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하얀 생쥐
마르 베네가스 지음, 안드레아 안티노리 그림, 남진희 옮김 / 미디어창비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생쥐의 마음만큼이나 흰 표지를 지나면 간결한 그림과 작은 글씨가 나온다. 지금껏 아이가 봐 온 일반적인 그림책보다 앙증맞은 판형에 작은 글씨체. 이렇게 작은 글씨는 10살 이하의 아이가 읽기에는 힘들겠지만 대신 온전히 그림과 낭독자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일도록 도와주었다.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자신의 털을 자랑스러워하던 생쥐가 어느 날 겪게 되는 모험에 관한 이야기는 짧으면서도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백 년 동안의 고독]이나 [콜레라 시대의 사랑]처럼 중남미 문학 특유의 과장되고 낭만적인 환상의 세계가 떠올랐는데 그 책들보다 덜 지루한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인 것 같다. 문체가 노래하듯 이루어져있어서 리듬감이 있고, 생소한 리듬일 수도 있지만 아이는 잘 받아들여주었다. 곡조를 붙여 노래할 수 있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 읽어주면 효과는 배가 되겠지.

 생쥐가 만나는 불과 바람과 물의 세상은 여러 가지의 은유로 읽힌다. 오늘 만나게 되는 새로운 놀잇감이나 경험일 수도 있지만, 실패와 좌절을 겪는 삶의 여러 순간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불은 지나친 열정이나 턱없이 높은 이상, 사랑의 열병 같은 것을 생각나게 했다면, 바람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에서 끼치는 영향, 환경에 좌절하게 되는 나약한 자신을 직시할 때의 좌절감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물은 실패 후에 오는 깨달음이나 시련 후에 오는 현현같은 느낌. 물론 이런 것들 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나치게 깔끔을 떠느라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회를 잃지 않도록 아이를 독려하는 것이지만. 다행히도 아이는 생쥐를 보고 난 뒤에, 물감놀이를 할 때나 클레이를 만들 때 주저하는 시간이 좀 줄었다. "생쥐가 생각나? 생쥐는 하얀 털옷을 더럽힐까봐 걱정했지만, 신나는 모험 후에 목욕하고 나니 다시 깨끗해졌잖아!"라고 해주면 걱정을 좀 덜 한다.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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