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동화 속으로 들어간 시인
나탈리 페를뤼 지음, 맹슬기 옮김 / 푸른지식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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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그렇게 좋은데, 표지가 아쉽다ㅠㅠ

 안데르센은 내가 처음 읽은 위인전의 인물이다. 동화책인 줄 알고 골랐는데 위인전이어서 당황했지만 위인전도 나름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잘 읽었다. 그러나 어린이를 위한 위인전답게 그의 어두운 면은 많이 나오지 않았다. 춤을 추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것, 가난한 가정환경, 작품이 성공하기까지 겪은 고난과 쓸쓸한 노후에 대한 내용이 없지는 않았지만 많은 부분이 감추어져 있거나 언급하지 않고 지나간 내용도 많았던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도대체 어떤 남자가 이런 작품을 만들었지? 하고 궁금했던 건 마르크 샤갈 이후 안데르센이 처음이다. 샤갈이 감성을 극한까지 자유롭게 표현한 것 같아 부럽고 신기했다면, 안데르센은 섬세하고 군더더기 없는 내용의 작품으로 마주해서 놀라웠다. 그에게는 행복한 결말에 대한 강박도 없이 아련하게 끝나는 작품이 셀 수 없다. 외롭고 잔인한 눈의 여왕, 공주의 사랑을 눈치채지 못한(혹은 알고도 다른 이유로 공주를 선택해주지 않은) 왕자, 한쪽 다리를 잃은 외다리 병정의 결말과 아름다운 환상을 보던 성냥팔이 소녀의 죽음은 또 얼마나 현실적이어서 슬펐는지. 이 모든 작품에 그가 조금씩 드러나있다. 세상에! 심지어 행복해보이는 미운 오리 새끼도 백조 무리에 가서 행복할까했던 내 궁금증이 안데르센의 삶을 보면서 해결되었다.

  작가가 책머리에 감사를 표한 내용을 보면 이 책을 만드느라 얼마나 열과 성을 다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책의 내용을 접하다 보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부분이 놀랍게도 생생하다. 그래픽 노블을 읽어본 적이 있지만 이 책만큼 그림과 글이 잘 어우러진 작품도 드물었다. 왜 글과 그림을 함께 사용했는지, 함께 사용해서 내용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잘 알 수 있었다. 안데르센의 내적 고통을 드러낸 부분들은 글보다 그림이 더 와닿았고, 군데군데 나오는 안데르센의 종이 오리기 공예 그림들은 아름다웠다. 작가는 안데르센이라는 인간의 일대기를 상세히 그리려고 한 것이 아니라 인간 안데르센에 대해 가감 없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꼭 필요한 부분은 언급되었고, 욕심이 났을 법한 가장자리들은 과감하게 도려내고. 안데르센만큼이나 작가도 무수히 많은 시간들을 그리고 쓰고 버리고 다시 그리고 고민하고 아쉬워했을 것이다. 덕분에 인간 안데르센에 대해 우리가 이렇게 감동하며 볼 수 있겠지. 올해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좋은 책이다.

내용은 안데르센의 어린 시절, 조금 남다른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어머니. 어머니의 비밀. 그리고 꿈을 가지고 코펜하겐으로 진출한 젊은 무명 시인. 자존심만으로 버텨내던 안데르센의 무명 시절과 후원자에 대한 이야기. 작품 성공과 그 후에도 번민하는… 아 이런 내용을 글로 써봤자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할 수 있담. 중요한 건 글과 함께 있는 그림들인데. 함께 봐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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