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 훈육 - 오늘도 화를 내고 후회하는 부모들을 위한
사라 오크웰-스미스 지음, 최은경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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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를 키울 때,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아이의 욕구를 이해해주고, 동의를 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글을 많이 읽었다. 몸과 마음이 덜 피곤할 때는 되뇌는 기준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래, 너는 지금 그 반바지를 입고 싶단 말이구나. 그런데, 지금 밖은 비가 내리고 추운 영하의 날씨인데 어쩌지?"라는 말이 부드럽게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아이의 질문에 "아니, 그게 아니고..."라는 말로 대답이 시작될 때가 많다. 아이가 자신의 부드러운 반응에도 원하는 행동을 해주지 않으면 버럭 하고 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건 아이를 바르게 키우는 문제에 해당될 뿐만 아니라 수십 년간 봉인되어 있던 내 안의 야수성과도 만나는 과정, 그래서 육아는 적어도 나에게는 어렵다.

벌을 주는 것이나 체벌을 하는 행동은 나쁘다고 들어왔지만, 칭찬 스티커도? 작가의 주장이 마음에 들기 시작한다. 나 또한 칭찬 스티커가 아이를 이끄는 방식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의 행동을 기록하는 도구로 사용한다면 모를까, 보상 때문에 공부하고 청소하고 "이걸 하면 뭐 해줄 거예요?"라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아이로 키우고 싶지는 않다. 조건을 거는 아이와 부모로 살고 싶지 않다. 대신 고마움과 노력에 대한 칭찬을 하는 것, 마음에 드는 방식이다. 책의 저자가 나와 같은 인생관을 가진 걸까?

이 책에서 가장 실용적인 답을 얻은 것은 부정적인 명령을 아이가 듣지 않을 때의 방법이었다. 부정적인 명령만 한다는 것은 아이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기 때문에 아이는 추론이 어렵다. 뛰지 말라고 하면 걸어야 한다는 생각을 바로 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몇 가지 예를 제시해주었다.

효과 없는 부정적 명령

효과 있는 긍정적 명령

뛰지 마

걸어 다니자

동생 때리면 안 돼

동생은 살살 어루만져 주자

소리치지 마

조용조용 말하자

던지지 마

그거 손에 들고 있자

이 표를 조금 더 응용해서 만들어 냉장고 앞에 붙여놓을 생각이다. 다정한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지만 그만큼 내면에 화가 쌓여가는 아빠도, 봉인된 야수가 나무 울타리를 흔드는 내면을 가진 엄마도, 이제 막 글을 읽을 줄 알게 된 큰 애도 오며 가며 읽고 습관화하도록. 그러다 보면 둘째도 변화하겠지.

징징대는 아이, 삐지는 아이, 말 안 듣는 아이, 버릇없고 말대꾸하는 아이, 형제자매간에 다투는 아이들, 거짓말하는 아이, 욕하는 아이, 자존감과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 등등. 네 아이가 어떨지 몰라서 여기 다 준비해봤다는 듯이 작가는 여러 경우를 산정해두고 대안도 꼼꼼히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부모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도. 사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기 전에 배우자와 양육에 대한 기본 원칙을 세웠지만, 연애와 같이 양육도 글로만 배워서는 될 일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례 중에 우리와 일치하는 것 찾기는 매우 어렵고, 찾았다고 해도 선례대로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서 배울 것이 존재한다. 책에 나온 여러가지 방식을 읽고 익히고뉘우치고 명심하는 과정을, 힘들고 어려워도 화내고 후회하더라도 다시 시도해보아야 한다. 지금은 엄마 아빠를 사랑한다고 달려와서 뽀뽀하고, 서툰 글씨로 '사랑해요'를 써주는 아이에게 오 년, 십 년 후에도 그 후에도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으니까. 아이에게 줄 수 있는 나의 가장 큰 선물은 그 아이의 얼굴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을 미소와 밝은 인상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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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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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있고 부지런하며 다양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작가를 만나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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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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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의 현대 소설가들은 격동기의 사건을 빼놓지 않고 언급해왔다. 중국만큼 놀라운 시절을 겪은 나라도 드물지 모르겠다. 스케일이 남다른 나라답게 왕조의 몰락, 전쟁, 이념의 대립에 이어 10억 명이 넘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살아왔고 전무후무한 문화혁명과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사그라드는 것도 모두 함께 겪어냈으니 어떤 형태로든 사건들을 언급해야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인이지만 그 모든 일을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선 사람에게는 어떤 글이 나올까? 감정적인 부분이나 변명, 혹은 격앙될 수 있는 슬픔이 덜 드러난 글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를 이어서, 당대를 지나도, 비극은 얼마나 질긴 생명력으로 인간을 잠식하는지. 켄 리우처럼 외부자가 되어서 중국의 현대사를 바라보기는 쉽지만, 켄 리우처럼 써 낼 수 있는 작가는 없을 것이다. [종이동물원]에서 느낀 감정은 그랬다. 전반부에 답답하게 그려진 어머니의 모습과 사춘기 소년의 갈등은 마지막의 편지에서 봉합되는데, 어머니의 짧지만 비극적인 인생은 중국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물론 어머니의 삶 그 자체가 '신파'의 유형에 너무나 들어맞아버리기 때문에 눈물이 나는데, 작가는 질질 끌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해서 감동으로 만들었다. 한편으로는 한국전쟁과 위안부에 관한 우리나라의 짧은 소설들을 읽었을 때보다 좀 더 절제된 슬픔처럼 느껴진다. 중국 작가라서 괜히 배가 아파서 이런다고 가정하고 아주 못되게 말하자면,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열심히 구독했던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권말 특집 부분에 나올만한 휴머니즘 가득한 내용과 구성마저 비슷한 느낌이다. 혹은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의 한 에피소드를 길게 늘여놓은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감동적이기는 하고, 글 솜씨와 구성은 빼어난데 아직은 풋풋한 작가의 작품이라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 이 작가, 만만치 않다. 어딘지 뻔해 보이는 내용인데 구성이 재미있다. 글을 재미있게 엮을 줄 안다. 그리고 은근슬쩍 중국(이지만 우리나라라고 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는) 국민들에 대한 비판도 넣을 줄 안다. [레귤러]에서는 " ... 대중은 민주주의가 어쩌니 저쩌니 하는 이야기는 들어도 흥분하지 않았지만, 당간부가 자기네 면전에서 부정이득을 취하는 꼴을 보면 격분했다."라는 내용을 보라고! [천생연분]은 네이버에서 연재 중인 웹툰 [꿈의 기업]을 연상하게 했는데, 작가의 재기 발랄한 생각들은 브레이크 없이 여러 단편들로 뻗어나가고 있어서 좀 부러웠다. 작가가 더 뻗어나가서 킬링타임 용이 아닌 마음에 울림을 남기는 묵직한 글도 써줬으면 좋겠다. 재능이 있는데 게으르지 않은 복까지 타고 났으니 아마 그렇게 되겠지. 안드로이드와 전자양과 화씨의 뜨거운 온도와 바람의 열두 방향이 가는 바를 그린 다른 이의 글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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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더듬는 꼬마 마녀 돌개바람 42
이경혜 지음, 신지영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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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위로는 아이에게 위로가 아니다. 아이를 웃게 하는 위로를 제시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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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더듬는 꼬마 마녀 돌개바람 42
이경혜 지음, 신지영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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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은 예민함으로 가득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낯설고, 들려오는 수많은 소리들은 새롭다. 그래서 두렵기도 하다. 그 두려움은 나와 같은 무리를 찾게 만들고, 다른 점을 가진 누군가를 만날 때는 경계심이 더해져서 놀림거리를 찾아내게 한다. 그 애의 키나, 피부색이나, 덩치나, 행동까지도 놀림거리가 되고 이편의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놀림은 강도도 더해진다. 그 애가 말이라도 더듬는다면? 나대기를 즐기는 아이 하나가 선봉이 되어 기관에서의 시간을 지옥으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고작 대여섯 시간에 불과한 그 순간이 영겁의 시간으로 느껴지는 절망감을 엄마에게 설명할 수 있는 아이는 드물다. 그 절망감을 엄마가 해소해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는 멍든다.

 그렇지만, 그 절망감을 엄마가 다른 방법으로 치유해준다면? 엄마는 비밀을 하나 만들어서, 아이를 특별한 존재로 각인시킨다. 그리고 아이의 결함 따위는 인식도 못 할 위로자도 보내준다. 엄마는 아이에게 전혀 다른 발상을 가능하게 해주는 놀라운 존재이다. 흔해빠진 위로는 전혀 위로가 안 되는 것들뿐이다. 놀리는 아이가 나쁜 아이고, 너는 아무 잘못이 없으며 너의 증상은 다를 뿐이라는 말은, 아이에게는 순간의 위로가 되겠지만 놀리는 아이의 화살을 막을 방어막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나 하늬 엄마의 방법은 남들과 달랐고, 하늬는 회복 탄성을 획득했다. 초등학교 1학년을 위한 글이지만, 여섯 살도 즐거워했고 하늬가 극복하는 방식을 보며 응원하기도 했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를 처음에 읽고, 다소 과격하지만 발랄하고 신선한 작가님의 전개가 좋았다. 너무 현실감이 넘치는 소재와 내용이라 기억에 남았다. 그때도 작가님은 '즐기느냐, 버티느냐의 문제다'라는 말을 했다. 아직도 초심을 유지하신 분을 만나는 일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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