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하나 그려 주세요 그려 주세요 1
록산느 마리 갈리에 글, 크리스토프 봉상스 그림, 김주열 옮김 / 평화를품은책(꿈교출판사)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말에 '짓다'라는 동사가 어울리는 명사는 네 가지 정도다. 옷을 짓다. 밥을 짓다. 집을 짓다. 복을 짓다. 이 네 단어는 인간의 가장 기본인 의식주와 마음을 나타낸다. 그만큼 짓는다는 행동은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도 하고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는데 반드시 동반되는 것이기도 하다.

 

 따뜻한 밥을 지어 배불리 먹고, 소박하고 단정한 옷을 지어 추위와 더위를 막은 뒤에는 좋은 사람들과 살부비며 편히 쉬고 싶은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을 지어야 한다.백만평짜리 넓은 땅에 으리으라한 집을 짓거나 식구들이 겨우 몸을 뉘일 땅콩집을 짓거나, 어떤 집이라도 좋다.

 

  집을 지을 때 많은 것이 필요한 현실과 달리, 그림책에서는 반듯한 네모와 뾰족한 세모, 동글동글 동그라미로 집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 예쁜 색깔들을 칠하면 따뜻하거나 시원하거나, 무섭거나 재미있는 집을 만들 수 있는 것도 그림책의 놀라운 힘이다.

 

  반듯하고 큰 네모모양의 집에는 누구라도 찾아올 수 있도록 커다란 문을 달아둘 것이다. 비가 와도 걱정없도록 우리는 튼튼한 지붕을 얹고, 햇살과 빗방울이 번갈아 놀러오도록 창문들도 잊지 말아야지. 창문과 문은 튼튼하고 반듯한 네모가 담당하면 되겠다. 참, 굴뚝과 다락방의 창문도 네모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기억해두자. 세모는 온몸으로 뜨거운 햇볕과 천둥번개, 비바람을 막는 지붕이 되었는데, 문 위에 새들이 집을 짓도록 조그만 처마를 만드는 것도 담당할만큼 섬세하다. 동그라미는 놀러오는 친구들의 반가운 인사를 담은 초인종과 그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기 쉽도록 손잡이가 되어주는 수고로움을 잊지 않았다.

 

 예쁜 모양들이 모이고, 고운 색깔들이 더해져서 행복한 집이 되는 과정은 봐도봐도 질리지 않고 재미있다. 게다가 가지고 있는 크레파스를 이용해서 집을 몇번이고 같이 만들고 지워보고 또 만들 수있는 책이라니! 도형에 대한 재미있는 이해도 흥미를 끌지만, 동그랗고 납작하고 길쭉하고 뾰족하다는 모양과 훌륭하고 고맙고 좋다는 느낌 등 여러가지 형용사가 적재적소에 알맞게 자리잡았다.

 

밥과 옷과 집과 복만큼이나 중요한 책, 그 책을 짓는 일을 하는 꿈교출판사 덕분에 좋은 책을 대하는 호사를 누린다. 부디, 이런 책을 찾아내고, 만들어 내는 그 안목을 꾸준히 성실히 이어가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