 삶을 바꾼 공생의 대안경제 시스템
마조리 켈리 지음, 제현주 옮김 / 북돋움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세계 10억 인구의 삶을 바꾼 공생의 대안경제 시스템이라는 부제를 단 그들은 왜 회사의 주인이 되었나는 근래의 협동조합 열기에 힘입어 나온 책들 중의 하나이다. 협동조합 관련 책들을 거의 읽어보지 않아서, 이런 종류의 책들 중에서 이 책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녔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쉽게 읽히고 유익했다.

 

  먼저는 주식회사에 대한 비판이 인상적이다. 주식회사란 기업에 대한 소유권이 유가증권으로 분할되어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을 의미한다. 소유권이 주가형태로 가격을 갖고 거래되기 때문에 소유자들은 무엇보다 자신들을 당장 부자로 만들어줄 주가상승을 우선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주주들의 요구(즉 높은 주가)를 들어주기 위해서는 최대한의, 그리고 신속한 이윤 확대가 기업의 지상과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은 돌이킬 수 없이 탐욕으로 물든다. 증권거래소에 상장되고나서는.

 

  저자인 마조리 켈리가 흥미로운 건 주식회사에 대한 이와 같은 분석을 체제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확대해간다는 점에 있다. 대개의 사람들은 주식회사를 고용주로, 판매자, 채권자 접하게 된다. 그런데 주지하다시피 주식회사는 탐욕적이다. 노동자를 손쉽게 해고하고 소비자를 간단히 무시하고 채무자(대출자)의 존엄성까지 훑어내고 이런 돈으로 정치도 좌우한다. 결국 주식회사의 탐욕 앞에서는 무력하게 벌거벗겨질 수밖에 없는데, 저자는 이런 상황을 추출적 구조라고 부른다. 간단히 말해 소수의 대주주가 주식회사라는 빨대를 통해 대다수의 땀의 결실을 훔치는 것이다. 사회가 이렇게 돌아가면 부익부빈익빈이 극심해지고 모기지대출 연체로 촉발된 2008년 경제위기 같은 힘든 시기가 반복된다.

 

  그래서 저자가 대안으로 내놓는 것은 주식회사가 아닌 대안적 소유방식의 발전이다. 대안적인 소유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협동조합, 종업원 소유, 공동체 소유 등등. 어떤 형태이든 핵심은 이윤확대의 강박을 벗겨내고 다양한 가치들이 기업 안에 뿌리내리도록 하는데 있다. 저자의 표현으로는 생성적 구조의 형성이다. 추출적 구조에서 생성적 구조로의 이행은 시대의 과제이고, 그 가운데에는 회사를 누가 어떻게 소유하느냐의 문제가 놓여 있다.

 

  누가 어떻게 소유하느냐의 문제를 중심에 두고서 대안기업을 고민한다는 점이 근래 유행하는 협동조합”, “사회적기업같은 말들을 되씹어보게 한다.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등에 대해 근래 부쩍 늘어난 관심은 나아지지 않는 경제와 살림살이의 팍팍한 현실을 반영하는 듯하다. 아래로부터의 대안을 찾는 이들에게는 당장 손에 잡히는 게 협동조합등이고, 웬일인지 덩달아 정부와 대기업, 언론들도 관련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사회적기업 육성법과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되고, 기업에서 내놓는 지원프로그램들도 늘어나고, 관련 강좌와 출판물은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 만사가 잘돼가고만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사회적기업 같은 경우는 현재 정부에서 사회적기업을 인증해주면서 공공기관에서의 인증기업제품 의무구입 같은 여러 장려책을 통해 지원해주고 있다.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중간유통으로 구입실적 채워주고 중간마진 먹기 이상이 아닌 곳이 있고, 기존의 열악한 일자리를 대신하는 데 그치기도 하고, 지원받기 위한 게 아니라면 굳이 사회적기업이어야 하는지 물음표가 떠오르는 곳도 있다. 이런저런 모습들을 더해보면 대안과 이정표가 되기에는 많이 모자라 보인다.

 

  이는 어떤 맥락에서 협동조합등을 내세우는지의 차이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보인다. 협동조합등을 주식회사체제를 보완하는 역할에 한정짓는 것, 즉 일자리와 빈곤 문제의 완화를 위해 빈곤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그들이 스스로를 고용하는 수단 정도로 장려하는 건 실제로는 그만큼도 해내지 못하도록 한다. 마조리 켈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추출적 구조와 함께 나란히 생성적 구조가 발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협동조합등이 대안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려면 주식회사체제의 극복과 소유패러다임의 폭넓은 변화를 전제해야 한다. 사회적 목표 추구 같은 가치를 담아내려면 이에 합당한 사회적 소유의 틀을 짜야한다. 소유자들의 금전적 이익 추구를 보장하는 소유방식의 온존과 사회적 목표의 추구가 양립할 수는 없다. 때문에 협동조합등의 구상에 있어 대안적 소유방식은 본질적이며, 본질이 사상된 작금의 논의행태는 기만과 다름없다.

 

  책은 단점도 적지 않다. 곳곳에 팽배한 경제적 탐욕을 주식회사제도로 환원시키는 듯한 태도, 그래서 이해관계자 소유는 탐욕에서 자유로울 것이라는 다소의 비약, 대규모 생산유통시설을 담아낼 수 있는 사회적 소유방식에 대한 고찰의 결여, 회사 내부의 민주주의를 발전시켜나갈 비전의 부족 등등. 이런 한계들에도 불구하고 소유패러다임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협동조합등을 옹호하는 급진적이라면 급진적인 면모는 요즘 공공연히 권장되는 협동조합사회적기업 담론보다 훨씬 제대로 된 모양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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