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브
알렉스 모렐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서바이브

survive; 살아남다, 생존[존속]하다; (위기 등을) 견뎌 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마당에 나가 새벽 하늘을 올려다 보는 것이었다. 어떤 이끌림에서 그런 것인지, 그저 충동적인 행동일 뿐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새벽 5시를 절반쯤 넘긴 시간에 책을 덮고나서 곧장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청에서 설치해준 가로등의 수명이 다해 6초 반마다 불이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는 통에 내가 마당에 발을 내딛었을 때는 완전한 암흑 뿐이었지만 오히려 그 암흑 덕분에 보름달과 휘영청 떠오른 별들을 잘 볼 수 있었다. 가로등이 없이도 눈 앞 사물이 잘 보이도록 비춰주고 있는 보름달의 주위로 촘촘히 박힌 별들을 바라보며 나는 잠시, 먼저 떠나갔을 폴 하트를 그려본다. 한 편의 아름답고도 비극적인 로맨스를 감상한 것 같지만, 실은 그보다 더한 생존의 대서사를 목격한 샘이라 어안이 벙벙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별을 바라보다가 허파 속에 들어 있는 산소가 미약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제 막 잠에서 깨기 시작한 가을 새벽의 공기를 허파 깊이 밀어 넣었다. 그것도 가득. 심호흡을 몇차례 하고는 새삼 제목에 집중해본다. 그저 영어 발음을 한글로 써놓았을 뿐인데 그걸 제목으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 놓고는 그대로 잊어버렸었다. 언제부터,라고 떠올릴 필요도 없이 영미소설을 읽을 때면 항상 영어 단어가 가지는 뜻을 생각하지 않고 그 발음을 한글로 받아 적어 놓기만 한 제목을 그저 '제목'으로만 받아들이고 말았다. 황순원의 『소나기』가 '소나기'듯이 알렉스 모렐의 『서바이브』가 '서바이브'로. 그 뜻을 생각하지 않고 넘어가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한줌도 채 되지 않는 숨만 남은 몸 속에 깨끗하고 차가운 공기를 밀어 넣은 순간, '서바이브'가 'survive'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그런 의미에서 나는 참 멍청했던 걸지도.) 이 책의 줄거리만 떠올려 보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제목이고, 제목만 보아도 이 책의 내용이 어떤지 금방 파악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잘 읽히는 듯하면서도 다시 되돌아가게 만들고, 되돌아가다가도 빠른 속도로 읽게 만드는 것'은 아마 생존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소설이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로 읽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제인과 폴의 사랑과 살아남으려는 굳은 의지, 고군분투이지만 감동적이면서도 비극적인 로맨스 소설이라는 타이틀은 달지 말았으면, 하는게 나의 마음이다. 확실이 그 두 사람의 사랑이 이 소설 속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지만 나는 그것을 조미료 정도로만 생각해왔다. 글을 읽는 내내 나는 제인에 집중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세상으로부터 등을 돌려버린 '제인'을. 몇 차례의 '사건'을 겪은 후 라이프 하우스에 수감된 제인은 그곳에서 그룹상담과 개인상담 등의 활동을 통해 삶을 살아가려는 의지를 일깨워주고자 하지만 제인은 완강히 그것을 거부한다. 제인은 몇 차례고 자신이 지금껏 그러한 '사건'들을 저질렀으며, 계획하고 있는가에 대해 설명해 주었지만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나 자신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한 무엇이 손 끝을 스치고 지나간 기분이었다. 그리고 폴이 그녀를 '희생자'라 칭했을 때 그 위화감은 훨씬 더 진해졌다. 그 위화감은 결국 그녀의 죽음에 대한 갈망이 진심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자살미수. 그녀의 병명을 '사고'라고 부르는 것도 그렇고 아빠가 자살했다고 말하기보다 '죽었다'고 말하며 다른 사람들이 병이나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것처럼 자신의 아버지도 죽음을 맞이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그녀에게 있어서 자살이란 남에게 날것 그대로 꺼내어 내보이기에 수치스러운 부분일지도 모른다. 자살을 갈망하고 그것을 좇는 것이 가족 내력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녀는 그렇기에 제 자신에게 해를 가하면서도 상담시간에 자살이라는 단어 대신 '사고'라는 단어를 선택했던 것이다. 그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본인은 죽음을 좇고 있는데 그녀의 언행은 삶을 외치고 있다. 사고라는 것은 예기치 못한 일을 당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고 운 좋게 목숨을 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바로 그녀와 폴이 탄 비행기가 태풍으로 인해 로키 산맥에 추락했음에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것처럼.

 

그녀가 처음부터 확실히 죽을 생각이었다면 비행기가 큰 궤적을 그리며 떨어질 때 '두려움에 사로잡혀 내 평생 가장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를 일도 없었을테니까. 비행기가 흔들리던 순간에도 자신의 계획을 위해 '삼키려던 목에 걸린 알략들을 콜록거리며 뱉어 버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처음부터 '살아야만 하는 이유'였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해 이유를 만들고 의미를 따진다. 잘 살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 수도 있지만 제인이 그런 의미를 찾기 시작했다는 것은 삶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는 뜻과도 같다. 그리고 단 둘만이 생존해있는 그곳에서 고군분투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그녀가 보여준 언행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참으로 야무지다. 하지 못한다 말하면서도 해냈고, 자신이 죽어야만 했다 말하면서도 살아 남기를 그 누구보다 간절히 갈망하고 있었으니까. 제인과 폴이 보여준 삶에 대한 의지는 그 누구보다도 강하며 끈끈하다. 서로가 서로를 도와가며 격려하고, 서로의 아픈 상처를 다독여가며 "그렇기 때문에 살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다. 그 메세지는 그 두사람 사이에서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에게도 확실히 전달되고 있다. 사소한 이유로 자신의 목숨을 거둬드리는 이가 많은 요즘 사회에 이 소설은 위로와 유대의 메세지가 되어 우리의 가슴을 세게 두드린다.

 

'왜 살아야 하는거야?'라고 묻지 말라. 살아있기에 다 괜찮은 것이다. 살아있기에 좋은 것이며, 즐거운 것이다. 살아있기에 외로울 수 있는 것이고, 외로움을 좇는 것이며, 죽음을 좇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 사람이라면 결국 죽을 것이나 그 죽음을 미리 앞당겨서 좋을 것은 없다. 지금 당장 밑바닥에서 땅을 치며 희망이 없다 부르짖으며 아무리 힘든 삶을 살고 있을지라도 쥐구멍에 볕뜰날 있듯 그대들의 삶에도 의지와 행운이 찾아올 것이 분명하다. 지금은 단지 그대들이 있는 곳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 자신을 구하러 올 것은 맞지만 자신들을 발견하기까지 하루가 걸릴지, 일주일이 걸릴지, 한 달이 걸릴지, 일 년이 걸릴지 모른다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폴과 제인처럼 우리의 인생을 화려하게 장식해줄 하이라이트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삶의 의미를 갈구하듯 그 행운들을 갈구해야 한다. 그러니 반드시 살아 남아라. 살아있어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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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쉬운 사진 - 사진전문기자가 알려주는 ‘보여주고 싶은’ 사진 찍기
유창우 지음 / 위즈덤스타일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사진전문기자가 알려주는 '보여주고 싶은' 사진 찍기

내겐 너무 쉬운 사진

 

 

 

 


 

 

찰나의 미학

카메라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무엇일까?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기억할 수 있게 '순간'을 담아낸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카메라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자 '찰나의 미학'이라고 불리는 이유. 카메라가 많이 보급화 되어 있는 지금, 우리에게 있어 카메라란 일상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 되고 말았다. 핸드폰에 내장되어 있는 카메라던지, 디지털 카메라던지, DSLR이라던지 그 종류에 상관 없이 카메라는 이미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와있다. 때로는 친구가 되어 주고, 때로는 가족이 되어주고, 때로는 연인이 되어주는 카메라. 카메라만큼이나 블로그도 활성화되면서 카메라에 대한 블로거들의 사랑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사진이 빠진 포스팅은 심심하고 밋밋하기 그지 없기 때문에 무엇을 통해 찍든 일단 사진이 필요할 정도. 그만큼 소중하고 친밀한 사이지만 사실 우리는 카메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 나보다 사진을 잘 찍는 이들이 책으로 써낸 '사진 잘 찍는 법'을. 하지만 대부분의 책은 DSLR 유저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핸드폰 카메라를 사용하거나 디지털 콤팩트 카메라를 사용하는 일반 유저들이 보면 이해하지도 못할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감도 ISO는 어떻게 설정하고 조리개는 이렇게, 노출계는 이렇게해라 하는 식의 이야기가 망라하다보니 "이러이러하게 사진을 찍으면 잘 찍을 수 있어요."라는 소스만 원하는 카메라 유저의 입장에서는 속 터지고 답답하고 머리 아플 수밖에.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카메라를 구입했다. 카메라에 대한 욕심을 내기 시작한 것은 고1 때 방송부로 활동한 이후였다. 처음엔 욕심이 나지 않다가 내가 눈으로 본 세상을 나만의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때 CF에 선전 중이었던 한효주 디카(Samsung VLUU ST550)를 보고 바로 구입했다. 그 이후 변화라고 부를 만한 것은 없지만 가장 큰 변화는 블로그에 사진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조금 더 많이, 나의 일상과 내가 본 세상을 담아 전달할 수 있었다는 것.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를 온전히 사용할 수 있길 바랐다. 검색만으로도 몇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정작 중요한 정보는 얻기 힘들었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해?'. 실제로 서점에 가도 쉽고 편하게 사진 찍는 법을 적은 책은 찾기 힘들고 전문 지식과 관리 방법, 구도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해놓은 DSLR 유저들을 위한 사진책을 많이 볼 수 있다. 화가 났다. 있는 돈 탈탈 털어서 DSLR만 사서 쓰라는 소리나 다름 없었다. 그냥 가지고 있는 카메라로 예쁜 풍경을 더 예쁘게, 감성적인 순간을 더 감성적으로 담아낼 수는 없는 것일까?

 

 

 

 

유창우 그리고 쉬운 사진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유창우씨는 <조선일보> 사진 칼럼에 <유창우의 쉬운 사진>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사진전문기자다. 중학교 때부터 사진을 찍었다는 유창우 기자는 열다섯 살 때 사진기자였던 아버지께 낡은 독일제 아그파 카메라를 선물 받았고,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 영상매체에 관해 공부 후 1994년 <조선일보> 출판국 사진부에 입사헤 편집국 사진부를 거쳐 현재 C영상미디어에서 <조선일보> 여행 섹션 <주말매거진 2+>의 사진 등을 찍고 있다. 어려서부터 카메라와 가까이 했었고 사진 찍는 것을 업으로 삼았던 그는 카메라 기종 상관 없이 '카메라 조작법만 배우다 지친' 유저들을 위해 『내겐 너무 쉬운 사진』을 출판했다.

 

쉬운 사진이라는게 뭘까? 조금 건방지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사진 찍는걸 어렵다고 느껴본 적은 없다. 난 블로거고 주변에 있는 것들을 담아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어려울 것도 없었다. 하지만 카메라를 만지면 만질수록 전문가 못지 않은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러면서 사진이 조금씩 어렵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만해도 마냥 즐거웠는데 요즘은 고민이 먼저 앞서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순간 그 고민이 말끔하게 사라졌다. 조목조목 잘 가르쳐 준 탓도 있지만 너무 어렵지 않게 요구하거나 주문하지 않아 마음 속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응원'을 받았다. 저자 유창우는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즐겁게 사진 찍기를 원한다. 사진 찍는 즐거움을 느껴보길 추천한다. 사진은 무엇보다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이 즐거울 때 가장 아름답고 예쁘게 나온다고했다. 맞는 말이다. 카메라를 드는 순간 잊혀지기 쉬운 것이고 기교만 생각하다 무시하기 쉬운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난 그의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내 기분이 나쁘면 아무리 예쁜 풍경도 평면적으로 눌러 찍힌다. 예쁘게 담기지 않는 것이다. 사진 찍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즐기는 마음이 아닐까?

 

이 책은 총 4개의 쳅터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가 가장 필요할만한 순간을 위한 사진법을 담아냈다. 조작법에 대해서가 아니다.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다. 아이의 표정을 담아낼 때는 급하게 마음 먹지 말고 오래동안 기다려 찍으라고 이야기했다. 말도 못 알아먹는 애한테 카메라를 들이대고 "옳지." "그래, 웃어봐!" "여기 보고!" "그 자리에 가만히! 좋아! 여기 보고 웃어야지!"하는 말 따위는 다 치우라는거다. 누구나 카메라를 보면 긴장하고 굳기 마련. 아이 사진을 찍을 땐 2인 1조가 되어 한 사람은 아이와 즐겁게 놀면서 아이의 표정이 풀어질 수 있게 교감을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아이가 자연스럽게 웃거나 울게 되었을 때 그 표정을 담아내라는 것이다. 굳이 예쁘게 웃는 사진만 찍을 필요도 없고 짜증난 표정, 우는 표정, 아파서 징징거리는 표정까지 그 사랑스러운 표정들을 모두 담아내라고 이야기한다. 인물 사진을 찍을 때는 다른건 다 잊고 눈빛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지만 인물사진을 찍어오라고 하면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고 잘 찍고 싶은 욕심도 많아서 정작 기본은 잊어버리기 때문에 이도저도 아닌 사진을 가져온다며 다른건 다 포기하더라도 눈빛만 잘 잡아내면 인상적이고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 책에는 실생활에서 도움 되는 사진 찍는 법이 많이 들어있다. 블로그를 할 때 도움이 되는 사진 찍는 방법들이. 음식 사진을 찍을 땐 창가에서 자연광을 맞으며 한 숟갈 크기로 찍어내길 권한다. 뜨거운 음식이든 차가운 음식이든 1분 이내에 찍을 것. 야경은 일몰 30분 이내에 촬영할 것, 일출은 일출시간 30분 전에 대기하며 여명부터 촬영할 것, 설경을 찍을 때 노출 값은 낮게 조리개는 높게 조절해 극적인 대비를 담아낼 것 등등 저자 자신이 사진을 찍으며 돌아 다닐 때의 에피소드를 풀어내며 그 안에 사진법을 자연스럽게 녹아내었는데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모두 재미있고 읽기도 쉬워서 책장이 금방 넘어갔다. 책을 읽다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 있는데 바로 감도 ISO에 대한 것이다. 날이 밝으면 감도는 낮게, 어두우면 감도를 높게 조정하라는 것인데 자동모드에서만 촬영을 했던 나에게 있어 감도 조절은 신선한 것이었다.

 

 

 

 



 

 

낯설게하기

글을 쓸 때에도 '낯설게하기'는 중요하다. 하지만 사진에서도 '낯설게 하기'가 빠지면 섭섭하다. 눈높이를 낮춰 바라보기도 하고, 난장이의 시선으로 위를 올려다보는 것도 풍경을 낯설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다. 저자는 유저들에게 '바닥에 누워 피사체를 바라볼 것'을 권한다. 대숲에서든 숲에서든 꽃밭에서든 바닥에 누워 위를 올려다본 상황에서 사진을 찍으면 생각지도 못한 장면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끔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어 사물을 바라보는 것만큼 색다르고 매력적인 것도 없을 것 같다. 세상을 거꾸로 바라보아도 좋고.

 

단순히 책을 읽었을 뿐인데 왠지 더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DSLR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겐 DSLR을 구입할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에 현재 가지고 있는 카메라(Samsung VLUU ST550)로 DSLR 못지 않은 사진을 뽑아내리라 결심했다. 책을 보면서 카메라를 만져보며 감도 ISO도 살펴보고 노출도 살펴보았는데 자동 모드보다는 P모드나 장면모드가 활용할게 더 많다는 것을 알았다. 셔터스피드를 설정할 수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자동 조정이 되도록 나온 디카이다보니 수정으로 손 댈 수 없게 되어있어서 있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한 챕터, 한 챕터를 넘길 때마다 밖으로 나가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오후. 『내겐 너무 쉬운 사진』을 읽으며 손에 카메라를 들고 몇 번이나 밖을 나갔다 들어왔는지 모른다. 비로소 카메라를 즐길 준비가 된 기분이다.

 

그동안 카메라 조작법에 대해서 떠들어대는 책에만 파묻혀 지냈다면 유창우 기자의 『사진전문기자가 알려주는 보여주고 싶은 사진 찍기-내겐 너무 쉬운 사진』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당신이 DSLR을 가지고 있든 구형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있든, 필름카메라를 가지고 있든, 토이카메라를 가지고 있든, 폴라로이드를 가지고 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유창우 기자가 장비에 대해 투덜거리는 일은 많지 않으니까. 단지 사진을 예쁘고 감성적으로 찍고 싶다면 '사진 찍는 것을 즐기라.' 말하고 있다. 그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조금 더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면 그가 알려준대로 감도 ISO를 조절해보는건 어떨까? 발품도 팔고 이미지트레이닝을 해서 예쁜 구도를 찾아내 많이 찍어보는 것만큼 좋은 사진을 찍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 무대 위 '오빠'를 찍을 때 스포트라이트가 켜지는 순간에 셔터를 누를 것! 감도는 높게 설정하고 셔터스피드는 빠르게 조절.

* 예쁜 단풍 사진을 찍고 싶다면 '좋은 단풍'을 찾아 찍을 것. 단풍만 찍어도 좋고 물 위에 떠있는 단풍, 바닥에 떨어진 단풍을 찍어도 좋다.

* 비오는 날과 흐린 날씨는 감성적인 사진을 찍기 최적의 날씨! 촉촉하게 수분을 머금어 생동감 넘치는 날씨를 사랑하라.

* 셔터 먼저 누르지 말고 생각 먼저 하기. 사진 찍기 전 이미지 트레이닝은 필수!

* 자연스러운 표정의 아이 사진을 찍고 싶다면 2인 1조로 행동할 것. 조급한 마음은 버리고 끈기 있게 인내하라.

* 노출의 미학, 장노출과 단노출 이용해 예쁜 사진 찍기.

* 멀리 가지 말고 평소 봐왔고 잘 알고 있는 것을 먼저 찍어 볼 것.

 

 

 

 

 『내겐 너무 쉬운 사진』을 읽고 찍어본 '내가 좋아하는 것들'

 

 

 



 

 

Samsung VLUU ST550

P모드(감도 ISO 400, 조리개 f/3.5) / 보정*리사이징

 

 

눈빛을 살려보려 했는데 잘 안됐다. 놀아주면서 찍는건 조금 힘들다.

게다가 콩군이 계속 움직이다보니 초점이 엇나가기 일쑤! 그래도 간혹 이렇게 잘 나온 사진을 건지면 기분 좋다.

 

 

 



 

 

Samsung VLUU ST550

P모드(감도 ISO 400, 조리개 f/3.5) / 보정*리사이징

 

 

수채화 느낌이 나서 좋았던 사진! 20분 정도 놀아주니 처음보다 표정이 많이 풀어졌다.

P모드는 초점이 잘 안 맞아서 사용을 안했었는데 오히려 더 예쁘게 나오더라.

 

 

 



 

 

Samsung VLUU ST550

P모드(감도 ISO 400, 조리개 f/3.5) / 보정*리사이징

 

 

이 꽃이 무슨 꽃인지는 모르겠다. 예전부터 집에 있던 꽃인데 가을이라 꽃망울을 터트렸다.

마침 새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촉촉하게 물을 머금은 꽃망울을 담을 수 있었다. 매크로로 담아냈는데 아웃포커싱 처리가 마음에 든다.

몇 송이만 꽃망울을 터트렸고 나머지는 점점 무르익어가고 있는 중. 연보라빛 청초한 아이들이 뒤안에 가득이다.

 

 

 



 

 

Samsung VLUU ST550

P모드(감도 ISO 400, 조리개 f/3.5) / 보정*리사이징

 

 

가까이에서 봐도 예쁜 꽃. 이래서 비 오는 날이 좋다.

비가 오면 카메라가 쉽게 망가질 수 있어서 야외에서는 잘 안찍으려고 하는 편이지만,

이렇게 추척추적 보슬비가 내리는 날이면 수분을 촉촉히 머금은 생기 있는 풍경이 참 좋다. 유창우 기자의 말처럼

비가 내린 직후 또는 흐린 날이 사진 찍긴 제일 좋은 날이다. 맑은 날만 사진 잘 나오라는 법은 없지.

 

그리고보니 콩이 키우면서 화단의 식물들이 많이 죽어버렸는데 겨울에 여기저기 씨앗을 뿌려봐야지.

 

 

 



 

 

Samsung VLUU ST550

P모드(감도 ISO 400, 조리개 f/3.5) / 보정*리사이징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망울. 터지려면 한참 멀었다. 이제 익어가고 있는 아이들이니.

 

 

 


 

 

 

 

 

 

 

 

 

 

Samsung VLUU ST550

P모드(감도 ISO 400, 조리개 f/3.5) / 보정*리사이징

 

 

주변을 잘라내었는데도 예쁘게 나왔다.

컬러로 찍었다가 흑백으로 변환을 했는데 선이 연하게 나왔다.

이래서 처음부터 흑백으로 찍으라고 하나보다.

 

 

 

 

 



 

 

Samsung VLUU ST550

P모드(감도 ISO 400, 조리개 f/3.5) / 보정*리사이징

 

 

질감 살리기. 찍고 싶었던 것은 통통 튀는 빗방울이지만 노출값이 낮아 안 찍힌 모양.

그래도 촉촉한 질감은 잘 표현됐다. 비가 왔다는 증거. 아마 내일도 오겠지만(!)

 

 

 



 

 

Samsung VLUU ST550

P모드(감도 ISO 400, 조리개 f/3.5) / 보정*리사이징

 

 

"책 한 권으로 이렇게 달라졌나"며 마님께 칭찬 들었다. 흐흐. 다 책이 잘 나와서 그런 거예요.

빨리, 더 많은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 손이 근질근질! 태풍이 지나가면 들려야 할 곳도, 가야 할 곳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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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부자들은 모두 신문배달을 했을까 - 춥고 어두운 골목에서 배운 진짜 비즈니스
제프리 J. 폭스 지음, 노지양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외국 영화를 보면 신문배달을 하는 어린 친구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누비며 현관문 앞에 신문을 안착시키는 뛰어난 솜씨를 자랑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감탄했던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첫 아르바이트를 대부분 편의점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미국에서는 신문배달을 생애 첫 아르바이트로 뛴다고 한다. 그런데 이 신문배달이 성공과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왜 부자들은 모두 신문배달을 했을까』에서는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열 세살 소년 레인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세일즈'에 대해 설명한다. 책 제목이 의문형이라 책 내용이 그 해답을 찾아가는 다소 딱딱한 내용인줄 알았는데 대부분의 영미 비즈니스북이 그렇듯 이 책 역시 레인이라는 아이의 성장과정을 통해 비즈니스의 기초에 대해 스토리텔링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원제는 『Rain』이다. 레인메이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소년 레인이 신문배달을 하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 습득한 비즈니스 철학과 세일즈 방법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는데 그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고 흥미롭다.

 

 

진정한 세일즈를 위해서는 고객이 누구인지 파악하라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회사에 입사한다. 생계를 위해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중 판매 종사자는 얼마나 될까?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3월에 취업한 서비스·판매 종사자의 수는 5,491천명으로 전월대비 2만 4천명이 증가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할까? 나는 거의 1년여를 화장품 로드샵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수능이 끝난 직후에 시작한 생애 첫 아르바이트였는데 그만큼 열정적으로 일했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나태해지고 꼼수도 늘어나서 하는 일보다 시간을 축내기 바빴지만,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초기 몇 달간은 열정으로 가득 차서 하나라도 더 많이 팔고 PT를 하려고 바쁘게 뛰어다녔다. 나를 고용한 곳은 화장품 로드샵 매장이었지만 나의 진정한 고객은 그곳을 방문해주는 모든 소비자들이었다. 신문배달원 레인의 고객이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들이 듯이.

 

그건 당연한게 아니냐고 묻는 이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착각을 한다. 회사에 한 푼이라도 더 많이 돈을 벌어줘야 하는게 아니냐고. 회사가 나를 고용했으니 나의 고객은 회사가 아니냐고. 회사에 이윤을 끼쳐야 내가 조금이라도 더 '능력 있고 쓸모 있는 직원'이 되지 않겠냐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답이 아니다. 회사에서는 능력 있는 직원을 원하지만, 그렇다고 회사가 우리의 고객은 아닌 것이다. 연예인에 빗대자면 소속사이고 학교에 빗대면 동아리와 같다. 일을 즐기려면 고객이 누구인지를 제대로 알아야한다. 판매 종사자의 고민은 고객을 잘 대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회사에 따라 다르고 같이 일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손님을 잘 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은 많지 않다. 당신이 정직원이 아닌 아르바이트라면 선배 동료에게 묻는다고 원하는 답을 내놓는 사람도 없다. 특히 하나라도 더 팔면 자신에게 그만큼의 수당이 떨어지는 인센티브가 걸려있다면 자신의 노하우를 라이벌에게 선뜻 알려주려는 이는 없을 것이다. 어깨너머로 배울 수도 있겠지만 이달의 서비스왕을 노린다면, 자신만의 세일즈 노하우를 만들고 싶은 이들이라면 고객이 누구인지부터 파악하라.

 

고객이 누구인지 알았다면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할까? 고객들의 성향과 트렌드를 분석해야 한다. 반드시 하라는 소리는 아니다.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능력 있는 세일즈맨이 될 수 있다. '이 가게에 왔더니 이 직원이 설명을 잘 해주더라.'하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당신을 고용한 회사에게도 이득이고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된다. 소비자의 성향을 분석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바노트라는 것을 만든다. 직종이 어떻게 되었든 일을 할 때마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노트를 사서 거기에 손님의 성향과 일의 방식을 적는다. 그렇게 한 번이라도 더 적으며 기억해야 대책이 서기 때문이다. 『노트3권의비밀』 서평(http://blog.naver.com/beruell/80121946469)에도 밝힌 적이 있지만 사심이 팍팍 들어간 손님별 유형을 정리해 놓으면 손님을 대할 때 행동패턴이 정립되어 그 어떤 진상 손님이라도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응대할 수 있다.

 

 

노력이 없으면 최고의 자리를 얻을 수 없다. 레인이 레인메이커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도 고객 분석에 있다. 고객이 원하는게 무엇인지를 알려고 하는 노력이 레인을 레인메이커로 만든 것이다. 당신이 몸 담은 회사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 그 일을 정말로 좋아한다면 처음부터 차근차근 알차게 올라가는 것이 어떨까? 당신의 경험에서 나온 세일즈 아이디어를 결코 얕보지 말고 실천에 옮겨라. 특히 당신 회사에 멘토가 있다면, 멘토에게 의논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신문배달을 해야할까?

책 제목이 의문문이라고 당신도 '왜?'라는 생각은 하지 않길 바란다. 레인의 이야기를 읽고 '그럼 나도 당장 신문배달을 시작 해야겠군!'하고 결심했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글쓴이의 의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간절히 바란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신문배달을 권유하고 있지 않다. 자신의 가치 정립을 위해 노력하고, 진정한 세일즈를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하며,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이러한 행동들은 마케팅에서 이런 언어로 불린다고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보길 바란다. 우리의 일상 생활에 얼마나 많은 마케팅이 녹아 있는지를.

 

이미지 트레이너, 벨류 트레이너 등 다양한 직업들이 성행하고 있다. 취업 강사 역시 요즘 잘 나가는 직업 중 하나다. 왜 일까? 취업난이기 때문이다. 청년실업에 대해 누구나 고민하고 안타까워하고, 이야기하는 요즘 어째서 대학생들은, 그리고 실업자들은 취업 강사의 수업에 목을 매는 것일까? 바로 그들의 멘토링이 취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취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소개서 다음으로 면접이다.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보고 뽑는 1차 면접에 합격했다면 남은 관문은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 대면 면접 뿐. 하지만 알고 있는가? 이 면접 역시 마케팅의 일환이다. 당신이라는 상품을 면접관이라는 고객에게 판매를 하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를 세일즈해야 한다.

 

취업 강사들은 쉽게 이야기 한다. "남들과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어필하세요." 라고. 정말 주둥이를 확 찢어버리고 싶지만 맞는 말이다. 말이라서 쉬울 뿐이지 옳은 말이긴 하다. 어필하라. 세일즈하라. 자신이 그 일을 얼마나 하고 싶어하고, 다른 이들에 비해 얼마나 자신감에 차 있으며 염원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능력 있는 사람인지를 어필하지 못하면 세일즈에 실패하게 된다. 자신을 세일즈하지 못한 사람은 진정한 세일즈맨이 될 수 없다. 레인이 가필드 신문배달원으로 일하기 위해 면접 때 어떤 아이디어를 제안했으며, 어떻게 대답했는지만 기억해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계획과 약속을 정하라

약속은 중요하다. 남과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자신과의 약속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 스스로가 나와 약속했기 때문에 약속을 깨도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사람의 인생은 Out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마음가짐부터 바로해야 한다. 레인은 신문배달일을 시작하면서 자신과의 약속을 했다. 10계명처럼 10가지 약속을 정한 것이다. 이것은 자기 자신을 위한 약속이자 동시에 고객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한 약속이었다. 레인은 그 약속을 충실히 지키려고 노력했고, 지켜지지 않았을 때는 절대 변명하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자신의 실수로 신문의 일부분이 분실되거나 찢어진 일이 있었을 때 레인은 자신의 고객들에게 정성껏 쪽지를 써서 배달했고, 그 쪽지로 인해 레인의 고객들은 일요일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 물론 배상은 레인 스스로가 했지만.

 

 

사람마다 각자의 개성이 있고 스타일이 있듯이 일하는 방식 역시 천차만별이다. 선배의 노하우를 배우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을 모방하지는 말아야 한다. 모방한다고 해서 당신이 그 사람처럼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껏 우리는 수많은 성공의 비밀들을 책으로 읽어왔고,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유명인의 유년시절에 공감하며 나와 비슷한 처지를 살았다는 것에 안도하고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에 기뻐했었다. 그리고 에너지를 받아 패기와 열정으로 똘똘 뭉쳐 세상을 겁없이 살아가고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우리는 잊게 되는게 있다. 바로 기초. 기초에 충실하자.

 

ⓒ 베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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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를 으깨며 노리코 3부작
다나베 세이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인간의 성장과 변화

노리코의 성장 단계는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결혼 전, 결혼 후, 이혼 후. 결혼 전의 노리코에 대한 이야기는 상세하진 않지만 아마 결혼 전의 노리코는 불행했던 것 같다. 그녀는 그 시절의 자신을 '기아상태'라고 표현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느라 모든 에너지를 외모에만 치중하고 안달복달했던 부질 없는 시간들을 일컫는지도 모른다. 잘 보이고 싶고, 사랑 받고 싶고, 더 예뻐 보이고 싶은 나이. 그 시절 그녀가 만들던 인형은 모두 불만에 가득 차있고, 무언가에 잔뜩 토라져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고. 오사카 사투리가 매력적인 고를 만나 노리코는 수용생활을 시작한다. 결혼생활 당시 노리코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재벌가의 아들인 고와의 결혼생활은 '내가 아닌 나를 만들어가는 시간'이었을 것이고, '고가 원하는 여자로 보이도록 노력하는 시간'이며,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만 하는 나날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그런 시간들에 조금씩 지루해지고 실증을 느낄 즈음 변덕이 유독 심한 그녀는 고와 이혼한다.

 

사람들은 결혼을 인생의 전환점이라고들 말한다. 남자가 군대에 다녀오면 사람이 되서 나오듯이, 사람이 결혼을 하면 조금 더 철이 들고 책임감을 가지고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이혼이 잦고 결혼을 엔조이로 밖에 여기지 않는 세상에서는 안 어울리는 표현이긴 하지만 어찌됐든 결혼은 인생의 전환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노리코에게 있어 진정한 전환점은 이혼의 순간이지 않았나 싶다. 그녀는 '고=형무소'라는 등식을 세워 놓은지 오래다. 자신과 맞지 않은 결혼생활. 서민이었던 그녀에게 재벌인 고의 존재는 맞지 않는 옷과 같았다. 고는 그녀에게 "나를 위해 노력하라."고 자주 말한다. 비싼 보석으로 치장을 하고 고분고분 말을 듣는 것 말이다. 흔한 '아가씨 드라마'에 나오는 사모님의 모습이랄까? 그녀에게 있어 끔찍한 결혼생활을 버티게 해주었던 존재는 시어머니였다. 자신과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면 경멸하고 험담하는 고의 말을 빌리자면 '누더기 같은 천들을 모아 놓은 것'을 가장 좋아하셨던 분이다. 노리코가 직접 만든 인형 말이다. 하지만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시면서 노리코는 더 이상 결혼생활을 버티지 못하게 되었다. 어쩌면 시어머니라는 존재의 상실로 인해 노리코가 남아 있을 이유가 사라진 것인지도 모른다.

 

이혼을 한 노리코는 사람들이 말했던 것처럼 한 몫 단단히 챙기진 않았다. 보석도 뭣도 다 두고 나와서 고가 특별히 챙겨준 위자료와 자신의 일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게 되었다. '저세상에 간데도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은' 나날의 연속. 그녀는 반짝반짝한 서른 다섯을 보내게 되었다.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일을 하며 지냈다. 결혼 전과 결혼 후의 생활과 비교해보면 그녀는 훨씬 여유로워졌고, 활기차졌다. 무르익었다는 표현이 그녀에겐 더 알맞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프로가 된 것일지도. 그녀는 호기심 많고 감정 표현을 잘 하는 여자로 서른 다섯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재기발랄함과 생기발랄함을 가지고 있다. 작고 사소한 일에도 "어머어머!" 하는 식의 감탄사를 연발하는가 하면 보는 사람마저 흥분할 정도로 격한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한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다. 지금껏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것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그간 억눌려 있던 모든 감정을 한 번에 터트리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사람을 보는 눈도 바뀌었다. 고와 결혼생활을 하고 있을 때에는 약간의 우월감 따위가 그녀를 조금 거만하게 만들었다. 자기보다 못한 여자들─골드미스로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는─을 무시했었다. 혼자 사는 여자들의 생활력과 강함에 반하거나 매료되는 일은 없었고, 남자와 친구로 지낼 수 있다는 생각도 갖지 못했었다. 이혼 후에 그녀의 인간관계는 더욱 풍요로워졌다. 연애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세상에 가더라도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아!"라고 끊임 없이 외쳐도 좋을 정도의 생활을 즐기기 시작했다.

 

 

오사카 사투리를 쓰는 남자들

그녀의 곁엔 언제나 남자들이 있다. 물론 여자들도 있다. 그녀의 곁에 머무는 남자들 중엔 오사카 사투리를 쓰는 남자들이 많다. 징 같은 얼굴을 가진 남자도 짙은 오사카 사투리를 사용했고, 비록 유부남이긴 하지만 자유분방하며 위압적이지 않은 분위기에 끌렸던 토무씨도 짙은 오사카 사투리를 구사한다. 그리고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 찍어 남이 된 고와도 다시 만나기 시작했고. 이 모든 것은 고의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고는 그녀에게 있어 가장 영향력이 컸던 사람이니까. 이혼 후에도 그녀가 '오사카 사투리를 쓰는 남자'에게 이끌린 것도 고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모든게 그녀와 고가 다시 재회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고.

 

자유분방한 삶을 살고 있던 그녀는 호우가 쏟아지던 날 레인코트 안에 비키니를 입고 회사로 가고 있었다. 정확히는 거래처 정도랄까? 지하도로 들어가기 전에 검은차 한 대가 인도 가까이에 정차했는데 고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구수한 오사카 사투리로! 사실 전반에서 노리코가 하도 고를 욕하길래 나는 고가 엄청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표현은 사람을 오해하기 만들었다. 고는 최악의 질투남에 말보다 손이 먼저 올라가는 남자인데다가 재벌이라는 우월감에 남을 경멸하고 깎아내리는 언행을 구사하지만 상당히 매력 있는 남자였다. 어엿한 남자 하나 골라 잡지 못하고 혼자만의 생활을 만끽하느라 몸을 굳히고 있는 노리코의 생활을 엿보는 중에 등장한 고는 쾌거에 가까웠다. 노리코와의 고의 재회가 이토록 반가울 줄이야! 사실 그녀 역시 알고 있지 않았을까? 일본 곳곳에 별장을 가지고 있는 고라면 언젠가 우연히라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아무튼 노리코의 주위엔 오사카 사투리를 쓰는 남자들이 있다. 그녀 스스로는 알아채지 못하는 것 같지만, 그들과 친구로 지내면서 그녀는 그렇게 사투리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다.

 

 

딸기의 상징성

소설의 처음과 끝. 그녀는 딸기를 으깨며 아침을 맞이한다. 딸기의 상징성이 뭘까? 궁금했다.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노리코는 매일 아침 딸기를 으깬다. 우유와 함께 말아 먹는데, 그 맛보다는 그 행위가 지니고 있는 의미 자체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어쩌면 작가는 이 행동에 의미를 두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을 제목으로 내 놓기도 하고, 강조를 해서 독자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작가들도 종종 있으니까. 그런데 나는 왠지 딸기를 으깨는 것 자체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본다. 사전에 의하면 딸기는 정의를 뜻한다고 하던데, 남에게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오히려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이 딸기는 노리코와 닮아 있는 것 같다. 노리코는 고의 영향을 받았고, 고는 노리코의 영향으로 그녀를 그리워하게 됐지만 노리코는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그것은 딸기가 가지는 의미 자체와 닮아 있다.

 

 

 

 "글자는 모양이 정해져 있어서 자유롭질 않아 몬 써요." 그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점을 찍고 싶어지거나 받침을 넣고 싶어지거나 옆에 한 획을 더 긋고 싶어져서 손가락이 '근질근질'해진다고 한다. 지인인 한 서화가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쓰고 싶은 대로 쓰면 되지!"라고 했단다.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쪼매 편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마음 가는 대로 쓰고 있습니다, 핫 핫 핫." 워낙 큰 남자라서 우러러보며 말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지만, 왠지 존재감이 희박하고 다가가기 쉬운, 그래서 위압감이 느껴지지 않는 체구였다. 꾸밈이 없는 오사카 사투리와 요란스러운 말투, 그다지 남자답지 못한 목소리 때문인지 모른다. 그는 '핫 핫 핫' 하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 pp.57~57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그것은 인생이다. 정말 인생이다. 그것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인생은 여러 가지 일에 도움이 된다. 특히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다시 태어나 있다.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나는 살아 있지 않을 것이고, 기계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 나의 하루하루는 나를 향해 불어오는 바람 같은 것이다." 그런 걸 보면 브리지트 바르도도 '지금이 가장 중요하고 좋다'고 생각하는 '전무 BB'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BB도 어쩌면 지금 생트로페의 해변을 맨발로 걸어 다니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 p.120

 

남자가 굵은 손가락으로 잘하지도 못하는 뭔가를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여자의 연민을 자극한다. 그래서 여자는 남자의 서투름을 동정하여 결혼하고 자잘하고 섬세한 부분은 모두 대신해서 해주고, 마지막에 '內'라고 써놓고, 의식하고 말고를 떠나서 그런 자신에게 도취하여 '크흐흐흐……'하고 웃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아내놀이'가 놀이로 끝나지 않고 진짜라고 생각하고 평생을 계속하는 여자가 있는가 하면, 나처럼 '놀이'였다는 것을 깨닫고 놀이에 지쳐 나가떨어지는 여자도 있다. 나는 요즘 어느 쪽이 진짜인지 분간할 수 없다. 물론 어느 쪽이 진짜고 어느 쪽이 가짜라고 할 수 없다. 어느 쪽이 됐든 그 여자의 성격에 맞고, 그리고 그 상대 남자의 컬러에 잘 어울리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보다 진짜니 가짜니 하는 평가 자체를 할 마음이 없어졌다고나 할까. 가짜라도 그 한길만 고집스럽게 가다 보면 언젠가는 눈에 익숙해지고 거슬리지 않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 p.175

 

내가 운 것은 하라 코즈에가 죽었다는 사실보다도 '곁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나의 죽음에 대해서도 타인의 죽음에 대해서도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게 아니라도 생각해야 할 것들은 산더미처럼 많았다. <안녕 노래>에서 저세상을 노래하기도 하고, '저 세상에 가더라도 이보다 좋은 세상은 없을 거야'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신이 나서 '저세상'을 연발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죽음을 매개로 한 생각에서가 아니라 '이 세상'의 대기실쯤 되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었다. 누구도 실제로 죽는다는 것은 눈곱만큼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곁에 아무도 없이 혼자서 죽어가는 죽음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틀림없이 혼자 살고 있는 나의─언젠가는 반드시 찾아올─죽음인 것이다. - p.317

 

"관 짊어줄게, 잘래?" 이게 요즘 고의 입버릇이다. 고에 따르면, 여자의 행복은 잔 남자가 관을 짊어져 주는 것이란다. 무슨 소린지! "그랬다간 몇십 명의 남자가 달려든 통에 차전놀이하자고 하겠네!" 내가 농담이라도 할라치면, 바로 받아친다. "빌어먹을. 내가 공포의 질투맨이란 거 잊었나?" 고와의 전화통화는 기분전환에 최고다. 나는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묻는다. "지금 어디야? 저녁에 스파게티라도 먹을까?" "바보, 나 지금 도쿄에 있다!" "내가 쏠게, 얼른 와." 뭐니 뭐니 해도 친구가 최고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 p.328

 

 

 +  이 책은 '포플sns 서평단 1기' 활동을 하면서 포플sns를 통해 해당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았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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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돌이와 용감한 여섯 친구 길벗어린이 옛이야기 7
여을환 글, 김천정 그림 / 길벗어린이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전래동화 중에 처음부터 끝까지 헤매지 않고 줄줄이 읊을 수 있는 이야기가 많지 않다. 전혀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난 안데르센 동화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들려주시던 옛날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자랐다. 『신데렐라』나 『백설공주』를 읽고 눈을 반짝이기보다 전래동화를 듣고 꺄꺄, 소리 지렀던 적이 더 많았다. 어릴적에 외할머니 무릎 위에 앉아 "할머니, 재밌는 이야기 없어?"하고 물으면 외할머니께서는 "우리 강아지~ 할머니가 옛날 이야기 하나 해줄까?" 하시며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셨다. 동네에 어린 아이들이 없어 함께 놀만한 마땅한 친구가 없었던 것도 이유였지만 할머니께서 들려주시는 옛날 이야기를 좋아했던 나는 곧잘 외할머니께 아양을 피워가며 "옛날옛날에~"하는 식의 이야기를 자주 들어왔었다. 그런데 16년이나 지난 지금, 어릴적 할머니께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를 그림책으로 읽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참 신기한 것 투성이다. 전래동화는 들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그뿐만이 아니다. 들려주는 이에 따라 이야기의 내용이 조금씩 다르고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물의 종류들이 조금씩 달라진다. 내가 읽은 『갑돌이와 용감한 여섯 친구』도 그렇다. 갑돌이가 말을 타고 가는데 풍뎅이, 밤, 쇠똥, 밥주걱, 맷돌, 자라라 갑돌이를 향해 다가와 "나도, 나도 데려가 주세요."하고 조른다. 갑돌이는 길에서 만난 여섯 인물(사물)들을 말에 태우고 길을 가다가 산 속 깊은 곳에 자리한 초가집에서 하룻밤을 묵어가고자 하는데 그 집에 사는 처녀는 호랑이가 자신을 잡아먹으러 올 것이라며 피하라고 한다. 갑돌이와 여섯 친구는 자신들이 호랑이를 혼내주겠다며 각자 자리를 잡고 준비한다. 마침내 호랑이가 오고, 풍뎅이가 불을 끄자 불을 켜기 위해 아궁이에서 불씨를 찾으려는 호랑이의 눈에 밤은 재를 뿌린다. 눈을 씻으려던 호랑이가 물이 담긴 항아리에 손을 넣자 자라가 날카로운 이빨로 호랑이 발을 꽉 깨물고, 허둥지둥 놀라 뛰쳐나온 호랑이 발을 쇠똥이 몸을 주욱 늘려 미끌어지게 만든다. 넘어진 호랑이의 머리 위로 맷돌이 뛰어 내려 호랑이는 비명횡사하고, 갑돌이는 호랑이를 말에 싣고 가서 냇물에 던져버린다. 그리고 그 처녀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어디서 들은 듯한 이야기인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찾아보니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이야기다. 호랑이가 할머니를 잡아먹으려 하자 할머니는 자신이 죽을 쒀 먹어 살이 통통하게 오르면 그 때 잡아 먹으라고 한다. 호랑이는 그러겠노라, 하고 돌아간다. 할머니는 팥죽을 쑤면서 펑펑 우는데 그 소리를 들은 알밤, 자라, 개똥, 송곳, 절구, 멍석, 지게가 와서 할머니의 사연을 듣고는 도와주겠다고 한다. 다들 팥죽 한 그릇을 얻어 먹고 호랑이가 올 때까지 기다려 호랑이를 혼내주고는 멍석에 돌돌 말아 시냇물에 빠트린다. 그들의 도움으로 할머니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히지 않게 되었다.

 

전래동화를 출판하는 출판사마다 빠지지 않고 출판되는 이야기인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등장인물도 다르고 결과도 조금 다르지만 『갑돌이와 용감한 여섯 친구』는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이야기와 닮아있다. 아니, 같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구비문학이란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것이다보니 그 내용이나 등장 인물들이 각각 달라지거나 추가되는 것이 특징인데, 내용을 조금만 달리해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는게 가장 매력적이다. 그런 면에서 『갑돌이와 용감한 여섯 친구』는 갑돌이와 산속 처녀가 행복하고 오래오래 사는 해피엔딩으로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에서 느끼지 못한 묘한 매력을 선물한다.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구조인 이 이야기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게 있는데 바로 호랑이다. 호담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호랑이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던 조선에서 호랑이는 이야기 속에서 한 때는 의인으로, 악인으로 등장하며 사람들의 눈물샘과 웃음보를 자극했다. 의를 지키는 의로운 호랑이, 무시무시한 악인 호랑이, 산신령으로 등장한 호랑이,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인물들에게 당하는 호랑이 등등 다양한 패턴의 호랑이들이 등장한다. 여기에서 등장한 호랑이는 바보스러울 정도로 등장인물들의 꾀에 넘어가 호되게 당해 목숨까지 잃는다. 강자인 호랑이가 약자인 처녀를 잡아먹겠다며 엄포를 놓고 괴롭힌 것은 옛날 지배층이었던 이들이 사회적 약자인 백성들의 식량까지 약탈하며 괴롭게 만들었던 사회상이 반영되어 있는데 이는 아마도 그 시절의 억울함과 괴로움을 민담으로 해소하고자 했던 것 같다.

 

 

다양한 전래동화를 읽고 다음 세대의 아이들도 내가 느꼈던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우리 고유의 것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고 있다. 고구려, 백제, 발해에 대한 역사도 그렇고 한글에 대한 관심도 부족하다. 다른 나라에서 찝적거리며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기 시작할 때에만 반짝 열받고 일어난다. 그리곤 곧바로 잊어버린다.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것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우리 것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전래동화도 우리 민족의 사상과 얼이 반영된 민담이니 전래동화를 자주 접하며 우리 본연의 것에 꾸준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  이 서평은 '길벗어린이 서평단 1기'로 활동 중 출판사 길벗어린이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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