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스누피 2 - 우리는 널 믿어, 찰리 브라운 내 친구 스누피 2
찰스 M. 슐츠 지음, 신수진 옮김 / 비룡소 플래닛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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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유명하고, 그 독보적 매력의 지위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개, 스누피. 어린 시절 삼촌의 낡은 페이퍼북 시리즈에서 본 누런 종이의 4컷 만화에서 TV 시리즈 피너츠, 그리고 한 권씩 사 모으던 만화책과 비디오, VOD, 심지어 글쓰기 완전 정복에 관한 책까지. 그 낡은 타자기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그리고 온 세상의 자잘한 불운을 다 끌어모아 만든 아이 찰리 브라운이 가진 최고의 행운은 그 '밉살맞은 개(루시의 의견!)'와 함께 산다는 게 아닐까 싶었던 만화. 예술가 슈로더의 장난감 피아노도 갖고 싶었고, 라이너스처럼 위안을 주는 담요도 필요했고, 루시의 심리상담소에 고민을 진지하게 상담하고 싶었던 날이 있었지. 사차원적인 매력을 가진 패티도, 심술쟁이 순정녀 루시도, 새침하고 야무진 샐리도, 똘똘하고 바른 마씨마저도 저돌적인 사랑꾼들이어서 더 신났던 만화.

네 컷 만화의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루즈해지는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게 애니메이션인 듯하다. 피너츠 마을을 벗어나 여름캠프에서 일어난 일들이기 때문에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들만 모아서 만들었나 본데, 프랭클린과 타피오카 푸딩은 이 책에 안 나온다ㅜㅜ 비 오는 날 투구하는 찰리 브라운도 못 보고, 피아노 치는 모습만큼 매력적인 포수 복장의 슈로더도 없다. 루시의 5센트 상담소도 물론,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4컷으로 끊어지는 스누피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긴 호흡의 책 한 권으로 펼쳐진다는 것과 '브라우니 찰리'와 라이너스가 여름 캠프에서 만나 오랜 시리즈에서 애를 태우게 만들었던 바로 그 빨간 머리 소녀의 이름과 대사가 나온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사실 그 소녀의 얼굴과 이름이 내가 본 만화책에서는 안 나왔고, 찰리 브라운이 그 소녀만 보면 멍청이 짓을 하는 바람에 속이 터졌었다. 나이 먹어가며 기다린 보람이 있다.

이 책을 보고 흥분하고 좋아서 한동안 마음에 드는 장면과 표지를 프로필 사진으로 했다. 또 시리즈가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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