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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더듬는 꼬마 마녀 ㅣ 돌개바람 42
이경혜 지음, 신지영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8년 10월
평점 :
어린 시절은 예민함으로 가득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낯설고, 들려오는 수많은 소리들은 새롭다. 그래서 두렵기도 하다. 그 두려움은 나와 같은 무리를 찾게 만들고, 다른 점을 가진 누군가를 만날 때는 경계심이 더해져서 놀림거리를 찾아내게 한다. 그 애의 키나, 피부색이나, 덩치나, 행동까지도 놀림거리가 되고 이편의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놀림은 강도도 더해진다. 그 애가 말이라도 더듬는다면? 나대기를 즐기는 아이 하나가 선봉이 되어 기관에서의 시간을 지옥으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고작 대여섯 시간에 불과한 그 순간이 영겁의 시간으로 느껴지는 절망감을 엄마에게 설명할 수 있는 아이는 드물다. 그 절망감을 엄마가 해소해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는 멍든다.
그렇지만, 그 절망감을 엄마가 다른 방법으로 치유해준다면? 엄마는 비밀을 하나 만들어서, 아이를 특별한 존재로 각인시킨다. 그리고 아이의 결함 따위는 인식도 못 할 위로자도 보내준다. 엄마는 아이에게 전혀 다른 발상을 가능하게 해주는 놀라운 존재이다. 흔해빠진 위로는 전혀 위로가 안 되는 것들뿐이다. 놀리는 아이가 나쁜 아이고, 너는 아무 잘못이 없으며 너의 증상은 다를 뿐이라는 말은, 아이에게는 순간의 위로가 되겠지만 놀리는 아이의 화살을 막을 방어막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나 하늬 엄마의 방법은 남들과 달랐고, 하늬는 회복 탄성을 획득했다. 초등학교 1학년을 위한 글이지만, 여섯 살도 즐거워했고 하늬가 극복하는 방식을 보며 응원하기도 했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를 처음에 읽고, 다소 과격하지만 발랄하고 신선한 작가님의 전개가 좋았다. 너무 현실감이 넘치는 소재와 내용이라 기억에 남았다. 그때도 작가님은 '즐기느냐, 버티느냐의 문제다'라는 말을 했다. 아직도 초심을 유지하신 분을 만나는 일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