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의 마지막 여행
한스 위르겐 크뤼스만스키 지음, 김신비 옮김 / 말글빛냄 / 201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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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 모를 책이다. 책에서 좋았던 부분은 오직 들어가는 말에서의 아래의 문장들뿐이었다.

마르크스를 연구하는 사람과 그의 전기를 쓰는 작가의 대부분은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보낸 마지막 몇 개월이 그의 업적을 이해하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에게 낯선 곳에서의 경험은 본능적으로도, 또한 이념적으로도 너무나 새로운 것들이었다. 따라서 그 경험들은 더더욱 잘 정리되어야 한다.

그는 식민지 정치를 실제로 경험해 보았으며 외모도 바꿨다. 실제로 모든 것을 바꾸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몬테카를로에서 부르주아의 상징인 카지노에 빠지기도 했으며,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에 대한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고 우유 섞인 브랜디를 마시면서 삼류 소설을 줄기차게 읽었다.”

 

나머지는 이상한 번역인지, 이상한 내용인지로 채워져 있다. 흥미를 잃고 대충대충 읽어서 전부를 짚어낼 순 없지만 특히 눈에 밟힌 것들을 말해보겠다.

 

25전기는 이미 넓은 구간도 소리 없이 수월하게 전송된다. 곳곳에 새로운 종류의 동력기, 발전기, 터빈이 있다. 이러한 장치들이 기계를 움직이고 세상을 움직인다. , 호텔, 팬션 등에 전기가 흐른다. 무엇보다 전선 케이블은 대륙을 횡단하면서 가치 있는 정보들을 실어 나른다.”

마르크스가 증기 기관차 안에서 기술진보에 대한 사유를 하는 걸 표현한 문장들 중 하나인데, 그 내용이 책 안의 시간대인 1882년에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다. 에디슨이 뉴욕에서 처음 직류 공급 시스템을 선보인 게 1882년이고, 2차 산업혁명 또는 전기의 시대로 불리며 전기가 증기를 제치고 주요 에너지원이 되는 건 세기가 바뀌고 나서이다. 1882년에 전기는 아직 동력원이라기보다는 통신수단(전보)이었다.

 

35이제까지의 모든 사회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다. 지배계급과 상반된 계급을 가진 오래된 시민사회에 모든 것이 자유롭게 발전하는 연합이 결성된다, 전 세계의 프롤레타리아여, 연합하라!”

151계급과 계급 차이가 있던 구 시민사회는 개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모두의 자유로운 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인 일종의 연맹개념으로 바뀐다.”

똑같은 말을 다른 페이지에서 서로 다르게 번역한 것도 문제인데, 더 큰 문제는 번역의 질이다. 이는 정말 유명한 공산당 선언의 문장들인데, 박종철 출판사 판본과 비교해보자.

박종철출판사 번역 : “이제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 투쟁의 역사이다. 계급과 계급 대립이 있었던 낡은 부르주아 사회의 자리에 각자의 자유로운 발전이 모두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이 되는 연합체가 들어선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87지금 날씨가 덥긴 하지만 시로코(Scirocco, 독일 폭스바겐사의 소형 승용차)가 더 많은 것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90마지막 며칠을 아프리카에서 보낼 때 시로코는 정말 열심히 달려 주었다. 하지만 돌풍과 모래바람, 그리고 지금은 예기치 않은 추위로 시로코가 고장 난 상태다.”

앞뒤 맥락없이 1882년에 폭스바겐 승용차를 들이 댄다. 폭스바겐이 생긴 건 1937년이다. 그리고 시로코는 사하라 사막에서 북아프리카와 남유럽으로 불어가는 세찬 열풍을 말한다. 발로 한 번역인지, 원 책의 문제인지 모르겠다.

 

105마르크스는 자신보다 4살 아래인 (아우구스트) 베벨을 특히 더 아꼈다.”

베벨은 1840년에 태어났고, 마르크스는 1818년생이다.

 

작은 판형에 재생용지로 책을 낸 게 이 책의 가장 훌륭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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