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라면 생각해볼게요 - 제12회 한국문학백년상 수상
유병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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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가족(어쩌면 가족을 빌어하는 자신의) 이야기가 가득한 책 그분이라면 생각해볼게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의 이야기가 자꾸 생각 나. 기억을 점점 잃는다는 거 보고 있으면 힘들 거 같아. 그럼 본인은? 자신의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을 자각하는 걸까. 치매에 대해 나는 잘 몰라. 의사도 아니고 치매를 앓거나 치매에 걸린 가족 있지 않으면 그저 영화나 드라마, 책에 나오는 그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겠지.

책을 잃으며 나는 또 울었어. 마음이 미어지는 거 있지. 치매는 나을 수 있는 병이 아니니까. 할머니는 95세에 돌아가셨다고 해. 처음 든 생각은 그래도 다행이다. 오래 사셨네였지만 문득 얼마나 살면 이제 그만 눈을 감아도 좋다고, 이제 다 놓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100p 어머니의 눈빛이 당황한 듯 자꾸 흔들리는 게 아닌가. 돌아가시기 전 아버님의 눈빛도 그랬었다. 나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어머니도 죽음을 예감하신 게 아닐까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죽음에 관한 내용이 참 많이 나와. 시아버지, 친정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고. 그리고 산에서 만난 야호 아줌마는 나도 궁금해.

나는 유난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 같아. 예전에는 내가 죽을까 봐 겁을 먹었는데 언제부턴가는 내 주위의 사람들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힘들어. 그냥 내가 먼저 죽어버릴까 싶을만큼. 그래서 그런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새로운 인연을 만든다는 게 참 싫더라.(물론 더 큰 이유는 따로있지만)

책을 읽으며 나는 또 불안에 휩싸였어. 자꾸 울었고 자꾸 슬펐어.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 사는 건 뭘까, 나는 잘 살고 있을까. 엄마가 들려주던 엄마의 삶이 떠오르고 오빠의 나의 과거의 삶이, 나의 미래의 삶이 나를 계속 따라다녔어.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잘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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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의 돼지의 낙타
엄우흠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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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던 책, 마리의 돼지의 낙타 책을 읽고 나서는 무슨 이런 책이 있나, 어떻게 이런 책을 썼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 무동이라는 동네가 배경인데 무동은 축약된 작은 지구촌 같았어.(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살 것만 같은)

로큰롤 고와 토마토 문의 이야기가, 마리와 민구와 낙타와 돼지의 이야기가, 경수와 경수 엄마 이야기가, 경수와 수지가 다닌 병원 의사가, 떡볶이집과 문방구와 감자탕집과 슈퍼가. 또 누구였더라. 또 뭐였더라. 어디였더라. 한참을 생각해야하는. 두꺼운 페이지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는데 다 연결되어 있어. 돌고 돌고 돌고 돌아서 무동, 그렇게 무동이 중심이 되는거야.

사실 나는 로큰롤 고와 토마토 문의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아. 특이한 이름만큼 특이한 사람들. 이야기를 풀어내자니 스포같아서 적지는 않으려고. 그치만 자식을 그렇게 많이 낳다니 대단해. 그리고 토마토 문의 이야기가 애매하게 끊긴 거 같아서 뭔가 허전했어. 돈 엄청 벌어서 돈이 돈을 벌어서 부자가 되어서 잘 지내고 있으려나.

소설 속에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마리와 수지도 자꾸만 생각 나. 안타까운 마리. 착한 사람, 나에게 잘 해준 사람이 알고보니 나를 해하려는 사람, 나쁜 사람이었다라는 결론에 다다랐을때 마리의 기분은 어땠을까. 칼을 들었던 마리가 나는 이해가 됐어.마리가 진실을 깨닫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진실을 깨달아서 불행해졌을까. 후회와 죄책감에 시달렸을까. 수지는 맥주로 가글을 하는 여자 아이. 역겨운 찝찝함을 씻어내려고. 돈이 뭘까. 돈을 버는 순간순간이 지옥이어도 돈을 벌면 행복해질까. 과거는 잊을 수 있을까. 아무리 씻어내도 입안을 가득 메운 역겨움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데.

처음 들어보는 작가 엄우흠, 또 다른 책들도 읽어 보고 싶어. 순간순간 참 기분이 나쁜 책이었고, 소름이 돋았고 울었고 웃었고 무서웠고 두려웠고 같이 억울해했어.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등장 인물들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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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일 만에 천재가 되는 메모리 코치, 브레인 코치 세트 - 전2권 40일 만에 천재가 된다
개러스 무어 지음, 윤동준.박진희 옮김 / 미디어숲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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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서 기억력이 나빠지는 건지, 스마트폰에 의지하기 시작하면서 나빠졌는지 나도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게 쉽지가 않아. 단기 기억력만큼은 최고였는데 그것마저도 최악이 되었어.

그러다 보니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메모장 어플을 켜서 저장하고 캘린더 어플에 일정을 정리해두게 되더라고. 간단한 암산도 계산기 어플을 켜고(두자리만 넘어가면 덧셈도 뺄셈도 그냥 계산기 어플을 켠다지) 스마트폰 속에는 정말 많은 정보들이 들어있어. 내 머리는 그만큼 텅텅 비어가고 말이지.

그래서 이 책을 보고 싶었어. 40일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다와 40일 만에 두뇌력 천재가 된다. 이렇게 두 권이 세트야. 책을 보면서 적어도 기억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싶었어. 자꾸 쓰지 않으면 더 망가져버릴 테니까 말야. 책을 보면서 느낀 건 케이블 방송 '문제적 남자'가 생각났어.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보기만 했지 난 문제를 풀지 않았었지. 어려우니까 나는 그런 거 할 줄 몰라. 문제 자체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그랬어. 이 책은 훨씬 쉽고 간단한 문제부터 시작해.

첫째 날 문제를 풀어보고 나서 역시 하려면 할 수 있잖아라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어. 매일 꾸준히 하는 거라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완전히 문제를 풀지는 못했지만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대충 봤어. 사실 서평을 쓰기 위해서 먼저 봤는데 보지 말 걸 조금 후회? 어렵다고 느꼈어.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노력해볼 거야. 그러면 적어도 기억하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줄어들 거야, 천재가 되면 더더욱 좋고. 2달 뒤에 서평을 하나 더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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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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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이나 영화에는 유난히 범죄자나 범죄자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아. 예전에 봤던 우죄라는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어.

가해자와 피해자.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 죄를 뉘우치고 사죄하는 것, 용서를 구하거나 용서를 하는 것, 가해자의 가족. 내가 그런 게 아니라고 나도 피해자라고 회피하는 것,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나 원망하고 분노하는 것, 그래도 가족이니 내 책임도 있다며 사죄를 하는 것. 잊고 잊혀지는 시간 사이에서 잊지 못하는 사람은 피해자뿐일까. 사죄한다고 해서 '네 괜찮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용서라는 단어를 이러한 상황에서 쓸 수 있을까. 가해자가 가해자의 가족이 행복해진다는 건 가당키나 할까.

형 츠요시는 동생 나오키를 대학에 보내고 싶어 했어. 부모님은 없고 자신은 일을 하면서 망가진 몸 때문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어서 범죄를 저질렀어. 살인강도. 돈을 훔치기 위해 들어간 집에서 집주인 할머니를 마주치자 신고를 하지 못하게 살해한 거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부터가 잘못이라고 생각해. 돈을 훔쳐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그때부터 계획적인 범죄가 되는 게 아닐까 싶은데, 법은 그렇지가 않나 봐. 돈은 훔치려 했지만 죽일 생각은 없었기에 우발적 범죄라고 하는데, 나는 동의하지 못하겠어.

어쨌든 형 츠요시는 붙잡혔고 징역 15년형을 받고 교도소에 갇혔어. 동생 나오키는 그 형으로 인해 삶이 평화롭지 않아. 괴롭고 힘들겠지, 언제 또 형의 이야기가 알려질까 불안하고, 어떤 차별을 받게 될까 전전긍긍해. 형 츠요시는 한 달에 한 번 나오키에게 편지를 써. 답장하지 않는 나오키 그 사이에서 나는 츠요시가 안타깝다거나 나오키 너무해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고 츠요시 염치가 없네 나오키 좀 더 확실하게 선을 그어, 라거나 참 마음이 여러 번 바뀌었어. 그들 주위의 사람들이 미워지기도 했고 그 사람들이 이해되기도 했고 나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기도 했어. 역시나 이런 문제는 어려워.

죄를 짓지 않고 살면 좋을 텐데 그런 마음은 나만 가지는 걸까. 돈이 없다는 거, 숨이 턱턱 막혀오는 상황에 현실이 짓눌려도 그러지 않으면 좋겠는데 어째서 나쁜 쪽으로 움직이는 걸까. 누군가는 너는 몰라, 그런 상황이 되어보지 않으면 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최후의 수단이 범죄가 되는 건 옳지 않잖아. 그러니까 츠요시는 행복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참을 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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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힘든 나에게
글배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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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라는 단어가 있잖아. 눈치를 채거나 눈치를 보거나 눈치가 있거나 없거나. 나는 그 눈치라는 말이 그런 거 같아. 타인을 의식하는 것.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 눈치를 유난히 보는 나였어. 언제부터였을까 그건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성인이 되고 나서였어. 나는 어릴 때는 정말 내 마음대로 사는 아이였거든. 근데 어느 날부터 눈치를 보게 되면서 삶이 힘들어졌어. 분명 그런 거 같아. 이 책의 제목을 보니 더 확신이 드는 거지. 내가 힘든 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나 자신 때문이라는 걸 말야. 타인에게 기대고 기대하고 충족되지 못한 기대는 실망하고 상처받고 그러한 반복 속에서 나는 매번 힘들어했었어.


122p 우리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서로 다릅니다. 그래서 '나를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이렇게 행동했을거야'라고 나 혼자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하지 않은 상대를 미워하다 보면 나는 누구둔 결국에는 미워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모두가 내 생각대로 늘 행동하지는 않을 테니까.


책 내용 중에 참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았어. 하나하나 다 옮겨 적기는 힘드니까 책을 읽어보는 걸 추천. 사실 '너 이래서 힘든 거야. 이렇게 하지 마' 라는 글을 읽는다고 해도 쉽게 '어 그래, 그럴게' 그런 상태가 되지는 않아. 알면서도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 자신을 힘들게 해왔고 어쩌면 앞으로도 그럴 거야. 그렇지만 나는 이런 책을 통해서라도 '아 맞다' 깨닫고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과거로 돌아간다면이라는 글을 읽으면서 나도 생각해봤어. 과거로 돌아간다면 말야. 나는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 거야.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표정을 짓고 다른 말들을 하면서. 나는 지금의 내가 싫어서 견딜 수 없는 밤이 무수히 많아서 과거로 돌아간다면 나는 나를 바꿔놓을 거야.


176p 만약 내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단 하루도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지나고 보니 걱정한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178p 마지막으로 만약 내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지쳐있는 나에게 미래의 내가 생각 못 한 좋은 일도 만나게 될거라는 희망을 자주 들려줄 것이다.


알아.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 이미 지나온 과거는 그냥 버려두어야 하는 거겠지. 작가의 말처럼 나도 이제는 나를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나를 조금 더 놓아주기를. 나를 조금 더 위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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