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방문을 열기 전에 - 10대의 마음을 여는 부모의 대화법
이임숙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의 시절, 엄마가 벌컥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가슴을 덜컥하게 만든 적이 많다. 주로 다른 소설을 읽거나 퍼질러 자고 있던 시험기간에 빈도가 잦았다. 엄마는 가지런히 깎은 과일을 가지고 오실 때도 있었고, 기도할 거리를 가지고 오시기도 했다. 그 엄마가 밖에서 마음 졸이다가 궁여지책으로 가지고 들어오시는 것들을, 문이라도 열어서 아이를 계도하고 싶은 마음을 그때는 몰랐다. 그저 엄마가 내 잘못을 지적하고 내 영역에 들어오는 게 분하고 부당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엄마의 순간들이 가끔 떠오른다. 엄마는 내게 잔소리를 많이 하셨지만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으려 노력하셨고 지나친 기대나 강요는 안 하셨던 분이다. 다정하고 친절하신 엄마를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많았지만 공감해주는 엄마는 아니었다. 엄마는 엄마의 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하신 분일 뿐.



제목이 정말 눈을 끄는 [아이의 방문을 열기 전에] 를 읽었다. 내 방문과 내 마음을 벌컥 열기 전에 당신들이 갖춰주었으면 하는 예의.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미운 네 살과 더한 일곱 살보다 더한 열 살 너머의 시절이 벌써부터 겁나는 늙은 엄마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읽은 책이다. 사춘기 시절 청소년의 심리에 대한 부분이 특히 눈길을 끌었는데 ‘상상속의 관중’ 에 대한 내용이었다. 내가 과도하게 의식했던, 그래서 가벼운 대인기피증세를 겪은 이유가 설명되었기에 좋으면서도 너무 늦게 안 것이 아쉽다. 내 아이가 저것 때문에 괴로울 때 잊지 않고 다독이며 알려주어야지. 그러기 위해서는 차곡차곡 함께 웃고, 믿고, 감사하는 시간을 쌓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