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의 모자 - 2015 아침독서신문 선정, 2014 동원 책꾸러기 바람그림책 22
다카기 상고 글, 구로이 켄 그림, 최윤영 옮김 / 천개의바람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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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 초여름 볕이 쨍쨍한 밖에 나가보니 세상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지? 엄마가 네 모자를 찾느라 지체한 십오 분 동안, 어서 밖으로 나가자고 엄마의 옷자락을 잡아끌던 네 눈동자처럼 말이야. 모자를 쓰면 바깥세상의 탐험이 시작된다는 것을 너는 이제 잘 알고 있더라. 그래서 모자를 씌워주면 기분이 나아지나봐.

 

 모자를 쓰기만 해도 기분이 달라진다는 걸 또 누가 알까? 아하, 달님이 그걸 알고 있구나. [달님의 모자]에 나오는 달님도 그래서 마녀와 해적선 선장과 마법사를 보고는 용기를 내어 할아버지를 찾아갔지. 마녀처럼 자유롭고, 해적선 선장처럼 용감하고, 마법사처럼 재주가 많은 이가 되려면 모자가 꼭 필요하단다.

 

 공손하고 예의바르게 달님이 모자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하자, 친절한 할아버지는 최선을 다해서 모자를 만들어주셨어. 마녀의 모자를 쓰고 얼굴을 반쯤 내민 달님과, 해적선 모자를 푹 눌러쓰고 눈빛을 감춘 달님과, 잠자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모자속에 쏘옥 숨은 달님을 보니 어때? 모두 같은 달님인데 다른 얼굴과 다른 표정을 하고 있네. 그렇지만 달님이 모자를 멋지게 써서 비록 얼굴이 잘 안 보이는 순간이라도, 달님의 나머지 부분들은 그대로 다 있단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어지는 건 아니야. 지금은 이해가 잘 안되겠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란다. 보이지 않는 부분도 다 합해야 전부가 돼.

 

 점점 커졌다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달님뿐이겠어? 나중에는 말이야, 무언가를 갖고 싶은 마음,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심정, 엄마나 다른 사람을 향한 사랑의 마음까지도 끊임없이 조금씩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 모든 것은 다 변한단다.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만이 변하지 않는 진리일지도 몰라. 아참, 달님도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우리를 비춰줄거야.

 

 언제나 그 자리에서 환한 빛으로 네게 말을 거는 달님. 달님이 모자를 바꾸어 쓰면서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우리는 달님에게 더 끌리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밤에 엄마랑 달님을 보러 나가지 않을래? 어떤 모자를 쓰고 우리에게 말을 거는지 궁금하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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