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이네 집 - 작지만 넉넉한 한옥에서 살림하는 이야기
조수정 지음 / 앨리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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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나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은 문방구에 가서 노트와 샤프를 구입하는 것이었다. 용돈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 손에 쥔 돈 안에서 해결해야만 했는데, 문방구에서는 마음껏 담아도 얼마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집에 쌓은 노트만 몇 십 권. 그 때 버릇 못 고치고 십년이 지난 지금도 그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집에 쌓인 노트들을 보면 대부분이 줄이 없고, 심플한 것들이다. 심플한 노트가 많아서 종종 ‘공책’ 브랜드의 노트를 구입한다. o-check의 조수정님의 책이 나왔다. 책의 내용은 한옥에 사는 이야기, 살림살이 이야기다. 책에는 글보다는 사진이 많았다. 한옥에 사는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사진, 그녀가 꾸려나가는 살림살이의 사진 그리고 소소한 행복의 모습이 담긴 사진. o-check의 노트만큼이나 심플하고 깔끔한 분위기가 묻어나는 책이다. 나, 조수정 그녀가 너무 부러웠다. 물론 책에는 좋은 모습만 담았을 것이다. 그것을 감안하고 봐도 부러웠다. 뜨개질을 해서 만든 컵 받침대나 한옥에서 지내는 가족 이야기, 인테리어에 대한 그녀의 생각이 너무 따듯하다. 한옥과 살림살이 그리고 인테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소상하게 들여 보기엔 약간 부족한 감이 없진 않지만, 좋았다. 봄 햇살의 따스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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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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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고민하는 힘>을 받았다. 읽지 않은 책 사이에 꽂아 두었다가 바로 그 다음날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강상중 교수를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제목 때문이었다. 고민하는 것도 힘이 될 수 있나? 갸우뚱하며 펼친 책인데, 완독했다. 제일교포 1세로 일본에서 살아온 그는, 어릴 때부터 고민을 해온 것 같다. 나는 누구인가? 바로 이것이  첫 장의 제목이다. 그의 고민은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자아부터 노동의 의미, 사랑, 종교 그리고 노년에 대한 고민까지 아우르고 있다. 고민을 하면서 소세키와 베버의 책을 읽으면서 힘을 얻었다는 강상중 교수의 책은 또다시 나에게 고민하게 만들었다. ‘고민’이란 단어에서 오는 복잡하고도 어려운 느낌이 아닌 나 스스로에게 활력을 불어주는 느낌을 준다. 책을 읽고 나니 그에게 힘을 주었다는 소세키와 베버의 책이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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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노니는 집 -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30
이영서 지음, 김동성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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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노니는 집’은 조선시대 천주교 탄압이 배경에 필사쟁이를 아버지로 둔 장이라는 아이의 이야기다.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기도 했고, 주변 사람의 추천을 받은 책이기도 해서 많이 기대를 했다. 국사 공부를 게을리 한 탓에, 어릴 때나 지금이나 역사물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흥미롭게 읽었다. 일단 어린이의 관점에 맞추어 천주교 탄압하던 배경을 그렸고, 책 장 간간히 그려진 삽화는 책의 장면을 상상하는데 도움을 준다. 개인적으로 책 속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낙심이 그림이 마음에 든다.  


 장이는 아버지를 잃고 평소 알고 지내던 최 서쾌의 집에서 책을 배달하는 심부름을 한다. 양반, 일반 백성 그리고 기생집으로 책 심부름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기생에게 ‘구운몽’이 아닌 ‘춘향전’이 더 값진 책이 될 것이라는 최 서쾌의 말에 모든 책이 모두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취향을 기억하고 책을 추천하는 최 서쾌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책방 주인 또는 출판 마케터가 떠오른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전해졌고 가슴이 따뜻해졌다. 책이 귀한 시절이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지금을 사는 우리보다 더 컸을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찾고 간직하고 읽는 그들의 모습을 닮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이의 ‘책과 노니는 집’에 가고 싶다.

 

  만약 이 책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 어린 독자가 있다면, 53쪽에 감동성 저자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어렵고 재미없어도 걱정 마라. 네가 아둔해서 그런 것이 아니니. 어려운 글도 반복해 읽고, 살면서 그 뜻을 헤아려 보면 '아, 그게 이 뜻이었구나!' 하며 무릎을 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어려운 책의 깊고 담백한 맛을 알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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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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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2001년)을 통해 작가 신경숙을 알게 되었다. 감정의 변화가 크지 않는 그 담담한 그녀의 문체가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을 조곤조곤히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그녀였더라면, 그 시절의 외딴방에 대해서 매우 차분히 그리고 조용히 이야기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인지 몰라도 더욱 더 담담한 그녀의 문체가 마음에 들었다. 외딴방을 다 읽고 나서 그녀의 다른 작품을 더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신간이 출간되었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엄마를 부탁해』(2008년)의 첫 장의 첫 문장이다. 엄마를 잃어버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남편과 함께 서울에 올라온 엄마는 그만 손을 놓치고 만다. 그녀의 아들과 두 딸 그리고 남편은 엄마와 아내의 부재를 통해 자신들의 인생에 있어서 엄마와 그리고 아내의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엄마가 실종된 지 일주일째에 시작된 이야기는 구 개월째에 마무리 된다. 엄마를 찾는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붙이고, 제보자를 찾아가는 가면서 엄마의 존재의 무게를 느낀다는 점이 씁쓸하다.

 

“엄마 얘기 해봐.”

“엄마 얘기?”

“응…… 너만 알고 있는 엄마 얘기.”

(중략)

“엄마를 모르겠어.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것밖에는.” -p.209-

 


이 부분을 읽으면서 과연 나는 얼마나 얼마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생각했다. 이름, 생년월일, 생김새……,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엄마인데 아는 것이 없었다. 나는 그동안 엄마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않았다. 내가 오늘 사들고 집에 오면 어김없이 엄마는 질문공세다. “어디서 샀어?” “얼마야?” “잘 어울린다.” 혹은 “그건 너무 안 어울리잖아.” 끊임없이 물어본다. 하지만 나는 엄마가 미용실에 다녀왔는지 옷을 샀는지 그 옷이 어울리는지 어울리지 않는지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다. 결국 엄마만 나를 알고 있는 것이다. 내가 어떤 색의 옷을 좋아하는지, 젓가락이 자주 가는 음식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순간 부끄러워졌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엄마라고 부를 수 있을까하고 말이다.

 


엄마가 아침밥을 차려주는 것, 도시락을 싸주는 것, 용돈을 주는 것, 늘 먼저 나에게 전화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하고 나에게 물었다. 대답은 망설임도 없이 “응”이다. 나는 당연시 여겼다. 오만하게도 그것이 엄마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왔던 것이다.

 


아이를 내려놓고 돌아서려는데 그때 당신이 내게 물었소. 이름이 무엇이냐고. 결혼하고 그때까지 내 이름을 물어 본 사람이 당신이 처음이었네. 갑자기 수줍어져서 고개를 반쯤 숙였소. “박소녀.” -p.231-

 


결혼 한 순간부터 우리의 엄마들은 이름이 사라지고 누구의 엄마로 살아가게 된다. 나도 지금껏 엄마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외할머니만 엄마의 이름을 부른다. 할머니에게 엄마는 딸이고, 엄마에게 할머니는 엄마이기 때문일까? 엄마는 나의 엄마로 불리는 것을 좋아할까? 엄마 이름을 불러주는 것을 좋아할까? 역시, 나는 엄마를 잘 모른다.

 


『엄마를 부탁해』를 읽는 내내 심장이 뜨거웠다. 마치 나의 엄마를 잃은 것 같은 느낌에 가슴이 철렁하고 눈시울이 젖었다. 지하철 안에서 눈물 콧물 흘리면서 읽었다. 오늘 밤에는 안방으로 건너가 엄마와 함께 잠들 것이다. 악몽을 꾼 뒤 두려움에 잠 못 이루지 못하는 경우에만 엄마의 손을 찾았는데, 오늘은 그런 이유가 아닌 그저 엄마의 온기를 느끼며 잠들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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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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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럴때마다 나는 친한 친구나 가족의 조언을 구하곤 한다. 하지만 가끔은 '너무 친해서' 그들에게 솔직하게 내 고민을 털어놓지 못한다. 살다 보면 내 주변사람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고민이 생기기 마련이다.

 

 취업을 앞 둔 마지막 학기에 나는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했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아마도 저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무작정 대형서점에 가서 '너, 외롭구나'를 집었다. 김형태의 날카로운 대답에 책장을 넘길 때마다 뜨끔했다. 그래도 나는 '어느 정도'는 갖추고 있다는 자만심을 깨주었다. 나의 꿈과 일, 그리고 미래에 대한 시각이 조금이나마 바뀌었다.

 

 2009년,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를 만났다. 책을 읽는 내내 김형태님의 책이 떠올랐고, 묘하게 반가웠다. 김어준과 동일 인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선택해야만 한다. 아침에 빵을 먹을 것인지 밥을 먹을 것인지조차 선택한다. 이런 선택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을 때가 종종있다.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해도 여전히 선택의 갈림길에 서있을 때, 때로는 내가 아닌 누군가가 대신 선택해주었으면 좋겠다. 만약 누군가 대신 선택해준다면, 그건은 옳은 방법이 아닐 것이다. 김어준이 말한다. "선택의 누적분이 곧 당신이다."라고.

 

 선택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관념이다. 나, 가족, 친구, 직장, 연인(건투를 빈다의 가장 큰 목차이다.)에 대한 나의 관념에 따라 고민의 형태는 달라진다. 고민이 생기면 짧든 길든 고민을 하고 몇 가지의 방안 중 선택한다. 요는,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김어준의 생각, 행동, 느낌이 담긴 답변을 읽으면서 서서히 나의 생각도 달라졌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한 길을 알려주는 것 같다. 말투는 상냥하지 않지만.

 

 고민은 끝났다. 답을 얻었다. 이 단계까지 왔다면 큰 산을 넘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까지다. '그래, 결심했어!'를 외치며 행동한 적은 얼마나 되는가.

 

 내가 남들보다 조금 아주 미약하게나마 나은 점이 있다면, 그것은 빠르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몸짓이 날렵하다는 것이 아니라, 결정을 내린 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빠르다는 것이다. 행동은 보류한 채, 생각만으로 가득 찬 사람들은 정직하지 않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면 더 이상 엉덩이를 무겁게 두지 말자.

 

김어준이 또 말한다. '겁내지 마. 질러.' 역시 이 말투도 상냥하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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