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겐 너무 쉬운 사진 - 사진전문기자가 알려주는 ‘보여주고 싶은’ 사진 찍기
유창우 지음 / 위즈덤스타일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사진전문기자가 알려주는 '보여주고 싶은' 사진 찍기
내겐 너무 쉬운 사진

찰나의 미학
카메라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무엇일까?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기억할 수 있게 '순간'을 담아낸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카메라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자 '찰나의 미학'이라고 불리는 이유. 카메라가 많이 보급화 되어 있는 지금, 우리에게 있어 카메라란 일상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 되고 말았다. 핸드폰에 내장되어 있는 카메라던지, 디지털 카메라던지, DSLR이라던지 그 종류에 상관 없이 카메라는 이미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와있다. 때로는 친구가 되어 주고, 때로는 가족이 되어주고, 때로는 연인이 되어주는 카메라. 카메라만큼이나 블로그도 활성화되면서 카메라에 대한 블로거들의 사랑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사진이 빠진 포스팅은 심심하고 밋밋하기 그지 없기 때문에 무엇을 통해 찍든 일단 사진이 필요할 정도. 그만큼 소중하고 친밀한 사이지만 사실 우리는 카메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 나보다 사진을 잘 찍는 이들이 책으로 써낸 '사진 잘 찍는 법'을. 하지만 대부분의 책은 DSLR 유저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핸드폰 카메라를 사용하거나 디지털 콤팩트 카메라를 사용하는 일반 유저들이 보면 이해하지도 못할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감도 ISO는 어떻게 설정하고 조리개는 이렇게, 노출계는 이렇게해라 하는 식의 이야기가 망라하다보니 "이러이러하게 사진을 찍으면 잘 찍을 수 있어요."라는 소스만 원하는 카메라 유저의 입장에서는 속 터지고 답답하고 머리 아플 수밖에.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카메라를 구입했다. 카메라에 대한 욕심을 내기 시작한 것은 고1 때 방송부로 활동한 이후였다. 처음엔 욕심이 나지 않다가 내가 눈으로 본 세상을 나만의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때 CF에 선전 중이었던 한효주 디카(Samsung VLUU ST550)를 보고 바로 구입했다. 그 이후 변화라고 부를 만한 것은 없지만 가장 큰 변화는 블로그에 사진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조금 더 많이, 나의 일상과 내가 본 세상을 담아 전달할 수 있었다는 것.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를 온전히 사용할 수 있길 바랐다. 검색만으로도 몇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정작 중요한 정보는 얻기 힘들었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해?'. 실제로 서점에 가도 쉽고 편하게 사진 찍는 법을 적은 책은 찾기 힘들고 전문 지식과 관리 방법, 구도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해놓은 DSLR 유저들을 위한 사진책을 많이 볼 수 있다. 화가 났다. 있는 돈 탈탈 털어서 DSLR만 사서 쓰라는 소리나 다름 없었다. 그냥 가지고 있는 카메라로 예쁜 풍경을 더 예쁘게, 감성적인 순간을 더 감성적으로 담아낼 수는 없는 것일까?
유창우 그리고 쉬운 사진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유창우씨는 <조선일보> 사진 칼럼에 <유창우의 쉬운 사진>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사진전문기자다. 중학교 때부터 사진을 찍었다는 유창우 기자는 열다섯 살 때 사진기자였던 아버지께 낡은 독일제 아그파 카메라를 선물 받았고,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 영상매체에 관해 공부 후 1994년 <조선일보> 출판국 사진부에 입사헤 편집국 사진부를 거쳐 현재 C영상미디어에서 <조선일보> 여행 섹션 <주말매거진 2+>의 사진 등을 찍고 있다. 어려서부터 카메라와 가까이 했었고 사진 찍는 것을 업으로 삼았던 그는 카메라 기종 상관 없이 '카메라 조작법만 배우다 지친' 유저들을 위해 『내겐 너무 쉬운 사진』을 출판했다.
쉬운 사진이라는게 뭘까? 조금 건방지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사진 찍는걸 어렵다고 느껴본 적은 없다. 난 블로거고 주변에 있는 것들을 담아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어려울 것도 없었다. 하지만 카메라를 만지면 만질수록 전문가 못지 않은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러면서 사진이 조금씩 어렵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만해도 마냥 즐거웠는데 요즘은 고민이 먼저 앞서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순간 그 고민이 말끔하게 사라졌다. 조목조목 잘 가르쳐 준 탓도 있지만 너무 어렵지 않게 요구하거나 주문하지 않아 마음 속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응원'을 받았다. 저자 유창우는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즐겁게 사진 찍기를 원한다. 사진 찍는 즐거움을 느껴보길 추천한다. 사진은 무엇보다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이 즐거울 때 가장 아름답고 예쁘게 나온다고했다. 맞는 말이다. 카메라를 드는 순간 잊혀지기 쉬운 것이고 기교만 생각하다 무시하기 쉬운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난 그의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내 기분이 나쁘면 아무리 예쁜 풍경도 평면적으로 눌러 찍힌다. 예쁘게 담기지 않는 것이다. 사진 찍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즐기는 마음이 아닐까?
이 책은 총 4개의 쳅터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가 가장 필요할만한 순간을 위한 사진법을 담아냈다. 조작법에 대해서가 아니다.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다. 아이의 표정을 담아낼 때는 급하게 마음 먹지 말고 오래동안 기다려 찍으라고 이야기했다. 말도 못 알아먹는 애한테 카메라를 들이대고 "옳지." "그래, 웃어봐!" "여기 보고!" "그 자리에 가만히! 좋아! 여기 보고 웃어야지!"하는 말 따위는 다 치우라는거다. 누구나 카메라를 보면 긴장하고 굳기 마련. 아이 사진을 찍을 땐 2인 1조가 되어 한 사람은 아이와 즐겁게 놀면서 아이의 표정이 풀어질 수 있게 교감을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아이가 자연스럽게 웃거나 울게 되었을 때 그 표정을 담아내라는 것이다. 굳이 예쁘게 웃는 사진만 찍을 필요도 없고 짜증난 표정, 우는 표정, 아파서 징징거리는 표정까지 그 사랑스러운 표정들을 모두 담아내라고 이야기한다. 인물 사진을 찍을 때는 다른건 다 잊고 눈빛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지만 인물사진을 찍어오라고 하면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고 잘 찍고 싶은 욕심도 많아서 정작 기본은 잊어버리기 때문에 이도저도 아닌 사진을 가져온다며 다른건 다 포기하더라도 눈빛만 잘 잡아내면 인상적이고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 책에는 실생활에서 도움 되는 사진 찍는 법이 많이 들어있다. 블로그를 할 때 도움이 되는 사진 찍는 방법들이. 음식 사진을 찍을 땐 창가에서 자연광을 맞으며 한 숟갈 크기로 찍어내길 권한다. 뜨거운 음식이든 차가운 음식이든 1분 이내에 찍을 것. 야경은 일몰 30분 이내에 촬영할 것, 일출은 일출시간 30분 전에 대기하며 여명부터 촬영할 것, 설경을 찍을 때 노출 값은 낮게 조리개는 높게 조절해 극적인 대비를 담아낼 것 등등 저자 자신이 사진을 찍으며 돌아 다닐 때의 에피소드를 풀어내며 그 안에 사진법을 자연스럽게 녹아내었는데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모두 재미있고 읽기도 쉬워서 책장이 금방 넘어갔다. 책을 읽다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 있는데 바로 감도 ISO에 대한 것이다. 날이 밝으면 감도는 낮게, 어두우면 감도를 높게 조정하라는 것인데 자동모드에서만 촬영을 했던 나에게 있어 감도 조절은 신선한 것이었다.

낯설게하기
글을 쓸 때에도 '낯설게하기'는 중요하다. 하지만 사진에서도 '낯설게 하기'가 빠지면 섭섭하다. 눈높이를 낮춰 바라보기도 하고, 난장이의 시선으로 위를 올려다보는 것도 풍경을 낯설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다. 저자는 유저들에게 '바닥에 누워 피사체를 바라볼 것'을 권한다. 대숲에서든 숲에서든 꽃밭에서든 바닥에 누워 위를 올려다본 상황에서 사진을 찍으면 생각지도 못한 장면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끔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어 사물을 바라보는 것만큼 색다르고 매력적인 것도 없을 것 같다. 세상을 거꾸로 바라보아도 좋고.
단순히 책을 읽었을 뿐인데 왠지 더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DSLR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겐 DSLR을 구입할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에 현재 가지고 있는 카메라(Samsung VLUU ST550)로 DSLR 못지 않은 사진을 뽑아내리라 결심했다. 책을 보면서 카메라를 만져보며 감도 ISO도 살펴보고 노출도 살펴보았는데 자동 모드보다는 P모드나 장면모드가 활용할게 더 많다는 것을 알았다. 셔터스피드를 설정할 수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자동 조정이 되도록 나온 디카이다보니 수정으로 손 댈 수 없게 되어있어서 있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한 챕터, 한 챕터를 넘길 때마다 밖으로 나가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오후. 『내겐 너무 쉬운 사진』을 읽으며 손에 카메라를 들고 몇 번이나 밖을 나갔다 들어왔는지 모른다. 비로소 카메라를 즐길 준비가 된 기분이다.
그동안 카메라 조작법에 대해서 떠들어대는 책에만 파묻혀 지냈다면 유창우 기자의 『사진전문기자가 알려주는 보여주고 싶은 사진 찍기-내겐 너무 쉬운 사진』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당신이 DSLR을 가지고 있든 구형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있든, 필름카메라를 가지고 있든, 토이카메라를 가지고 있든, 폴라로이드를 가지고 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유창우 기자가 장비에 대해 투덜거리는 일은 많지 않으니까. 단지 사진을 예쁘고 감성적으로 찍고 싶다면 '사진 찍는 것을 즐기라.' 말하고 있다. 그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조금 더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면 그가 알려준대로 감도 ISO를 조절해보는건 어떨까? 발품도 팔고 이미지트레이닝을 해서 예쁜 구도를 찾아내 많이 찍어보는 것만큼 좋은 사진을 찍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 무대 위 '오빠'를 찍을 때 스포트라이트가 켜지는 순간에 셔터를 누를 것! 감도는 높게 설정하고 셔터스피드는 빠르게 조절.
* 예쁜 단풍 사진을 찍고 싶다면 '좋은 단풍'을 찾아 찍을 것. 단풍만 찍어도 좋고 물 위에 떠있는 단풍, 바닥에 떨어진 단풍을 찍어도 좋다.
* 비오는 날과 흐린 날씨는 감성적인 사진을 찍기 최적의 날씨! 촉촉하게 수분을 머금어 생동감 넘치는 날씨를 사랑하라.
* 셔터 먼저 누르지 말고 생각 먼저 하기. 사진 찍기 전 이미지 트레이닝은 필수!
* 자연스러운 표정의 아이 사진을 찍고 싶다면 2인 1조로 행동할 것. 조급한 마음은 버리고 끈기 있게 인내하라.
* 노출의 미학, 장노출과 단노출 이용해 예쁜 사진 찍기.
* 멀리 가지 말고 평소 봐왔고 잘 알고 있는 것을 먼저 찍어 볼 것.
『내겐 너무 쉬운 사진』을 읽고 찍어본 '내가 좋아하는 것들'

Samsung VLUU ST550
P모드(감도 ISO 400, 조리개 f/3.5) / 보정*리사이징
눈빛을 살려보려 했는데 잘 안됐다. 놀아주면서 찍는건 조금 힘들다.
게다가 콩군이 계속 움직이다보니 초점이 엇나가기 일쑤! 그래도 간혹 이렇게 잘 나온 사진을 건지면 기분 좋다.

Samsung VLUU ST550
P모드(감도 ISO 400, 조리개 f/3.5) / 보정*리사이징
수채화 느낌이 나서 좋았던 사진! 20분 정도 놀아주니 처음보다 표정이 많이 풀어졌다.
P모드는 초점이 잘 안 맞아서 사용을 안했었는데 오히려 더 예쁘게 나오더라.

Samsung VLUU ST550
P모드(감도 ISO 400, 조리개 f/3.5) / 보정*리사이징
이 꽃이 무슨 꽃인지는 모르겠다. 예전부터 집에 있던 꽃인데 가을이라 꽃망울을 터트렸다.
마침 새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촉촉하게 물을 머금은 꽃망울을 담을 수 있었다. 매크로로 담아냈는데 아웃포커싱 처리가 마음에 든다.
몇 송이만 꽃망울을 터트렸고 나머지는 점점 무르익어가고 있는 중. 연보라빛 청초한 아이들이 뒤안에 가득이다.

Samsung VLUU ST550
P모드(감도 ISO 400, 조리개 f/3.5) / 보정*리사이징
가까이에서 봐도 예쁜 꽃. 이래서 비 오는 날이 좋다.
비가 오면 카메라가 쉽게 망가질 수 있어서 야외에서는 잘 안찍으려고 하는 편이지만,
이렇게 추척추적 보슬비가 내리는 날이면 수분을 촉촉히 머금은 생기 있는 풍경이 참 좋다. 유창우 기자의 말처럼
비가 내린 직후 또는 흐린 날이 사진 찍긴 제일 좋은 날이다. 맑은 날만 사진 잘 나오라는 법은 없지.
그리고보니 콩이 키우면서 화단의 식물들이 많이 죽어버렸는데 겨울에 여기저기 씨앗을 뿌려봐야지.

Samsung VLUU ST550
P모드(감도 ISO 400, 조리개 f/3.5) / 보정*리사이징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망울. 터지려면 한참 멀었다. 이제 익어가고 있는 아이들이니.

Samsung VLUU ST550
P모드(감도 ISO 400, 조리개 f/3.5) / 보정*리사이징
주변을 잘라내었는데도 예쁘게 나왔다.
컬러로 찍었다가 흑백으로 변환을 했는데 선이 연하게 나왔다.
이래서 처음부터 흑백으로 찍으라고 하나보다.

Samsung VLUU ST550
P모드(감도 ISO 400, 조리개 f/3.5) / 보정*리사이징
질감 살리기. 찍고 싶었던 것은 통통 튀는 빗방울이지만 노출값이 낮아 안 찍힌 모양.
그래도 촉촉한 질감은 잘 표현됐다. 비가 왔다는 증거. 아마 내일도 오겠지만(!)

Samsung VLUU ST550
P모드(감도 ISO 400, 조리개 f/3.5) / 보정*리사이징
"책 한 권으로 이렇게 달라졌나"며 마님께 칭찬 들었다. 흐흐. 다 책이 잘 나와서 그런 거예요.
빨리, 더 많은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 손이 근질근질! 태풍이 지나가면 들려야 할 곳도, 가야 할 곳도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