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의 돼지의 낙타
엄우흠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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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던 책, 마리의 돼지의 낙타 책을 읽고 나서는 무슨 이런 책이 있나, 어떻게 이런 책을 썼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 무동이라는 동네가 배경인데 무동은 축약된 작은 지구촌 같았어.(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살 것만 같은)

로큰롤 고와 토마토 문의 이야기가, 마리와 민구와 낙타와 돼지의 이야기가, 경수와 경수 엄마 이야기가, 경수와 수지가 다닌 병원 의사가, 떡볶이집과 문방구와 감자탕집과 슈퍼가. 또 누구였더라. 또 뭐였더라. 어디였더라. 한참을 생각해야하는. 두꺼운 페이지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는데 다 연결되어 있어. 돌고 돌고 돌고 돌아서 무동, 그렇게 무동이 중심이 되는거야.

사실 나는 로큰롤 고와 토마토 문의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아. 특이한 이름만큼 특이한 사람들. 이야기를 풀어내자니 스포같아서 적지는 않으려고. 그치만 자식을 그렇게 많이 낳다니 대단해. 그리고 토마토 문의 이야기가 애매하게 끊긴 거 같아서 뭔가 허전했어. 돈 엄청 벌어서 돈이 돈을 벌어서 부자가 되어서 잘 지내고 있으려나.

소설 속에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마리와 수지도 자꾸만 생각 나. 안타까운 마리. 착한 사람, 나에게 잘 해준 사람이 알고보니 나를 해하려는 사람, 나쁜 사람이었다라는 결론에 다다랐을때 마리의 기분은 어땠을까. 칼을 들었던 마리가 나는 이해가 됐어.마리가 진실을 깨닫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진실을 깨달아서 불행해졌을까. 후회와 죄책감에 시달렸을까. 수지는 맥주로 가글을 하는 여자 아이. 역겨운 찝찝함을 씻어내려고. 돈이 뭘까. 돈을 버는 순간순간이 지옥이어도 돈을 벌면 행복해질까. 과거는 잊을 수 있을까. 아무리 씻어내도 입안을 가득 메운 역겨움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데.

처음 들어보는 작가 엄우흠, 또 다른 책들도 읽어 보고 싶어. 순간순간 참 기분이 나쁜 책이었고, 소름이 돋았고 울었고 웃었고 무서웠고 두려웠고 같이 억울해했어.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등장 인물들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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