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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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2001년)을 통해 작가 신경숙을 알게 되었다. 감정의 변화가 크지 않는 그 담담한 그녀의 문체가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을 조곤조곤히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그녀였더라면, 그 시절의 외딴방에 대해서 매우 차분히 그리고 조용히 이야기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인지 몰라도 더욱 더 담담한 그녀의 문체가 마음에 들었다. 외딴방을 다 읽고 나서 그녀의 다른 작품을 더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신간이 출간되었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엄마를 부탁해』(2008년)의 첫 장의 첫 문장이다. 엄마를 잃어버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남편과 함께 서울에 올라온 엄마는 그만 손을 놓치고 만다. 그녀의 아들과 두 딸 그리고 남편은 엄마와 아내의 부재를 통해 자신들의 인생에 있어서 엄마와 그리고 아내의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엄마가 실종된 지 일주일째에 시작된 이야기는 구 개월째에 마무리 된다. 엄마를 찾는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붙이고, 제보자를 찾아가는 가면서 엄마의 존재의 무게를 느낀다는 점이 씁쓸하다.

 

“엄마 얘기 해봐.”

“엄마 얘기?”

“응…… 너만 알고 있는 엄마 얘기.”

(중략)

“엄마를 모르겠어.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것밖에는.” -p.209-

 


이 부분을 읽으면서 과연 나는 얼마나 얼마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생각했다. 이름, 생년월일, 생김새……,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엄마인데 아는 것이 없었다. 나는 그동안 엄마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않았다. 내가 오늘 사들고 집에 오면 어김없이 엄마는 질문공세다. “어디서 샀어?” “얼마야?” “잘 어울린다.” 혹은 “그건 너무 안 어울리잖아.” 끊임없이 물어본다. 하지만 나는 엄마가 미용실에 다녀왔는지 옷을 샀는지 그 옷이 어울리는지 어울리지 않는지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다. 결국 엄마만 나를 알고 있는 것이다. 내가 어떤 색의 옷을 좋아하는지, 젓가락이 자주 가는 음식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순간 부끄러워졌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엄마라고 부를 수 있을까하고 말이다.

 


엄마가 아침밥을 차려주는 것, 도시락을 싸주는 것, 용돈을 주는 것, 늘 먼저 나에게 전화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하고 나에게 물었다. 대답은 망설임도 없이 “응”이다. 나는 당연시 여겼다. 오만하게도 그것이 엄마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왔던 것이다.

 


아이를 내려놓고 돌아서려는데 그때 당신이 내게 물었소. 이름이 무엇이냐고. 결혼하고 그때까지 내 이름을 물어 본 사람이 당신이 처음이었네. 갑자기 수줍어져서 고개를 반쯤 숙였소. “박소녀.” -p.231-

 


결혼 한 순간부터 우리의 엄마들은 이름이 사라지고 누구의 엄마로 살아가게 된다. 나도 지금껏 엄마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외할머니만 엄마의 이름을 부른다. 할머니에게 엄마는 딸이고, 엄마에게 할머니는 엄마이기 때문일까? 엄마는 나의 엄마로 불리는 것을 좋아할까? 엄마 이름을 불러주는 것을 좋아할까? 역시, 나는 엄마를 잘 모른다.

 


『엄마를 부탁해』를 읽는 내내 심장이 뜨거웠다. 마치 나의 엄마를 잃은 것 같은 느낌에 가슴이 철렁하고 눈시울이 젖었다. 지하철 안에서 눈물 콧물 흘리면서 읽었다. 오늘 밤에는 안방으로 건너가 엄마와 함께 잠들 것이다. 악몽을 꾼 뒤 두려움에 잠 못 이루지 못하는 경우에만 엄마의 손을 찾았는데, 오늘은 그런 이유가 아닌 그저 엄마의 온기를 느끼며 잠들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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