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가 주인공인 다섯 친구 이야기 비룡소 창작그림책 64
박웅현 지음, 차승아 그림 / 비룡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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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야기의 소개를 보고 책이 탐났던 이유는 박웅현 작가의 글이어서도 아니고,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 이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도 아니었다. 다섯 친구의 다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겠다는 작가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오래전 읽었던 [덤불 속]이라는 소설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덤불 속]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이 [라쇼몽]이라는 영화에 범벅해놓은 내용이기도 하고 후대의 작가들이 많이 오마쥬했던 방식이기도 하다. 모리미 도미히코도 패러디했었고.

 아이들은 다른 사람도 아프고, 힘들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늘 "누가 너에게 같은 방식으로 말한다면 네 기분은 어떨 것 같아?"라고 물어도 의도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같은 사건을 각각 다른 관점에서 보는 이야기를 읽는다면? 어른의 잔소리보다 훨씬 받아들이는 폭이 크지 않을까. 그래서 탐이 났었다. 등장하는 인물은 다섯.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왕따 당하는 노란 토끼
*노란 토끼를 감싸주고 응원하는 자존감 바닥인 달님
*세상에서 자기가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인 줄 착각하는 눈
*그리고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인 가장 약한 존재인 홍당무

*마지막으로 노란 토끼가 친해지고 싶었던 무리인 하얀 토끼무리들

 여섯 살이 읽기에는 좀 어렵다. 그렇다고 치고, 열 살의 감수성이 몇 배나 퇴색된 내 나이에 읽기에는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다.
 왕따 당하는 노란 토끼(무리와 다른 성향일 수도 있고, 피부색이 다른 다문화 아이일 수도 있는)는 진심으로 친구들과 친해지려고 하지만 친구들은 너처럼 노란색이 되기 싫다는 이유로 거부한다.그런데 이 노란 토끼의 결말이 마음 아프다. 하얀 토끼들과의 해피 엔딩은 현실에서 불가능하다는 작가의 판단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혹여나 왕따에 힘든 아이가 이 책을 본다면 희망보다는 좌절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생긴다. 독서 지도를 하시는 분들이 아이들의 감성을 일깨워서 다른 결말을 유도해준다면 얼마나 다행일지.
 해님에 비해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달님이 노란 토끼를 통해 사랑받는 기쁨을 알게 되는 설정부터, 노란 토끼의 선물에 잘못을 뉘우치는 하얀 토끼들(목숨을 건 선물이 아니었다면 과연 노란 토끼를 받아주었을까?)도 그렇고, 사랑받지 못하는 홍당무들이 토끼에게 가서 기뻐하는 것도 좀 이해가 안 간다. 노란 토끼가 홍당무를 업어 가면서 누구에게 데려다 줄지, 어디로 가게 될지에 대해서는 전혀 말을 안 해주는 것도 아쉽다. 가장 약자인 노란 토끼와 홍당무는 서로 연대를 할 수도 있었는데.

, 무엇때문에 자기를 그토록 싫어하고 멀리하는 무리를 위해 뭐라도 갖다주고 친하려고 하는 건지, 답답하다. 그냥 달님과 홍당무와 소근소근 놀다가 자기를 잃지 않는 선에서 다른 친구를 사귀면 안 되는 걸까


 부정적인 생각이 많을 때 읽은 책이라 불평만 생기나 보다. 아이는 재미있다고 자꾸 더 읽어 달라고 하는 걸 보면 작가의 구성이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다음에 다시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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