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학교는 누가 만든 거야?
쇼함 스미스 지음, 아이나트 차르파티 그림, 천미나 옮김 / 제제의숲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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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학교에 대한 역사적인 발전 과정과 도대체 왜때문에 학교에 가야하는지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함께 담고 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화자도 없고 이어지는 내용이 길지도 않다. 혹시 앗! 시리즈를 기억하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낯설지 않은 형식과 유머감각에 키득거릴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그랬으니까. 좀 더 큰 판형과 쉬운 문체에 그림을 많이 넣은 앗 시리즈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책은 어디를 펴서 읽기 시작해도 재미있고 앞과 뒤를 자유롭게 뒤적이며 읽어도 무방하다. 그리고 글 읽는 것을 지루해하는 이가 탈출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적절하게 재미있고, 생각할 거리도 잔뜩 제공한다.

학교에 안 가도 배움은 가능한지, 왜 꼭 학교에 가야하는지(방학이 있잖아!), 숙제는 필요한지(효과가 있는건지), 시험과 성적표와 방학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배울 떄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가볍지 않은 질문은 참 좋았다. 특히 생각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전부 다 옳거나 정확한 것은 아니라는 것, 교과서에서도 실수나 왜곡돤 정보를 발견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나에게도 깨달음을 주었다. 나에게는 아무도 이런 말을 안해줬는데! 선생님과 스스로의 지식을 믿되 의심을 던져야 할 때를 아는 똑똑한 사람이 되라는 글쓴이의 당부를 나도 아이에게 눈을 바라보며 말해주었다.

그림과 글에 패러디된 작품들이 많아서 소소하게 찾는 즐거움이 있었다. 너무나 방대하고 추려내기 힘든 주제에 대해 공들여 연구하고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한 작가들이 고맙다. 여섯 살 부터 볼 수 있다고 했지만, 제도권 교육에 처음 진입하는 아이들과 사춘기에 공교육을 탈출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책인 것 같다. 또 그들의 보호자들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아이와 보호자가 아니라 동등한 사람과 사람으로의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테니. 얼마나 멋진가.

사족인데, 이 책을 너무너무 좋아하게 된 두 가지 이유도 쓰고 싶다.

먼저, 구텐베르크의 인쇄기술을 찬양하면서 중국의 발명가와 우리의 직지심체요절을 언급한 점. 의외로 아이들은 우리나라에 대한 내용을 다른 나라 사람이 쓴 책에서 발견하면 엄청 기뻐한다. 지은이가 언급한 건지, 출판사가 끼워넣어 준 건지 모르겠지만 문장에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것으로 봐서 편집자의 세심함이 돋보인다.

두번째는 그린이에 대한 존경심이다. 지금껏 어린이들이 보는 그림책을 몇백권 봤지만 장애가 있는 아이가 엑스트라로 자연스럽게 그려진 책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주인공이 아니라,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나 지나가는 인물로 그려지는 경우를 말하는 건데, 연대를 말하는 책이나 심리를 다독이는 책에서도 붕대를 감았거나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탄아이는 거의 못 보았다. 그런데 이 책에서 휠체어를 탄 아이와 그를 밀어주는 친구의 그림이 귀퉁이에 그려진 부분을 발견! 자연스럽게 아픈 아이들도 그려진 그림책이 다양한 인종을 그려내는 책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부분들은 아주 작은 부분이고, 책 전체의 짜임새나 내용은 더 훌륭하다. 시리즈로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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