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또 혐오하셨네요 - 우리 안에 스며든 혐오 바이러스
박민영 지음 / 북트리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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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혐'이라는 표현을 '짜증나'정도로 오인하는 듯한 사회에 산다. 오용과 남용이 심각한 것은 '사랑해요'뿐이 아니었다. 그 대척점에 있는 단어도 본연의 의미를 잃어버린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저 취향의 차이일 뿐인 상황에서도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단어일 리 없다. 그저 민트초코맛을 좋아하거나 탕수육을 부어먹거나 귀여운 표정을 지었을 뿐인데도 듣게 되는 말, 극혐.

우리는 왜 이렇게 '혐오'를 하게 되었을까. 어리다고, 나이들었다고, 꼰대라고, 공짜밥을 급식으로 먹는다고, 군대에 다녀왔거나 명품 가방을 샀거나 아이를 낳아서 데리고 다니기만 해도 벌레 취급을 받는다. 극혐과 '-충' 혹은 '녀'의 콤보도 너무 흔한 표현이 되었다. 진지충, 씹선비와 중2병, 오글거린다는 표현으로 상대방을 매도하기도 한다. 외국에서 한국에 살러 온 사람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 동성애자에 대해서는 그 사람들을 사람취급 하는 사람 마저도 혐오한다.

우리는 왜 이렇게 끊임없이 누군가를 지목하여 혐오할까,

아니 우리는 왜 이렇게 끊임없이 누군가를 배척하고 분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을까?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에 대한 혐오를 멈추고 다같이 도모해야 할 그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부류는 누구일까?

저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에 대해 세세하게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를 언급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누는 시기부터 노동운동이 그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아마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재에 대한 불만 때문에 생겨나는 분노의 칼끝을 소수나 약자, 혜택을 받는 무리에게 향하게 되는 것은 참으로 섬뜩하다. 더군다나 한국처럼 부유한 계층이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해 온 나라에서는 절차에 대한 공정성을 의심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교회의 성장이 반공과 함께 이루어져 왔으나, 이제 그 자체의 타락과 문제점을 무마하기 위해 동성애를 공격한다는 내용을 보고 정치와 다를 바 없는 종교에 실망도 많이 생겼다.

각각의 장이 비교적 쉽게 읽히고 내용이 길지 않아서 잠시잠시 읽기에도 좋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다만,ㅡ 작가는 혐오의 종류에 대해서는 자세히 분석했지만 대안이나 해결책에 대한 언급은 없다는 것이 아쉽다. 독서토론 모임같은 곳에서 읽고 한달이나 일주일간 자신의 혐오를 분석해보고, 신자유주의나 다른 이익집단의 갈등조장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모색해보는 것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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