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환경주의자가 알아야 할 자본주의의 모든 것 - 자본주의와 환경에 대한 안내서
존 벨라미 포스터 & 프레드 맥도프 지음, 황정규 옮김 / 도서출판 삼화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지구의 파괴를 막기 위한 평등의 길
[서평]『환경주의자가 알아야 할 자본주의의 모든 것』
‘파멸을 말하는 생태학’
생태학의 기본 아이디어는 생물과 생물, 그리고 생물과 환경은 분리될 수 없이 서로 의존하고 함께 진화하는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진화의 결과는 상보적일 수도 있고 균형을 파괴할 수도 있다. 지금 생태학은 파멸을 경고하고 있다. 바로 인류 자신에 의한 인류의, 지구의 파멸을.
『환경주의자가 알아야 할 자본주의의 모든 것』(저자 : 존 벨라미 포스터, 프레드 맥도프)은 만약 세계경제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계속 성장할 경우, 그리고 우리 사회가 더 많은 이윤과 경제성장을 최우선시하는 체제를 앞으로도 유지할 경우 머지않은 시기에 맞이하게 될 말 그대로의 “행성파괴”에 대한 경고로부터 시작한다. 기후변화는 잘 알려진, 인간이 초래한 심각한 생태위기들 중 하나이다. 지구온난화로 북극해 얼음이 1970년대 후반보다 40퍼센트가 감소했다. 극지방 얼음의 감소가 현재 추세대로라면 21세기에 해수면이 1.5미터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저지대 지방에 사는 수억 명의 터전을 삼킬 것이다. 또 이대로라면 가뭄이 수십 년 내에 육지의 70퍼센트로 확대될 것이라고도 한다. 이는 평균기온의 상승으로 감소하고 있는 곡물생산, 그리고 이미 심각한 물 부족 문제에 치명적일 것이다. 이외의 기후변화의 악영향 및 생태위기의 충격적이고 기다란 목록은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저자들은 지구환경이 인류 생존을 위협하게 변화하고 있는 근본원인은 바로 ‘자본주의’라고 주장한다. 인간 입장에서 환경을 수도꼭지와 싱크대에 비유하자면, 수도꼭지로서의 환경은 자원과 에너지를 공급하는 능력이고, 싱크대로서의 환경은 폐기물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다. 문제는 싱크대 용량을 지나치게 초과해 수도꼭지가 열려 있다는 사실이다. 넘치는 오수, 즉 탄소 및 오염물질, 쓰레기 등의 과다한 배출이 온난화를 일으키고 태평양에 한반도 몇 배의 쓰레기섬을 만들어내고 있다. 오수에 빠져 죽고 싶지 않다면 우리가 할 일은 수도꼭지를 서둘러 잠그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대다수 사람에게는 수도꼭지를 잠글 권리가 없다. 자원과 에너지를 빨아들여 재화를 만드는 생산설비의 가동과 확장을 결정하는 이들은 자본의 소유자들이다. 그리고 더 많은 이익을 내는 게 거의 유일한 목적인 자본이 수도꼭지를 알아서 잠그는 일을 기대하는 건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생태사회 = 평등사회
그럼에도 좋은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을까? 정부규제나 환경기술, 윤리적 소비 같이.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는 실업이나 빈곤 같은 사회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경제성장을 줄일 정도의 환경규제를 실시할 수가 없다. 반성장적 환경규제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즉 경제성장이 아니고도 사회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일자리 나누기나 재분배 정책은 자본의 저항과 명령 때문에 대체로 배제되고, 정부는 성장주의에 스스로를 가둘 수밖에 없다. 환경기술 역시 믿을 수 없다. 현재와 같은 수준의 경제성장을 유지하면서 자원의 고갈을 막고 폐기물의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환경기술이란 물리법칙의 피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을 따름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 한편, 친환경제품을 쓰고 적게 소비하자는 주장은 문제의 핵심을 왜곡한다. 2007년 미국에서는 겨우 400명이 이 나라 하위 50퍼센트인 1억 5,000만 명의 부를 모두 합한 만큼 소유하고 있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괜찮은 생활조건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절대 만족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있다.” 엄청난 부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은 부를 얻기 위해 투자에 투자를 더하는, 한계를 모르는 자본축적이 환경파괴의 진정한 원인이다.
저자들의 결론은 단호하다. 생산력이 생태위기와 사회불평등을 함께 해결하는 방향으로 조절되고, 자본축적이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인간적 필요의 충족이 경제의 목적이 되며, 자본을 소유한 소수가 아니라 노동하는 다수가 사회를 운영하는 생태혁명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이처럼 환경문제와 계급문제를 동전의 양면으로 파악한다는 데서 책은 빛이 난다. 인간과 자연 사이의 공존 관계에 일어나고 있는 균열의 뿌리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불평등한 관계이다. 다수가 노동으로 일궈낸 부를 소수가 재산으로 도둑질하고, 자연을 소유하고 남용하는 게 이러한 도둑질의 가장 확실한 수단이 되는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인간착취와 자연착취가 나란히 불가분하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연에 대한 파괴를 멈추기 위해서 우리는 인간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착취와 불평등의 관계를 끝내기 위해서도 싸울 줄 알아야 한다. 부는 모두를 위해 쓰이고, 자연은 누구의 것도 되서는 안 된다. 이리하여 부가 더 큰 부를 위해서만 이용되는 게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의 기본적 필요의 충족을 위해 이용되는, 그래서 모두가 함께 발전하는 평등사회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균열도 치유할 것이다. 경제성장의 강박에서 벗어나 인간성이 만개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유와 평등의 사회에서는 인간 생존과 발전을 위협하는 생태위기의 해결을 우선할 것이다. 때문에 평등사회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사회는 서로 다르지 않다.
사실 생태위기라는 말이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근래 유난히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이 바로 전지국적 기후변화의 일부이며, 에너지 요금 상승이 재생불가능한 자원 고갈의 징후이다. 『환경주의자가 알아야 할 자본주의의 모든 것』이 이런 문제들을 보다 깊이,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데 길잡이가 돼줄 것이다.
- 붉은수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