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의 외딴섬 여행 무민 그림동화 14
토베 얀손 글.그림, 이지영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어린시절에 '꿈꾸는 무우민네'라는 제목으로 만났던 통통한 친구들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제 마음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 통통한 친구가 무민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국을 찾은 줄 몰랐는데, 반갑네요. 무민은 시리즈로 이루어졌지만, 어느 권을 먼저 읽어도 큰 상관이 없습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큰 틀에서는 연관성을 지니지만, 개별로 읽어도 재미있는 동화책입니다.

 

이번에 무민 가족은 외딴 섬으로 나들이를 갔습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햇살이 따뜻한 어느 날, 한국의 아이들은 방 안에 틀어박혀 시험 공부에 스트레스 받거나, 컴퓨터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을테지만, 무민 가족은 맛있는 점심을 가지고 섬에 나들이를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하네요. 전자기기나 놀이도구가 없는 곳에서, 각자 여유롭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무민이 부럽다 못해 신기하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외딴 섬에서 배가 사라지고 폭풍우에 그릇을 잃었을 때 무민의 부모님이 보여주는 태도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호들갑스럽게 놀라거나, 화를 내거나, 두려워하지 않지요. 무민에게도 문제 해결을 위해 생각할 기회를 주고, 함께 힘을 모으도록 이끌어줍니다. 이런 부모님 덕분에 무민은 한층 성장했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외딴 섬의 해지는 풍경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낄 여유가 생겼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도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워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나들이는 가지 않겠다는 트라우마 대신, 다음에는 또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덮어놓고 어린 아이는 보호만 하거나 어른들 일에 끼어들지 말고 공부나 하라는 한국의 교육풍토에서는 이렇게 성장할 가능성이 별로 없겠구나, 하는 부러운 감정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스마트폰과 게임기, DVD처럼 상상의 자유를 방해하면서도 혼자 틀어박혀 노는 놀잇감에 길들어 있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책, 전자기기가 없는 외딴 섬에서 '함께' 발견하고, 맞서고, 성취하는 기쁨을 알려주는 귀한 경험을 나눠준 무민 덕분에, 이 책을 읽은 가족들은 주말에 나들이를 계획하게 될 수도 있겠지요. 온 가족이 무언가를 함께하는 경험은 그 어떤 ‘황금’보다도 가치있는 ‘지금’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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